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러슨 장관 해임과 북미 대화
연구위원 박지광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갑작스럽게 해임되었다. 조셉 윤 대사의 사퇴와 더불어 우리에게는 좋지 않은 소식이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 소식을 트럼프 대통령답게 트위터를 통해 세상에 알렸다.
앞으로 있을 북미대화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한국 정부에게 대화파인 틸러슨 장관의 해임이 결코 반가운 뉴스는 아닐 것이다. 후임이 트럼프와 코드가 일치하는 강경파 폼페오 CIA국장이라는 사실 역시 한국 정부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더구나 틸러슨 장관의 해임이 갑작스럽게 이루어졌고 그 사유가 아무래도 앞으로 있을 북미대화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는 점에서 틸러슨 장관의 해임이 북핵문제 그리고 한반도 정세에 의미하는 바에 대한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
앞으로 북미대화가 진행된다면 미국 측에서는 국무장관이 이를 진두지휘하여야 하는데 틸러슨 장관과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대화의 목적이나 진행과정에 대한 상당한 이견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북미대화 제의를 본인이 추진해온 최대압박정책의 성과로 보고 있다. 따라서 북미대화를 단순히 북한을 더욱 압박하는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북핵포기 검증이 있기 전까지는 제재 해제를 비롯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을 것이다. 이에 비해 틸러슨 장관은 북한의 행태에 따라 좀 더 유연한 대응을 지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국무장관을 틸러슨에서 폼페오로 교체했다는 사실은 미국이 앞으로 있을 북미대화에서 유화적으로 나오기보다는 고압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만약 북미대화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이 이렇다면 북미대화를 통해 한반도 긴장을 완화시키고 북미간 타협을 유도하려는 문재인 정부의 계획은 어려움에 부딪칠 것으로 보이며 북미대화가 실패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외교적 노력이 실패할 시에는 군사적 옵션 사용을 공언해 왔다. 다행히 현재 미국의 여론은 대북 군사력 사용을 지지하지 않고 있다. 지난 12월 세종연구소가 미국에서 실시한 여론 조사는 미국의 대북 군사 행동을 지지하는 미국민의 비율이 10%밖에 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주의해야할 점은 모든 외교적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을 시에는 대북 군사 행동을 지지하는 비율이 반대하는 비율의 거의 두배 정도 된다는 것이다. 세종연구소 여론조사만이 아니라 미국언론사들이 실시한 다양한 여론조사에서 미국민들은 지금 당장 북한을 공격하는 것에는 압도적으로 반대하지만 종국에는 북한과 전쟁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특히 모든 외교적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을 시에는 대북 군사 행동을 강하게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필자는 우리 정부가 북핵문제에 있어서 이제까지의 성공에 너무 자만하지 말고 성공적인 북미대화를 중재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믿는다.
어쩌면 우리정부의 북미대화 청사진과는 달리 트럼프 행정부는 북미대화를 군사행동 전의 마지막 외교적 시도로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김정은 위원장과의 대화가 실패로 끝났을 시 트럼프 대통령이 “봐라. 나는 김정은과 직접 만나 대화까지 하면서 비핵화를 위해 노력했는데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북미대화를 대북공격 정당화에 이용할 수도 있다. 트럼프의 뛰어난 대중 소통 능력을 감안할 때 그가 북미대화 실패를 미국여론을 대북공격 지지로 바꾸는데 효과적으로 사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대화 승낙이후 북핵문제에 대해 우리의 전망이 너무 장미빛이 아닌가 하는 필자의 걱정이 기우이기를 바라지만 틸러슨 장관 경질이 의미하는 바를 파악하고 대비책을 준비하는 것이 절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