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통의 편지가 우리에게 주는 두통: 북미회담 취소의 의미
미국과 북한이 약 10시간의 간격으로 주고받은 2통의 편지가 우리에게 커다란 두통이 되고 있다. 국제사회는 물론, 이번 북미 회담에 누구보다 큰 기대를 가졌던 우리 정부에게는 커다란 충격이다. 특히,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하여 1박 4일의 일정으로 이루어진 한미 정상회담에서 돌아오자 마자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회담의 취소를 전격적으로 결정한 것은 앞으로 한미 외교에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겠지만, 이제부터라도 다시 냉정하게 상황을 평가해서 향후의 외교 과정을 대비해야 한다.
우선, 이번 한미 정상회담 관련하여 아쉬웠던 점을 짚어 볼 수 있다. 크게 두가지 점에서 이번 한미 회담의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 첫째, 이번 회담의 성격 자체를 잘못 규정하고 들어간 측면이 있다. 한미 회담이 있기전 남관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북미 정상회담을 3주 앞둔 시점에 이뤄지는 만큼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을 북미 정상회담 성공으로 이어가는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히면서 “한미 정상이 그간 빈번한 전화통화를 통해 긴밀한 소통을 이어왔는데, 이번에 직접 두 정상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 정착을 이뤄내기 위한 구체적인 이행방안을 심도있게 협의할 예정이다. 한미 정상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이행하는 대로 밝은 미래를 보장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협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미국에서는 북한의 비핵화 ‘방안’이나 이후의 한반도 ‘평화 정착’에 대한 ‘이행 방안’에 대한 논의 보다 북한이 진실로 비핵화에 대한 ‘진정한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 더 관심이 많은 상황이었다. 왜냐하며 미국은 북한이 아직 비핵화에 대해 직접적으로 의지를 밝혔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 우리의 인식과는 상당히 큰 격차를 보이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핵화에 대한 방법론을 논의하는 것은 미국이 평가하는 현재의 상황과는 매우 거리가 있는 접근이었다. 따라서, 국내적으로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고 하더라도, 사전에 지나치게 기대를 높였던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접근이었다. 둘째, 마찬가지로, 회담 이후 우리가 한 이야기와 미국과 함께 논의한 부분에 대해 구분하지 않고 미국 역시 같은 뜻으로 협의한 것처럼 발표함으로써 불과 이틀만에 발표된 트럼프 대통령의 취소 통지가 우리에게는 더 큰 충격이 되었다는 점이다. 우리 정부는 미국과 ‘북한이 가질 수 있는 체제불안감의 해소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하였다’고 했고, 또 ‘남북이 합의했던 종전 선언을 북미 정상회담 이후 남북미 3국이 함께 선언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특히, 외신에 따르면 싱가포르에서 북미 회담이 열린 직후 문대통령이 싱가포르를 방문하여 3자 종전 선언을 하는 방안을 제안하였고, 이에 대해 미국의 반응은 긍정적이지 않았다고 한다. 미국과 논의 했다기 보다 우리의 의견을 미국에 전달한 것이 더 적합한 표현이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상황이 우리의 설명대로였던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체제 보장 문제와 관련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I will guarantee his safety. Yes, we will guarantee his safety....He will be safe.“라고 언급함으로써 체제의 보장과는 다른 의미로 말했는데, 우리 언론에서는 이를 트럼프가 체제 보장을 언급했다고 확대해석을 하였다. 앞으로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편지에서 우리가 주의해야 할 부분은 두 번째 문장이다. 이것이 우리에게는 큰 두통거리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We were informed that the meeting was requested by North Korea, but that to us is totally irrelevant.“라고 말하였다. 해석하자면, 한국 정부를 통해 북한이 대화 요청을 하였다고 들었는데, 그게 사실인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그러면서, ”If you change your mind having to do with this most important summit, please do not hesitate to call me or write.“라고 말하였다. 한국 정부를 통해 대화 의사를 밝힐 필요 없이 대화 의사가 있다면 미국에게 직접 이야기 하라는 의미이다. 최선희 외무부 부상이 ”지들이 먼저 대화를 청탁하고도 마치 우리가 마주앉자고 청한 듯이 여론을 오도하고 있는...“이라고 북한이 대화 의사를 먼저 밝히지 않았다는 의미로 말하면서 마치 우리 정부가 북미 회담을 위해 미국과 북한에게 다른 이야기를 한 것과 같은 상황을 만들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그러한 의구심을 떨치지 못한 채 앞으로 북한에게 직접 미국과 접촉하라고 촉구한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 정부가 그동안 이야기 한 것처럼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하는 데에 커다란 장애가 생긴 것이다.
북한의 김계관 제1부상이 ’위임에 따라‘ 발표한 담화문 내용을 보면 앞으로 북미 회담이 재개 되는 데에 어떠한 난제가 있는지 볼 수 있다. 김계관은 담화문 말미에 ”만나서 첫술에 배가 부를리는 없겠지만 한가지 씩이라도 단계별로 해결해나간다면 지금보다 관계가 좋아지면 좋아졌지 더 나빠지기야 하겠는가 하는것쯤은 미국도 깊이 숙고해보아야 할 것이다“라고 이야기 하였다. 이는 북한이 비핵화 대화 의사를 우리 정부를 통해 밝힌 이후 처음으로 북한이 직접 ’단계별‘이라는 단어를 말한 경우로 보인다. 아직 북한은 어떻게 비핵화를 할 것인지에 대한 비핵화 방법론에 대해서는 이야기 한 적이 없다. 이번 김계관 부상의 언급이 비핵화를 ’단계적으로‘ 하겠다는 것인지는 불명확하다. 다만, 현재의 상황이 북미간 비핵화와 관련한 것이었다고 볼 때 북한이 생각하는 비핵화 대화에 대한 접근법을 처음으로 말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첫 술에 배가 부를리는 없겠지만‘은 북미 회담에서 일괄적, 포괄적 비핵화 합의에 대해서 부정적 견해를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가지 씩이라도 단계별로 해결해나간다면‘이라는 의미는 완전한 비핵화라는 종국 상태에 대한 합의 보다 북한이 내놓을 수 있는 부분에 대한 합의부터 하고 그에 대한 보상을 바라는 여러차례의 단계적 합의를 상정하는 장기적 논의를 선호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미국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북한의 비핵화 해법으로 생각하지 않는 방법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은 ’포괄적 합의, 단계적 이행‘이지 합의의 내용과 수준을 여러 단계로 나누는 ’단계적 합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한 단계의 합의가 그 다음 단계의 합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고, 과거 그러한 합의가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단계적 합의는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는 데 확신을 주기 어려운 방법이다.
앞으로 미국과 북한의 정상회담이 개최되려면 이러한 비핵화에 대한 양국의 견해 차이가 조정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의 기대 수준을 높임으로써 미국이 이러한 합의의 조건을 낮출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따라서, 향후 이러한 견해 차이가 얼마나 빠르게 조정되느냐에 따라 북미 회담이 열릴지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