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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포커스] 핵추진잠수함 인력 양성을 위한 한미 협력의 가능성과 과제 - 미 해군 핵추진 교육체계, 호주 AUKUS 사례와 한·미·호 공동 MRO 구상 -

등록일 2026-07-14 조회수 244 저자 정성장

2025년 10월 29일 경주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핵추진 공격잠수함 건조 승인 방침을 밝히고, 같은 해 11월 한미 공동 팩트시트에서 미국의 승인이 공식화된 데 이어, 국방부는 2026년 5월 26일 대한민국 핵추진잠수함 개발 기본계획을 발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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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해군 핵추진 교육체계, 호주 AUKUS 사례와 한·미·호 공동 MRO 구상 -
2026년 7월 14일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 | softpower@sejong.org
1. 서론: 핵추진잠수함 시대의 개막과 인력 양성의 전략적 중요성
2025년 10월 29일 경주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핵추진 공격잠수함 건조 승인 방침을 밝히고, 같은 해 11월 한미 공동 팩트시트에서 미국의 승인이 공식화된 데 이어, 국방부는 2026년 5월 26일 대한민국 핵추진잠수함 개발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사업을 '장보고 N사업'으로 공식 명명하였다.1) 기본계획은 ① 저농축우라늄(LEU)을 사용하는 장주기 원자로 개발, ② 국내 건조, ③ 민간 원자력·조선 기술의 적극 활용, ④ 설계부터 해체까지의 총수명주기 관리, ⑤ 2030년대 중반 1번함 진수라는 다섯 원칙을 제시하였고, 합동참모본부는 이에 앞서 8,000톤급 3척 이상의 소요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2)
그런데 핵추진잠수함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원자로와 선체 기술만이 아니다. 핵추진잠수함은 좁은 밀폐 공간에 '소형 원자력발전소'를 싣고 심해에서 3차원 기동을 하는 무기체계로, 이를 안전하게 운용할 승조원과 정비·방사선 방호 인력, 그리고 이들을 지속적으로 배출할 교육훈련 체계가 없다면 아무리 우수한 함정을 건조해도 전력화는 불가능하다.
한국 해군은 세계 최고 수준의 재래식 잠수함 운용 능력과 원자력발전소 운영 경험을 보유하고 있으나, 심해의 극한 환경에서 원자로를 다루는 것은 지상 발전소 운영과 차원이 다른 문제이며, "당장 내일 핵잠수함을 진수시킬 수 있다 하더라도 이를 안전하게 몰고 갈 승조원과 정비 시스템이 없다면 그것은 바다 밑의 시한폭탄일 뿐"이다.3) 미 해군 원자력 프로그램의 아버지인 하이먼 리코버 제독이 무자비할 정도의 책임감과 끝없는 훈련을 강조한 것도, 예비역 해군 핵추진잠수함사업단장 출신인 문근식 교수가 원자로 확보 방안이나 건조 일정 발표에 앞서 국가 차원의 인력 양성 계획부터 수립하고 범정부 '핵추진잠수함 인력양성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촉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4)
인력 소요의 규모도 만만치 않다. 미 해군 버지니아급 핵추진잠수함 1척에는 통상 130여 명이 승조하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가 원자력 교육 파이프라인을 거쳐야 하는 원자력 직별 인력이다. 필자의 개략적 추산으로, 한국이 8,000톤급 3척 이상을 복수 승조원제로 운용할 경우 초기에는 수백 명 규모가 필요하고, 교관·정비·안전규제 인력까지 포함하면 장기적으로 1,000명 안팎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으며, 승조원 양성에 통상 2~3년 이상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인력 양성은 함정 건조와 병행하는 과제가 아니라 선행되어야 하는 과제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에 답할 필요가 있다. 자체적으로 원자로를 제작하고 함정을 건조할 역량을 갖춘 한국이 왜 승조원 교육에서는 해외 협력에 의존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다. 함정과 원자로를 설계·건조하는 능력과, 밀폐된 심해 환경에서 원자로를 안전하게 운용하는 능력은 전혀 다른 차원의 역량이며, 후자는 실물 가동 원자로에서의 장기간 실습 없이는 획득할 수 없다. 그런데 한국에는 해군 원자로 실습에 활용할 수 있는 가동 원자로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첫 실습 플랫폼은 1번함 자체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1번함을 안전하게 시운전하고 인수하려면 그 이전에 이미 자격을 갖춘 승조원단이 완성되어 있어야 한다는 '닭과 달걀'의 문제가 발생한다. 후술하듯 미국(NPTU의 원형로·계류훈련함)과 프랑스(카다라슈의 CEA 시설)조차 육상 실습 인프라를 별도로 유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으며, 한국이 육상 원형로 건설을 지금 시작하더라도 완공과 인허가, 교관 요원 양성까지는 10년 내외가 소요된다. 결국 원자로 제작과 함정 건조 역량 전반을 해외에 의존하는 호주와 달리 한국의 대외 의존은 '자체 실습 인프라 완비까지의 공백기 인력 양성'이라는 제한된 영역에 국한되지만, 그 공백을 메워 줄 수 있는 나라, 즉 해군 핵추진 인력 양성 체계를 갖추고 이를 외국에 개방한 경험이 있는 나라는 사실상 미국과 프랑스뿐이다.
