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차 샹그릴라 대화(Shangri-La Dialogue): 미중갈등과 아시아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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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31일-6월 2일,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는 아시아 최대 다자 국방외교의 장(場)으로 일컬어지는 ‘샹그릴라 대화’(공식명: 아시아안보회의)가 개최됐다. 40개국에서 60여명이 참석했고 다수 국방장관들이 자국 대표단을 이끌었다. 샹그릴라 대화는 영국소재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가 고안한 트랙-1 아시아 안보대화체로서 2002년부터 매년 샹그릴라 호텔에서 개최되어 왔다. 아시아안보 지평을 읽을 수 있는 시금석으로 평가받는다.
목하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그리는 미중경쟁이 최고조로 첨예한 상태에서 개최됐다. 교역과 관세 협상결렬, 남중국해 미중 전함과 전투기 시위 등이 세계의 주목을 받던 터다. 미중 전략적 신뢰결여는 이 두 사안 외에도 5G기술, 인권, 사이버, 간첩, 문명 등으로까지 연결된다. 미국내 중국인식, 중국내 미국인식도 부정적으로 치닫고 있다. 과거 미소 냉전과 달리 적과 친구가 분명치 않고, 아태지역내 금을 그어 냉전기 나토와 바르샤바조약기구 같은 집단동맹체를 만들 수도 없다. 북핵, 기후변화, 테러 등 심각한 국제문제들은 미중 참여없이 해결되기 어렵다. 자연히 올해 제18차 샹그릴라 대화에 앞서 모두들 두 나라 국방장관이 과연 어떤 내용의 연설을 할 것인지 촉각을 세웠다.
미국은 매티스 장관이후 국방장관 대행을 맡은 패트릭 섀너핸이 단장으로 나와 미 국방부가 내놓은 ‘인도-태평양전략보고서’의 내용과 이행의지를 소개했다. 중국은 2011년 이후 8년만에 처음으로 국방부장(웨이펑허)을 단장으로 파견, 자국 국방정책을 평화적으로 비추이도록 노력하는 동시 국제 및 역내 미국의 역할을 비난했다. 이하에서는 올해 샹그릴라 대화에서 드러난 미중 상호불신, 그리고 이에 대한 ASEAN회원국의 근심, 마지막으로 북한 비핵화 관련 한국, 일본, EU 안보수장들의 입장을 간략히 비교해 보고자 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한국은 중국과, 그리고 일본과 EU는 미국과 유사한 접근법을 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섀너핸 미국 국방장관 대행: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비전”과 대중(對中)불신
‘태평양국가’ 미국의 기여와 관련성
제1전체회의를 할애받은 섀너핸 대행은 선임자들과 마찬가지로 미국이 ‘태평양국가’라는 점을 각인시키는데 주력했다. 이는 중국이 늘 역외국들의 개입을 반대해온 데 대한 쐐기로 보인다. 그는 인도-태평양 지역 안전, 번영, 자유, 개방에 대한 미국의 확고한 지원을 약속했다. 지난 70여년, 역내 평화와 번영에 대한 미국의 기여사실도 빠뜨리지 않았다. 안보와 경제의 연계성도 강조했다. 경제부문에서 미국의 역내 교역(2조3000억달러)과 직접투자(1조3000억달러) 규모가 중국, 일본, 한국의 그것들을 합친 것보다 더 큰 점, 안보부문에서 역내 5개 조약기반 동맹국(일본, 한국, 호주, 필리핀, 태국)과 그밖 다수 파트너들이 있음을 강조했다.
