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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포커스] AI는 무기가 아닌 ‘전쟁 구조’의 혁명: RAND 보고서가 본 미래전 4대 경쟁축과 한국군 과제

등록일 2025-08-20 조회수 617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면전, 미 국방부의 ‘Replicator’ 프로그램 등 최근의 사례는 AI가 단순한 무기 기술이 아니라 전쟁 수행 방식과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AI는 무기가 아닌 ‘전쟁 구조’의 혁명:
RAND 보고서가 본 미래전 4대 경쟁축과 한국군 과제
2025년 8월 20일
    주광섭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 | myjohj1@naver.com
    | 들어가며: AI가 바꾸는 전쟁의 구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면전, 미 국방부의 ‘Replicator’ 프로그램 등 최근의 사례는 AI가 단순한 무기 기술이 아니라 전쟁 수행 방식과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5년 7월 RAND가 발간한 보고서 「An AI Revolution in Military Affairs?」는 AI가 미래전의 네 가지 경쟁축을 변화시켜 기존의 전쟁 양식을 근본적으로 재편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1).

      해당 보고서는 미래 AI 기반 전쟁에서의 4대 경쟁 축을 제시한다:

      ① 양(Quantity) 대 질(Quality)

      ② 은폐(Concealment) 대 탐지(Detection)

      ③ 중앙집권(Centralization) 대 분산(Decentralization)

      ④ 사이버 공격 대 방어(Cyber Offense vs Defense)

      이 네 가지 경쟁축은 AI 기술이 단순한 도구나 장비의 문제가 아닌, 군사 전략과 조직구조, 전투 개념 전반을 다시 설계해야 함을 의미한다. 다음 장에서는 각 경쟁축이 의미하는 바를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한국군이 당면한 구조적 전환 과제를 함께 논의하고자 한다.

    1) RAND Corporation, An AI Revolution in Military Affairs?, WRA4004-1, July 2025, p.5.
    | AI가 지휘를 바꾸고, 전장을 재구성한다
      AI는 ‘결심’을 자동화하고 ‘시간’을 단축하며, ‘사람’과 ‘기계’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이는 곧 지휘통제체계(C2)의 수직구조를 분산형 네트워크로 전환시킨다. RAND는 미래 전장에서 “사람은 목표를 결정하고, AI는 방법을 실시간으로 산출하며, 무기체계는 자율적으로 반응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 전망한다.

      미 국방부의 JADC2(Joint All-Domain Command and Control), 이스라엘 IDF의 AI 기반 타격 네트워크, 우크라이나의 GIS arta 체계는 모두 이런 방향을 향하고 있다. 특히 IDF는 하마스와의 충돌을 계기로 AI를 활용한 전장통합 알고리즘 ‘Fire Weaver’를 실전 적용하였다. 이는 센서-타격자 간 실시간 연동을 기반으로 하며, 인간의 판단 개입을 최소화한 자동화된 타격 시스템이다.

     


      JADC2는 기존의 지휘-결심-실행 체계를 전자적으로 통합하고, 기존 수 시간 이상 걸리던 결심과 타격 주기를 수 분 이내로 단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Fire Weaver는 센서에서 수집된 표적 정보를 AI가 분석하고, 적절한 화력 수단에 자동으로 전송하여 수 초 이내의 자율 타격 결정을 가능케 한다.

      이처럼 AI 기반 지휘체계는 단순한 보조 기능이 아니라, 작전 수행 속도와 정확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핵심 전투 자산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작전 개념과 부대 편제, 정보 운용체계 전반의 전환 없이는 불가능하다. 한국군도 이제 기술 수용을 넘어, 지휘권한 위임, 정보 공유의 분산화, 자동화된 타격결심 체계의 구축을 통해 조직 구조와 작전 문화를 동반 혁신해야 할 시점이다.

      이러한 지휘·전장 재구성 흐름은 RAND가 제시한 미래전의 4대 경쟁축과 긴밀히 연결된다. 다음 절에서는 각 경쟁축의 의미와 작동 원리, 그리고 한국군이 직면한 구조적 전환 과제를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2) https://www.sp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80971 軍, AI 기반 사격지휘체계 구축한다
    | 미래전의 4대 경쟁축: AI가 만드는 구조적 재편
      미래전의 네 가지 경쟁축은 각각 독립된 변수가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한 축의 개선이 다른 축의 취약을 보완하거나 새로운 약점을 유발한다. 한국군이 직면한 구조 개편 과제는 이 네 축 간의 상호작용까지 고려한 통합적 설계에서 출발해야 한다.

