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포커스

2020년 북한경제 전망 [정세와 정책 2019-26호]

등록일 2019-12-16 조회수 5,325

[2020년 정세전망 특집호]

 
2020년 북한경제 전망


양운철(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ucyang@sejong.org

 

하락하는 거시지표

 

  한국은행의 추정에 따르면 김정은 집권 후 평균 1% 정도의 성장세를 보이던 북한경제는 2016년 3.9%의 높은 성장률을 달성했지만 2017년과 2018년에는 –3.5%와  –4.1%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2016년의 높은 성장률 달성도 놀라웠지만 다음 두 해 동안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도 특이한 현상이었다. 산업구조 측면에서 보면 2018년의 경우 서비스업, 전기가스 수도업과 경공업 부문을 제외하고는 농수산업, 중화학공업, 제조업 등에서 마이너스 성장을 경험하였다. 북한경제의 구명 밧줄 역할을 해온 북중 무역도 2017년도부터 규모가 급격히 감소하였다.

  북한경제의 전반적 경제성과를 한국경제와 비교해 보면 남한의 명목 국민소득(GNI)과 일인당 국민소득은 각각 북한의 약 53배와 26배에 달하고 있으며 그 격차는 계속 벌어지고 있다. 북한경제의 침체 원인을 몇 가지로 추론해 보면, 첫째로는 한국은행의 북한경제 성장 추정치가 북한의 경제현실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는 통계적 오류가 내포되었다는 가정이다. 이에 대해서는 한국은행의 북한경제 추정 작업이 가장 많은 정보를 활용하고 있고, 추정치 자체에 결정적인 오류가 없는 한 다른 추정치를 구하기도 어렵다는 반론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둘째로는 내부적으로 2017년도부터 김정은이 주도해왔던 경제개혁 정책들이 지속적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가정이다. 2016년까지는 김정은의 6⋅28 방침이나 5⋅30 조치와 같은 시장관리제도를 통한 계획경제 활성화 정책은 상당 부분 효과를 거두었다. 북한은 기업소법과 투자법을 개정했고 국가 할당량을 제외하고는 생산물을 임의로 처분하게 하는 등 과거보다 훨씬 진일보된 정책을 시행하였다. 그러나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막대한 국방비를 지출하였고 전시성 사업이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등 정치논리가 경제논리를 압도하면서 경제정책의 무력성이 발생했다는 가정이다.


  셋째로는 국제사회의 경제제재가 북한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다는 가정이다. 현재 북한은 강력한 UN결의안 2397호에 따라 수출금지 품목이 확대되었고 자국의 해외파견 근로자들도 대부분 올해 안으로 귀국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특히, 중국과의 교역감소는 북한에 상당한 타격을 주었을 것이다. 2018년도 북한의 무역 총액은 28.4억 달러로 전년도 55.5억 달러에 비해 8.8%가 줄어들었고, 수출액은 전년대비 무려 86.4%가 감소하였다. 


  넷째로는 북한 전역에서 구조적인 부정부패와 착취 사슬이 고착화되어 생산과 자원의 배분이 왜곡되고 있다는 가정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사회적 약자들이 큰 고통을 부담하게 된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북한 농민들은 일반적으로 생산량의 40%를 분배받고 60%는 국가에 수납하는데, 문제는 국가가 농민에게 돌아갈 배분을 추가로 탈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농민들이 경작할 때 사용한 부림소나 농기계에 과도한 사용료를 부과하거나 감당하기 어려운 애국미를 추징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농민들을 착취하는 사례가 다수의 협동농장에서 발생하고 있다. 북한 일반 주민들의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높은 생산목표(노르마) 설정, 생산수단의 부족, 국가의 강제적인 탈취 등이 복합적으로 결합하여 경제 침체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판단된다. 

 

 

북한 내부 성장 동력의 한계 

  지금과 같은 국제제재 속에서 북한경제가 지속적으로 경제성장을 달성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북한이 내부의 성장 동력을 잘 활용한다면 미약한 성장을 기대해 볼 수는 있을 것이다. 김정은은 2019년 4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 이후 자력갱생에 기초한 자립적 민족경제 건설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이를 반영한 북한 상품의 국산화, 주체화가 시장기능과 결합하여 일부 성공을 거두었다. 반면 낙후된 생산시설을 현대화하기 위한 자본은 절대적으로 부족하였다. 국가가 아무리 이념적으로 자력갱생을 강조해도 북한체제가 지니고 있는 근본적인 생산방식 개선은 달성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현 시점에서 북한은 낙후된 시설 개선을 통한 경제성장보다는 대외 부분을 활성화하는 정책이 효율적이다. 2010년 이후 북중 무역 통계와 관련 성장률 지표가 이를 잘 설명하고 있다.  

