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의 홍콩인권법 통과
[세종논평] No. 2019-30
김기수(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kskim@sejong.org
2019년 11월 19일, 그리고 20일 홍콩인권법이 미국 상원과 하원을 각각 통과했다. 중국 문제에 관한한 미국의 국론은 통일돼 있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기 전, 미국의회는 1992년 홍콩정책법(Hong Kong Policy Act)을 통과시켰다. 미국은 홍콩을 중국 본토와 분리된 독립체로 간주한다는 점, 그리고 이에 기초 홍콩을 특별대우 하겠다는 것 등이 법안의 핵심 내용이었다. 홍콩의 민감한 미국 기술에 대한 접근 허용, 달러와 홍콩 화폐의 자유 교환, 중국 본토와 차별화된 경제 및 무역 특권 부여, 그리고 비자, 법 집행, 투자 등과 관련해서도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 제공 등이 법안의 내용에 포함돼 있었다. 다음은 특혜의 구체적인 예를 보여준다. 트럼프 정부가 중국 상품에 부여한 고율의 관세도 홍콩의 대미 수출품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이번에 통과된 홍콩인권법은 위의 홍콩정책법과 관련이 있다. 미국 행정부는 홍콩에 부여된 미국의 특별대우가 합당한지를 매년 평가해야 하고, 국무장관의 홍콩 자치권에 대한 확인 여부가 판단의 기준이 되며, 이 기준에 못 미치면 미국은 홍콩에 부여한 대미 특권을 박탈한다는 것이 법안의 핵심 내용이다. 시위 진압 장비의 홍콩 및 중국에 대한 수출 금지, 홍콩의 자유를 제약하는 인물에 대한 미국 비자발급 거부 및 미국 내 자산 동결 등도 포함됐다. 현 홍콩 시위의 핵심 원인인 홍콩 자치권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못 박고 있다: ‘2020년까지 홍콩행정장관과 입법의원에 대한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제도 도입을 지지한다.’
그 동안 많은 사람은 1992년 미국의 홍콩정책법을 잊고 있었다. 당시 미국의 입법에 대해 중국정부가 항의한 기록은 없다. 오히려 그런 조치를 반겼다. 자유주의 시장경제 홍콩을 통해 취할 수 있는 이득이 많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미국이 전통적으로 홍콩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었냐는 것이다. 홍콩정책법은 홍콩의 자유로운 사회가 미국의 이해이며 대외정책의 이상적 지향점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유럽이나 동아시아 국가는 미국의 이데올로기 편향적인 사고와 대외정책을 이해하기 힘들다. 하지만 미국은 건국서부터 그런 나라였다. 자신들이 추구했고, 또한 영국과 전쟁의 통해 어렵게 성취한 미국의 가치는 절대적인 것이고, 이것의 고귀함에 비춰 가치는 세계가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1992년의 홍콩정책법에는 미국의 그러한 성향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중국정부는 위와 같은 미국의 본질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중국의 대미 수출 제한은 중국이 미국 물건을 더 많이 사주고 대미 수출량을 적당히 줄이면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4년마다 정권이 바뀌므로 현재의 미국정부만 잘 넘기면 미국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가능하다고 여긴다. 하지만 미중 경제마찰이 지속되면서 미국이 원하는 바는 양국 경제 불균형의 단순 시정을 훨씬 넘고 있다는 점이 점차 분명해졌다. 궁극적으로는 중국의 자유주의 시장경제화, 중국정치의 민주화 그리고 중국인민에 대한 인권보호 등을 미국은 염두에 두고 있다.
위의 설명을 홍콩인권법과 홍콩사태에 대입하면 어떤 그림이 그려질까? 중요한 것은 미중관계가 홍콩의 정치 및 인권 문제를 중심으로 정치화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단순 경제관계의 불협화음을 제거하는 수준에서 양국관계가 순탄해지지는 않는다는 점을 암시한다. 중국이 홍콩에 대한 탄압을 지속하면 미국은 대중 및 대홍콩 경제제재에 본격 돌입할 것이다. 홍콩인권법은 개입의 정당성과 개입 수단을 적시하고 있다. 바로 이것이 1989년 천안문 사태 때와 다른 점인데, 당시 중국정부의 천안문 시위 탄압에도 불구하고 미국 등 서방의 대중 경제제재는 미약했다. 향후 점진적인 자유화 및 민주화 기회를 중국에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서방이 공유했던 시기였다.
지난 10년 동안 중국당국이 보여준 중앙 권력 집중, 공산당 통제 강화, 그리고 중상주의에 입각한 대외경제정책 등은 서방 특히 미국의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꿔 놨다. 중국이 금 번 홍콩 민주화 운동을 강제 진압하는 경우 과거 천안문 사태 때와 같은 서방의 미지근한 태도를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문제가 발생하면 홍콩에 대한 미국의 경제제재가 즉각 가시화될 것이고 영국 등 다른 서방 국가도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 홍콩과 중국에 대한 경제제재가 본격화되면 중국은 중국 대외금융의 허브인 홍콩을 잃을 수도 있다. 중국 본토에 대한 심각한 금융 타격 역시 피하기 힘들다. 가뜩이나 어려운 중국경제가 몰락의 길로 들어갈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아진다. 바로 이것이 21세기 중국의 공산당 정부가 안고 있는 풀기 힘든 고민이다.
※ 『세종논평』에 게진된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세종연구소의 공식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