      1. 양 vs 질 (Quantity vs Quality)의 경쟁

      과거 전투력은 병력과 장비의 절대적 수량에 크게 의존했으나, AI는 자율성과 비용 효율성을 동시에 향상시켜 ‘충분히 좋은(good-enough)’ 무인체계를 대량 운용할 수 있게 한다. 이 변화는 고비용 정예 플랫폼 중심의 전력 구조를 수량 경쟁에 취약하게 만든다. RAND는 Lanchester 제곱법칙을 근거로, 동일 전장에서 화력비의 제곱이 전투력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한다. AI 기반 네트워크는 탐지와 교전 시간을 단축하여 양적 전력의 집중 효과를 극대화한다. 역사적으로 Me262 전투기(제트전투기)는 P-51D(프로펠러전투기)대비 9:1의 화력 우위를 가졌지만 3:1의 수적 열세로 패배했고, 반대로 화력이 절반이라도 2:1의 수적 우위면 승리할 수 있다. 한국군은 유·무인 복합(MUM-T) 전력의 대량 조달·소모·재생 체계, 저가 센서와 소형 타격체계의 확장 가능한 번들화, 그리고 ‘명품화’보다 표준화와 교체형 설계, 속성 기반 시험평가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2. 은폐 vs 탐지 (Concealment vs Detection)의 경쟁

      AI는 다중센서 융합, 표적 인식, 신호 분석 능력을 통해 탐지 우위를 강화하지만, 적 역시 AI를 활용한 고도화된 기만—가짜열원, 전자미끼, 딥페이크 지형·전파 등—으로 대응한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하늘에 떠 있는 드론의 절반가량이 실제 타격용이 아닌 기만용 장비로 운용되고 있다는 사례가 보고되었다3) . 이는 기만이 단순한 보조 수단이 아니라, 탐지-은폐 경쟁에서 전력의 생존성과 효과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임을 보여준다. 탐지와 기만은 상호 자극하며 진화하는 ‘교호발전(AD/A: Action-Denial/Action-Adaption)’의 양상을 띤다. 승패를 좌우하는 것은 데이터의 다양성과 신호 프로파일의 정교함이다. 따라서 한국군은 탐지 능력 향상과 동시에 기만 능력도 제도화해야 하며, 전구급 멀티스태틱 탐지망과4) 수동 RF, UAV EO/IR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AI 모델의 적대적 학습과 상시 레드팀 운영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3. 중앙집중 vs 분산 지휘 (Centralization vs Decentralization)의 경쟁 AI는 결심 속도를 높이고 정보 지연 문제를 완화하지만, 전자전·재밍·네트워크 분절 위험은 여전히 존재한다. 따라서 분산형 미션 커맨드와 현장 지휘관의 자율권 보장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임무형지휘는 단순히 지휘관 개인의 역량에 의존해서는 안 되며, AI와 C2 체계가 이를 표준화·시스템화해야 한다. 즉, 중앙의 작전 의도와 현장의 자율 알고리즘을 연결하는 규칙 기반 통제와 학습 기반 최적화를 결합해, 지휘관이 교리와 절차 위에서 신속하고 일관된 결심을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한국군은 여단·대대급 분산 C2 실험부대를 창설하고, COA(작전계획의 방책) 자동생성과 평가 시스템을 구축하며, 다중 경로 통신망과 파편화 대비 ‘격리 작전’ 절차를 제정해야 한다.

