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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포커스] 포스트–확장억제 시대의 새로운 안보 아키텍처 — 한·일·프·영·독 ‘중강국 5개국(MP5) 안보협의체’ 구축 구상 —

등록일 2026-02-24 조회수 243 저자 정성장

2025년 12월 발표된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NSS)에는 역대 어느 NSS에서도 빠진 적 없던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가 사라졌다. 2026년 1월 공개된 국방전략(NDS)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포스트–확장억제 시대의 새로운 안보 아키텍처
— 한·일·프·영·독 ‘중강국 5개국(MP5) 안보협의체’ 구축 구상 —
2026년 2월 24일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 | softpower@sejong.org
    * 본고에서 ‘MP5(Middle Power 5, 중강국 5개국)’란 한국·일본·프랑스·영국·독일 5개국으로 구성되는 안보협의체 구상을 지칭한다. 이들은 미국·중국·러시아와 같은 초강대국은 아니지만 독자적 전략 자산과 세계적 방위산업 역량을 보유한 ‘중강국(中强國, Middle Power)’으로서, 미국 주도의 기존 안보 체제를 보완하는 독자적 중강국 안보 네트워크 구축을 목표로 한다
    | 확장억제의 종언과 미국의 ‘역외 균형자’ 회귀
       2025년 12월 발표된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NSS)에는 역대 어느 NSS에서도 빠진 적 없던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가 사라졌다. 2026년 1월 공개된 국방전략(NDS)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더욱 중요한 것은 2026 NDS가 한국에 대해 “한국은 북한 억제의 일차적 책임(primary responsibility)을 져야 하며, 미국은 핵심적이되 제한적인 지원(critical but more limited support)만 제공한다”고 명시한 점이다.1) 이는 냉전 이후 한국이 의존해 온 안보 구조의 근본적 변화를 의미한다.

      물론 미국의 확장억제가 하루아침에 완전히 소멸했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2025년 12월 한미 핵협의그룹(NCG) 5차 회의에서 미국은 “확장억제 공약을 재확인”하고 NCG를 ‘항구적 양자 협의체’로 규정하였다. 그러나 정책 문서에서 확장억제 조항이 삭제된 것은 단순한 문구 변화가 아니다. 2010년·2018년·2022년 핵태세검토보고서(NPR)가 일관되게 ‘확장억제 강화’를 천명해 왔음을 고려하면, 이번 변화는 미국 핵전략의 근본적 전환을 예고하는 신호다. 미국 의회조사국(CRS)도 2026 NDS가 확장억제를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점을 이례적으로 지적하였다.2)

      2026 NDS의 4대 우선순위는 명확한 서열을 보여준다: ① 서반구 및 본토 방어, ② 중국 억제, ③ 동맹 부담분담 확대, ④ 방산기반 강화. 이 순서 자체가 동맹 방어가 미국의 최우선 관심사가 아님을 웅변한다. CSIS 분석에 따르면 2026 NDS는 과거의 ‘2개 전쟁 동시수행’ 구상에서 두 번째 분쟁의 주도권을 동맹국에 사실상 이양하였다.3) 한반도에 대해서도 북한을 ‘한국과 일본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하면서 미국은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 능력에만 초점을 맞추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러한 변화는 국제정치학의 ‘역외 균형(Offshore Balancing)’ 전략의 본격적 실행이다. 기존의 한미일 3각 안보 협력은 미국이라는 ‘허브’가 작동할 때만 의미가 있는 구조인데, 미국의 거래적 외교(Transactionalism)가 심화되면서 이 구조는 본질적으로 취약해지고 있다. 일본은 방위비를 GDP 대비 2%로 증액하고 반격 능력을 확보하며 미일동맹을 강화하는 동시에, 영국·이탈리아와 차세대 전투기(GCAP)를 공동개발하는 등 전략적 자율성 확대를 병행 추구하고 있다. 한국 역시 미국 의존을 넘어서는 다변화 전략이 절실하다.

    G7·쿼드의 한계와 MP5의 필요성

      한국은 GDP 세계 12위, 재래식 군사력에서 세계 5위권의 명실상부한 중강국(中强國)임에도 불구하고, 현존하는 주요 다자 안보 체제 어디에도 편입되어 있지 않다. G7에는 이탈리아와 캐나다가 포함되어 있으나 한국은 제외되어 있고, 쿼드(미·일·인·호)에도 한국은 빠져 있다.

