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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논평 No. 2018-6] 미국 군사행동의 새로운 전략: 코피 터뜨리기 전략(bloody nose strike)

등록일 2018-01-31 조회수 11,159

 

미국 군사행동의 새로운 전략: 코피 터뜨리기 타격(bloody nose strike)

연구위원 박지광

 

최근 워싱턴을 방문하여 안보전문가들과의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필자는 모든 인사들이 세칭 코피 터뜨리기 타격에 대해 비중 있게 언급하고 있는 점으로 미루어 현재 워싱턴 안보정책 서클에서는 코피 터뜨리기 공습이 핫 이슈인 것을 알게 되었다.

영국의 데일리 텔레그래프지가 작년 1221일자로 보도하면서 일반인에게도 알려지게 된 이 전략은 한반도에서 전면전을 촉발하지 않고 북한의 주요지역들을 제한적으로 군사 공격하는 것이다(a limited military strike against North Korea sites without igniting an all-out war on the Korean Peninsula). 구체적으로 한국일보는 미 백악관 내에선 지난 4월 전격적으로 시리아 정부군을 토마호크 미사일로 공격한 것과 같은 정면으로 코를 가격하는충격적인 군사옵션을 마련하고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는 무력행사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게 미국의 심각함을 보여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쉽게 얘기해 어린애들 싸움에서 무서운 표정으로 선방을 날리면 상대방이 겁을 먹고 물러서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것을 북한에게 기대하는 전략이다.

아직 완성된 전략이 아니기 때문에 코피 터뜨리기 타격이 또 다른 제한된 군사행동인 외과수술적 타격(surgical strike)과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확실히 알 수 없다. 그렇지만 논리적으로 따져 보면 외과수술적 타격이 북한의 핵시설과 대륙간 탄도 미사일 시설을 전부 또는 상당수를 파괴하는 것을 기본 목표로 한다면 코피 터뜨리기 타격은 상징적으로 북한 내 한두 군데 시설을 폭격하는 것이 목표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한 미국 관리는 코피 터뜨리기 타격을 작은 규모의 외과수술적 타격(minor surgical strike)이라고도 불렀다.

그리고 무엇보다 코피 터뜨리기 타격의 목표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제거가 아니고 북한에게 미국의 군사행동 의지를 전달하여 북한이 자발적으로 핵과 탄도미사일을 포기하거나 최소한 협상테이블에 나오게 하는데 있다.

이러한 전략의 타당성에 대해서는 안보전문가들의 비판이 많다. 특히 핵과 탄도미사일을 가지고 있는 북한은 시리아와는 달리 군사적 보복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시리아는 미국에게 보복할 수 있는 마땅한 군사수단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이미 격심한 내전에다 러시아, 미국, 터키, EU 공군의 공습이 일상화된 환경이었기 때문에 미국의 토마호크 공격이 정치적 파장을 추가적으로 크게 불러일으키지도 않았다. 하지만 북한의 경우 중국과 러시아의 강력한 반발은 차치하더라도, 미국의 공격은 곧 소문을 통해 북한 사회에 널리 알려지게 될 것이다. 반미를 내세우며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한 북한당국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면 이는 정권의 취약성을 북한 주민에게 인정하는 격이 된다. 따라서 북한이 군사적 보복을 취할 가능성은 높으며, 이런 점에서 북한의 보복이 없는 매우 제한된 공습이라는 코피 터뜨리기 타격의 목표가 이루어질지 매우 의심스럽다.

혹자는 북한이 확전의 두려움 때문에 군사적 보복을 못할 것이라고 주장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북한은 미군을 직접 공격하지 않고 한국을 대상으로 은밀한보복을 할 다양한 방법을 가지고 있다. 잠수함을 이용해 한국해군의 전투함이나 잠수함을 공격할 수도, 국가기관시설에 대한 대규모 사이버 테러를 감행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미국이 이를 빌미로 북한에 재보복을 할 명분은 매우 약해진다.

그리고 북한이 보복을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핵 포기를 위한 협상 테이블에 나올 것인가는 의문이다. 이미 국내외 언론 보도를 통해 코피 터뜨리기 타격 전략이 세상에 알려진 형국에 북한당국이 이를 모를 리 만무하다. 매우 제한된 공격을 받게 된다면 북한은 이것이 코피 터뜨리기 타격이라는 것을 간파할 것이며 미국의 전략에 굴복하기 보다는 매우 제한된 그리고 은밀한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만약 코피전략 일환의 공습 때문에 북한이 협상에 응한다면, 미국은 이 전략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하여 제2, 3의 코피 터뜨리기 타격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러한 논리적인 허점들 때문에 국제안보분야 권위자인 버클리대의 로버트 파월 교수를 비롯한 안보전문가들과 에이브러햄 덴마크 등 전직 고위관리들의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남가주 대학의 한국안보전문가인 데이비드 강 교수는 정말 멍청한 전략이라고 폄하할 정도이다.

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백악관이 이 전략을 포기하지 않는 배경은 북한의 신념체계변화 필요성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한 고위 미정부 관리는 미국은 북한이 미국의 군사행동 가능성을 전혀 믿지 않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이 신념을 무너뜨리지 않는 한 북한이 핵포기 협상에 진지하게 임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귀뜸해 주었다. 실제로 지난 65년간 북한과 미국 간에는 여러 차례 군사충돌위기가 있었지만 미국이 한 번도 군사력을 사용한 적은 없었다. 1994년에 영변 핵 시설에 대해 외과수술식 정밀타격을 계획했지만 한미 가 입을 막대한 피해에 대한 염려때문에 실행하지 않은 이야기는 클린턴 전 대통령의 회고록 등을 통해 잘 알려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은 이번에도 미국이 군사행동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미국의 대북 군사행동 가능성을 낮게 보는 국내 전문가들도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기를 원했다면 1994년에 했지 왜 지금 하겠느냐는 논지를 펼치고 있다. 그래서 미국은 코피 터뜨리기 공습을 통해 북한으로 하여금 미국이 본격적인 군사행동을 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공포를 느끼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대규모 선제타격은 미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코피 터뜨리기 타격은 관례상 대통령의 독자적인 판단에 의해 진행될 수 있는 소규모 군사행동에 속한다(세종정책브리핑 2017-29 “미국 군사행동결정: 제도적 제약과 역사적 사례참조). 대대적인 대북군사행동을 현재 미의회가 승인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나, 코피 터뜨리기 타격 정도는 트럼프 대통령의 자유재량으로 실행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는 군사작전이기 때문에 백악관에게는 매우 매력적으로 보일 것이다.

백악관이 코피 터뜨리기 전략을 중시하고 있음을 가늠할 수 있는 보도가 최근에 나왔다.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며 백악관은 빅터 차 주한미국대사 내정자의 지명을 철회했는데, 코피 터뜨리기 전략 등을 둘러싼 이견차이가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물론 인사검증 등 다른 문제도 작용했을 수 있겠지만 빅터 차가 130일 워싱턴 포스트지 기고를 통해 간접적으로 북한 공격에 대한 이견이 자신의 지명철회의 주요원인임을 암시한 점을 볼 때, 빅터 차가 코피 터뜨리기 전략에 대한 우려를 미 국가안보회의(NSC) 관리들에게 표명한 것이 지명 철회의 주이유로 보인다. 부시 행정부에서 일한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인 빅터 차의 지명 해임 해프닝은 백악관이 코피 터뜨리기 전략에 매우 집착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따라서 이 전략의 논리적 허점에도 불구하고 그 실행가능성이 적어 보이지는 않는다. 우리 정부가 코피 터뜨리기 전략에 관심을 갖고 본격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어 보이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