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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논평 No. 2018-28] “한국의 대아세안 흑자” 과연 문제인가? : 베트남의 경우

등록일 2018-05-24 조회수 9,957

 

한국의 대아세안 흑자과연 문제인가? : 베트남의 경우

 

박지광 연구위원

 

많은 국민들은 인지하고 있지 못하겠지만 한-아세안간 무역규모는 현재 1,490억불에 달하며 우리 수출의 15% 그리고 수입의 10%를 차지할 정도이다. 이로 인해 현재 아세안은 중국을 제외하고서는 우리의 가장 큰 무역 파트너이다. 여기에 싸드 위기에서 경험한 중국시장의 정치적 위험성과 이미 한계 상태에 다다른 중국 수출에 대한 대안으로 아세안이 주목을 받으면서 현 정부는 아세안 외교를 주변 4강 외교 반열에 올리고자 한다.

이렇게 증진된 한-아세안 경제관계에 대해 현재 여러 가지 우려들이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한-아세안 무역의 성장세가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대베트남 반도체 수출의 폭발적 증가에 의한 일시적인 현상인지 아직 불분명한 상태이다.

또 다른 우려는 우리의 대 아세안 무역수지흑자가 201091억불에서 2017년에는 414억불로 4배 이상 빠르게 증가한 점이다. 즉 최근 아세안과의 무역 증가가 너무 한국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방향으로만 이루어 진 것이 아니라는 우려이다.

하지만 이러한 한국의 급격한 무역수지흑자 증가에도 불구하고 한-아세안 경제관계는 상호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형성되어있다. 우리 대아세안 수출의 50%를 차지하는 베트남의 경우를 살펴보아도 한-아세안 경제관계가 상호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베트남은 2016년 기준으로 한국으로부터 324억불어치를 수입하였고 한국으로 114억불어치를 수출하였다. 따라서 베트남은 한국과의 무역에서 213억불이라 큰 무역수지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베트남이 한국과의 교역에서 큰 무역수지적자를 기록하는 가장 큰 이유는 베트남의 무역이 우리의 반도체 등 전기·전자 중간부품을 수입하여 이를 조립하여 구미시장에 재수출하는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국민의 대다수는 여전히 베트남을 노동집약적인 상품인 의류, 신발 등을 수출하는 국가로 인식하고 있겠지만 사실 베트남의 가장 큰 수출품목은 전기·전자제품이다. 2016년 베트남 수출액의 36.1%가 전기·전자제품이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할 점은 베트남 수입 1위 역시 전기전자제품이라는 것이다 (수입의 22.8%). 이러한 전기·전자제품이 수출과 수입 모두에서 1위인 이유는 베트남이 전기·전자 중간부품을 수입하여 이를 조립하여 구미에 다시 수출하는 형태의 무역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OEM방식의 수출은 한국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도 베트남에 박닌 공장에 4만명, 타이응웬 공장에 65000명이 휴대폰 공장을 가지고 있으며 삼성전자 베트남 공장들의 수출총액은 428억달러로 베트남 전체 수출액의 20%를 차지할 정도이다.

이러한 전기·전자제품 수출에 힘입어 베트남 수출은 지난 10년간 급격하게 늘었다. 사실 2017년 베트남의 대미수출흑자는 383억불로 전 세계 국가 중 대미수출흑자 5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229억불에 그친 한국보다 154억불이나 많은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베트남 대미 수출의 첨병은 전기·전자제품이며 삼성전자 등 우리의 기업들이 크게 기여하고 있다. 따라서 한-베트남 관계는 무역수지 적자에도 불구하고 양국에게 모두 도움이 되는 관계라고 할 수 있으며 특히 베트남에게 크게 도움이 되는 관계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국제수지 전체라는 측면에서 보면 우리는 관광수지와 직접투자(FDI)에서 베트남에게 큰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는 2016년 한해에만 79억불에 달하는 직접투자를 베트남에 하였고 111만명이 베트남을 방문하였다. 2016년 기준 베트남의 한국 직접투자는 미미한 수준으로 알려져 있으며 25만명만이 한국을 방문하였을 뿐이다. 따라서 한-베트남간의 국제수지는 무역수지보다 훨씬 건전한 균형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앞으로 한-베트남간 경제관계가 계속 이러한 형태로 지속될 수 있을 것인지는 의문이다. 현재 한-베트남 관계에 대한 담론들은 현재의 한-아세안 협력을 더욱 활성화시키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미래 한-베트남 협력의 형태에 대해서는 적은 논의가 있다. 이제는 한-베트남 관계의 미래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시작하여야 할 시점이다.

먼저 베트남이 언제까지 전자제품 조립기지로서의 역할만을 수행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 전자제품을 수입하여 OEM방식으로 수출하는 형태는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이는 우리가 1960~70년대 취했던 개발전략이기도 하고 중국이 1990년대 이후 취하고 있는 개발전략이기도 하다. 우리가 그랬듯이 베트남도 독자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완제품 생산·수출에 언젠가는 도전할 것이다. 거기에 대한 대비하여 다른 해외생산기지 확보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그리고 더 급박한 문제는 중국이 우리를 대신해 베트남의 중간부품 공급처로 부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저가공세를 통해 아세안 전자제품 중간재 시장에 파고드는 일에 대한 대비책이 현재 준비되어 있는지 의문스럽다. 중국의 공세가 시작되면 우리의 대아세안 무역수지흑자는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이며 대베트남 직접투자도 크게 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어렵게 발전해온 한-베트남, 더 나아가 한-아세안 관계는 급속히 냉각될 위험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