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과 2026년은 한중관계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양국 관계는 과거 사드(THAAD) 배치를 둘러싼 갈등의 그늘에서 벗어나 새로운 협력의 장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2025년 11월 1일 경주에서 개최된 한중정상회담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11년 만의 방한이라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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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한중정상회담과 이재명 정부의 전략적 선택 — 상호 존중과 전략적 자율성으로 한중 관계를 다시 설계할 때 — |
| 2025년 12월 2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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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장세종연구소 부소장 | softpower@sej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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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과 2026년은 한중관계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양국 관계는 과거 사드(THAAD) 배치를 둘러싼 갈등의 그늘에서 벗어나 새로운 협력의 장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2025년 11월 1일 경주에서 개최된 한중정상회담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11년 만의 방한이라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크다. 양 정상은 약 100분간의 회담에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성숙한 발전’에 합의했다. 그리고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이 5년 만기 70조 원(약 4,000억 위안) 규모의 ‘원·위안 통화스와프 계약’ 연장에 서명하고, 6개 분야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함으로써 양국 관계 복원의 기틀을 마련했다.1)
한중 양국은 2026년 1월 초에 베이징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의 제2차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최근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한중 관계 회복이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2)
동시에 국제정세는 급변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과 함께 미국의 대외정책은 ‘미국우선주의(America First)’로 더욱 선명해졌고, 이는 역설적으로 동맹국들에게 더 큰 전략적 자율성의 공간을 열어주고 있다. 2025년 10월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 승인, 우라늄 농축·사용후핵연료 재처리 확대에 대한 미국의 지지 확보 등은 한국의 안보 역량이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재명 정부의 대중 정책은 단순한 양자관계의 관리를 넘어, 변화하는 동북아 질서 속에서 한국의 전략적 위상을 재정립하는 작업과 맞닿아 있다. 본고에서는 이재명 정부의 대외정책 기조와 올해 한중 정상회담의 성과를 평가한 후, 2026년 정상회담의 주요 예상 의제와 논의 방향에 대해 검토하고자 한다. 아울러 한국의 달라진 국제적 위상을 바탕으로 향후 한중 협력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
국익 중심 실용 외교의 기본 철학
이재명 정부의 대외정책 기조는 ‘국익 중심 실용 외교’로 요약된다. 이는 이념과 가치 외교의 경직성을 탈피하고 대한민국의 국익과 국민의 삶을 최우선으로 하는 실용적 접근을 의미한다.3) 기본 철학으로서 ‘실용적 현실주의(Pragmatic Realism)’는 굳건한 한미동맹을 외교의 기본 축으로 삼되, 강대국 정치에 종속되지 않는 ‘전략적 자율성(Strategic Autonomy)’의 공간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미중 간 전략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는 어느 일방에 대한 택일 압박에서 벗어나 사안별로 국익에 부합하는 선택을 하는 ‘선택적 협력’과 ‘사안별 연대’를 지향한다. 이는 진영 논리에 매몰되지 않으면서도 핵심 동맹관계를 유지하는 균형 잡힌 접근법이다.
대중 정책의 핵심 원칙
이재명 정부의 대중 정책은 상호존중과 공동이익에 기반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성숙한 발전’4) 을 핵심 목표로 한다. 이는 중국의 핵심이익을 존중하되, 한국의 주권적 사안에 대해서는 당당하게 입장을 표명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안보 문제(북핵 등)와 경제 교류를 분리 대응하는 정경분리 원칙을 견지함으로써 양국 관계의 안정성을 유지하면서도 경제적 상호의존의 이익을 극대화하고자 한다.