본고는 이 가운데 미국의 해군 핵추진 교육체계와 호주 AUKUS 사례를 분석하여 한미 인력 양성 협력의 가능성과 한계를 평가하고, 그 추진 방향과 로드맵을 제시하고자 한다.
II. 미국의 해군 핵추진 교육체계
미국의 해군 원자력 인력 양성은 국방부(해군)와 에너지부가 공동 관장하는 해군원자력추진프로그램(NNPP)의 엄격한 통제 하에 이루어진다. 교육의 중심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구스크리크(찰스턴 합동기지)에 위치한 해군원자력교육사령부(NNPTC)로, 226에이커 규모의 캠퍼스에 최대 3,600명의 학생과 480명의 교직원을 수용할 수 있다.5)
부사관·병의 교육 경로는 3단계로 구성된다. 첫째, 원자력 직별 초급학교(Nuclear Field 'A' School)에서 3~6개월간 기계·전기·전자 직별 기초 기술교육을 받는다. 둘째, 원자력학교(Nuclear Power School, NPS)에서 24주(6개월)간 가압경수로형 해군 원자력 추진체계에 대한 종합 이론교육을 이수한다. 교육 내용은 원자로 노심 핵원리, 열전달·유체계통, 플랜트 화학·재료, 기계·전기 계통, 방사선 통제 등을 망라하며, 주당 40~45시간의 강의에 10~25시간의 자습이 더해지는 미군에서 가장 혹독한 교육과정의 하나로 꼽힌다.6) 셋째, 원자력훈련부대(NPTU)에서 26주간 실제 가동 중인 원자로를 이용한 실습훈련을 받는다. NPTU는 찰스턴(퇴역 원잠을 개조한 계류훈련함 3척 운용)과 뉴욕주 볼스턴스파(육상 원형로)에 설치되어 있으며, 이 과정을 수료해야 비로소 함대에서 원자력 당직근무 자격을 얻는다.7)
장교의 경우 대학 수준의 미적분학·물리학 이수가 전제되며, 워싱턴의 해군원자로국 면접과 해군원자력추진프로그램 책임자(8년 임기의 4성 제독)의 최종 승인을 거쳐 선발된 뒤 NPS와 NPTU를 이수하고, 잠수함 장교는 코네티컷주 그로턴에서 잠수함장교기초과정(SOBC)을 추가로 마친다.8) 미 해군 공식 자료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은 273기의 원자로를 운용하고 7,700 원자로-년(여러 원자로의 운전 기간을 모두 합산한 단위) 이상의 안전운용 기록을 축적하였다. 요컨대 미국 체계의 요체는 ① 엄격한 선발, ② 이론과 실물 원자로 실습의 결합, ③ 무관용의 안전규율과 자격 관리이며, 이러한 원칙이 장기간의 안전운용 기록을 뒷받침해 왔다.
