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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논평 No.2019-17] 문재인 정부의 평화번영정책 2년 평가와 향후 과제: 남북․북미 신뢰구축에서 비핵화 실현과 국론통합으로

등록일 2019-05-07 조회수 8,667 저자 정성장

문재인 정부의 평화번영정책 2년 평가와 향후 과제:
남북북미 신뢰구축에서 비핵화 실현과 국론통합으로

 

[세종논평] No. 2019-17 (2019.05.07)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

softpower@sejong.org

 


2017
년까지만 해도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절대로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면서 세 차례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와 수소폭탄 핵실험을 강행했다. 이 같은 안보위기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적극적인 한미공조를 통해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단호하게 대응했다. 그러면서도 한반도에서 절대로 전쟁은 있어서는 안 된다는 확고한 입장을 가지고 군사적 긴장고조가 전쟁으로 연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도 적극적으로 설득했다.

 

남한 및 미국과의 대화를 전면 거부했던 북한은 201711월 제3ICBM 시험발사 후 국제사회의 초고강도 제재에 직면하게 되어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끼게 되었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끈질긴 대북 설득을 통해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합의를 받아냈고 20182월 한국을 방문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을 설득해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추진하도록 이끌었다. 북미정상회담 성사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김정은 위원장과의 직접 담판 의지와 한국정부의 끈질긴 대북 설득 그리고 김 위원장의 결단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 개최 합의를 이끌어낸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의 20184월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남북관계 개선, 남북 군사적 긴장완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및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했다. 그리고 동년 9월 평양 회담에서는 양 정상이 한반도에서의 전쟁 위험 제거와 적대관계 해소를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도 채택했다.

 

20186월 북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북미관계 개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비핵화, 미군유해 송환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후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까지 북한과 미국이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해 비핵화와 상응조치의 로드맵 및 일정표에 합의하는 데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두 차례의 북미정상회담에서 의미 있는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들 회담을 통해 남북한 지도자들 간에 그리고 북한과 미국 지도자들 간에 상당한 정도의 신뢰를 구축한 것이 한반도 정세의 안정을 가져왔고 향후 비핵화 협상에 긍정적인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는 2017년에 한반도 위기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2018년에 남북대화와 북미대화의 문을 열었다. 문재인 정부는 향후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의 실질적인 진전을 가져오기 위해 앞으로도 문 대통령 1인의 확고한 비핵평화 의지에만 계속 의존할 것이 아니라 한반도 비핵평화 T/F’ 구성과 대북정책에 대한 여야정 협의기구인 (가칭) ‘한반도평화번영위원회구성을 통해 우리 사회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고 국론통합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북한과 미국이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해 비핵화와 상응조치에 대한 포괄적인 로드맵 합의에 언제 도달할 수 있을지 비관적인 현재의 상황에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한국정부는 북미 핵 합의안 초안을 주도적으로 작성해 이를 미국과 북한에 제시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 같은 해법을 청와대와 외교부의 제한된 역량만으로 도출해내는 데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문재인 정부는 한국의 외교와 안보, 북한과 미국 전문가들 및 핵과학자와 핵기술자들이 대거 참여하는 한반도 비핵평화 T/F’를 청와대나 외교부 산하에 구성하는 것을 더는 미루어서는 안 될 것이다.

 

최근 북한의 비핵화 협상 라인 교체는 한국정부가 북한을 설득하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2018년 초부터 북한의 비핵화 협상을 총괄해온 군부 출신의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은 김정은 위원장의 지난 424~26일 러시아 방문에 동행하지 못했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에는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배석해 앞으로 비핵화 협상은 김영철 대신 리용호와 최선희가 이끌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북한의 비핵화 협상 책임자가 그동안 비핵화에 소극적이었고 군부의 이익을 대변해온 김영철에서 리용호, 최선희 등 외교부 라인으로 바뀌게 되어 북한의 대미 협상 태도가 상대적으로 유연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런데 리용호와 최선희 모두 강경한 성향의 인물들이다. 그들이 김영철처럼 군부의 이익을 대변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군부의 이익에 반대되는 비핵화 협상 방안을 작성해 김 위원장에게 제시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정부는 비핵화와 상응조치에 대한 포괄적인 공정표를 만들어 미국과 1차적으로 합의를 본 후 특사를 통해 또는 제6차 남북정상회담(또는 제4차 문재인-김정은 회담)을 통해 김 위원장에게 직접 전달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현 임기 내에 북한이 미국과 비핵화상응조치의 로드맵과 일정표에 합의하는 것이 북한의 이익에도 부합한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할 것이다. 미 또는 남미가 비핵화와 상응조치에 대한 구체적인 공정표와 일정표에 합의하고 합의 사항을 신속하게 동시병행단계적으로 이행한다면 2021년 미국에서 정권교체가 이루어지더라도 비핵화와 북미관계 개선을 안정적으로 진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한국정부에게는 트럼프 대통령의 현 임기 내에 북한 비핵화가 상당한 정도로 진전되고 북미수교까지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올해 말까지 미국의 용단(정책전환)을 기다려보겠지만 지난번처럼(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처럼) 좋은 기회를 다시 얻기는 힘들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천명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정부는 한반도 비핵평화 T/F’를 통해 보다 긴 호흡을 가지고 북한 비핵화를 추진하는 방안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작년 427 정상회담에서 정기적인 회담과 직통전화를 통하여 민족의 중대사를 수시로 진지하게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문재인 정부는 이 같은 합의를 바탕으로 남북정상이 판문점에서 조기에 제6차 정상회담을 개최하거나 직통전화를 통해 비핵화와 상응조치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것이다.

 

북한 비핵화를 진전시키기 위해 기존의 톱다운 방식의 보완도 필요하지만 톱다운 방식의 유용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남북정상 간 수시 통화 및 소통 강화가 매우 중요하다. 526 남북정상회담처럼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판문점에서 격식 없이 만나 협의하는 것도 좋지만 전화로도 수시로 비핵화 수준과 방법론에 대해서까지 긴밀하게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 시기의 통일준비위원회와는 다르게 실질적으로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적 합의 형성, 국론 통합과 초당적 대북정책 수립에 기여할 수 있는 여야정 협의기구인 한반도평화번영위원회구성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권교체에 의해 대북정책이 180바뀌는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해 문재인 정부는 초당적 대북정책기구 구성에도 적극적이고 진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