한국에게 미국은 유일한 동맹이지만, 중국은 최대 교역국(전체 무역의 약 19.5% 차지)이자 한반도 평화의 핵심 파트너이다. 따라서 양자택일은 불가능하며 바람직하지도 않다. 대통령실이 지난 8월 5일 밝힌 “굳건한 한미동맹 기반으로 한중관계 발전 추진”5) 원칙은 이 새로운 프레임을 정확히 반영한다. 이재명 정부는 한미동맹 유지와 한중협력 발전이 양립 가능하다는 확신을 갖고 있고,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양국 관계의 새로운 균형점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의 달라진 위상 인식: 강국 정체성
이재명 정부는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과거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한국은 객관적 국력 면에서, 영토와 인구 규모 면에서 중국이나 미국과 같은 ‘초강대국(Super Power)’은 아니지만, 더 이상 단순한 중견국도 아니다. 군사력 측면에서 한국은 글로벌 파이어파워(GFP) 2025 평가에서 세계 5위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재래식 군사력에서 영국과 프랑스를 상회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전략 산업 분야에서의 한국의 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한국은 세계 2위의 조선업 강국으로서, 양(물량)에서는 중국에 뒤지지만, 고부가가치·첨단 선박(특히 LNG선·친환경선)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된다. 2025년 10월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이 미국의 조선 분야에 1,500억 달러 규모 투자를 하기로 한 것은 ‘Make America Shipbuilding Great Again(MASGA)’ 구상의 핵심으로, 한국이 미국 산업 재건의 파트너로 위상을 확보한 성과다. 참고로 미 해군정보국(ONI)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선박 제조 능력은 중국의 1/233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된다.6)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 전체 반도체 생산 능력은 대만 다음인 세계 2위 수준으로 평가된다. 이재명 정부는 2030년까지 대한민국의 종합 AI 경쟁력을 세계 3위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국가 R&D 투자·인력 규모를 세계 5위 수준으로 확대하는 것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은 방위산업에서도 세계 9~10위권의 방산강국으로 자리매김했으며, 이재명 정부는 2027년까지 세계 4대 방산 수출국(G4)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객관적 지표와 목표를 바탕으로 한국 국민과 정부는 스스로를 유럽의 주요국에 필적하는 ‘강국(Major Power)’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2025 APEC 계기 한중정상회담 평가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2025년 11월 1일 열린 한중정상회담은 시진핑 주석의 11년 만의 방한(국빈방문)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있다. 회담은 97분간 진행되어 한미정상회담(87분)과 한일정상회담(41분)보다 길게 이루어졌으며, 이는 양국 정상이 현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음을 의미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역내 안정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했으며, 시진핑 주석은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발전 추진” 의지를 표명했다.7) 특히 양 정상은 북한 문제와 관련하여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비록 한중 간에는 북한 비핵화 문제를 둘러싸고 실질적으로 중요한 이견이 존재하지만, 이 문제에 대한 양국 간 협력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된다.
북한 핵위협의 심각성은 양국 협력의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최근 한국국방연구원(KIDA) 세미나 발표에 따르면, 2025년 현재 북한 핵탄두 보유량은 127~150발로 추정되며, 2030년에는 201~243발, 2040년에는 344~429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2025년 10월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에서는 화성-20 ICBM(3단 고체연료, MIRV 탑재 추정)이 공개되었다. 12월 25일에는 김정은이 8천700t급 전략핵잠수함 건조를 시찰하는 사진도 공개했다. 이러한 북한의 통제 불가능한 핵과 전략무기 위협 증가에 대응해 한반도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한중 간 긴밀한 전략적 소통이 필수적이다.
물론 2025년 한중정상회담이 양국 관계의 모든 현안을 해결한 것은 아니다. 서해 해양 경계 문제, 문화 콘텐츠 규제(한한령․限韩令) 등 양국 간 갈등 요인은 여전히 남아 있으며, 이에 대한 지속적인 대화와 협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이번 복원은 ‘관리된 경쟁과 협력의 공존’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작으로 이해해야 한다. -