III. 미국은 호주 핵추진잠수함 인력을 어떻게 양성하고 있는가
미국이 비핵보유 동맹국의 장교와 부사관을 자국의 해군 원자력 교육 파이프라인에 체계적으로 편입하고 미 핵추진잠수함 승조 근무까지 연계한 사례로는 AUKUS가 사실상 최초이며, 이는 특별한 협정과 입법을 통해 이루어졌다. 3국은 먼저 2021년 11월 서명되고 2022년 2월 발효된 해군원자력추진정보교환협정(ENNPIA)을 통해 해군 원자력추진 정보 공유의 기초를 마련하였다.10) 이어 2022년 6월 미 하원 AUKUS 워킹그룹이 매년 최소 2명의 호주 잠수함 장교가 해군 원자력학교 교육을 받고 미 해군 작전 잠수함에 배치되도록 하는 '호주-미국 잠수함 장교 파이프라인 법안'을 발의하였고, 이 법안은 같은 해 12월 2023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에 반영되어 입법이 완료되었다.11) 나아가 3국은 2024년 8월 서명되고 2025년 1월 발효된 해군원자력추진협력협정(ANNPA)을 통해 핵물질과 장비의 이전까지 포괄하는 법적 기반을 확대하였다. 즉 미국의 핵추진잠수함 인력 양성 협력은 행정부의 정치적 결정만으로는 불가능하며 의회 입법과 국가 간 협정이라는 이중의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는 것이 호주 사례의 첫 번째 교훈이다.
교육의 실제 진행을 보면, 호주 해군(RAN) 장교 3명은 2023년 7월 원자력학교(NPS)를 수료한 뒤 원자력훈련부대(NPTU)의 실습과정에 진입하여 2024년 1월 최초로 이를 수료하였고,9) 이들은 2024년 4월 그로턴의 잠수함장교기초과정까지 마친 뒤 미 버지니아급 잠수함에 분대장으로 배치되어 실제 승조 근무를 하고 있다. 미 해군은 이들의 버지니아급 승조 경력이 장차 호주 핵잠수함의 부장과 초대 함장이 되기 위한 핵심적 경력 발전 단계라고 설명하였으며, 2024년 한 해에만 약 100명의 호주 장교·부사관이 잠수함 및 해군 원자력 교육 파이프라인에 진입하였다. 부사관의 경우 2023년 10월 최초의 7명이 원자력학교에 입교하여 2024년 10월 장교 5명과 함께 수료하였고, 2025년 4월에는 부사관 8명과 장교 5명으로 구성된 최초의 부사관 기수가 NPTU 원형로 실습과정까지 수료하였다. 이와 병행하여 호주 국영기업 소속 민간 기술자들은 하와이 진주만과 노퍽의 해군 조선소에서 방사선 통제 및 핵잠수함 정비 훈련을 받고 있다.12)
인력 양성은 정비 역량 이식과도 결합되어 있다. 미국은 2027년부터 서호주 스털링 기지에 미·영 핵잠수함을 순환 배치하는 서부 잠수함 순환부대(SRF-West)를 운영할 예정인데, 이에 앞서 호주 측은 2024년 8월 스털링 기지에서 잠수함 지원함 에모리 S. 랜드함(USS Emory S. Land)의 지원 하에 버지니아급 하와이함(USS Hawaii)에 대한 최초의 자국 내 정비를 수행하였고, 2025년 10월부터는 지원함 없이 버지니아급 버몬트함(USS Vermont)에 대한 한층 복잡한 정비 작업을 호주 인력이 주도적으로 수행하였다. 버몬트함의 전체 승조원 134명 중에는 호주 해군 장병 13명이 탑승하여 2030년대 자국 버지니아급 인수에 대비한 훈련을 받고 있다. 호주 정부는 스털링 기지 항만 시설에 최대 80억 호주달러를 투자하고 있으며,13) 별도로 잠수함 정비·부품 산업기반 강화에 총 300억 호주달러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14)
호주 사례가 한국에 주는 시사점은 세 가지다. 첫째, 인력 양성이 함정 인도에 약 10년 선행한다는 점이다. 한국이 2030년대 중반 1번함 진수를 목표로 한다면 인력 파견 협상과 선발은 지금 당장 시작되어야 한다. 둘째, 장교·부사관·민간 기술자·정비 인력을 아우르는 전방위적 파이프라인이며 승함 실습과 자국 기지에서의 정비 참여가 결합되어 있다는 점이다. 셋째, 그럼에도 미국 파이프라인의 수용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미 해군 스스로 버지니아급 건조 지연과 승조원 확보난을 겪는 상황에서 호주 인력을 수용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부담이며, 여기에 한국 인력까지 대규모로 받아들일 여력이 있는지는 불투명하다.