‘인도-태평양전략보고서’(2019)
제18차 샹그릴라 대화 개최에 맞추어 공개된 미 국방부의 ‘인도-태평양전략보고서’(2019)도 소개했다. 지리적으로 인도-태평양을 중시한 트럼프 행정부 ‘국가방위전략’(2018)의 역내 실천을 위한 것으로서, 이미 지난 해 10월, 미 의회내 양당차원의 예산지원 입법화가 완료됐다고 했다.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비전”이 국제협력 원칙을 토대로 하는 만큼 효과적 실천을 확신했다: ▲크기 불문 모든 나라의 주권과 독립 존중; ▲분쟁의 평화적 해결; ▲지적소유권 포함 자유롭고 공정하며 상호적인 교역·투자; ▲항해와 상공통과 자유 포함 국제적 규칙과 규범 고수. 섀너핸 장관대행은 국가명을 거론치 않은 채, 원칙과 규범에 역행하는 국가들이 있다며, 지역질서 도전을 방치하면 미래 어떤 결과를 빚을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역내 심대한 다차원 도전요소로서의 중국
역내 안보질서 도전요소들로는 다음을 예시했다; ▲북한핵의 FFVD(최종적이고 충분히 검증된 비핵화) 달성. 북한은 미국영토, 동맹국, 미 전진배치군을 가격할 능력 소지한 특별위협 요소로서 지속적 경계가 필요하다; ▲다양한 초국가적 도전. 테러리즘, WMD확산, 마약, 자연재앙, 전염병 등; ▲보다 장기적으로 역내 국가들의 핵심이익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것은 규칙기반 국제질서를 해치는 국가들의 행위다. 명시치 않았으나 중국을 염두에 둔 것이다. 자유롭고 개방된 비전이 아니라 “힘”과 “빚”으로 역내 미래를 규정코자 한다는 것이다. 인도-태평양 전역에서 이들의 행위는 △분쟁지역 군사화를 목적으로 한 첨단무기체계 배치, 무력사용 위협을 통한 분쟁당사국의 양보획득 목표 등 불안정화; △다른 나라 국내정치 영향력 작전; △약탈경제와 국가채무 등 불평등 구조화; △국가지원하 외국의 군 및 민간 기술 불법 취득을 들었다. 남중국해 분쟁 및 대만문제, 일대일로 부작용, 화웨이 갈등 등을 말한 것으로 보인다.
국방장관 대행은 역내 “말과 행동이 다른 행위자”들에게 이러한 부당 사실을 알리고 건설적으로, 투명하게 긍정적 미래를 위해 일하도록 고무해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미 국방부의 향후 5년 구체적 인도-태평양 군비강화 계획, 그리고 일본, 한국, 필리핀, 호주, 태국, 인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몽골, 대만 등 동맹 및 파트너들과의 공동훈련, 상호운용성 공유능력 증진계획 등도 밝혔다. 어떤 경쟁국도 계속 비대칭적 이점을 누릴 수 없다는 단호성을 보여주었다. 나아가 글로벌 동맹으로서 프랑스, 캐나다, 영국의 인도-태평양 안보를 위한 항해권과 국제법 주장, 그리고 유럽국가들의 유엔대북제재 지지 및 이행에 감사를 피력했다.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 “국제안보협력과 중국의 역할”에서의 대미불신
인류공동체와 중국의 선의
웨이펑허 국방부장은 다음 날 제4 전체회의를 할애받아 중국대표들이 어디서나 그래왔듯 중국의 선한의지를 강조하는 어휘들, 즉, 상호신뢰, 협력, 평화, 공동안보, 인류공동체, 역외국가와 구분지어 지역국가들의 이익 중시 등을 나열하면서 중국의 평화적 부상과 국제안보협력의지를 설득시키려 했다. 사실 이제는 국제무대, 특히 미국 혹은 중국과 분쟁을 겪는 여러 국가들에게 중국은 “말과 행동이 다른 나라”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이번 제18차 샹그릴라 대화에서 섀너핸 미 장관대행, 리셴룽 싱가폴 총리, 베트남 국방장관 등 여러 장관들이 묵시적으로 중국을 겨냥하여 이 어휘를 사용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웨이펑허 국방부장은 전날 미국 장관대행 연설중 특히 대만, 남중국해 관련하여 잘못 말했다는 지적으로 연설을 시작했다.
