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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권시장에서 중국 IT 기업 퇴출 의미 [정세와 정책 2021-9월호-제32호]

등록일 2021-09-01 조회수 2,900

미국 증권시장에서 중국 IT 기업 퇴출 의미

 

이왕휘 (아주대학교 교수)

leew@ajou.ac.kr 

 


무역전쟁 발발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금융기관의 미국 금융기관 인수합병을 더 엄격하게 심사하는 것은 물론 연방공무원 저축계정(TSP)의 중국기업 투자의 중국 채권 및 주식 투자를 금지시켰다. 20201112공산주의 중국 군수기업에 자금을 제공하는 증권 투자의 위협에 대응행정명령(EO 13959)이 발표된 이후 미국 증시에서 중국 기업이 퇴출이 시작되었다. 20213월 중국해양석유총공사, 5월 차이나모바일, 차이나텔레콤, 차이나유니콤이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각각 상장폐지되었다. 미국 회계감사 기준을 따르지 않은 외국기업을 퇴출시키는 외국기업책임법(Holding Foreign Companies Accountable Act)의 효력이 나타나게 되면, 더 많은 중국 기업이 미국 증시를 떠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기업에 자본투자를 제한하는 대통령 행정명령

 

중국 기업을 미국 증시에서 퇴출시키는 법적 근거는 EO 13959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163EO 13959를 확대·강화한 중국의 일부 기업에 자금을 제공하는 증권 투자 위협에 대응행정명령(EO 14032)에 서명하였다.

 

미국인 및 미국법인의 투자를 일체 금지한다는 목표에서 양자는 차이가 없다. 미국이 중국 기업을 미국 증시에서 퇴출시키는 목적은 두 가지이다. 첫째는 미국 자본시장에서 중국 기업의 비중과 영향력 축소이다. 미국 자본이 중국 기업에 투자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 산업을 보호하는 것이다. 올해 퇴출된 네 기업 모두 미국 국방부가 군산복합체(military-industrial complex) 또는 군민융합(military-civil fusion)으로 지정한 기업이다. 국이 정보통신(IT)기업에 금융제재를 동원하는 이유는 IT가 미중 경쟁의 사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핵심 산업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중국 3대 통신사의 미국 증시 퇴출은 전 세계 통신망에서 화웨이 장비를 배제하려는 클린네트워크(Clean Network) 정책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러나 제재 대상에서는 차이가 있다. EO 13959가 중국의 국방에 직접적 관련이 있는 군산복합체를 위주로 하였다면, EO 14032는 국방뿐만 아니라 사이버안보에 연계된 군민융합 기업까지 포함시켰다. 이러한 차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보다 감시기술이 인권 탄압에 미치는 영향을 훨씬 더 중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었다.

 

제재 기업의 수를 보면 EO 13959에는 31, EO 14032에는 59개였다. 기존의 통신, 우주항공, 조선, 석유 기업에 위성, 원자력 발전, 안면인식 기업이 새롭게 추가되었다. 가장 주목할만한 변화는 중국 최대의 파운드리인 중신궈지(SMIC)라고 할 수 있다. 반도체 기업을 제재 대상에 포함시킴으로써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를 산업경제뿐만 아니라 국가안보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산업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시켰다.

 

국무부의 대중 금융 제재 확대

 

EO 13959에 의거하여 국무부는 2020년 근로자퇴직 급부소득보장법(ERISA)에 해당되는 연금기관과 대학 기금의 중국 기업 투자 철수 지침을 작성하였다. 이를 위해 국무부는 국제적 차원에서 투자에 큰 영향을 미치는 주요 주가지수에서 중국 기업을 퇴출시키기 위한 노력을 추진하였다. 퇴출 기업의 선정 기준은 상무부의 실체목록과 국방부의 공산주의 중국 군수 기업(Communist Chinese Military Companies: CCMCs)을 참고하였다. 국무부는 2020128일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organ Stanley Capital International: MSCI)와 파이낸셜타임즈증권거래(Financial Times Stock Exchange: FTSE)에 포함된 CCMCs 모회사 21개와 그 자회사 71개 목록을 공개하였다. 이중 차이나모바일, 차이나텔레콤, 차이나유니콤, 중국해양석유총공사가 NYSE에 상장되어 있었다.

