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통상 갈등이 북핵 안보 이슈에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이 태 환 (세종연구소)
미중 통상 갈등이 무역 전쟁으로 확대 되는 양상을 보이며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비핵화와 북미정상회담과 같은 안보문제에 미칠 영향은 없는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미중 무역 불균형에 따른 통상 갈등이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전격적인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에 중국이 거세게 맞받아치면서 전쟁으로 확대되는 양상이 벌어진 것이다. 미국은 4월 3일 중국산 수입품 가운데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할 약 500억 달러(약 54조 원) 상당의 1천300개 대상 품목을 발표했다. 고성능 의료기기, 바이오 신약 기술 및 제약 원료 물질, 산업 로봇, 통신 장비, 첨단 화학제품, 항공우주, 해양 엔지니어링, 전기차, 발광 다이오드, 반도체 등 중국의 10대 핵심산업 육성 프로젝트인 ‘중국제조 2025’에 들어있는 분야를 주로 겨냥한 것이다. 이에 대해 중국 상무부는 강력히 규탄하고 결연히 반대한다는 성명과 함께 즉각 동등한 강도와 규모로 대등한 보복조치에 나설 것이며 WTO 분쟁해결 절차에 따라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이어서 500억 달러 규모의 106개 대미 수입 품목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임을 발표했다. 한국 무역협회 보고서는 현 상태에서 미중 갈등이 봉합될 경우, 중국이 반도체 수입 확대 수용으로 타협하는 경우, 무역전쟁으로 확대되는 경우 등 3가지 시나리오에 따라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적게는 1억 9천만 달러, 많게는 367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이러한 갈등의 양상이 언제까지 지속되고 확대될 것인지 혹은 어느정도 지나면 수그러 들 것인지와 이러한 미중 통상갈등이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에도 영향을 미칠 것인가이다.
우선 미중 통상 갈등이 경제 패권 경쟁의 성격을 띄고 있어 장기화 될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 ‘중국 제조 2025’를 통한 중국의 제조업 경쟁력 강화와 이를 토대로 한 국제경제 질서 재편에서 중국과의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견해이다. 어느 정도 일리는 있지만 아직 그러한 단계로 진입할 상황은 아니다. 중국은 장기적으로 경제 구조 조정 계획을 세우고 새로운 출발을 하는 상황에서 무역 전쟁으로 치닫는 보호 무역보다 자유무역을 선호하는 입장이다. 미국도 중국을 견제하기는 하지만 실리를 추구하는 입장에서 끝없는 경쟁보다는 무역 불균형의 완화를 원한다. 트럼프 대통령도 중국과 무역전쟁을 하고 있지 않다고 트위터에서 밝혔다. 동시에 무역적자와 지식재산권 문제를 거론한 것은 전면적인 전쟁보다 무역 불균형 시정을 요구하며 중국의 양보를 이끌어내려는 포석이다.
그러면 왜 미중 통상 갈등이 이 시점에 갑자기 고조 되고 있는가. 미중 통상 갈등의 원인으로 무역 불균형의 구조적인 요인과 정치적 요인을 들 수 있는데 구조적인 요인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정치적 요인이 시기와 더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은 2016년 기준으로 3천4백억 달러가 넘는 대미 무역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동년 기준으로 미국의 대일 무역 적자가 688억 달러 대한 무역 적자가 276억 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임을 알 수 있다.