한반도 평화와 남북대화 재개를 위한 협력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북한 또는 한반도의 비핵화라는 목표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실제에 있어서 중국은 국제사회의 비핵화 요구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는 북한과의 원만한 관계 유지를 위해 더 이상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하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올해 9월 3일 중국 전승절 행사를 계기로 개최된 시진핑 주석과 김정은 총비서 간의 북중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은 과거 다섯 차례 정상회담에서와는 다르게 더 이상 북한의 비핵화를 촉구하지 않았다.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정상급 외빈 20여 명이 참석했는데, 김정은은 의전에서 푸틴 대통령 다음으로 중요한 대우를 받았다. 이는 중국이 북한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대우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8)
이런 가운데 중국이 올해 11월 27일 발표한 「신시대 중국의 군비 통제, 군축 및 비확산」이라는 제목의 백서에서도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한다”는 문구가 생략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2005년 9월에 발표한 이전 백서에 있던 “관련 국가들이 한반도,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중동 등에서 비핵지대를 설립한다는 주장을 지지한다”는 문구가 “조선반도 문제에 공정한 입장과 올바른 방향 견지”로 대체되었다. 2024년 5월 서울에서 내놓은 한중일 3국 정상회의 공동선언의 경우 이전 정상회의에 거의 매번 포함된 ‘한반도 비핵화가 목표’라는 문구가 담기지 않았는데, 이는 중국이 반대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도되었다.9)
2025년 11월 개최된 한중정상회담에서도 이재명 대통령은 우리 정부의 비핵화 및 평화 실현 구상을 소개하며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당부했지만, 시 주석은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안정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10) 고 답변함으로써 ‘비핵화’에 대한 직접적 언급을 피했다. 이처럼 중국이 북한 또는 한반도의 비핵화라는 목표에 대해 이제는 공개적인 언급조차 삼가는 태도를 보이고 있으므로, 2026년 한중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이 제7차 핵실험이나 신형 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강행함으로써 한반도에서 위기를 더 고조시키지 않도록 중국의 영향력 행사를 촉구하는 것이 오히려 현실적인 접근 방안이 될 것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도 2025년 1월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부르며 비핵화 원칙에서 이탈하는 신호를 보냈고, 김정은은 지난 9월 “비핵화 요구를 거두면 미국과의 대화를 피할 이유가 없다”는 조건부 대화 수용 입장을 밝혔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앤킷 팬더(Ankit Panda)는 최근 칼럼에서 트럼프가 김정은과 다시 만나고자 한다면, “2026년 초가 가장 큰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11)
2026년 4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할 때 시진핑 주석이 김정은 총비서와 이재명 대통령도 베이징에 초청해 미중정상회담 개최 직후 미북 및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한다면 이는 한반도의 평화와 긴장완화에 기여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미․중․남․북 4자 정상이 한반도 정전체제의 평화체제 전환 협상 착수를 협의하는 구상도 검토해볼 수 있다.
현재 탈북민 3명을 포함해 우리 국민 6명이 2013년부터 2016년에 걸쳐 간첩죄 등 혐의로 북한에 억류돼 있다. 북한에 억류된 6명 가운데 내국인 3명은 선교사 김정욱·김국기·최춘길 씨로, 2013∼2014년부터 붙들려 있으며 김정욱 선교사는 12년째 억류 중이다. 한국 정부는 한중 정상회담에서 이들의 송환을 위한 중국 정부의 협조를 요청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들의 송환이 이루어질 때 북한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비전향 장기수의 송환도 동시에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상외교의 정례화와 대등한 파트너십의 구축
양국 관계의 새로운 모멘텀을 위해 한중 정상회담의 연례화와 ‘셔틀 외교’의 제도화가 바람직하다. ‘셔틀 외교’란 양측 정상이 서로 자주 오가며 대화 채널을 상시화하는 외교 방식이다. 정상 간의 정례적인 만남은 양국 관계의 안정성을 높이고, 돌발적인 갈등 상황에서도 대화를 통한 해결의 가능성을 열어둘 수 있다. 다만 시진핑 주석의 한 해 해외 방문 횟수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을 고려해 시 주석이 어렵다면 중국 총리가 대신 방한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한중 관계 발전의 핵심은 대등한 파트너십의 구축에 있다. 만약 중국이 과거의 관성대로 한국을 주변의 많은 ‘소국’ 중 하나로 간주하거나 길들이려 한다면, 이재명 정부 하에서도 한중 관계의 발전은 요원할 것이다. 사드 배치 당시의 경험은 한국 국민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으며, 이러한 경험이 반복된다면 양국 관계의 회복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중국이 한국의 높아진 국력과 위상을 인정하고, 상호 존중(Mutual Respect)에 기초한 대등한 협력을 수용할 때 한국은 중국의 든든한 이웃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미중 전략경쟁 속에서 어느 일방의 편에 서기를 강요받기보다는, 양측 모두와 건설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역내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역할을 희망한다. 중국이 이러한 한국의 입장을 이해하고 존중할 때 진정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가 가능해질 것이다.