 
  북한경제가 안고 있는 다른 심각한 문제는 군수경제의 폐해이다. 북한의 군수경제는 생산성과 관계없이 자원배분이 최우선으로 배정되는 반면 생산물의 일반 경제에 대한 기여는 매우 낮아 심각한 생산요소의 비효율을 수반하게 된다. 제2경제 운영도 지나치게 폐쇄적이기 때문에 군사기술의 일반 경제로의 전용도 어렵다. 또한 김정은이 관심 있는 ‘삼지연 꾸리기’와 같은 전시성 사업에도 막대한 생산요소가 투입되기 때문에 국가 전반에 경제적 비효율은 계속 증가하게 된다. 동시에 사회간접자본이나 주민들의 복지 관련 부문에 대한 투자는 정체되어 주민들의 삶은 어려워지고 있다.


  그나마 북한경제가 유지되는 것은 국가가 나름 시장을 적절히 활용하기 때문이다. 국가 기업소의 경우 자체적으로 수요가 높은 상품을 생산하여 시장에 파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고, 협동농장들도 시장의 수요에 맞는 다양한 상품을 생산해서 시장에 처분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업소나 협동농장의 경우 생산품을 판매할 시장이 없었다면 상당한 경제적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향후 북한에서 사유재산권이 완전히 보장되지 않고, 기업소에 대한 개인투자 독점권을 인정하지 않는 현실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시장을 통한 생산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아직은 국가가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와 시장은 부분적 종속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북한 주민들의 시장화 비율이 계속 높아진다면 점차 국가의 간섭이 줄어드는 자율적인 시장형태로 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남아있는 부정적 요인들
 

  내부적으로 성장 동력이 취약하고 대외적으로는 국제사회의 경제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경제는 내구성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도 여러 지역에 대규모 건설 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대외 무역이 급격히 감소한 상황에서도 쌀값과 환율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모순적인 사실은 이해하기 쉽지 않다.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국가가 주도하는 밀무역, 불법 인력 송출과 같은 불법 경제행위와 주민들의 시장 활동 증가 때문인 것으로 추론된다. 북한은 전방위적으로 불법 경제활동을 통해 국가운영에 필요한 외환을 충당하고 있다. 최근 38 North는 2017년 이후 중국 위안화와 북한 원화의 변동성은 안정적인데 비해 미국 달러화와 북한 원화의 교환 비율은 변동성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예시하고 있다.

  그 원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존재할 수 있지만 대북 경제제재가 강화되면서 달러화로 교역하는 경우 구매, 결재 등의 부문에서 거래비용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기 때문일 것으로 짐작된다. 실제 북한의 일반 주민들은 시장에서 대부분 위안화를 사용하기 때문에 환율과 관련된 1차 피해를 받을 가능성은 낮다. 반면 달러화를 많이 사용하는 중앙당 사업의 경우 경제제재와 국제정세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또한 북한원화와 위안화 교환비율의 변동성이 안정적이라도 국제외환시장에서 위안화도 달러화와 연동되어 있기 때문에 순차적으로 북한 원화의 변동 가능성도 높아지게 된다. 향후 북한 핵문제가 장기화 될 경우 북한원화와 달러화의 변동성은 증가하게 되어, 북한에서 높은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취약한 북한경제가 생산부문 뿐만 아니라 금융부문에서도 큰 타격을 받게 된다면 그 충격은 상당할 것이다.  

 


2020년 북한경제는?

  아직 2019년 북한경제에 대한 평가결과가 제시되지 않았지만 현재의 북한경제 상황은 상당히 많은 악재를 가지고 있어 경제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양한 분석과 보도에 따르면 북한의 식량 사정은 심각하며, 다수의 중공업 기반의 기업소도 가동률이 낮아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제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이 자랑하는 무산광산의 가동률도 급속히 하락했다는 보도도 있다. 신의주나 혜산과 같은 도시는 외견 상 야간 조명이 과거보다 나아졌고 주민들의 의복이나 교통수단도 많이 개선되었지만, 이런 현상은 도 소재지와 같은 제한된 지역에 국한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반적인 북한경제 정상화를 위해서는 낙후된 상당부분의 생산시설을 폐기하고 새로운 산업시설을 건설해야 하지만 천문학적인 조정비용이 소요된다. 이는 국제사회의 대규모 지원 없이는 실현이 불가능하다. 현재 북한경제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중국과의 무역을 적어도 2016년도 수준으로 복원되어야 한다. 


  2020년에도 북한이 핵 개발과 미사일 발사 실험을 지속한다면 북한경제는 내부 성장 동력이 감소될 뿐만아니라 외부의 더 큰 압박으로 인해 2020년에는 더욱 심각한 경제침체를 경험할 것으로 전망된다. 추가로 생산 침체와 사회간접자본이 개선되지 못한다면, 북한이 전형적인 후진국형 재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현상이 몇 년간 지속될 경우 한국의 부담도 증가하게 되고 남북한 경제통합이나 통일에도 큰 걸림돌로 작용하게 된다. 그러나 북한이 핵개발 포기와 함께 과감한 경제개혁과 시장화를 추진한다면 산업 현대화와 주민 생활개선  뿐만 아니라 향후 남북관계 진전과 동북아지역 평화 달성에도 일조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2020년 북한경제의 활로는 비핵화를 시행하고 국제사회의 경제제재 굴레를 벗어나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등장하는 것이다. 이 경우 북한의 만성적인 경제적 어려움은 사라지고 기대 이상의 플러스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