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0 한미정상회담, 그리고 판문점 3국 정상 회동
이대우(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
delee@sejong.org
2019년 6월 30일 서울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8번째 정상회담이 개최되었고, 같은 날 오후 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회동에 이어 북미정상회담도 진행되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과의 판문점 깜짝 만남’을 제안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외 관심은 한미정상회담보다 판문점 북미정상회담 개최 여부에 집중되었다.
그럼에도 북미 비핵화 협상도 강력한 한미동맹의 뒷받침 없이는 성공할 수 없기에 한미정상회담은 매우 중요하다. 6월 30일 진행된 한미정상회담은 ‘1+4 회담’에 이은 업무오찬을 겸한 ‘확대 회담’까지 약 100분간 진행되었으며,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는 공동기자회견으로 마무리되었고, 곧바로 한미 정상은 판문점으로 향했다.
이 글에서는 한미정상회담의 성과와 과제를 문재인 대통령의 공동기자회견 모두 발언, 미국 국무성의 보도자료, 그리고 신문기사 등을 통해 분석해보고자 한다.
정상회담 내용
정상회담의 의제는 한반도 안보정세 및 대북정책, 한미동맹의 현주소와 미래, 그리고 한미동맹의 국제적 역할 확대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한반도 안보정세와 관련 양국 정상은 한반도에 전쟁공포가 고조되었던 2017년에 비해 2019년은 매우 안정적이라 평가했다. 2017년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실험발사 강행, 미국 주도의 강력한 대북경제제재, 그리고 군사적 긴장상황이 전개되었으나,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등으로 북한 비핵화협상이 진행되면서 한반도에서의 전쟁 위험은 매우 낮아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러한 상황이 만들어지기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피스메이커 역할에 감사를 표현했다.
이어 양국 정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정착이라는 공동의 목표 달성 방안에 관해 의견을 나누었고, 긴밀한 대북정책 조율을 통해 최종적이고 완전하며 검증가능한 북한 비핵화(FFVD)를 달성할 것이며,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안을 완전하게 이행할 것을 약속했다.
정상회담 두 번째 의제는 한미동맹과 관련된 것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동맹은 안보, 경제, 지역 및 글로벌 이슈에서 협력하는 포괄적전략동맹으로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음을 강조하면서, 굳건한 한미동맹은 역내 평화와 안정, 번영의 핵심축으로 긴밀한 공조를 지속해 나갈 것임을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미국 국무부 보도자료를 통해 인도·태평양 평화와 안전에 핵심축(linchpin), 깨뜨릴 수 없는 동맹(Ironclad Alliance), 강력한 결속력(unbreakable bond) 등의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미동맹의 견고함에 동의를 표했고, 지역의 안보, 경제, 기술, 건강 및 문화 부문에서 협력을 심화시켜 더욱 강력한 동맹으로 발전시킨다는 의지도 표명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안보적 측면에서 양국 정상은 인도·태평양의 평화와 안전의 핵심축인 한미동맹은 한반도와 지역의 평화를 확보하기 위해 협력을 강화해야 함에 합의했다. 이를 위해 양국 정상은 한미 연합준비태세를 유지하기 위해 양국군의 합동연습(exercise)과 훈련(training) 프로그램의 중요성을 인정했으며, 한국군의 첨단무기 구입 및 발전을 통해 동맹의 방위 및 억제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인식도 공유했다. 또한 한미는 정보공유, 고위급 정책협의와 연합훈련 등 일본과 한미일 3자 안보협력 증진에 합의했다.
한편 경제적 측면에서, 한미 정상은 양국 교역과 투자를 활성화시킨 새로운 한미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만족을 표하고, 양국 경제 관계가 균형적, 호혜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인식을 공유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양국 상품교역이 1,300억 달러, 서비스 교역이 350억 달러였으며, 미국의 대한 무역적자가 20% 감소했고, 한국은 미국의 중요한 무역 파트너이며 주요 투자국임을 확인했다. 아울러 정상회담 직전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대기업(롯데, LG, SK, 한화, 현대자동차 등) 책임자들을 따로 초청하여 미국의 대한국 무역적자 축소와 한국의 대미 투자를 부탁하기도 했다.
정상회담 세 번째 의제는 한미동맹의 포괄적전략동맹화로, 양국 정상은 글로벌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태평양은 양국의 평화 및 번영 유지에 핵심적 지역임에 공감하고, 국민을 위한 통치 및 투명성(good governance and transparency), 법치(rule of law), 주권(sovereignty), 규칙에 기반한 질서(rule-based order), 시장경제원칙(market economic principles) 증진이라는 역내 협력원칙에 따라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정책 간 조화로운 협력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협력 강화 차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개발원조, 에너지와 디지털 네트워크 보안, 해양 법집행 능력 구축, 재난복구 등에 우리 정부의 지원을 요청했다. 특히 양국 정상은 지역 디지털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열려있고 혁신적인 환경을 구축할 것을 약속했다. 한편 양국 정상은 인도·태평양 평화와 번영을 위해 ASEAN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그들에 대한 지원도 약속했다. 특히 두 정상은 메콩강 유역 국가들(미얀마,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의 경제적 독립과 주권을 위한 약속을 재확인했고, 메콩강 지역의 개방되고 혁신적인 지약 디지털경제를 촉진한다는 목표를 공유했다. 양국 정상은 현재 미국이 진행중인‘메콩하류유역계획(Lower Mekong Initiative)’와 한국과 메콩강 지역 협력 등을 통해 메콩강 지역 국가들의 주권과 경제적 독립을 강화하기 위해 이지역의 원활한 물 공급, 여성 인권신장, 그리고 디지털경제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끝으로 한미 정상은 최근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유조선 피격 사건 등으로 중동에서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 우려를 표명했고, 이는 국제 에너지 안보와 중동지역 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인식에 공유했다. 유조선 피격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신중하고 절제된 대응을 높이 평가하면서 중동정세 안정을 위해 지속적이고 긴밀히 협력을 약속했다.
