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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 협상 분석과 전망: 미국의 인식을 중심으로[정세와 정책 2019-21호]

등록일 2019-11-04 조회수 5,127


스톡홀름 협상 분석과 전망: 미국의 인식을 중심으로

  


우정엽(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
woo@sejong.org

 

들어가며


  지난 10월 5일 스톡홀름에서 열린 미국과 북한 사이의 비핵화에 대한 실무협상은 긍정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다음 협상에 대한 약속도 하지 못한 채 끝을 맺고 말았다. 김명길 대사는 “미국은 그동안 유연한 접근과 새로운 방법, 창발적인 해결책을 시사하며 기대감을 한껏 부풀게 하였으나 아무것도 들고 나오지 않았다"1) 라고 하면서 이번 협상에서 진전을 이루지 못한 것은 오로지 미국 측의 책임이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스톡홀름에서의 실무협상이 아무런 결과를 낳지 못한 채 끝난 후에도 미국은 북한과는 결이 다른 메시지를 국무부를 통해서 내놓으면서 협상을 지속하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냈다.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초 “새로운 길”을 언급하면서 올해 말까지라는 기한을 제시하였다. 그가 말한 새로운 길이라는 것이 어떠한 것을 의미하는지 현 단계에서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려우나, 어떠한 과정을 거치든 간에 미국이 올해 말까지 북한이 원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미국과의 협상을 더 이상 지속할 생각이 없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 올해 말이라는 시간은 미국을 압박하여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의도를 가졌던 것으로 보이나, 최근 스톡홀름 협상 결렬 이후 김계관, 김영철, 최룡해 등이 연이어 내놓은 성명을 보면 북한 역시 본인들이 정해 놓은 시한에 압박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본 글에서는 최근 스톡홀름 실무협상의 결렬을 계기로 북미간 협상에 대한 진단과 더불어 향후 전망을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필자는 현 단계에서는 실무협상의 진전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며, 그 가장 중요한 이유로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 정의, 다시 말해 미국이 이야기 하는 “최종 상태 (end state)”에 대해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주장한다. 향후 협상의 전망이 그다지 밝지 않은 이유 역시 북한이 현재까지 협상에 임한 모습을 살펴보면 이 최종상태에 대한 합의가 실무협상에서 도출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북미 협상의 재개 과정: 하노이에서의 교훈


  하노이 회담 이전의 북미간 실무 협상을 살펴보면 미국의 관점에서는 다음의 문제가 강하게 제기 되었다. 북한의 실무협상 대표가 협상에서 어떠한 권한을 부여받았는가 하는 문제이다. 당시 국내 언론등에서는 김혁철의 소속이 통전부나 외무성이 아닌 김정은이 직접적으로 주관하는 국무위원회 소속이라는 점이 김혁철에게 보다 많은 권한이 실리게 된 것이라고 분석하였다.2)  김정은에게 직보가 가능한 구조라는 예상을 하면서 이번 실무협상은 김정은이 권한을 충분히 이양한, 따라서 의미있는 실무협상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스티븐 비건 대표는 2월 평양을 직접 방문하여 김혁철과 실무협상을 진행하였고, 하노이 회담 직전에도 하노이에서 실무협상을 계속하여 진행하였다. 미국 측이 평양을 방문하여 실무협상을 진행한 것은 다음의 두가지 이유에 기인한다. 첫째, 북한 측에 협상의 상대로서 스티븐 비건 대표를 인정하고 협상에 임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목적이다. 두 번째, 보다 중요한 이유로서 협상의 권한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는 북한 대표의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따라서, 어차피 협상의 권한을 충분히 위임받고 나오기 어려운 김혁철 대표의 상황을 감안하면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본국과의 협의 과정에 들어가야 하는 시간을 줄여서 협상의 강도를 높이자는 의도였던 것이다. 하노이 이전의 실무협상에서 김혁철 대표는 비핵화라는 주제는 김정은 위원장만이 이야기할 수 있는 문제라고 하면서 계속하여 비핵화 부분에 대한 협상을 진전시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과정은 북한의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해 미국의 의구심을 키우는 데에 크게 작용을 하였다. 북한의 실무협상 대표가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어떠한 임무를 부여받았는가에 대해 의심이 커진 것인데, 이러한 실무협상 과정과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안한 내용으로 보아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 과정을 통해 얻으려고 하는 것은 기존에 만들어 놓은 핵무기를 보유하는 동시에 충분한 제재 해제를 얻어내려고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알다시피 김정은 위원장은 불충분하게 정의된 영변의 폐기와 대부분의 제재 완화를 요구하였는데, 이것은 미국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이었다. 북한은 영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마저 미국이 원하는 수준의 구체성을 가지고 임하지 않았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이에 이루어진 영변에 대한 논의에 대해서도 그 의도를 의심할 수 없게끔 하였다. 추상적으로 불명확하게 정의된 “영변”과 매우 구체적으로 정의된 “제재 완화”를 교환함으로써 기존에 만들어 놓은 핵무기에 대한 논의는 물론, 현재의 핵 물질 생산 능력과 관계된 부분에서마저도 향후 그 이행 과정에서 순조롭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는 것이다.

