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중간선거 결과 분석: 트럼프 보수 장악력 및 재선 가능성 확인
No.2018-45(2018.11.14)
박 지 광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지난 11월 6일(현지 시간) 미국에서는 트럼프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라고 할 수 있는 중간선거가 치러졌다. 필자를 포함한 다수 전문가들의 당초 예상대로 상원은 공화당이 다수당으로 남았고 대신에 하원은 민주당이 차지하면서 캠페인 기간내내 뜨거웠던 열기와는 달리 약간은 맥빠진 선거결과가 되어버렸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최종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트위터를 통해 공화당이 상원에서 의석을 늘렸다면서 “엄청난 승리(tremendous success)”라고 자축하였다. 흥미로운 것은 자기과시 및 홍보의 천재답게 트럼프가 이번 승리를 공화당의 승리가 아니라 자신의 승리인 것처럼 말하면서 공화당 상원선거 승리의 공을 스스로에게 돌린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역대 중간선거에서 대통령 소속당이 하원에서는 평균 30석, 상원에서는 평균 4석 정도를 잃어 왔기 때문에 상원에서 여당 의석을 늘린 이번 선거는 공화당에게는 일종의 승리일 수 있는 선거였다. 하지만 상원의원 선거에서 공화당이 선전한 것을 소위 ‘트럼프 효과’ 덕분으로만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35명의 상원의원을 다시 뽑은 이번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은 단지 9석만 지키면 다수당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번 상원의원 선거는 출발부터 공화당에게 매우 유리한 상황이었다. 따라서 이번 상원의원 선거에서 공화당이 추가 의석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운 좋게도 이번에 상원의원 선거가 열린 주들 가운데 보수적인 주들이 많았기 때문이지 트럼프의 선거유세 지원이 당락을 좌우할 만큼 큰 영향력을 발휘했기 때문인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이번에 민주당 현역의원들이 패배한 인디애나, 미주리, 노스다코타 등은 모두 중서부에 위치한 매우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주들로 트럼프가 아니었어도 민주당이 수성하기 매우 어려운 지역들이다. 사실 이러한 이유로 이번 선거가 치러지기 훨씬 이전부터 공화당이 상원에서 의석을 확장할 수 있다는 예상을 한 전문가들이 적지 않았다.
하원선거 결과까지 종합해보면, 이번에 공화당은 보수적 유권자들이 다수를 점하는 지역에서 승리했고, 그렇지 않은 지역에서는 공화당 후보자들이 패배하였다. 한편, 여론조사 결과들을 보면 중도성향 유권자들은 2016년 대선 및 상·하원 선거 때보다 민주당 후보자를 더 많이 지지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러한 사실은 트럼프의 한계를 분명히 보여준다. 트럼프는 보수적 유권자들에게는 큰 매력이 있는 반면 진보적 그리고 더 나아가 중도 성향의 유권자들에게는 지난 2년 동안 어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번 선거에서 ‘반트럼프 민심’이 확인된 것도 아니었다. 민주당은 하원에서 35석을 더 늘려 하원의 다수당이 되었음에도 승리의 폭이 내심 기대한 것보다 적어 크게 기뻐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번 선거 승리를 위해 진보 언론, 시민단체, 민주당이 합심하여 총력전을 펼쳤고 젊은층과 여성유권자의 투표율이 예년보다 훨씬 높았음에도 하원에서 35석만을 늘리지 못했다는 것은 이 정도의 의석밖에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은 민주당의 입장에서 볼 때 분명 고무적인 현상은 아니다. 진보 성향의 CNN도 “축하파티를 할 정도의 승리는 아니다(victory without a party)”라고 평하면서 민주당 바람이 예상보다 약했다고 분석하였다.
더욱 더 중요하게는 민주당이 승리한 곳들 가운데 33개 선거구에서 민주당 후보자들은 53% 이하의 득표율을 기록하였다 (26개 선거구에서 민주당 후보자의 득표율은 52%이하였고, 7개 선거구에서는 53%의 득표율을 기록하였다). 2016년 하원선거에서 공화당이 11개 선거구에서만 53%이하의 득표율로 승리한 것과 비교할 때, 이번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승리가 그만큼 아슬아슬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현재로선 오는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의 승리가 예상되고 있기 때문에 민주당이 이들 초경합 하원 선거구를 2020년 선거에서도 수성하기란 그리 쉬워 보이지 않는다.
정리하자면, 이번 선거는 “트럼프는 건재하고 민주당은 아직 멀었다”는 허핑턴포스트의 표현이 적절해 보이며 뉴욕타임즈의 분석대로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을 확인한 선거였다고 요약할 수 있다.
선거에 영향을 미친 요인
이번 미국 중간선거 이전에 발생한 각종 사건·사고와 이슈들을 돌이켜보면, 선거에 영향을 미칠 돌발변수로 꼽히던 몇 가지 사건들은 실제로는 선거결과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먼저 보수주의자에 의한 폭발물 소포 배달 사건과 유대교 회당 인질 총격전 등 ‘증오범죄(hate crime)’가 미친 영향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증오범죄나 총기난사 사건들은 미국에서 때때로 일어나는 일로 이번 선거판세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만큼 큰 사회적 충격을 준 사건은 아니었다.
또한 브렛 캐버너(Brett Kavanaugh) 미 연방대법관 지명자의 청문회 과정에서 발생한 성폭행 연루 혐의를 집중 공략한 민주당 의원들이 이번 선거에서 의외로 고배를 마시거나 예상외의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는 캐버너를 이른바 ‘미투(Me Too)’ 운동의 틀에 엮으려고 했던 민주당의 전략이 오히려 역풍을 맞은 결과로 보인다. 사법부의 독립을 존중하는 전통이 있는 미국에서 연방대법관 인사청문회를 지나치게 정쟁의 대상으로 만든 민주당에 대한 일반인들의 평가가 좋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선거 막판에 불거졌던 중미 불법이민자들의 행진인 ‘캐러밴(Caravan)’ 이슈 역시 이를 반이민 표심 결집에 이용하고자 했던 트럼프의 캠페인 전략에도 불구하고, 공화당 득표에 별로 도움이 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멕시코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 불법이민자 문제가 심각한 주들에서 공화당 후보자들이 거둔 득표가 캐러밴 이슈가 터지기 이전의 예상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은 캐러밴 이슈가 이번 중간선거에서 중요한 이슈가 되지 못했다는 방증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