IV. 핵연료의 차이가 한미 협력에 미치는 영향과 미·프 교육체계 비교
한미 인력 양성 협력의 가능성을 평가할 때 가장 주목해야 할 구조적 변수는 핵연료의 차이다. 미국과 영국의 해군 원자로는 농축도 93.5%의 무기급 고농축우라늄(HEU)을 사용하는 반면, 프랑스와 중국은 저농축우라늄(LEU)을 사용한다. 미국의 최신 잠수함용 HEU 노심은 장수명 또는 함정수명형 운용을 지향하고 있어, 정기적인 연료 재장전을 전제로 하는 프랑스식 LEU 원자로와 운용·정비 개념에서 차이가 있다. 반면 프랑스는 1990년대 중반 LEU로 전환하였고, 최신 쉬프랑급 잠수함의 K15 계열 원자로는 공개된 전문 분석에 따르면 약 6% 수준으로 추정되는 LEU를 사용하면서 약 10년 주기로 연료를 재장전하며, 이를 위한 전용 군수 해치를 설계에 반영하고 있다.15)
한국은 기본계획에서 LEU 사용과 장주기 운전을 제1원칙으로 천명하였다. 이는 비확산 규범 준수를 위한 불가피하고도 현명한 선택이지만, 인력 양성의 관점에서는 미국 교육체계와의 구조적 미스매치를 낳는다. 첫째, 미국의 교육과정과 원형로·계류훈련함은 모두 HEU 밀봉 노심을 전제로 하므로 재장전 절차, 재장전을 전제로 한 노심 반응도 관리, 사용후핵연료 취급 등 한국의 LEU 장주기 원자로 운용에 필수적인 영역은 미국 교육과정의 관심사가 아니다. 둘째, 미국의 원자로 설계·운용 정보는 원자력법상 가장 민감한 통제 대상으로 호주에 대해서도 특별 입법과 협정을 통해서만 제한적으로 이전되고 있으므로, 미국 교육만으로는 한국형 LEU 원자로의 연료관리·재장전·정비 교리까지 충분히 습득하기 어렵다.16) 셋째, 핵연료 공급 주체와 농축도, 법적 의무 조건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원자로 설계를 특정 공급원에 종속시켜서는 안 되며, 핵연료 조달 경로는 원자로 개발과 병행해 조기에 구체화해야 한다.
참고로 세계에서 해군 핵추진 교육체계를 갖춘 또 하나의 나라인 프랑스는 셰르부르의 군사원자력응용학교(EAMEA)에서 연간 약 1,000명에게 원자력 이론·공학·안전 교육을 실시하고,17) 툴롱·브레스트의 잠수함항해학교(ENSM)에서 시뮬레이터 23기로 함정 운용 훈련을 담당하는 이원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18) 미국과 프랑스의 교육체계를 비교하면 아래 표와 같다.
표가 보여주듯 두 체계는 이론과 실물 원자로 실습의 결합, 전 계층 파이프라인, 산업계·연구기관과의 연계라는 원칙을 공유하되, 핵연료와 법적 개방성에서 갈린다. LEU 장주기 원자로를 선택한 한국의 운용 환경은 구조적으로 프랑스에 가깝고, 따라서 재장전·정비 교리의 습득에서는 한불 협력이 비교우위를 갖는다.19) 그러나 이것이 한미 협력의 가치를 축소시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원자력 안전문화, 방사선 통제, 당직 운용 규율, 승조원 자격 관리, 잠수함 전술 등 연료 종류와 무관한 보편 영역에서 미국의 교육은 세계 최고 수준이며, 미 해군과의 연합 수중작전 통합성, 그리고 후술할 미·영·호 핵잠 정비(MRO) 시장에의 참여를 위해서도 한미 인력 양성 협력은 필수적이다. 요컨대 미국과의 협력은 '안전문화와 운용 규율의 이식', 프랑스와의 협력은 'LEU 원자로 운용·정비 교리의 습득'에 각각 비교우위가 있는 상호보완 관계이다.
