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경제마찰의 타협: 멀어지고 있나?
[세종논평] No. 2019-31
김기수(세종연구소 연구위원)
kskim@sejong.org
미국과 중국의 경제마찰이 타협될 것이라는 이야기는 지난 10월 11일 처음 나왔다. 전체가 아닌 부분 타협이라는 말이 전해졌다. 전체가 아닌 다단계로 합의 협상이 변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거의 2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타협이 됐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한 걸음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은 타협이 미국 대선 이후로 미뤄질 수도 있다고 최근 언급했다. 타협 가능성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돌이켜 보면 타협이 쉽게 이루질수 없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중국 측이 타협 가능성을 흘리고 세계 경제 주체들의 바람이 합해지면서 타협 가능성이 과대평가된 것은 아닐까?
미중경제마찰 초기에는 초점이 중국의 과도한 대미 무역흑자에 맞춰졌다. 미국 측 요구가 흑자의 축소였으므로 그런 평가는 당연했다. 중국의 생각도 비슷해 미국의 대중 수출품 중 비행기 등 고가의 장비를 대량 구매하면 마찰은 진정된다고 보았다. 하지만 무역흑자 축소를 넘어 기술절취 중단, 대기업 보조금 중단, 서비스 시장 개방 등으로 미국의 요구는 점차 확대됐다. 중국 경제체제 자체가 변하기 전에는 미국 측 요구 사항을 만족시킬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체제적 관점에서는 중국의 현 체제를 미국의 그것과 비슷하게 변화시키라는 미국의 압박인 셈이다.
양측 모두가 자신의 이데올로기와 시스템을 상대에게 강요하는 상황은 결국 패권경쟁을 의미한다. 지금은 정치가 경제를 압박하는 상황까지 분쟁이 격화됐다. 타협이 이루어지나 싶더니 11월 19-20일 미국 상하 양원은 홍콩의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는 ‘홍콩 인권법’을 통과시켰다. 혹시나 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법안 서명 역시 일주일 후인 11월 27일 전격 이루어졌다. 법안은 홍콩 사태를 빌미로 중국에 개입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을 미국정부에 제공하기 때문에 양국 모두에게 중요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 서명 엿새만인 12월 3일 미국 하원은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인권 개선을 위한 ‘위구르법2019’를 또 다시 통과시켰다. 신장위구르 지역에서 무슬림들을 탄압하는 중국 관리와 관계자의 미국 입국 불허 및 이들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 등이 법안의 핵심 내용이다. 미중경제마찰에서는 중국경제체제의 근본적인 변화가 미국의 목적인 것처럼 보였지만, 지금은 중국 공산당 독재체제의 변화까지 미국이 도모하고 있다. 경제와 정치 분야 모두에서 큰 전선이 형성된 셈인데, 하나가 더 있다면 아마 군사 충돌 가능성이 아닐까? 중국이 조성한 남지나해의 인공섬을 미국은 인정하지 않는다. 인공섬 영해 지역에 대한 미국 군함의 자유 항해는 이를 상징한다. 만약 중국이 항해 문제를 빌미로 미국 군함을 공격하면 양국의 정면충돌을 피하기는 힘들어진다.
앞서 서로 다른 체제의 강요라는 패권경쟁의 특징을 소개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소련의 다툼은 패권경쟁의 전형이었다. 1990년대 초 소련이 멸망한 후에야 경쟁은 종식됐다. 소련의 영향권에 있던 대부분의 국가는 그 후 미국이 지향하는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수용했다. 이상의 논의는 미중 경제마찰이 전체 분규의 일부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경제, 정치, 그리고 군사 분야의 여러 문제가 서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경제마찰의 부분적 타협조차 어려운 이유를 알 수 있다.
현재까지는 중국이 미국의 페이스에 끌려가는 형국이었다. 중국은 이를 반전시킬 수 있을까? 가능성은 높지 않다. 중국 당국은 다음과 같은 미국의 속성을 잘 몰랐던 것 같다: 미국이 얼마나 이데올로기 편향적인지, 일단 국내 정치상 합의가 이루어지면 어떤 힘을 발휘하는 지 등. 향후 중국의 자각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자각 후에는 어떤 행보를 보일까? 사안에 대한 중국의 이해(理解) 여부가 향후 양국관계 조율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