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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 이후 아시아계 인종혐오의 미국정치 [정세와 정책 2021-5월호-제16호]

등록일 2021-05-04 조회수 8,462

코로나 팬데믹 이후 아시아계 인종혐오의 미국정치

 

강명세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miongsei@sejong.org

 

코로나 팬덱믹 발생이후 미국에서 아시아인에 대한 증오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316일 조지아 아틀란타에서 백인청년이 6명의 아시아계를 포함 8명의 미국인을 총으로 난사했다. 미국언론은 이를 가리켜 증오범죄로 정의했다. 히로이 상원의원이 발의한 아시아계 증오범죄처벌법이 422일 통과되었다. 법안은 법무부에 관련 범죄 담당관을 지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러스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해 침을 뱉거나 후추를 뿌리는 것부터 욕설, 신체적 폭행, 기물파손 등이 자행되고 있다.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사건은 2019년에 비해 20201.5배 증가했다. 2021316일에는 백인 청년이 총기를 난사 8명이 죽는 참사로 발전했다. 뉴욕타임즈 조사에 의하면 20203월 이후 인종증오 범죄 110건이 발생했다 (NYT 43). 경찰발표는 그러나 실제 범죄보다 훨씬 적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아틀랜타 아시아계 공격이 발생하기 전 조사에 의하면 미국인 80%는 흑인에 대한 차별이 있다고 평가한다. 라틴계와 아시안계에 대한 차별에 대해서는 76%71%가 동의한다 (PEW 2021, March 18). 한편 백인에 대한 차별이 있다는 부분은 40%에 불과하다

 

아시아계 인권시민단체(Stop AAPI HATE)2020319-2021228일 기간 동안 자신들에게 접수된 피해사례는 총 3,795건이다. 2020년 발생이 2808 건이고 20213월 현재 503건이다. 피해자를 인종별로 보면 중국이 전체의 42.2%로 가장 많고 한국인 피해비중은 14.8%로 두 번째로 높다 (그림 1). <그림 1>에서 보듯 한국계 피해자는 중국계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미국 내 아시아계 인구는 19801.5%에서 2019년 약 5.9%로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백인은 약 76.3%이며 최대 소수계인 흑인은 약 13.4%이다. 아시아계의 인구증가는 유권자 증가로 이어져 가장 빠르게 늘어나는 유권자 집단이다. 2020년 아시아계 유권자 수는 11백명이다이민의 나라 미국에서 인종주의는 끊임없는 사회적 갈등이다. 미국은 흑인 노예제도의 폐지로 내전을 겪었으며 이후 인종갈등은 가장 핵심적 정치갈등의 축이다. 아시아계에 차별은 새로운 것이 아니나 코로나19 발생 이후 물리적 공격으로 확대되고 있다. 코로나 발생이후 20203월부터 20212월 까지 미국 전역에서 인종증오관련하여 3800건이 발생했다. 68%는 언어폭력이나 11.1%는 물리적 폭력을 동반했다 (AAPI Hate 보고서). 


 

 

 

왜 인종증오가 급증하게 되었나

 

인종증오범죄가 급증하게된 가장 가까운 원인은 코로나-19 팬데믹이다. 코로나-19가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전 세계적으로 확진자가 크게 늘면서 감염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었다. 공포는 희생양을 필요로 하며 그 대상은 중국으로 대표되는 아시아인이다. 인종갈등이란 구조에 기름을 부은 것은 트럼프가 의존한 인종정치이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초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바이러스쿵푸 감기(China virus, Kung flu)" 호칭은 아시아계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는 인종주의를 악화시겼다. 트럼프는 선거 캠페인 과정에서 인종차별적 정치에 기대어 근거없는 공포를 퍼뜨리고 희생양을 부추겼다. 트럼프의 사용용어가 말해주듯  엘리트 집단의 언어사용은 대중에게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트럼프가 사용한 중국비하 프레임은 아시아계 전반에 대한 사회적 배제의 효과를 불렀다미국의 권위있는 선거연구(ANES)는 코로나 팬데믹과 아시아계에 대한 공격이 갖는 관련성을 파악하기 위해  2020년 대선 전후 실시한 조사에서 코로나 팬데믹의 다양한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코로나 감염균이 실험실에서 의도적으로 만들어졌다는 관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설문은 중립성을 위해 실험실 개발을 언급하고 있으나 사실상 코로나바이러스의 중국발 여부를 묻는 것이다. 코로나감염증이 중국에서 왔다고 믿는 응답자는 아시아계 미국인을 비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림 2>에서 보듯, 의도적으로 실험실에서 개발된 것이라는 견해는 응답자의 지지정당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 공화당 지지층은 66%가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보는 반면 민주당 지지층은 19%만이 실험실에서 만든 것으로 믿는다. 실험실 언급을 중국에서 온 것으로 가정한다면 공화당 지지자는 민주당 지지자나 무당층에 비해 아시아계를 비난할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다. 더구나 트럼프같은 정치지도자가 코로나19중국 바이러스라고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상황에서 공화당 지지층은 중국발이라고 믿을 것이다