V. 한미 핵추진잠수함 인력 양성 협력의 방향과 로드맵
협력의 실행 과제를 논하기에 앞서, 미국이 왜 한국의 핵잠 인력 양성에 협력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할 필요가 있다. 첫째, 정치적 모멘텀이 이미 존재한다. 2025년 10월 트럼프 대통령의 건조 승인과 같은 해 11월 한미 공동 팩트시트의 조선 분야 유지·정비·보수 및 인력 양성 협력 명시는, 인력 양성 협력이 백지 위의 요청이 아니라 정상 간 합의의 이행 과제임을 의미한다. 둘째, 한국이 제공할 반대급부가 명확하다. 미국 조선업 재건을 위한 한미 조선 협력(MASGA)과, 후술할 미·영·호 핵잠 정비(MRO) 병목의 해소는 미국이 자력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과제를 한국의 산업 역량으로 메우는 것이며, 한국 인력에 대한 교육은 바로 그 전제조건에 대한 투자가 된다. 셋째, 한국 핵잠의 전력화는 미 해군의 인도·태평양 수중작전 부담을 분담하고 연합작전 통합성을 높이는 동맹 자산의 확충이다. 요컨대 미국의 교육 파이프라인 개방은 시혜가 아니라 이러한 반대급부와 교환되는 전략적 거래로 설계되어야 하며, 이것이 본장에서 제시하는 로드맵의 기본 관점이다. 프랑스가 한국과의 인력 양성 협력에 응할 유인(인도·태평양 전략, 방산 협력의 확장, 원자력 산업 협력과의 연계 등)에 대해서는 후속 글에서 상세히 다룬다.
이러한 상호 이익의 구조를 토대로, 한미 인력 양성 협력의 실행 과제를 네 가지로 제시한다. 첫째, 법적 기반의 구축이다. 2025년 11월 한미 공동 팩트시트에 조선 분야 실무협의체를 통한 유지·정비·보수 및 인력 양성 협력이 명시된 만큼, 이를 근거로 호주 사례의 잠수함 장교 파이프라인 입법과 ANNPA를 준용한 '한미 핵추진잠수함 인력 양성 특별 협정'의 체결을 추진해야 한다.20) 협정에는 교육 인원 규모, 정보 보호, 비용 분담과 함께 한국 인력의 미 SSN 승함 실습 근거를 포함시켜야 한다.
둘째, 단계적 파견이다. 호주 모델을 준용하여 ① 장교 선발대의 NPS(24주)·NPTU(26주)·​SOBC 이수와 미 버지니아급 승함 근무(장차 한국 핵잠 초대 함장·부장 요원), ② 부사관의 NPS·​NPTU 이수, ③ 조선소·정비 기술자의 진주만·노퍽 조선소 방사선 통제 및 정비 훈련 파견을 병행하되, 연 20~30명 수준의 현실적 규모로 시작하여 파견 인력의 절반 이상을 장차 한국형 해군원자력교육센터의 교관 요원으로 육성하는 승수효과형 설계가 필요하다. 미국 파이프라인의 수용 여력 제약을 감안하면, 한국 인력의 교육 소요는 안전문화·운용 규율·잠수함 전술 등 미국의 비교우위 영역에 집중하고 LEU 원자로 특화 교육은 프랑스 협력으로 분담하는 이원 전략이 합리적이다.21)
셋째, MRO 협력과의 연계이다. 한국 조선소들은 이미 미 해군 수상함 MRO를 수행하고 있으며, 이 협력이 영국·호주로, 나아가 장기적으로 잠수함 분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시되고 있다.22) 원자력 함정 정비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 인력의 확보는 이 확장의 전제조건이므로, 미 조선소 파견 정비 인력의 양성은 단순한 교육 협력이 아니라 한국 조선업의 새로운 시장 개척이자 동맹 기여의 투자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이 경험은 장차 장보고 N 함정의 정기 창정비와 연료관리를 담당할 한국 자체 정비창의 설계와 인력 양성에도 그대로 환류된다.
