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에 대한 중국의 시각
정재흥(세종연구소 연구위원)
jameschung@sejong.org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지난 2월 27~28일 이틀간 개최되었다. 이번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은 대결과 반목의 악순환을 끝내고 새로운 한반도 평화번영의 시대에 부응하려는 역사적 시도로 볼 수 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두 번째 만남에서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고민과 노력, 인내가 필요했다”고 언급하면서 매우 쉽지 않은 과정이었음을 토로하였다.
그런데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과 미국은 합의문 도출에 실패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의 대가로 전면적인 제재 완화를 요구하였으나 미국은 영변 핵시설뿐만 아니라 다른 우라늄 농축시설 해체, 미사일 시설과 핵탄두 무기시스템 해체, 핵 목록 신고까지 포함한 완전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 이후에야 대북제재를 해제 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끝내 협상이 결렬될 수밖에 없었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전면적인 제재 해제가 아닌 영변 핵시설 영구폐기의 대가로 부분 제재완화를 요구하였다며 미국의 주장을 반박하였다. 따라서 향후 트럼프 대통령은 속도조절을 통해 영변 핵시설 이외 다른 우라늄 농축시설, 미사일 시설과 핵탄두 해체등과 같은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요구하면서 대북제재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처럼 미국은 일괄타결식 先 비핵화-後 보상조치의 속전속결형을, 북한은 단계적 접근(progressive)과 동시적(synchronous measures)접근인 쌍궤병행(雙軌並行: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동시병행)을 주장하고 있어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특히 지난 2009년 북한 핵시설 사찰 및 검증문제 등으로 북미 협상이 결렬된 과거 사례가 있어 북한은 북핵문제 해결과정에서 불능화, 동결, 검증, 폐기로 넘어가는 각 단계마다 이에 상응하는 미국의 보상조치(예: 대북제재 완화와 해제, 북미관계 정상화와 평화협정 체결 등)를 요구하고 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단계적-동시적 접근방안을 거부하고 지속적으로 일괄타결식 先 비핵화-後 보상조치의 속전속결형을 요구한다면 북한이 수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이번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로 인해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역시 상당히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사실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의 주요 관영 매체들은 한반도 비핵화는 중국의 안보적 이익에도 완전히 부합되는 것이라며 조속한 북미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촉구하였다. 더욱이 그 어느 때 보다 북한이 경제발전에 대한 의지가 강한 만큼 미국을 포함한 주변국들이 모두 힘을 합쳐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열어나갈 것을 강조하는 등 2차 북미정상회담에 상당한 기대를 갖고 있었다. 특히 중국의 상당수 한반도 전문가들은 김정은 위원장의 강한 비핵화 의지 표명, 영변 핵시설 폐기 가능성 시사 등을 강조하며 미국도 여기에 맞춰 대북제재 일부 해제 등을 통해 북한과의 점진적 신뢰구축 중요성을 연일 강조하였다.
그러나 결국 북․미가 입장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정상회담이 결렬되자 즉시 루캉(陸慷)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을 통해 "이미 수십 년이 된 한반도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는 없으므로 오직 대화와 협상을 계속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 강조하며 북한과 미국이 계속 대화를 유지하고 서로의 관심사를 존중하고 배려하여 조속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구축하는데 힘쓰기를 촉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은 북핵문제 해결에 있어 미국의 일방적인 先 비핵화-後 보상조치,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해결방식을 반대하며 단계적 접근과 동시적 조치인 쌍궤병행(雙軌竝行)을 강조하고 있어 다시금 북․중 간 긴밀한 전략적 소통과 공조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주지하다시피 금년 1월 8일 제4차 북중정상회담에서 중국은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 문제 해결을 지지하며 유관 당사국들이 북한의 합리적 우려와 관심에 반응하여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조속히 해결할 것을 강조하였다. 북한 역시 신년사를 통해 정전협정 당사자들과 긴밀한 연계 밑에 한반도의 기존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협상을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을 밝힘으로써 북중간 긴밀한 협력과 공조가 예상된다.
특히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리길성 북한 외무성 부상이 이끄는 대표단이 북경을 방문하여 왕이(王毅)외교부장과 회담을 갖고 북․중 간에 체결된 중요 합의사항 및 한반도 정세 변화 등에 대한 논의를 가졌다. 이에 따라 김정은 위원장이 귀국 길에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북미정상회담 결렬 경위 등을 설명하며 중국의 적극적인 협력과 지지를 요청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 역시 최근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우군확보가 필요한 상황에서 북한과의 관계를 한층 더 공고화해 미국의 INF 탈퇴와 인도․태평양 전략을 통한 대중 포위구도를 견제해 나갈 가능성이 있다.
향후 중국은 북한과의 긴밀한 소통과 공조를 통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대북제재 완화 문제에서 협력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한반도 비핵화 논의 차원에서 새로운 다자간 협상구도(6자회담)를 제기하며 중국의 역할을 더욱 확대시켜 나간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김정은 위원장도 신년사를 통해 미국이 북한의 합리적 요구를 거부할 경우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도 있다고 밝혀 중국과의 관계를 과거 동맹수준으로 격상시켜 북한이 직면하고 있는 안보와 경제문제를 해결하려할 수도 있다. 특히 북․중 수교 70주년을 전환점으로 삼아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북중관계 발전’을 추구하고 있다. 새로운 북중관계 구축은 시진핑 주석이 제시한 두 개의 백년목표(兩個百年)인 2049년까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과 중국의 꿈(中國夢)’실현을 위한 중장기 대외전략구도와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 따라서 북중수교 70주년을 계기로 가까운 시일에 시진핑 주석이 북한을 공식 방문한다면 이를 계기로 북중관계는 더욱 긴밀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중국은 향후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결렬에 대해 다시금 중국 배후설 등을 제기하며 모든 문제의 원인을 중국 탓으로 돌리고 강도 높은 대북 제재와 압박 등을 시도한다면 미중관계와 북미관계에 악영향이 초래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중국은 북핵문제의 근본원인을 한국전쟁 이후 축적된 북미 간 적대적 대결관계로 인식하고 있어 미국의 先 비핵화-後 보상조치의 일괄타결 해결 방안은 실현 불가능한 방안으로 보고 있다. 결국 중국은 미국이 쌍괘병행을 통한 해결방안을 도모하지 않고 제로섬(zero-sum)방식에 기반한 해결방안을 시도한다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정부는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과도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고 남․북․미, 남․북․중, 남․북․미․중 회담 등을 주도적으로 개최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균형 있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