 

우한 바이러스와 정치 양극화 

 

반아시아 심리를 자극한 가장 직접적 계기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의 발원지로 지적한 우한 바이러스이다아시아계에 대한 공격은 구조(인종주의)가 행위자(정치엘리트)가 상호작용한 결과이다. 정치엘리트의 말은 그의 입에서 멈추지 않고 대중의 입으로 확산된다. 2020년 선거 당시 코로나 발원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대중에게 코로나는 의도적으로 전파되었다는 인상을 남겼다. <그림 2>는 최종학력을 기준으로 할 때, 코로나-19가 실험실에서 의도적으로 개발되었다고 보는 미국인과 의도적으로 개발되지 않았다고 믿는 투표자가 선거에서 어떤 선택을 했는지를 보여준다. 의도적 개발로 보는 투표자는 비의도적으로 보는 사람에 비해 학력과 관계없이 바이든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은 낮아진다. 팬데믹 발생의 원인에 대한 견해는 학력과 더불어 감소한다

 

미국사회에서 흑인에 대한 차별이 여전하다는 사실은 불문률과 같다. 흑인의 80% 이상, 그리고 백인의 평균 70%가 흑인에 대한 차별을 시인한다 (그림 2). <그림 2>의 수평축은 최종학력이고 수직은 아시아계 차별 여부를 0에서 100까지로 표시한 것이다. 그러나 아시아계에 대한 차별에 대해서는 무감각하다. 오직 히스패닉계 만이 50% 이상 아시아계에 대한 차별이 존재한다고 응답한다. 반면 백인이나 흑인의 경우 아시아계에 대한 차별을 인정하는 비중은 과반이하이다. 백인은 학력이 높을수록 아사아계 차별을 인정한다


 

 

 

미국의 인종주의는 2020년 대선에서 특히 적나라하게 노출되었다. 인종적 연합이 트럼프 지지 정도를 결정하는 미국정치의 현실에서 인종차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는 정치적 선택에서 아주 중요한 변수이다. <그림 3>의 수직 축은 트럼프 지지정도, 수평 축은 인종차별의 정도로서 높을수록 심각하다는 것을 뜻한다. 아시아계에 대한 차별이 분명하다는 점을 인정할수록 트럼프 지지는 낮다. 흑인이 차별을 받는 점을 인정하는 사람은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는다. 반면 백인이 역차별을 받는다고 믿는 미국인은 트럼프를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 <그림 3>이 제시하는 뜻은 인종차별적일수록 공화당 후보를 지지하며 반대로 인종차별에 반대할수록 바이든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코로나-19 감염병 원인에 대해 어디선가에서 의도적으로 개발된 것인가 아니면 비의도적 결과인가에 대해 지지정당이나 인종별로 다르다. 아시아계의 80%는 비의도적 결과로 보는 반면 백인의 60%만이 그렇게 본다. 흑인 53%는 코로나 감염증이 실험실에서 의도적으로 개발되었다고 믿는다. 히스패닉계 견해는 반반으로 나뉜다 (그림 4). 코로나 팬데믹의 기원에 대해 정당일체감과 인종별로 차이가 나타난다

 

<그림 4>에서 보듯 민주당 지지자는 19%만이 실험실에서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본다. 반대로 공화당 지지자는 66%가 그렇게 믿는다. 양쪽의 차이는 14%이다. 무당층은 45%가 중국에서 온 것으로 믿는다. 인종적으로 보면 아시아계 미국인은 79%가 의도적으로 개발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한편 백인은 40%, 흑인은 47%가 실험실에서 의도적으로 개발되었다고 믿는다

 

 

<그림 5>는 미국사회의 소수인종인 흑인과 아시아계에 대한 호감도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제시한다. 이를 보면 왜 아시아계에 대한 공격이 가능한지를 엿볼 수 있다. 0점부터 100점 사이로 측정하는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호감도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최종학력, 흑인, 백인, 민주당 지지자, 그리고 연방지출 등이다. 최종학력이 높을수록 연방지출확대를 지지할수록 그리고 민주당 지지자일수록 아시아계를 좋아한다. 반대로 흑인과 백인은 아시아계에 대해 부정적 감정을 갖는다. 백인은 소수인종에 대해 부정적이다. 아시아계는 흑인에 대해 비우호적이다. 백인과 흑인 모두 아시아계의 사회적 배제에 동조하는 점을 말해준다. 한편 아시아계 역시 흑인에 대해 적대적이다. 요약하면 고학력, 민주당 지지층과 연방지출 증대를 선호하는 미국인이 소수계에 대해 우호적이다

 

인종차별과 아시아계의 민주당 지지

 

20204월에서 9월 사이에 실시된 Democracy Fund+UCLA Nationscape 조사에 의하면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차별이 심각하다고 믿는 아시아계 미국인 75%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을 지지했다. 한편 차별이 없다고 보는 아시아계 미국인은 단 37%만이 트럼프가 아니라 바이든을 지지했다.