 

국무부의 지침에 따라 124일 영국의 런던 증권거래소 산하 FTSE 러셀은 미국의 제재 목록에 올라간 8개 중국 기업의 주가지수 정보를 지수에서 삭제하였다. 1216MSCI에서도 중국 기업 7개가 제외되었다. 세계자본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지수에서 제외됨으로써 주식 제재를 받는 중국 기업의 주식 거래가 대폭 축소되었다.

 

1231NYSE1231일 국무부가 지목한 차이나모바일, 차이나텔레콤, 차이나유니콤의 상장폐지 방침을 발표하였다 나흘 뒤 번복하였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압박하자 NYSE는 중국 기업 퇴출을 다시 추진했다. 세 중국통신기업이 재심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202157일 최종적으로 상장폐지되었다. 18일 제재 목록에 올라간 중국해양석유총공사는 39일 상장 폐지되었다.

 

금융 탈동조화를 검토하는 미중경제안보검토위원회

 

금융 탈동조화의 차원에서 미중경제안보검토위원회는 미국 3대 증권거래소인 나스닥(NASDAQ), NYSE NYSE 아메리칸에 상장된 중국 기업을 전수조사하였다. 세 증권거래소에 2020102일 기준 총 217개 기업(총 시가총액 2.2조 달러), 올해 55일 기준 총 248개 기업(총 시가총액 2.1조 달러)의 주식이 거래되었다. 이 사이에 EO 13959에 포함된 차이나모바일, 차이나텔레콤, 차이나유니콤, 중국해양석유총공사를 포함한 총 17개 기업이 상장폐지되었다.

 

이 위원회가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를 경계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중국기업의 불투명성이다. 중국 본토와 홍콩에 본사를 둔 중국 기업에 대해서는 미국 상장회사회계감독위원회(Public Company Accounting Oversight Board: PCAOB)의 감사가 불가능하다. 2013PCAOB는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와 재무부와 향후 7년간 중국 기업이 미국법에 따른 회계감사를 받지 않는다는 양해각서를 체결했기 때문이다. 2020PCAOB에 보고된 중국 당국이 감사를 방해한 건수는 252건이었다. 군산복합체도 군민융합 기업도 아니지만 루이싱(瑞幸)커피 분식회계 사건은 중국 기업의 신뢰성에 큰 타격을 주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은 작년 미국 회계감사 기준을 따르지 않은 외국기업을 퇴출시키는 외국기업책임법을 제정하였다.

 

복잡한 지배구조도 중국기업에 대한 투자를 꺼리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증시에 상장한 중국 정보통신(IT) 기업들이 변동지분실체(Variable Interest Entity: VIE)를 활용하고 있다. 중국의 엄격한 외환관리규정을 회피하기 위해 미국에 상장하기 전 중국 기업은 조세피난처에 지주회사를 먼저 설립하고 그 지주회사가 중국에 100%의 지분을 가진 외자법인(WOFE: Whooly Owned Foreign Entity)을 설립하였다. 미국에 상장한 중국 기업의 약 2/3 이상이 VIE를 활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2월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AMR)VIE를 활용한 플랫폼 기업을 반독점법으로 규제하겠다는 지침을 공고하였다. 만약 중국 당국의 규제로 VIE의 주가가 하락할 경우 미국 투자자가 제도 변경을 요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마지막으로 안보 위협이다. 군산복합체와 군민융합 기업은 아니더라도, 미국인의 개인정보를 보관하고 있거나 미국 정부 전산망에 접근할 수 있는 기업은 미국의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우려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는 위챗이나 틱톡과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앱의 사용을 금지시키려고 했던 것이다.