      4. 사이버 공격 vs 방어 (Cyber Offense vs Defense)의 경쟁 AI는 취약점 탐지, 익스플로잇 생성, 맞춤형 피싱, 공급망 교란 등 복합적인 사이버 공격을 자동화·지능화한다. 미래의 공격자는 AI를 활용해 초고속·대규모 공격을 감행하며, 표적 시스템의 방어 알고리즘을 회피하거나 교란하는 적응형 기법을 사용할 수 있다. 방어 역시 AI를 활용해 실시간 이상탐지, 패치 자동화, 위협 행위 차단, 데이터 복원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공격-방어 시뮬레이션을 통한 선제적 취약점 탐색, 공급망 전 구간에 대한 위협 모니터링, AI 모델 및 데이터 무결성 검증이 필수다. 한국군은 소프트웨어 공급망 보안과 모델 출처 검증 체계를 확립하고, 훈련 데이터 무결성을 보장하며, 로그 보존과 감사 추적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전력망, 항법, 통신, 무기체계 제어망 등 핵심 인프라를 포함한 사이버-물리 통합 훈련과 레드팀 모의침투를 상시적으로 실시하여, 복합 위협에 대한 탐지-대응-회복 전 과정을 숙달해야 한다.

      이 4대 경쟁축은 각기 독립된 항목이 아니라 서로를 보완하거나 취약하게 만드는 상호작용 구조다. 예컨대 탐지 우위는 분산 지휘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무력하고, 사이버 방어 실패는 질적 전투력도 붕괴시킬 수 있다. 한국군은 이 경쟁구도를 개별 기술 도입이 아닌 통합 시스템 아키텍처의 설계로 접근해야 하며, 이제는 전술이 아니라 구조를 설계해야 할 시점이다.

    3) Associated Press, "Russian factory built decoy drones to fool Ukraine’s defenses — and make money," 2024년 12월 12일
    4) 송신기와 수신기를 서로 다른 위치에 분산 배치해 단일 스태틱 레이더보다 탐지각과 신호 처리 범위를 넓히고 은폐 표적의 발견 확률을 높이는 감시망.
    | 정책 제언: 기술·조직·제도 삼각 재편
      1. ‘한국형 Replicator 프로그램’ 도입 필요

      “향후 대규모 무인체계 투입 여부가 전장 주도권을 좌우할 것이며, 준비 없는 군은 ‘질’이 아닌 ‘수’에서 패배한다.”

      미 국방부는 중국의 대규모 무인체계 확산에 대응해 2023년부터 Replicator 프로그램을 본격 추진 중이다. 이는 단기간 내 수천 대의 저비용 무인체계를 실전 배치하여 질적으로 우세한 ‘자율 전투 노드’ 체계를 구성하려는 전략이다. 한국도 유사시 대규모 드론전, 무인체계 교란전에 대응할 수 있도록 작전지휘, 센서, 통신, 타격을 통합한 AI-드론 전투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방 R&D, K-방산 기술, 스타트업 생태계를 연결한 국가 차원의 자율무기 종합 전력화 로드맵이 필요하다.

      2. 국방 AI 윤리·통제 거버넌스 확립

      “윤리적 기준 부재는 국제 표준경쟁에서의 패배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AI 국방혁신 자체를 불가능하게 할 수 있다(미국의 Political Declaration on Responsible Military Use of AI 사례 참조).”

      AI 기반 무기체계는 오폭, 비인도성, 책임 불명확성 등 윤리적 논란을 수반한다. 한국도 국방부 차원의 ‘AI 윤리·통제 기준’을 수립하고, 기술개발 초기 단계부터 윤리검증·법적 책임·작전상 통제기준이 반영된 절차를 제도화해야 한다. 더불어 군 내부의 통제뿐 아니라 민간 전문가·법조계·기술윤리 전문가가 참여하는 ‘AI 무기 윤리위원회’ 구성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3. 한미 AI 기반 연합훈련 확대

      “AI 기반 지휘통제와 연합교전 절차에서의 격차는 동맹의 작전 속도 차이로 직결된다.”

      미국은 Project Convergence5) , Ghost Fleet Overlord6) 등 실전형 AI-무기 통합 실험을 통해 AI 운용과 실전 적용의 간극을 줄이는 훈련 모델을 축적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단순 무인무기 체계 수준을 넘어, JADC2를 중심으로 한 전장 전 영역 지휘통제(C2) 분야에서 AI를 활용하여 압도적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한국도 이러한 연합 실험훈련에 참가하거나 유사 체계를 공동 개발해, 연합 전장 내 AI 전투 상호운용성과 경험치를 확보해야 한다. 특히 지상·공중·해양·사이버 영역에서의 AI 기반 연합교전 절차를 함께 구축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4. AI 실험·획득 조직 신설

      “획득 속도가 늦으면, AI 무기는 연구실에서만 ‘첨단’이고 전장에서는 ‘구식’이 된다.”

