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0 판문점 북미 정상 만남과 향후 북미 회담 전망
우정엽(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
woo@sejong.org
판문점 회담의 성과
지난 6월 30일, 한미 정상회담 일정 중에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이의 만남이 급박하게 성사되었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미 간 상황의 진전이 관찰되지 않던 상황에서 6월 중 교환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이의 친서가 갑작스런 만남의 단초가 되었을 것이라고 짐작이 된다. 특히, 오사카에서의 G20회의 중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을 통해 판문점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수 있다고 한 것에 대해 북한 측이 긍정적으로 나섬으로써 4개월만에 두 정상 사이의 만남이 성사되었다. 이날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53분 간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만족스런 회담을 했다며, 2~3주 안에 실무 협상이 재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당국이 1일 공개한 기록영화에서 “경애하는 최고지도자 동지와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반도 비핵화와 조-미 관계 새로운 돌파구를 열기 위한 생산적인 대화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합의하셨습니다.”라고 이야기 하여 북한 역시 미국과 대화를 재개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현재 언론을 통해 7월 중 재개가 유력하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으며 북한과 미국 사이에 고위급과 실무급 회담으로 구성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의 회동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주도하는 가운데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북한과의 실무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에 그러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또, 폼페이오 장관도 별도로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비건 특별대표가 실무 협상을 이끌고, 북한은 외무성이 대화상대로 나설 것이라고 전하면서, 북미 실무 협상이 7월 중순 무렵 열릴 것으로 추측된다면서도, 장소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었다. 미국의 발표대로라면, 고위급 회담은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과 리용호 외무상 사이에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무 협상과 관련하여, 공식적 발표는 없었으나, 한국 언론들은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판문점 회담에서 ‘김명길 전 대사’를 실무협상 대표로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한때 최선희 부상이 스티븐 비건의 카운터파트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으나, 아직 그러한 단계로 나아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는 최선희 제1부상은 차관급인데 비건 대표는 차관보로 직급 차이가 있기 때문인데, 만약 북한이 최선희가 직접 나서는 상황이 된다면 미국은 비건 대표의 직급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7월 중에 북미 간 협상이 재개될 것인지는 아직 단언하기 어려우나,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의 상황이 여전히 협상의 틀 안에 머물게 되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미국 여론의 반응
협상을 재개 하기로 한 상황에서 미국에서 여러 가지 뉴스가 나오고 있다. 그 중에 하나는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결과를 낳게 되는 핵동결로 협상의 방향을 선회하였느냐 하는 것이다. 북미회담 직후 뉴욕타임스가 ‘핵동결론’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내에서 논의돼 왔다고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보도한 것이 논란의 시작이었다. 그 이후에는 미국의 매체 악시오스가 2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한국 일정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오는 기내에서 ‘대량살상무기 동결’을 이야기했다는 보도를 내면서 핵동결론이 확산된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는 이유는 CVID 혹은 FFVD에서 동결 (Freeze)로 가는 것은 협상 전체의 구조를 바꾸는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아직 미국이 협상의 방향을 동결로 바꾸었다고 볼 만한 근거는 없어보인다. 미국이 더욱 유연한 입장으로 바뀌었느냐 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그렇게 판단할 근거는 아직 없어 보인다. 우선 스티븐 비건 대표의 발언에 대한 보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악시오스의 보도는 스티븐 비건 대표가 북한이 미국과 협상을 하는 동안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전체에 대한 “완전한 동결 (complete freeze)”를 원한다고 말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악시오스는 비건 대표가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파들에 비해 유연한 접근을 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해석했다. 비건 대표가 동결에 대한 대가로 제재를 해제할 준비는 되어 있지 않지만, 인도적 지원이라던가 외교적 관계 개선과 같은 것을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비건 대표가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져버린 적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했다. 비건은 미국 정부가 최종 상태에 대한 인식과 동결, 그리고 그 틀 안에서 핵무기 폐기를 위한 로드맵을 논의하기 원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국무부는 이러한 악시오스의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뉴욕타임스가 이야기 한 트럼프 정부 내부의 동결로의 목표 선회에 대한 이야기와 관련해서 비건대표는 그러한 논의가 없었다고 뉴욕타임스에 이야기 했다. 볼턴 보좌관 역시 그러한 논의의 존재를 부인했다.