 

정부와 기업의 동상이몽

 

중국 기업을 세계 자본시장에서 퇴출시키려는 미국의 노력은 큰 성과를 거두고 있지 못하다.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규제가 강화되고 있지만, 세계 자본시장에서 규모와 비중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미국의 제재가 군산복합체나 군민융합 기업에 집중함으로써 제재 목록에 포함된 기업의 수도 적으며 규모도 크지 않다. 정치적으로 탈동조화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제재가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미국과 중국 모두에서 수익률이 높은 자산에 투자하려는 금융기관은 정부가 강조하는 국가안보 위협을 중시하지 않고 있다. 정부의 규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양국 금융기관은 상대방 시장에 진출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미국 금융기관의 입장에서 중국 자본시장은 매력적인 투자처이다. 2020년 미국에서는 경제가 역성장하고 금리가 0%인 반면, 중국에서는 경제성장이 지속되었으며 이자율도 3% 이상이었다. 이 때문에 미국 금융기관은 중국기업의 주식과 채권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였다. 특히 중국 채권은 3% 이상의 이자율을 보장했으며 위안화가 평가절상하여 환차익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 국채 다음으로 안정적 자산으로 취급되었다.

 

무역전쟁 이후 트럼프 행정부의 금융 개방 압력도 미국 금융기관의 중국시장 진출을 용이하게 만들었다. 중국 당국은 블랙록, JP모건체이스, 골드만삭스를 위시한 미국 대형 금융기관이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50% 이상의 지분을 가진 합작회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허가하였다. 이로써 세계 최대로 급성장하는 중국 자본시장에서 미국 금융기관이 자산운용 사업을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었다.

 

중국에서도 기업이 정부 방침을 잘 준수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자본 도피, 기술 유출, 개인정보 침해 등의 문제를 막기 위해 중국 정부는 VIE 기업의 해외 증시 상장을 억제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작년 말 알리바바의 자회사인 앤트그룹(Ant Group)의 상장은 마윈 회장의 금융규제 비판 이후 불허되었다. 지난 7월 초에는 개인 정보 유출을 우려하는 중국 당국의 만류를 무시하고 상장을 밀어붙였던 디디추싱에 엄격한 제재를 부과하였다.

 

동시에 중국은 미국에 상장철폐를 당한 중국 증시로 돌아오는 기업에 대한 유인책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 반도체 굴기를 억압하기 시작했던 20195SMIC는 나스닥에서 자발적으로 자진 상장폐지한 후 20207월 상하이 커촹반에 상장하였다. 미국 증시에 상장을 유지하는 중국 기업 중에서도 리스크 관리 및 투자 다변화 차원에서 홍콩 증시에 2차 상장(secondary listing)을 시도하고 있다. VIE 기업은 11의결권을 요구하는 상하이 및 선전과 달리 차등의결권을 허용하는 홍콩을 선호하고 있다. 2019년 알리바바를 필두로 20209, 20211~44개 기업이 홍콩 증시에 2차 상장하였다.

 

이런 규제에도 불구하고 중국 기업의 미국 증시 상장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공모가 기준 2020년에는 2010년 이후 최대 규모의 중국 기업 상장이 이뤄졌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미국 주식시장의 규모가 훨씬 더 크기 때문에 더 많은 투자를 유치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또한 해외투자자들의 인정을 받음으로써 해외사업을 확장하는 데 필요한 인지도를 높이는 데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금융 탈동조화의 가능성은?

 

미국의 대중 금융 제재는 군산복합체나 군민융합 기업에 국한되어 있기 때문에 미국 증시에서 퇴출된 기업은 아직까지 소수에 불과하다. 또한 미국 금융기관은 물론 중국 금융기관도 상대방 시장에 진출을 확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현재까지 제재의 효과는 극히 제한적이라고 평가된다.

 

향후 탈동조화의 속도와 범위는 외국기업책임법과 군민융합 기업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미국 규제당국이 이 법을 얼마나 강력하게 적용하는가에 따라 상장폐지하는 중국 기업의 수와 규모가 결정될 것이다. 군민융합 기업의 분류 기준도 중요하다. 군민융합에 사생활 침해 및 인권 탄압에 활용되는 감시기술을 포함할 경우, 안면인식,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빅데이터 등을 개발한 기업까지 제재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중 사이의 금융 탈동조화가 진행되더라도 한중 사이에 직접적인 자본거래가 많지 않아 큰 충격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만 세계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지면 환율 변동이 증폭되어 외환시장이 경색될 수 있다. 또한 중국 경제가 침체할 경우 대중 수출이 감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당장 가능성이 없더라도,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대비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