2017년 7월 미중의 포괄적 경제대화가 결렬될 정도로 통상 갈등문제가 심각했음에도 그 당시 갈등이 고조되지 않았던 것은 19차 당 대회를 앞둔 중국의 국내 정치 상황과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8년 3월 양회에서 국가 주석 3연임 제한 조항 철폐를 포함하는 헌법개정을 통해 장기 집권의 길을 열고 정치적 안정을 확보한 시진핑 정부의 입지가 달라진 것이다. 미국이 2017년 4월 시진핑 방미시 12017년 첫 번째 정상회담에서 100일 계획이라는 합의를 비롯해 대중 무역공세를 유보해 줌으로써 중국으로부터 많은 양보를 얻어내었다. 100일 계획에 합의한 것은 19차 당대회를 개최해야 하는 중국의 국내사정을 고려하여 시진핑에게 기회를 준 것이다. 이에 대응하여 시진핑은 11월 트럼프 방중시 미중 양국은 2천 535억 달러 규모의 협약을 체결하는등 트럼프의 입장과 체면을 살려주는 노력을 했다. 미국은 중국을 압박하여 대북 제재를 더욱 강화했고 중국은 이에 협조했다. 2018년 11월 중간 선거가 있는 미국의 트럼프 입장에서 이번에 중국이 양보할 것을 기대하고 전면적인 불균형 시정 요구를 시작한 것이다.
시진핑 2기 정부는 2018년 양회를 마치고 좀 더 안정적인 입장에서 이러한 사태를 긴 호흡으로 대해 나갈 가능성이 있다. 당장은 기싸움에서 밀려서는 안되므로 대미 강경 조치들을 취하겠지만 장기적으로 트럼프 정부의 체면을 살리는 정도에서 협상을 할 가능성이 크다. 미중 갈등이 지속 고조될 경우 모두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므로 장기적으로 확대하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타협 가능성의 조짐을 보면 지난 3월 리커창 총리가 지적 재산권 보호 차원에서 중국내 외국기업의 기술이전 의무를 없애기로 한 것과 외국인 투자에 대한 제한을 철폐하여 시장 접근을 용이하게 할 것을 약속하는 등 유화적 제스처를 보였다. 또한 중국 중앙은행은 27조 달러에 달하는 카드결제 시장을 외국기업에 개방하겠다고 했다. 이는 비자나 마스터 카드가 요구해 온 것을 수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약속들이 이루어지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리므로 아직 가시적인 효과는 기대할 수 없지만 중국이 타협할 수 있는 여지를 보여 주는 것이다.
통상 갈등이 지속될 경우 미국도 경제적으로 타격을 입기는 마찬가지다. 중국이 대두에 관세를 부과할 경우 트럼프 지지층이 많은 중서부 농업지대가 우선 타격을 입는다. 중국내 영업을 하고 있는 애플, 인텔을 포함하여 주요 20개 미국기업의 매출액 총액은 연간 1,584억 달러에 달한다. 무역 전쟁이 장기화되면 이러한 기업들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경우에 따라 2010년 중국시장을 떠난 구글의 전철을 밟을 우려도 있다. 때문에 미국도 어느 시점에 가서는 타협하고자 할 것이다.
따라서 미중 무역 전쟁이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안보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향후 몇가지를 주시하여 지켜볼 필요가 있다.
첫째,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압박해 대북 압박을 하는 전략의 일환으로 2017년에 미중 무역 갈등을 자제했고 시진핑 주석은 미국에 협조해서 대북 압박을 강화했다. 이제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은 북한과 전격적인 정상회담을 하여 중국 역할 축소나 배제 우려를 불식시키고 중국의 입지를 넓혔다. 북한에도 숨통이 트였다. 북중 정상회담 이후 중국의 북한 노동자들의 중국내 취업 재개등 대북 제재가 느슨해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중국은 과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도 대북제재를 두고 미국과 여러 차례 맞선 적이 있어 향후 북한의 비핵화를 두고도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대북제재와 압박 공조를 유지해야 하는 미국의 입장에서 중국이 이탈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무역 카드를 연계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안보이슈에서도 갈등 고조를 확대하기 어렵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둘째, 미 트럼프 정부는 중간 선거를 겨냥해 대선 선거 공약의 준수라는 차원에서 대중 무역 전쟁을 벌이는 것만은 아니다. 이미 금년 초 발표된 안보 전략 보고서에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하고 있음에 비추어 길들이기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미국의 전략적 고려가 어떻게 전개 될 것인지 그리고 이에 대응하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4월 8∼11일 열리는 보아오(博鰲) 포럼에서 어떠한 전략 구상을 내놓을지 지켜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