지구촌 분규·불안정에 대한 미국 책임론과 중국의 다자주의
국방부장은 누군가 의도적으로 분열과 적대감을 조성하면서 지역문제, 국내문제에 개입하고 군사력을 사용한다고 비판했다. 또한 최근 트럼프 정부의 세계화 반대, 보호주의, 다수 국제조약과 기구 탈퇴 등과 대조적으로 중국은 적극 다자주의를 실천한다고 예시했다: ▲윈윈게임으로서의 중국의 일대일로: 4월 25-27일, 150개 국가와 92개 국제기구를 대표하여 6천여명이 북경에서 제2차 일대일로 국제협력포럼에 참석; ▲아시아문명대화대회 개최: 5월 15일 북경에서 또 다른 대규모 회의 (47개국)개최. 문명은 동등하며 포용적임을 강조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정책을 암시하듯 최근 어떤 이들이 문명충돌이라는 낙후관념을 채택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중국군, 방어목적이지만 여차하면 단호하게 적(敵)을 섬멸할 것
중국정부와 군은 지역과 세계번영 및 안정화를 지원한다고 역설했다: ▲‘중국위협론’은 무모하며 고의적이다. 당과 국가헌법상 평화적 발전경로가 명시돼 있고, 실제로 건국이후 지난 70년 단 일인치도 남의 땅을 강탈치 않았다; ▲군은 적극방어 전략하 선제공격을 하지 않는다. 단, 누군가 저지선을 넘으면 군은 단호히 행동하고 모든 적을 섬멸한다, 그렇게 하기위해 합리적이고 적절한 국방비를 지출한다; ▲유엔상임이사국중 가장 많은 수의 평화유지군을 파병하며 8000명의 예비전력을 둔다; ▲다수의 양자 및 다자 안보협력에 참가한다. ASEAN회원국들, 인도, 파키스탄, 기타 남아시아 및 주변국들과의 선린관계, 남미의 정부 및 군과의 우호관계 구축 등이 이에 포함한다. 2019년 10월 중국주도 연례 안보대화로서 30여개국 국방지도자와 학자들이 참석하는 제9차 연례 샹산포럼이 개최된다.
아태지역 중국의 정당한 권리와 이익 포기치 않을 것: 대만, 남중국해, 북핵
웨이펑허 부장은 아태지역내 대만문제, 남중국해, 북핵문제를 예로 들며 누구도 중국의 주권, 안보, 발전이익을 침해하는 것을 허용치 않을 것이라 했다: ▲대만 문제: 중국의 주권과 영토전일성 문제이다. 즉, 재통일 되어야 하고 그렇게 될 것이다. 국가통합 유지는 중국군의 신성한 의무이다. 외국의 개입은 실패할 것이다. 미국의 ‘대만관계법’은 미 국내법이므로 개입정당성을 가질 수 없다; ▲남중국해 갈등: 중국과 ASEAN간 행동강령(COC) 협상에 긍정적 진전이 있다. 오히려 ‘역외행위자’들이 항해의 자유를 명분으로 힘을 과시, 문제를 일으켜 득을 보려한다. 바로 이점이 남중국해 가장 큰 불안정화 요인이다. 또한 중국의 남중국해 군도와 바위의 군사시설화도 중무장 군함과 전투기 위협하 중국이 주권국으로서 자국 영토내 합당한 시설을 구축한 것이다; ▲북핵문제: 최근 중국이 대화를 통한 한반도 비핵화, 평화, 안정을 위해 매우 건설적 역할을 했다. 쌍궤병행(비핵화 & 평화기제)하 북미대화 조기 재개를 기대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국제사회가 종전선언 독려 등 북한의 정당한 우려에 긍정적으로 답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설 말미 국방부장은 중국이 시진핑 주석의 강한 리더십하, 정치안정, 사회결속, 경제성장을 구가하고 있고, 중국인들은 중국몽 구현을 지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신감을 보이려 한 것이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 미중갈등속 “보다 분열되고 고통스런 세계”우려
제18차 샹그릴라 대화에서 다수 ASEAN 중소국 국방수장들은 작금 미중갈등속 아시아 안보질서에 대해 근심을 드러냈다. 5월 31일 개회리셉션 키노트 연설에서 노련한 리셴룽 싱가폴 총리는 우선 “말과 행동이 다른 점”을 들어 완곡히 중국을 나무랐다. 하드파워 이상의 국제적 영향력 제고를 위해서는 절제와 정당성이 중요하다고 일러준다. 주변국과의 갈등차원에서 남중국해는 힘이나 힘의 위협이 아닌 UNCLOS(유엔해양법협약) 포함, 국제법에 따라 평화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일침을 준다. 그래야 중국이 우호적 국제환경의 수혜자가 되고 영향력과 위상이 커진다는 것이다. 이틀 후 웨이펑허 부장의 남중국해 중국영토 주권 운운이 당치 않음을 사전에 밝힌 셈이다. 또한 중국의 일대일로를 지지하지만 그 일부 프로젝트가 개방, 포용성이 결여된 폐쇄적 경제블록화에 이바지해서는 안된다고도 했다. 이 두 지적은 다음날 있었던 섀너핸 미 국방대행의 연설과 궤를 같이 한다. 동시에 총리는 중국이외 다른 나라들에게도 경제, 군사적으로 커진 중국의 새로운 이해와 야망을 이해, 인정하고, IMF, WB, WTO 등 기존 기제내 건설적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은 독자적 대안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미중 제로섬 게임 심화는 세계를 분열과 고통으로 이끌어 모두가 패배자가 될 것이라 경고하면서, 미국이든 중국이든 ASEAN 파트너국가들이 ASEAN의 가치와 중심성을 존중해 주기를 요청했다.