넷째, 전략적 확장으로서의 미·호·한 공동 MRO 구상이다. 현재 미·영·호 3국의 핵잠 정비 상황은 심각하다. 2024년 기준 미국 공격핵잠수함의 약 34%가 정비 중이거나 정비 대기 중인 작전 불가 상태이고,23) 영국도 아스튜트급 공격핵잠수함을 포함한 잠수함 전력의 정비 지연과 낮은 가용성, 전문인력 부족 문제가 지속적으로 지적되고 있으며,24) 양국 모두 예비부품 부족으로 부품 유용(cannibalization)까지 겪어 왔다.25) 호주는 2030년대 버지니아급을 인수하더라도 장기 창정비를 독자적으로 수행할 만큼 충분한 산업 기반과 원자력 전문인력을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 이 구조적 병목에 대한 해법으로, 미국이 신뢰하고 한국의 접근성도 좋은 호주에 미·호·한 3국이 공동으로 핵잠 MRO 시설을 건설·운용하고, 세계 2위의 선박 건조 능력을 가진 한국이 핵심적 기여를 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미국 내 기존 시설을 확장하는 대안은 까다로운 법제와 고물가, 외국 인력의 출입 제한 때문에 효율이 낮고, 서태평양의 핵잠이 정비를 위해 하와이나 본토를 왕복하는 데 따르는 수개월의 전력 공백을 해소하지도 못한다. 반면 호주는 SRF-West와 스털링·헨더슨 투자로 이미 정비 거점화가 시작된 곳이므로,26) 한국의 참여는 백지 위의 제안이 아니라 진행 중인 흐름에의 결합이다.
다만 원자로 구획 접근은 현재 AUKUS 3국에만 개방되어 있으므로, 초기에는 선체·기계·전기 등 비원자력 구역 정비와 도크·인프라 건설(한국 건조 부유식 드라이독의 조기 공급 포함)을 한국이 맡고 원자력 구역은 3국 인증 인력이 전담하는 구역 분리형으로 진입한 뒤, 한국 인력의 자격 취득에 따라 참여 범위를 확대하는 단계적 설계가 현실적이다. 한편 AUKUS의 허가 사용자 공동체(Authorised User Community, AUC)는 방산 수출통제를 완화하기 위한 장치일 뿐이며, 해군 원자력추진 설비와 관련 시험·정비 장비는 예외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따라서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MRO 참여를 위해서는 AUC 편입보다는 별도의 한미 또는 한·미·호 정부 간 협정과 미국 국내법상의 수권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27) 워싱턴에 대해서는 이 구상이 미국 일감의 해외 이전이 아니라 미국 내 핵잠수함 정비시설이 감당하지 못하는 초과 수요를 흡수하여 정비 적체를 완화하고, 미국 민간 조선업체들이 신조 잠수함 건조에 더 많은 역량을 배분할 수 있게 하는 방안임을, 캔버라에 대해서는 호주 역량의 대체가 아니라 호주가 자력으로 도달할 수 없는 규모와 속도를 가능케 하는 파트너십임을 각각 설득해야 한다.
VI. 맺음말
미국의 해군 핵추진 교육체계는 세계에서 가장 검증된 인력 양성 시스템이며, 호주 AUKUS 사례는 그 문호가 특별한 법적 장치와 동맹적 신뢰 위에서 외국에 개방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한국의 LEU 장주기 원자로 선택은 미국 체계와의 구조적 미스매치를 낳지만, 이는 한미 협력의 무용론이 아니라 역할 분담론으로 귀결되어야 한다. 즉 안전문화·운용 규율·연합작전 통합성은 미국에서, LEU 원자로의 운용·정비 교리는 프랑스에서 배우고, 그 토대 위에 자립적 교육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나아가 한미 인력 양성 협력은 미·영·호 핵잠 정비난(整備難)이라는 동맹 공통의 병목을 한국의 산업 역량으로 메우는 미·호·한 공동 MRO 구상으로 확장될 때 그 전략적 가치가 극대화된다. 공동 MRO 구상은 동시에 미국이 한국에 교육 파이프라인을 개방해야 할 이유, 즉 협력의 반대급부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인력 양성 협력의 실현 가능성 자체를 높이는 장치이기도 하다. 인력 양성 협정 협상과 선발대 파견은 1번함 진수를 기다릴 수 없는,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할 과제이다.