      미국의 DIU(Defense Innovation Unit), 영국의 DSTL(Defence Science and Technology Laboratory)과 같은 조직은 민간 신기술을 신속히 군에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 한국도 방위사업청 또는 국방과학연구소 산하에 ‘AI 무기 전환 실험단’ 또는 ‘신속 획득 테스트 셀’을 창설해 기술-운용-전술을 연결하는 실전 검증 구조를 제도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민간 AI 기술이 전장 적용성과 생존성을 갖춘 무기로 빠르게 전환될 수 있어야 한다.

      5. AI 기반 방위력 개선사업 예산 편성 제도화

      “플랫폼이 아닌 전장 인지우위에 예산을 쓰는 국가만이 AI 시대의 전쟁에서 살아남는다.”

      현행 국방예산 구조는 무기 플랫폼 소요 중심으로 편성되어 있어 데이터 기반 작전환경 구축, AI 알고리즘 고도화, 전장 네트워크 개발 등은 소외되기 쉽다. 이에 따라 방위력개선사업분야의 국방중기계획과 연도예산 사업 구조 내에 AI-데이터-네트워크 전용 투자 항목을 별도로 설정하고, 기술 난이도와 시급성에 따라 탄력적 투자가 가능한 절차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 이러한 구조는 AI 관련 사업이 다른 무기 소요에 밀려 축소되는 것을 방지하고, 개발-실험-배치의 전 과정에 안정적 투자가 가능하게 한다. 궁극적으로는 “플랫폼 확보”가 아닌 “전장 인지우위 확보”로 국방 예산 기조가 전환되어야 한다.

    5) 미 육군 주관, AI, 클라우드, 자동화 등을 활용하여 육·해·공·우주·사이버 영역을 통합한 전장 네트워크 구축 프로젝트
    6) 미 해군 주관, 무인 수상함(USV: Unmanned Surface Vessel)의 실전 운용 가능성 실험 프로젝트
    | 맺으며
      AI는 더 이상 미래의 개념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장은 인공지능과 데이터 기반 알고리즘에 의해 재구성되고 있으며, 전투의 주도권은 정보 처리 속도와 결심 주기의 단축 능력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AI 전쟁의 핵심은 단순한 기술의 보유 여부가 아니라, 그 기술을 흡수하고 작동시키는 ‘구조’에 있다. AI 무기를 보유한 것만으로는 미래전에 대응할 수 없다. 핵심은 기존의 지휘체계, 작전개념, 조직구조, 교육·훈련 시스템을 AI에 맞게 통합적이고 유기적으로 개편하는 것이다.

      AI 기반 미래전은 단순히 무인체계나 알고리즘을 첨가하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군 전체를 하나의 지능화된 생명체처럼 진화시키는 ‘국방 시스템 혁신’의 과제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통적인 계급 기반 의사결정구조, 병과 중심의 작전개념, 연차 위주의 인력운용 방식 등 기존의 군 문화와 제도의 벽을 뛰어넘는 대전환이 필요하다.

      RAND의 분석은 이 같은 대전환이 단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과제임을 경고하고 있다. 기술 주도권이 아닌 구조 적응력의 경쟁이 미래전의 승패를 좌우할 것이며, 지금 한국군이 마주하고 있는 병력자원 감소, 조직 비효율성, 연합작전 대응력 미비 등의 문제는 AI 도입과 함께 더 명확하게 드러날 것이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AI 장비의 도입이 아니라, ‘전장을 중심으로 한 작전구조 개편’, ‘결심주기 단축을 위한 지휘체계 혁신’, ‘AI 운용을 위한 인력 재설계’와 같은 근본적인 구조 개편이다. RAND의 제언은 지금 한국군이 당면한 전략적 딜레마 속에서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나침반이 될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한국군도 기술이 아닌 구조를 먼저 바꾸어야 한다.



※ 「세종포커스』에 게재된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세종연구소의 공식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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