 

 

아시아계 미국인은 백인 중심의 공화당이 사회적 배제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 민주당을 지지한다. 이들은 공화당의 사회적 배제와  폐쇄성이 코로나 팬데믹 이후 더욱 노골화되었다고 믿는다. 이는 대선 과정에서 이미 보였다.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중국 바이러스" 또는 우한 바이러스"라고 부르는 것이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혐오를 유발한다는 점을 비난했다. 트럼프의 중국 바이러스" 호칭은 대중으로 하여금 아시아계에 대한 공격이 문제될 것 없다는 인식을 강화시켜 더욱 인종범죄에 대해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게 만든다. 엘리트의 선동이다.  미국정치는 인종적 균열을 핵심축으로 하는데 아시아인 또는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호감은 인종별로 크게 다르다. 미국사회는 역사적으로 인종적 차별에 대해 아주 민감하며 이를 시정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흑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최근 “Black Lives Matter” 운동으로 발전했으며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과 민주당은 흑인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역사적으로 아시아계는 정당일체감이 불안정하고 무당층을 지향했었다. 그러나 최근들어 아시아계의 민주당 정체성은 급격히 증가했다. 1992년 아시아계는 31%가 클린턴 후보를 지지했으나 2016년에는 61%가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했다. 공화당의 과격한 인종주의적 태도를 경험하면서 아시아계는 과거에 비해 시민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민주당 정체성을 지향한다
 

 

 

아시아계인에 대한 차별여부와 정도는 지지정당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차별이 있는가?  설문에 전혀 없다(1)”, “약간 있다(2)”, “어느 정도 있다(3)”, “많다(4)”, “매우 많다(5)”부터 5까지의 응답을 놓고 공화당 일체감의 응답자의 평균값은 2.81으로 약간 있다에서 어느 정도 있다 사이에 있다. 공화당 지지층의 평균은  전체 평균은 3.02보다 낮다. 한편 민주당 지지층의 평균값은 3.23으로 어느 정도 있다와 많다 사이에 있으며 전체 평균보다 높다,  

 

인종적 양극화 사회와 포용적 민주주의의 필요

 

16일의 워싱톤 의회난동이 보여주듯 미국사회의 정치적 양극화는 극에 달했다. 이제 미국의 과제는 포용적 민주주의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최근 심각한 단계에 있는 양극화 정국에서 아시아계 투표자가 어느 정당을 더 지지하는가는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아시아계는 흑인(87%) 다음으로 67%가 바이든 후보를 지지했다. 히스패닉과 백인의 바이든 지지는 각각 54%47%였었다 (그림 6). 2004년 이후 아시아계 투표자의 민주당 지지는  꾸준히 상승 중이다. 200436.3%에서 2008년 오바마 지지는 78.9%, 2012년 오바마 지지는 52.8%, 그리고 2016년 클린턴 지지는 68.7%였다

 

아시아계 인구의 증가와 정치적 비중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나아가 그들의 최근 친민주당 성향을 고려할 때 백인과 흑인 일부가 아시아계에 대한 인종혐오는 박빙의 경쟁을 벌이는 주요 선거에서 민주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이 점은 아시아계를 상대로 한 공격에 대한 바이든 정부의 신속한 대응에서도 나타난다. 바이든 대통령은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아시아계 공격 직후 법무부의 엄정한 대응을 지시했다. 해리스 부통령 역시 인도계이며 증오범죄에 단호한 입장이다. 한편 히로이 민주당 상원의원의 발의는 아시아계 증오범죄를 연방정부 차원의 대응책을 제시한 것이나 공화당의 필리버스터 장벽을 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근원적 해결책이 되려면 미국인의 아시아계에 대한 구조적 인식전환이 필수적이다. 민주당을 절대적으로 지지하는 흑인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그림 5). 최근 아시아계 미국인이 보여주는 민주당 지지경향을 고려한다면 민주당과 바이든 정부는 저학력층과 흑인의 아시아계에 대한 비우호적 태도를 우호적으로 바뀌도록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인종적으로 민주당 지지기반은 소수계의 연합이다. 바이든 정부와 민주당은 흑인의 아시아계에 대한 혐오는 아시아계의 이탈을 유발한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