정상회담 성과와 과제
정상회담 성과는, 첫째, 양국정상은 북한 비핵화 협상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한미동맹 약화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한 자리에서 세 번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한국, 한·미 동맹은 지금 더욱 굳건한 동맹을 자랑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언급하고, 이어 “양국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한 후, “다시 한 번 말씀드리면 한·미 동맹은 전례 없이 굳건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동맹의 견고함은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 덕분이라 화답했다.
둘째, 한미동맹이 포괄적전략동맹으로 한 걸음 더 발전하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동맹의 활동 범위를 한반도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확대하여 인도·태평양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미국과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세계 12위 경제강국으로서 한국이 국제적 공헌을 확대하는 의미도 포함되는 합의로, 한국 원유 수입의 90%, 상품 교역의 70%가 이용하는 인도·태평양 안전 확보에 우리가 적극적으로 나서게 되었다.
셋째,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지난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교착상태였던 북미관계를 재개시키는 성과를 거두었다. 미국 국무부는 한국 비무장지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북한 비핵화를 위한 실무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했으며, 북미관계 변화(transforming), 항구적 평화구축,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할 것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3국 정상 회동과 북미 정상회담의 장을 제공했으며, 교착상태였던 북미 협상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와 함께 북미 정상회담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
반면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 정부도 해결해야할 과제를 안게 되었다. 첫째, 미국은 적어도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하는 동안 공정한 무역과 방위비분담 증액을 지속적으로 요구할 것이다. 특히 당장 협상을 시작해야 하는 방위비분담 문제는 우리 정부의 큰 과제이다. 트럼프 정부는 전 세계적으로 방위비분담 정책을 재검토하고 있음을 숨기지 않고 있다. G20회의에서도 일본과 NATO 회원국, 특히 독일에게 방위비분담 증액을 요구했고, 귀국 길 오산 공군기지 연설에서도 주한미군의 대북억제 역할을 강조했다. 결국 미국의 방위비분담액 증액 요구는 집요하게 진행될 것이기에, 협상 담당자들은 협상준비를 더욱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둘째, 정상회담 의제 중 하나였던 한미일 3국 협력 증진과 관련해, 한일관계 증진이 우리 정부의 주요 과제로 부상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일제 강점기 강제 징용에 대한 일본의 배상책임 판결로 한일관계는 더욱 악화되었고, 일본은 G-2 정상회의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거부했고, 한미일 3국 정상회의 대신 미국·일본·인도 3국 정상회의를 추진함으로서 한국을 배제했으며, 급기야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러한 일본의 행위는 한국은 물론 일본의 안보나 경제, 나아가 북한 비핵화 협상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관계개선을 위한 정치적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일본이 위안부와 징용자 강제동원에 대해 사죄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판단된다. 일본은 나름대로 충분히 사죄했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더 이상의 사죄는 일본 정치의 뿌리를 부정하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 세계가 일본의 잘못된 행위를 인지하고 비난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라 판단된다. 우리 정부는 일본이 요구하는 ‘중재위원회’에 당당히 참여하여 시시비비를 가리고,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화해·치유 재단’을 재가동하고, 징용자들을 위한 재단도 설립해 양국 정부가 피해자 지원에 나서는 방향으로 한일관계를 복구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셋째, 한중관계 악화를 최소화해야 한다.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이 중국을 겨냥한 것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한국이 미국의 전략에 동참하기로 약속한 이상 한중관계는 악화될 것이 분명하다. 우리 정부는 남중국해 문제와 메콩강의 댐 건설로 메콩강 유역 국가들은 물론 미국과도 대립하고 있는 중국과의 마찰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하지만 미국은 중국이 2015년부터 추진해온 ‘란창-메콩강 협력회의(LMC)’가 메콩강을 통제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2009년부터 대응 차원에서 메콩하류유역계획(LMI)’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미국과의 협력을 증진하면 중국과의 관계가 불평해지는 것은 자명하다.
게다가 이번 한미 정상회의에서는 논의가 되지 않았던 인도·태평양 전략의 추진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일본·인도·호주 4개국 안보대화(Quadrilateral Security Dialogue, Quad)의 제도화가 이루어지고, 미국이 한국의 참여를 요청할 때를 대비해 야 한다. Quad는 군사적으로 중국을 압박할 수 있는 기재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참여를 결정할 때 중국과의 마찰이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디지털 경제 증진을 위한 인터넷 안전망 구축을 강조한 미국은 중국 기업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비록 이번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적으로 화웨이 제재에 한국이 동참해줄 것을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여지를 남긴 것으로 분석된다. 이를 대비해 미국은 물론 중국과의 협의도 시작해야 한다.
끝으로 북미협상 재개와 관련해 우리 정부의 역할을 재점검해야 한다. 스티브 비건 대북특별대표는 한미정상회담 이전인 6월 19일 ‘북미 양측 모두 협상에 있어 유연한 접근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대북협상의 유연성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물론 그가 언급한 ‘유연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모르지만, 북한은 비핵화 협상에서 미국이 ‘셈법’을 바꾼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이 셈법을 바꿨다기보다 ‘영변 + α’에서 ‘α’의 내용이 다소 완화될 것이라 전망된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북미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α’를 찾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즉 우리 정부는 미국이 ‘유연한 접근’을 언급한 상황에서, 북한으로 하여금 ‘영변 + α’ 수용에 대한 상징적 조치를 내놓도록 설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