동결론의 현황
판문점 회담 이후 미국에서 논의되는 사항의 핵심은 크게 두가지로 볼 수 있다. 협상에 대한 접근 방식과 협상의 목표에 대한 것이다. 이 두가지 사안에 대해 우리 내부에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데, 미국에서는 이 두가지 부분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논의하기로 한다. 하나는 미국이 협상의 양태를 바꿀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미국이 유연한 접근으로 방향을 선회하였다는 보도의 기저에는 미국이 지금까지의 접근과는 다른 접근을 하지 않겠는가 하는 분석이 깔려 있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뚜렷한 진전이 없던 상황에서 미국이 판문점에서의 만남을 제안한 것 자체가 무언가 다른 접근법에 기반한 것이 아니었겠는가 하는 추측이다. 하노이 회담 이전 미국은 기본적으로 북한이 가지고 오는 협상안을 받아들이거나 거부하는, 다시 말해 미국이 먼저 어떠한 조건을 먼저 제시하는 협상의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그것은 현재의 협상 구도에서 미국이 협상력이 우위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먼저 북한에게 어떤 구체적인 안을 제시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판문점 회담 이후에 비건 대표나 폼페이오 장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서 미국의 접근 방법이 바뀔 것이라고 판단할 만한 근거는 없어 보인다. 미국 언론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트럼프 내부의 기류 변화를 감지하여 보도하고 있다기 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외교적 접근에 대한 비판적 시각에서 비롯되었다고 보는 것이 오히려 더 정확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협상의 태도를 바꿀 가능성이 있다고 한 보도에는 두 번째 요인, 다시 말해 미국의 협상의 목표가 바뀔 수 있다고 보는 시각과 관련이 있다. 특히 이 협상의 목표와 관련된 부분이 뉴욕타임스에서 보도가 나오면서 많은 논란이 되었다. 사실 뉴욕타임스의 기사를 자세히 살펴보면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기로 한 것이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에서 목표를 바꾸었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사항이 되지는 않는다. 다만, 미국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동결론에 대한 논의가 있다는 보도였다. 물론, 미국 내부에서 우선 북한의 핵능력을 현 수준에서 동결하는 것이라도 우선 협상을 해서 합의에 이르러야 한다는 동결론을 주장하는 전문가 그룹이 상당수 존재한다. 동결론을 주장하는 이유는 다양한데, 그 중 몇가지를 들면 다음과 같다. 우선, 2018년 6월의 북미 회담 이후에도 북한이 핵실험이나 대륙간 탄도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하고 있지 않을 뿐이지, 핵무기 생산에 필요한 핵물질은 계속해서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미국에 대한 위협도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핵물질 생산으로 인해 위협이 증가하는 상황을 현재의 협상 구도에서 전혀 막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북한이 동의하기 어려운 소위 빅딜을 추구하기 보다는 그러한 목표에 비해 북한이 동의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핵물질 생산 동결만이라도 일단 합의 하는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기존에 생산해 놓은 핵무기와 대량 살상무기 체계를 없애겠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없기 때문에 가능성이 없는 빅딜, FFVD에 매달리기 보다 일단 동결이라도 합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동결론에 대해 크게 세가지 문제점을 지적한다. 하나는, 동결론은 기존에 만들어 놓은 핵무기와 핵물질에 대해서는 손을 못대는 것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북한을 실질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게 된다는 위험성이 높게 존재한다. 두 번째, 동결에 대한 합의 과정 이후 기존의 핵무기 등에 대한 다음 단계의 협상이 성공적으로 가능하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결국 단계적 합의는 첫 번째 합의 이후 다음 단계로의 협상이 연결되지 않아 결국 영변 시설 정도의 동결에 머무르게 된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세 번째, 동결을 합의 목표로 전환할 경우, 현재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제재를 상당 부분 허물어야 하기 때문에 결국에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포기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완전한 비핵화를 포기하게 되면 우리와 일본 등 북한이 현재 가지고 있는 핵무기 위협에 노출되어 있는 동맹국들이 미국과의 동맹에 대한 강한 의구심을 갖게 되어 결국 미국 안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 의회에서도 최종적인 상태, 즉 미국이 하노이에서 제시한 최종 상태에 대해 북한과 미국이 동의한 상황에서 중간 단계로서의 동결은 받아 들일 수 있지만, 최종 목적지로서의 동결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에 미국 내부의 정치적인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동결로의 목적 선회는 현재 가능성이 높지 않다.
향후 전망
결론적으로 보면, 일부 언론에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미국이 유연한 접근으로 바꿨다든지, 혹은 더 나아가 동결을 목표로 바꿨다고 하는 것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하노이에서 결렬되었던 상황에서 바뀐 것은 없는 상황이다. 앞으로 관측해야 할 부분은 폼페이오 장관이 말한 것처럼 하노이 회담이 끝난 부분에서 다시 시작하는 상황에서 당시 협상 결렬의 원인이었던 부분에 있어서 변화가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하노이 회담 이후 알려진 내용을 보면 미국측에서 실무 협상을 강하게 추진했음에도 불구하고 비핵화 부분에 대한 협상 권한을 이양받지 못한 북한 실무협상진의 한계로 인해 의미있는 실무 협상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것은 다시 말해 김정은 위원장의 전략적 결단 없이 이루어지는 실무협상에서 큰 진전이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현실을 의미한다. 아직 김정은 위원장이 그러한 전략적 결단을 내렸다고 볼 만한 근거가 없고, 미국이 협상의 방식과 목표를 수정하였다고 볼 만한 근거도 없기 때문에 판문점에서의 회담에도 불구하고 앞으로의 회담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는 것이 미국에서 흐르는 기류라고 볼 수 있다. 판문점 회담이 현재 비핵화와 제재 해제의 교환이라는 구조를 전혀 건드리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