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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논평 No. 2018-17] 미국의 통상압력과 한미안보동맹: 미국의 여론

등록일 2018-03-09 조회수 13,863

 

미국의 통상압력과 한미안보동맹: 미국의 여론

 

연구위원 박지광

 

출범초기부터 보호무역주의 깃발을 높이 세운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한국산 세탁기에 대해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safe guard)를 발동하고 한국산 철강 제품에는 25% 덤핑 판정을 내렸다. 이러한 미국의 거센 통상 압박에 문재인 대통령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불합리한 보호무역 조치에 대해서는 WTO 제소와 한미FTA 위반 여부 검토 등 당당하고 결연히 대응해 나가라고 주문하였다. 이러한 문대통령의 발언은 비록 미국이 우리의 안보동맹국이지만 안보와 통상을 연계시키지 않고 통상문제에 있어서는 미국과 다툼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으로 해석된다.

한편 이런 우리 정부의 안보·통상 분리 입장에 우려를 제기하는 사람들도 많다. 현재 한반도 안보가 위중한 상황인 만큼 한미동맹을 위해서라도 우리가 통상 문제에 있어서 양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종훈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외교·안보 이슈에 의해 통상 환경이 좌우될 수 있기 때문에 통상과 안보를 분리해서 봐서는 안된다통상 갈등이 빠른 시일 내 풀려야만 한미동맹 관계도 우호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고 밝혔다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2/21/2018022102974.html).

한미통상갈등과 관련하여 자주 접하는 또 다른 주장은 한국이 미국의 동맹국이기 때문에 미국이 통상문제에 있어서 한국에 특혜를 베풀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산 철강에 25% 덤핑관세를 부과하는 철강 232조 조치에서 한국을 제외시킬 것을 요구하는 전경련의 편지도 한국과 미국은 상호방위조약을 맺은 혈맹관계임을 강조한다. 이러한 주장은 미국이 안보를 위해 통상문제에서 양보할 수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그렇다면 안보와 통상간의 관계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무엇일까? 이를 알아보기 위하여 필자는 지난 12월 미국 여론조사기관을 통하여 미국성인남녀 1000명에게 북한이 미사일과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음을 먼저 상기시키고 한국이 미국과의 FTA 재개정협상을 거부한다면 미국이 한국을 강하게 압박해야 하는지 아니면 동맹임을 감안해 좀 봐주어야 하는지를 물었다(press hard or go easy). 응답자 중 31%는 한국이 미국의 동맹임을 감안해서 좀 봐주어야 한다고 대답하였고, 25%미국 정부가 한국정부를 강하게 압박하여 한다, 그리고 나머지 44%잘 모르겠다고 대답하였다.

 

봐줄 것

강하게 압박

모르겠음

안보우선

20%

32%

48%

복지우선

39%

19%

42%

기타

29%

27%

44%

또한 이들에게 예산 우선 순위에 대한 질문을 던져 안보우선파, 복지우선파, 그리고 기타로 나누었다. 그리고 이들 그룹의 한미FTA에 관련 통상 압박 태도에 대해 살펴보았다.

위의 표가 보여주듯이 안보를 중시하는 사람일수록 오히려 한국을 강하게 압박하는 것을 찬성하였다. 언뜻 이해하기 힘든 이러한 결과를 분석하기 위해서 이들이 2016년 대통령 선거에서 누구에게 투표를 했는지를 살펴보았다. 예상대로 이들은 대부분 트럼프에게 투표를 하였다.

 

트럼프에게 투표

클린턴에게 투표

기타

안보우선

73%

20%

7%

복지우선

19%

76%

5%

그리고 2016년 선거에서 트럼프에게 투표한 사람들은 한국에 대한 통상압력을 더 지지하였다.

 

봐줄 것

강하게 압박

모르겠음

트럼프 투표자

22%

40%

38%

클린턴 투표자

40%

17%

43%

따라서 미국의 안보우선주의자들은 자유민주주의 세계의 수호자들이라기보다는 안보나 통상 등 국제문제에 있어서 미국의 안위와 복지를 최우선시하는 미국우선주의자들에 가깝다는 인상을 준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2016년 선거에서 미국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를 강력히 지지했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여론조사결과들은 안보와 통상은 별개라는 생각이 트럼프 대통령만의 생각이 아님을 잘 보여준다. 그리고 안보를 중시하는 미국인들이 결코 통상문제에 있어서 우리에게 우호적이지 않다는 것도 잘 보여준다. 따라서 우리 정부가 미국과의 통상협상에 있어서 기존의 동맹 논리에 기댄 대미협상전략을 계속해서 쓴다면 좋은 성과를 내기 힘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