  1. 국방부, 대한민국 핵추진잠수함 개발 기본계획 발표 보도자료, 2026년 5월 26일.
  2. 이종윤, "베일 벗은 '장보고 N' 美 버지니아급 체급 유력 '인·태 수중 작전 판도 바꾼다', "파이낸셜뉴스」, 2026년 5월 27일.
  3. 원태호, "한국형 핵추진잠수함 전력화와 인력양성: 호주 AUKUS 사례를 통한 시사점, 한국해양전략연구소(KIMS) KIMS Periscope 제432호 (2026년 6월 21일).
  4. 문근식, "핵잠수함 성공을 위한 첫 번째 투자는 설계 인력이다," 『시사저널e』, 2026년 7월 8일.
  5. Naval Nuclear Power Training Command(NNPTC) 공식 홈페이지, 미 해군 해상체계사령부(NAVSEA). https://www.navsea.navy.mil/Home/NNPTC/
  6. U.S. Navy, "Training & Advancement: Nuclear Operations," https://www.navy.com/node/1443
  7. Naval Nuclear Power Training Command(NNPTC) 공식 홈페이지, 미 해군 해상체계사령부(NAVSEA). https://www.navsea.navy.mil/Home/NNPTC/; U.S. Navy, "Nuclear Power Training Unit Instructor," https://www.navy.com/careers-benefits/careers/science-engineering/nptu-nuclear-power-training-unit-instructor
  8. U.S. Navy, "Nuclear Power Training Unit Instructor," https://www.navy.com/careers-benefits/careers/science-engineering/nptu-nuclear-power-training-unit-instructor
  9. U.S. Navy, "First Royal Australian Navy Enlisted Students Graduate Nuclear Power Training Unit," April 18, 2025. https://www.navy.mil/Press-Office/News-Stories/display-news/Article/4160817/first-royal-australian-navy-enlisted-students-graduate-nuclear-power-training/
  10. Agreement between the Government of the United Kingdom of Great Britain and Northern Ireland, the Government of Australia, and the Government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for the Exchange of Naval Nuclear Propulsion Information (ENNPIA), 2021년 11월 22일 서명, 2022년 2월 8일 발효. https://www.gov.uk/government/publications/ukaustraliausa-agreement-for-the-exchange-of-naval-nuclear-propulsion-information-ms-no82021; Agreement among the Government of the United Kingdom of Great Britain and Northern Ireland, the Government of Australia, and the Government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for Cooperation Related to Naval Nuclear Propulsion (ANNPA), 2024년 8월 5일 서명, 2025년 1월 발효. https://assets.publishing.service.gov.uk/media/66d1e4198df4724cad1aeb05/MS_8.2024_Agreement_UK_Australia_USA_Cooperation_Naval_Nuclear_Propulsion.pdf
  11. "Courtney, Gallagher and AUKUS Working Group Introduce New Bill to Establish Officer Training Pipeline for Australian Submarines," 미 하원 조 코트니 의원실 보도자료, June 16, 2022. https://courtney.house.gov/media-center/press-releases/courtney-gallagher-and-aukus-working-group-introduce-new-bill-establish. 이 법안은 2022년 12월 「2023회계연도 국방수권법(FY2023 NDAA)」에 반영되어 입법이 완료되었다.
