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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로 끝난 중국의 대호주 경제 보복 [세종논평 No.2021-14]

등록일 2021-11-30 조회수 3,951 저자 김기수

실패로 끝난 중국의 대호주 경제 보복

 

 

[세종논평] No. 2021-14 (2021.11.30.)
김기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kskim@sejong.org

 

 

아마 호주만큼 대중국 수출의존도가 큰 국가는 없을 것이다. 2020년 호주 수출의 무려 40%가 중국을 향했다. 20년 전인 2000년 이 비율은 5%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토록 친밀한 경제관계는 몇 년 전부터 금이 가기 시작했고, 급기야 작년에는 호주에 대한 중국의 무지막지한 경제 보복이 시작됐다. 대중 무역의존도를 감안하면 호주가 굴복하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최근에 밝혀진 결과는 놀라운 것이었다. 중국이 오히려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양국관계의 균열과 중국의 가시적인 대외 팽창은 시기적으로 거의 일치한다. 중국은 자신의 중화주의를 주변국, 특히 대중 경제의존이 심한 국가들에게 강요했고 이를 거부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경제 보복을 서슴치 않았다. 한국을 포함, 캐나다, 노르웨이, 대만, 필리핀, 일본 등이 보복을 경험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관광 및 유통업 보복, 일본에 대해서는 희토류 수출금지, 노르웨이와 관련해서는 연어 도입 금지, 대만의 경우는 파인애플 수입금지 조치 등이 내려졌다. 이들 사례는 부분적인 마찰이었지만, 호주와는 차원이 다른 정면충돌이 벌어졌다.

 

2017년 당시 맬컴 턴불(Malcolm Turnbull) 호주 수상의 ‘중국의 영향력이 우려된다’는 발언은 중국·호주 분쟁의 출발점이었다. 중국의 팽창주의에 대한 우려가 가시화된 셈이다. 2018년 미국 트럼프 정부의 중국기업 화웨이에 대한 제재 요청에 호주는 동참했다. 급기야 2020년 4월 호주의 새 수상 스콧 모리슨(Scott Morrison)은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바이러스의 기원과 전파 메커니즘에 대한 국제적인 조사를 주장하며, 중국의 가장 아픈 곳을 건드렸다. 중국은 당연히 격노했고, 호주에 대해 전면전 수준의 대규모 경제 보복을 단행했다.

 

2020년 5월 호주 육가공업체 4곳에 대한 대중 수출 면허 취소를 시작으로 보리, 와인, 면화, 목재, 석탄, 랍스터, 구리 등 호주를 기준으로 대중 수출 비중이 20% 이상인 품목에 대해 수입 제한 혹은 금지 조치가 시행됐다. 특히 2020년 10월 선보인 호주산 석탄에 대한 전면 수입 금지는 가장 강력한 조치였다. 수입 금지 전 호주는 중국이 사용하는 발전용 수입 석탄의 50% 정도인 약 4,200만 톤을 수출했다. 2019년 기준 중국의 자체 총 석탄 생산량 38억 톤, 그리고 수입 총량 2억 3천만 톤에 비하면 대단한 규모는 아니다. 그러나 호주의 입장에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대중 수출이 호주 전체 석탄 수출의 약 22%를 점하기 때문이다.

 

외형상의 수치를 기준으로 호주 석탄 산업의 피해는 피할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상황은 전혀 다르게 전개됐다. 대중 수출금지 때문에 입은 피해의 대부분을 한국, 일본 그리고 인도에 대한 수출 증가로 거뜬히 극복했기 때문이다. 호주 석탄 수입 금지 직후 중국은 수입선을 러시아와 인도네시아로 바꿨다. 당연히 러시아와 인도네시아의 기존 거래 라인인 한국, 일본, 인도 등에 대한 석탄 수출이 줄어들자 이들 국가는 호주 석탄 수입을 늘리게 된다. 중국의 가시적인 수입 규제 대상이었던 호주의 다른 산업 역시 비슷한 전략을 활용했다. 보리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동남아시아로 대신 보냈고, 구리는 유럽과 일본, 면은 방글라데시와 베트남으로 수출했다.

 

이것이 국제시장이 작동하는 원리다. 상호의존이 심화된 국제시장에서 한쪽의 편향은 다른 쪽의 비편향을 유발한다. 중국은 그런 시장원리를 몰랐다. 최근 호주 당국은 지난 1년 동안 진행된 양국 무역마찰의 결과를 발표했다. 1년 사이 대중 수출은 40억 달러 줄었지만 대신 다른 국가에 대한 호주 수출은 33억 달러 늘어났다. 이 차이, 즉 7억 달러는 호주 1년 수출 총액의 0.25%에 불과하다. 대중 수출 중 가장 규모가 크고 대체가 어려운 호주 철광석에 대해서는 중국의 수입 규제가 없었다. 흥미롭게도 지난 1년 동안 특히 철광석 가격 인상 때문에 호주의 중국에 대한 철광석 수출은 전년 대비 10% 증가했다.

 

앞서 소개한 한국, 일본, 노르웨이 등의 사례를 포함, 중국과 호주의 경제 분쟁은 다음의 중요한 사실을 알려준다. 중국은 언제고 자신의 패권 추구를 위해 경제를 무기화할 수 있다는 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중국과 교역을 하는 모든 국가는 그것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 다음 중국의 경제 보복은 놀랍게도 강한 시장의 역작용, 즉 시장의 보복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 또한 분명해졌다. 중국이 두고두고 되새길 국제적 현실이다. 아무튼 이상의 논의를 통해 중국의 호주 혼내기가 실패했다고 보는 데는 무리가 없다.

 


※ 『세종논평』에 개진된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세종연구소의 공식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