나가며: 미중갈등, 북한핵
2010년대부터 미중경쟁은 국제정치의 큰 획이 되어 왔다. 2018년 트럼프 행정부가 내놓은 ‘국가안보전략’(2017) ‘국가방위전략’(2018)은 중국을 잠재적으로 미국의 국익을 위해할 수 있는 수정주의 국가중 하나로 정의했다. 이번에 나온 미 국방부의 ‘인도-태평양전략보고서’도 그 일환이다.
2019 샹그릴라 대화는 두 개의 전체회의를 각각 미국 국방장관대행과 중국 국방부장에게 할애했지만 양자관계 개선에 대한 확신을 주지 못했다. 즉, 두 국방수장들이 싱가포르 회의를 계기로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공개연설내 이견은 아시아 안보에서 미중갈등의 심각성과 상호불신을 그대로 노출했다. 오히려 얼마간 미중경쟁이 계속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안겨준다. 주최국 싱가포르의 원로정객 리셴룽 총리의 키노트연설은 지역 중소국가들의 걱정을 잘 표현했다. 중국부상에 따른 미중 상호경쟁 심화, 신뢰결여가 자칫 모두를 “보다 분열되고 고통스런 세계”로 안내할 수 있다는 경고다. 어떤 나라보다도 한국에게 미중갈등은 점점 더 다각적으로 매일매일의 정책현안으로 다가올 것이다. 국가안위를 걱정하는 책임있는 전략과 정책노선이 필요한 때이다.
끝으로 북핵문제 관련이다. “한반도 안보: 다음 단계” 제하 제2 전체회의에는 세 명의 안보수장이 나셨는데, 한국, 일본, EU였다. 정경두 국방장관은 2018-2019년간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 두 차례의 북미정상회담, ‘남북군사합의문’(2018) 채택 등을 한국정부의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정책 업적으로 소개했다. 북미 하노이 회담결렬도 실패로 보지 않았다. 지금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의 마지막 기회라며 국제사회의 지원과 낙관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북한의 지난 5월초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남북군사합의 이행을 지속할 것이며 대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정 장관의 연설이 인상적인 것은 다음에서다. 첫째, 대한민국의 국방장관임에도 불구하고 한미동맹,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 한국군의 억제력, 북한핵의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수 없는 비핵화) 혹은 FFVD(최종적이고 충분히 검증된 비핵화), 해상감찰 등 유엔대북제재이행의 중요성 등을 명시적으로 강조치 않은 점이다. 둘째, 북한 비핵화라는 공동목표에도 불구하고 방법론 차원에서 같은 패널내 타케시 일본방위성 장관과 모게리니 EU외교안보고위대표의 연설내용과도 간극을 보였다. 왜냐하면 이들은 북한핵과 미사일의 변하지 않은 능력, 대북 국제제재공조의 강화 필요성, CVID에 토대를 둔 비핵화와 검증의 중요성 등을 다음단계 구상으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셋째, 보다 중요하게는 미중차원에서 볼 때 북한의 위협적 타격능력 소지, FFVD목표, 대북 국제제재이행의 중요성에 관심을 둔 미 섀너핸 국방장관대행의 인식보다는 쌍궤병행, 북한우려 수용, 조기 북미대화 재개 등을 강조한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의 논조에 더 가까워 보였다. 요컨대, 제18차 샹그릴라 대화는 대한민국 국방부의 입장이 널리 이해 혹은 오해 받을 수 있었던 장으로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