서해 인공 구조물 문제
중국이 서해에 설치 중인 부표(浮標) 및 인공 구조물에 대해 한국 전문가들과 여론은 중국이 서해를 ‘내해화(內海化)’하려는 시도로 의심하며 강력히 우려하고 있다. 중국이 서해 잠정조치수역(PMZ)과 이어도 인근 등 동경 124도까지 대형 부표 3기를 증설해 현재 총 13기의 부표가 서해 주요 해상 길목에 배치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중국은 ‘기상 관측용’으로 부표를 설치했다고 주장하지만, 부표 대부분에는 첨단 복합 센서가 장착돼 해양 데이터 수집뿐 아니라 군사 정찰 목적으로도 운용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는 중국 부표가 한미 해군 전략을 감시하는 목적으로 활용되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군 당국에 따르면, 부표에는 첨단기술이 접목된 복합 센서가 장착돼 잠수함 항적 추적, 해류 분석, 해저 음파 탐지 등의 군사 정보 수집이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12)
한국의 일부 전문가들은 남중국해에서의 패턴, 즉 ‘등대·기지·관측소 설치 → 행정 관할·해양권 주장 강화’와 유사한 패턴이 서해에서도 점진적으로 적용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서해 배타적경제수역(EEZ) 경계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이 구조물을 전진 배치함으로써 향후 경계 협상에서 자국 입장을 유리하게 만들 ‘물리적 증거’를 축적하려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문제가 한중 간 중요 갈등 이슈로 발전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는 해양 협의 채널을 통한 구조물 위치·용도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와 해양 환경, 어업질서, 해난 안전 협력 의제와 연계한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2월 11일 언론 인터뷰에서 “한중이 잘 협의해서 서해를 대립과 경쟁의 폐쇄된 바다가 아닌, 열려 있는 평화롭고 공영하는 바다가 돼야 한다”며 “경계선 확정과 어업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13)
문화 콘텐츠 규제(한한령) 해제
한국 영화, 드라마, 게임에 대한 중국 당국의 보이지 않는 규제, 이른바 ‘한한령’은 한국 대중, 특히 청년층의 대중 인식을 악화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문화는 국민 간 상호 이해와 호감의 토대이다. 문화교류가 막히면 국민감정도 멀어지고, 국민감정이 악화하면 정부 간 관계도 제약을 받게 된다.
문화교류의 정상화는 양국 국민 간 상호 이해와 신뢰 회복의 첫 단추가 될 것이다. 중국이 한한령을 해제하고 문화교류를 정상화한다면, 이는 양국 관계 개선에 대한 중국의 진정성 있는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조치가 될 것이다. 한류 콘텐츠의 중국 진출은 단순한 경제적 이익을 넘어 양국 국민 간 정서적 유대를 강화하는 소프트파워의 교류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지난 12월 22일 사단법인 한국연예제작자협회는 “오는 2026년 2월 홍콩 카이탁스타디움에서 개최되는 ‘드림콘서트 2026’ 공연 실황이 중국 후난위성TV를 통해 현지 방송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후난위성TV는 중국 전역을 커버하는 위성방송사 중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거대 방송사다. 한한령이 9년간 이어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중국 대형 방송사를 통해 K-팝 공연 실황이 정식 송출된다는 것은 이례적이다.14) 전문가들은 “3,000명 이상 대규모 공연 성사”를 실질적 해제의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K-팝 공연 ‘드림콘서트 2026’이 이처럼 중국 전역에 방송되면 한중 관계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처럼 중국에서 K-팝 공연이 오랜만에 이루어지는 것은 2026년 초에 베이징에서 한중정상회담이 개최되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만약 내년 1월 한중정상회담에서 양국이 문화예술교류의 확대와 활성화에 구체적으로 합의하고, 베이징에서 한국의 K-팝 공연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 이는 중국의 한한령 해제 신호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타이완 문제에 대한 신중한 접근
한국 정부는 ‘하나의 중국’ 정책을 유지하며, 타이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일관되게 지지한다. 그런데 다카이치 일본 총리가 2025년 11월 “타이완해협에 중국이 무력을 행사하면 ‘존립위기 사태’가 될 수 있다”고 발언하면서 중일 관계가 극도로 악화되어 있다. 따라서 현재 중국 당국은 이재명 대통령이 한중 정상회담 직후 일본을 방문해 타이완 문제에 대해 어떠한 입장을 표명할지 매우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므로 타이완 문제에 대해서는 한중 정상회담과 이후 개최될 한일 정상회담에서도 매우 신중하게 발언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타이완 유사시 한국의 입장에 대해 궁금해한다. 그런데 우리로서는 타이완해협에서의 무력 충돌 발생 시 안보 공백을 틈타 북한이 오판하여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그러므로 한국은 타이완 유사시 한국군의 개입 여부보다는 한반도 현상 변경을 시도하려는 북한 억제에 전력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 미국의 ‘전략적 명확성’ 압박과 중국의 ‘불개입’ 요구 사이에서 전략적 공간이 축소되고 있는 상황이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전략 대화 채널의 다층화
정부 간 채널 외에 외교안보 싱크탱크 간의 대화 정례화와 확대가 필요하다. 특히 민간 차원의 전략 대화는 정부 간 공식 채널에서 논의하기 어려운 민감한 사안들에 대해 솔직한 의견 교환을 가능하게 하며, 정책 결정자들에게 다양한 시각과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측 전문가들의 입장이 충분히 조율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한중 전략대화가 이루어지면 중국측에 혼란된 신호를 줄 수 있다. 그러므로 전략대화에 참여하는 한국측 전문가들 간에 그리고 한국측 전문가들과 정부 당국자들 간에 치밀한 사전 조율이 반드시 필요하다. -
2026년 한중정상회담은 이재명 정부 대중정책의 방향성을 가늠할 시험대다. 미중 전략경쟁 심화, 북중러 밀착, 트럼프 불확실성이라는 3중 제약 속에서 한국은 경제협력 확대, 고위급 소통 정례화, 문화교류 복원을 통해 한중 관계를 안정화해야 할 것이다.