실무협상의 재개: 판문점 회동


   실무협상의 수주 내 재개에 관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이의 합의에 관한 것이다. 두 정상 간 회동이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시작되었고, 북한 보다는 미국이 실무 협상의 재개에 훨씬 적극적이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실무 협상 재개에 대한 요구를 김정은 위원장이 받아들인 결과물이라는 것이 그간의 판문점 회동 결과물에 대한 분석이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 정통한 인사에 따르면 수주 내 실무협상 재개는 김정은 위원장이 이야기 한 것이며 트럼프 대통령이 그러한 김정은 위원장의 제안을 수용한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수주 내 실무협상을 재개하겠다고 한 이후 북한과 미국 사이의 협상은 10월 되어서야 가능했는데, 협상을 앞두고 북한이 협상장에 마침내 나오게 된 이유가 미국이 북한이 생각하던 새로운 셈법을 제시하였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많이 제기 되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볼튼 보좌관을 해임한 이후 새로운 방법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데에 대해 미국이 하노이 회담 결렬 당시 가지고 있던 입장에서 보다 유연하고 완화된 안을 북한 측에 물밑 교섭을 통해 제시한 것이 아닌 가하는 것이었다. 북한의 협상 대표로 지명된 김명길 대사가 기자들에게 긍정적인 결과를 낙관하는 듯한 언급을 하면서 실제로 북한이 무언가 미국으로부터 제안을 받았을 것이라는 추측이 힘을 얻었다. 이에 더해 스톡홀름 협상을 앞두고 나온 몇가지 언론 보도는 이러한 추측에 더욱 힘을 실었다.3) 

스톡홀름 협상의 결렬


   그러나, 사전 만남 이후 열린 약 6시간 정도의 협상 이후 북한 김명길 대사는 협상 결렬을 선언하면서 그 이유로 미국의 태도가 전혀 바뀌지 않았다는 점을 이야기 했다. 김명길 대사는 “우리는 이번과 같은 역겨운 회담이 다시 진행되길 원치 않는다”라고 하면서 미국이 입장을 바꿔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협상 과정을 잘 아는 인사에 따르면 이번에 북한 측은 미국의 의견을 청취하는 자세로 임했다고 한다. 항간의 예상과는 다르게 체제 안전이나 안전 보장 문제를 거론하지 않고 제재 완화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미국은 이번 스톡홀름 협상에서 싱가포르에서 합의한 4가지 사안에 대해 동시적으로 진전시키는 방안에 대해 북한에 설명을 하였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이 원하는 새로운 방법이 미국의 제재 완화와 관련한 것이었다면 그것은 미국이 선제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이야기 했다고 한다. 미국이 이야기 한 보다 창조적인 해법은 아마도 북한이 비핵화의 최종적인 상태, 즉 엔드 스테이트 (end state)에 대해 합의를 하게 되면 그 최종 목적지에 이르는 로드맵을 협상하는 과정에서 미국이 많은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부분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에 따라 미국은 최종 상태에 합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이 부분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요구하였으나, 이 부분에 대해 북한이 미국의 선제적인 제재 완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함으로써 하노이 때와 마찬가지로 양국 간에는 서로간의 입장 차이만을 확인한 셈이 되었다.

실무협상에 대한 북한과 미국의 인식


   북한의 메시지는 요약하자면 미국 관리들의 태도로 인해 협상에서 진전을 볼 수 없으니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오라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북한의 태도는 2018년 싱가포르 회담 때부터 일관적으로 보이는데, 협상의 내용에 대해 보다 전통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미국 관리들에 비해 협상을 임하는 데에 있어서 즉흥성이 강한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상대하는 것이 북한으로서는 그나마 북미간의 협상에서 보다 북한이 원하는 방향으로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판단을 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1년 반에 걸친 협상의 결과가 아무런 진전을 만들어 내지 못한 데 대해 워싱턴에서 북미 협상에 대해 가지는 관심 역시 많이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전술적인 고려로 이번 스톡홀름 협상을 지속시키지 않고 결렬시킨 것이라고 보더라도 과연 북한이 어떠한 명분으로 다시 실무협상을 재개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미국은 앞으로의 협상 재개는 북한이 어떤 결정을 할 것인가에 대해 달려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은 언제 어디든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메시지를 계속해서 낼 것이나, 북한이 원하는 방식으로 미국의 입장을 사전적으로 완화할 가능성은 없어보인다.


   이번 협상 이후 협상에 대해 자세히 파악하고 있는 인사에 따르면 미국의 입장은 하노이 협상 때와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미국은 북한이 북한 비핵화의 최종상태에 대해 합의를 하는 것이 필요하며, 그러한 최종상태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질 경우 최종상태에 다다르기 위한 로드맵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보다 큰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북한이 영변의 동결 혹은 폐기만을 주장한다고 하면 미국이 제공할 수 있는 것은 매우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론

   싱가포르 회담 이후 형성된 균형점은 현재의 상황이 어느 쪽으로도 움직이기 힘든 상태로 고착된 상태를 의미한다. 비관적이게도 현재의 균형점이 움직일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위에서 논의한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하여 미국이 현재의 균형점에서 물러서는 결정을 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유일한 가능성이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결정이라는 측면에서 북한은 지속적으로 정상회담을 요구하면서 그들이 생각하는 방식으로 압박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현재의 균형점이 지속되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으로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측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문제에 대한 관심이 현저히 떨어진 상황이라는 것이다. 북한 측의 태도 변화가 감지되지 않는 이상 실무협상에 대한 미국의 인식은 협상 국면을 계속하여 끌고 가기 위한 협상 정도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북한대로 실무협상의 효용성이 없기 때문에 실무협상이 또 열린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다시 한번 정상회담을 촉구하기 위한 구실로서만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북한과 미국간의 실무협상이 구체적인 협상안을 논의하기 위한 장이 되기 어려운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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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https://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0/23/2019102300225.html?utm_source=naver&utm_medium=original&utm_campaign=news 

2)​ https://www.yna.co.kr/view/AKR20190209032000504?input=1195m

3)​ https://www.vox.com/world/2019/10/2/20894979/north-korea-trump-nuclear-talks-de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