  12. "Enlisted Australian sailors trained to use US nuclear attack subs," Navy Times, April 23, 2025. https://www.navytimes.com/news/your-navy/2025/04/23/enlisted-australian-sailors-trained-to-use-us-nuclear-attack-subs/
  13. "Upgrades at HMAS Stirling Pave the Way for Submarine Rotational Force-West," 호주 잠수함청(ASA), December 2, 2025. https://www.asa.gov.au/news/upgrades-hmas-stirling-pave-way-submarine-rotational-force-west
  14. Australian Submarine Agency, Australia's AUKUS Submarine Industry Strategy: Building a Strong and Resilient Industrial Base for Australian Submarines, Canberra: Department of Defence, 2025. https://www.asa.gov.au/sites/default/files/documents/2025-03/Australias-AUKUS-Submarine-Industry-Strategy.pdf
  15. Alain Tournyol du Clos, "The Feasibility of Ending HEU Fuel Use in the U.S. Navy," Arms Control Today, October 2016. https://www.armscontrol.org/act/2016-10/features/feasibility-ending-heu-fuel-use-us-navy; "Australia should take another look at France's nuclear submarines," Pearls and Irritations, July 2026. https://johnmenadue.com/post/2026/07/australia-should-take-another-look-at-frances-nuclear-submarines/
  16. 정성장, "한국-프랑스 핵추진잠수함 협력 전략과 로드맵: 저농축우라늄 기반 함정통합과 상호 호혜적 파트너십 모델-," 「세종포커스」, 2026년 2월 10일.
  17. Ministère des Armées, "L'École des applications militaires de l'énergie atomique (EAMEA)"(프랑스 군사원자력응용학교 공식 소개). https://www.defense.gouv.fr/marine/mieux-nous-connaitre/ecoles-formations/lecole-applications-militaires-lenergie-atomique-eamea
  18. Ministère des Armées, "[14 juillet 2025] École de navigation sous-marine et des bâtiments à propulsion nucléaire," https://www.defense.gouv.fr/14-juillet-2025-ecole-navigation-marine-batiments-propulsion-nucleaire
  19. 프랑스의 해군 핵추진 교육체계와 EAMEA에 대한 상세 분석, 그리고 한불 인력 양성 협력의 추진 방향과 한국형 해군원자력교육센터 설립 로드맵은 본고의 후속 글에서 상세히 다룬다.
  20. 원태호, "한국형 핵추진잠수함 전력화와 인력양성: 호주 AUKUS 사례를 통한 시사점" 참고.
  21. 프랑스의 해군 핵추진 교육체계와 EAMEA에 대한 상세 분석, 그리고 한불 인력 양성 협력의 추진 방향과 한국형 해군원자력교육센터 설립 로드맵은 본고의 후속 글에서 상세히 다룬다.
  22. 피터 워드, "AUKUS 공급망과 한국 핵잠수함: 협력의 조건과 과제," 『세종포커스』, 2026년 7월 6일 참고.
  23. Ronald O'Rourke, Navy Virginia-Class Submarine Program and AUKUS Submarine (Pillar 1) Project: Background and Issues for Congress, CRS Report RL32418, 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 updated January 26, 2026. https://www.congress.gov/crs-product/RL32418
  24. House of Commons Library, UK Submarine Fleet, CDP-2025-0005, January 10, 2025, pp. 4-5. 이 보고서는 영국 잠수함 전력의 정비·가용성 문제와 인력·기술 부족에 대한 장기적 우려를 지적한다. https://researchbriefings.files.parliament.uk/documents/CDP-2025-0005/CDP-2025-0005.pdf; House of Commons Defence Committee, AUKUS, HC 841, April 28, 2026, para. 95. https://publications.parliament.uk/pa/cm5901/cmselect/cmdfence/841/report.html
  25. 피터 워드, "AUKUS 공급망과 한국 핵잠수함: 협력의 조건과 과제" 참고.
  26. "Australia Getting Set for Submarine Rotational Force-West," 호주 국방부 보도자료, October 29, 2025. https://www.defence.gov.au/news-events/releases/2025-10-29/australia-getting-set-submarine-rotational-force-west; "Upgrades at HMAS Stirling Pave the Way for Submarine Rotational Force-West," 호주 잠수함청(ASA), December 2, 2025. https://www.asa.gov.au/news/upgrades-hmas-stirling-pave-way-submarine-rotational-force-west
  27. UK Department for Business and Trade, "Open General Licence (AUKUS Nations)," April 8, 2026. 이 허가서는 Authorised User Community(AUC)를 규정하면서도 해군 원자력추진 설비, 관련 시험·정비 장비와 시험모형 등을 허가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https://assets.publishing.service.gov.uk/media/69d4f0a7826d774e7b263e70/open-general-licence-aukus-nations.pdf
※ 본 세종포커스에 게재된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세종연구소의 공식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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