한중 양국은 지리적 인접성, 경제적 상호의존, 한반도 평화라는 공동이익을 공유하고 있다. 미중 전략경쟁 속에서 한중관계가 제로섬 대립으로 빠지는 것은 양국 모두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
중국이 한국의 높아진 위상을 인정하고 상호 존중에 기초한 대등한 동반관계를 수용할 때, 한국은 중국의 든든한 이웃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상호 존중과 대등한 파트너십에 기반한 ‘한중관계 재정립’을 통해 양국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이루기를 기대한다. 가시적 성과에 급급하기보다 쟁점 사안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명확히 확인하고, 불확실한 약속보다 이행 가능한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진정한 외교적 성과다. 한중 관계 30년의 경험이 보여주듯, 낙관도 비관도 아닌 냉철한 현실주의가 이 복잡한 시대의 나침반이 되어야 한다.
Ⅰ. 서론: 한중 관계의 새로운 전환점
Ⅱ. 이재명 정부의 대외정책 기조와 2025년 한중정상회담 평가
Ⅲ. 2026년 회담의 의제별 전략 대응
Ⅳ. 맺음말: 상호 존중에 기반한 한중관계 재정립
1) 정지서, “한중, 원-위안 통화스와프 계약·6개 분야 협력 MOU(종합),”『연합인포맥스』, 2025.11.1.
2) 심언기․한재준․한병찬, “李대통령, 중·일 방문으로 '실용외교 2막'…새해 벽두 잰걸음,”『뉴스1』, 2025.12.21. 참조. 이 대통령은 지난 19일 “조만간 중국하고 다시 만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고, 조현 외교부 장관은 “내년 이른 시기에 이재명 대통령의 국빈 방중을 추진하겠다”고 이를 공식화했다. 그런데 필자가 최근 중국 방문을 계기로 확인한 바에 의하면, 이미 이재명 대통령의 방중 일정까지 결정된 상태에서 이같은 발언들이 나온 것이다.
3) 정한범 외, 『이재명의 외교․안보를 읽는다』 (서울: 주류성, 2025), 67~69쪽 참조.
4) 국정기획위원회 국민보고대회(2025.8.13.) 자료 참조.
5) 이희연, “대통령실 “굳건한 한미동맹 기반으로 한중관계 발전 추진”,”『KBS뉴스』, 2025.8.5.
6) 안옥희, “트럼프 콕 찍은 K조선, 커지는 아메리칸 드림…‘조선 TSMC’ 모델 나올까”,”『한경BUSINESS』, 2024.11.18.
7) 한재준․심언기, “한중 정상, 97분 회담-만찬으로 일정 마무리…경제협력·한반도 평화 공감(종합),” 『뉴스1』, 2025.11.1.
8) 정성장,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종언을 고하다,” 『신동아』, 2025년 10월호, 240~245쪽 참조.
9) 김동현․권수현, “美中, 주요 안보정책 문서에 나란히 한반도 비핵화 삭제,” 『연합뉴스』, 2025.12.7. 참조.
10) 조혜선, “위성락 “한중관계 전면 복원…한반도 평화-비핵화 논의도 다뤄”,” 『동아일보』, 2025.11.1.
11) https://carnegieendowment.org/programs/nuclear-policy/proliferation-news/proliferation-news-121625?lang=en (검색일: 2025.12.25)
12) 노석조, “[단독] 중국, 軍정찰 가능한 부표 서해에 3기 더 설치,” 『조선일보』, 2025.5.31.
13) 한병찬, “위성락 "中 서해구조물 한중 협의 중…서해, 평화의 바다 돼야",” 『뉴스1』, 2025.12.12.
14) 이다겸, “‘드림콘서트 2026’, 중국 후난위성TV 송출…한한령 속 ‘이례적 성과’,” 『매일경제』, 2025.12.22.
※ 「세종포커스』에 게재된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세종연구소의 공식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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