    MP5는 G7의 경제 편향성, 쿼드의 대중국 구도, 두 체제 모두의 한국 배제라는 구조적 공백을 동시에 채우는 새로운 안보 아키텍처다. 특히 한국이 MP5를 주도적으로 제안함으로써 주변 4강 의존형 외교를 넘어, 중강국 외교의 새 지평을 열 수 있다.
    | 왜 이 5개국인가?: 중강국(中强國) 5개국(MP5)의 전략적 보완성
       본고는 ‘Middle Power’를 기존의 ‘중견국(中堅國)’이라는 용어 대신 ‘중강국(中强國)’으로 번역할 것을 제안한다. ‘중견국’이라는 개념은 ‘기둥·버팀목’이라는 이미지가 강해, ‘역할·책임’에 초점이 있는 규범적 성격이 강하다. 반면, ‘중강국’이라는 개념은 초강대국(超强大國)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분명히 강국(强國)의 반열에 있는 중간 규모 국가의 실질적 역량과 전략적 위상을 보다 정확히 반영한다.

      한국·일본·프랑스·영국·독일은 국토 면적이나 인구 면에서 미국·중국·러시아와 같은 초강대국이 될 수 없지만, 독자적 핵전력, 세계 10위권 경제력, 첨단 방산기술 등을 보유한 명실상부한 강국들이다. 이들을 단순히 ‘중간 규모의 나라’로 규정하는 ‘중견국’보다 ‘중간 규모의 강국’을 뜻하는 ‘중강국’이 이들의 실체를 훨씬 더 정확하게 표현한다. 2026년 글로벌파이어파워(GFP)의 재래식 군사력 평가에서 한국·프랑스·일본·영국은 상위 5~8위를, 독일은 12위를 차지했다. 이들은 진정한 의미의 중강국이다.

    프랑스: 독자 핵전력과 ‘독립적 연대’의 설계자

      프랑스는 미국과 구별되는 ‘전략적 자율성(autonomie stratégique)’을 국가 정체성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4척의 전략핵잠수함(SSBN)과 바라쿠다급(Suffren급) 공격형 핵잠수함(SSN)을 운용하며 독자적 우라늄 농축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바라쿠다급은 저농축 우라늄(LEU)을 사용하여 핵비확산 관점에서 한국과의 기술 협력에서 법적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다.4)

      2025년 7월 업데이트된 프랑스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프랑스를 ‘인도-태평양 거주국’으로 규정하며, 해외 영토에 약 7,000~8,000명의 병력을 상시 주둔시키고 있다. 특히 2025년 5월 마크롱 대통령은 싱가포르 샹그릴라 대화에서 역사상 최초로 기조연설을 한 유럽 정상으로 나서며, 미·중 어느 쪽에도 종속되지 않는 ‘독립적 연대 연합(coalition of independents)’을 아시아·유럽 파트너 국가들에게 제안하였다.1) MP5는 바로 이 마크롱 구상의 가장 구체적인 제도화 방안이다. 2026년 한·프 수교 140주년은 전략적 파트너십 격상의 절호의 기회다.

    영국: Five Eyes 정보력과 AUKUS 선례

      영국은 Five Eyes 정보동맹의 핵심 구성원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신호정보(SIGINT)와 사이버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노동당 정부 출범(2024년 7월) 이후 ‘글로벌 브리튼’이나 ‘인도-태평양 경사’ 같은 표현은 공식 문서에서 삭제되었으나, 실질적 군사 관여는 오히려 강화되었다. 2025년 4월 HMS 프린스 오브 웨일스 항모전투단을 주축으로 한 ‘오퍼레이션 하이마스트’는 24기 F-35B를 탑재하고 완전작전능력(FOC)을 선언한 영국의 두 번째 인도-태평양 항모전투단 전개로, 13개국 4,500여 명이 참여한 대규모 다국적 작전이었다.

      AUKUS(2021년 9월)를 통해 비핵보유국인 호주에 핵추진잠수함 기술을 이전하는 전례 없는 결정을 내린 영국은, 한국이 원자력 추진 기술 협력을 논의할 때 중요한 참조점이 된다. 특히 2025년 7월 영·프 노스우드 선언(Northwood Declaration)은 “양국의 핵전력은 독립적이지만 조율될 수 있다”는 점을 역사상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명시하였으며, 영·프 핵운영조정그룹(Nuclear Steering Group)도 신설되었다. 이 선언은 MP5 핵안보전략대화의 제도적 모델이 될 수 있다.

    독일: EU의 심장이자 핵 논의의 새로운 행위자

      독일은 EU 최대 경제국이자 NATO 유럽 회원국 가운데 가장 큰 잠재적 군사력을 갖고 있다. 2022년 ‘시대전환(Zeitenwende)’ 선언 후 1,000억 유로의 특별방위기금을 편성하였다. 2025년 8월 프랑스-독일 방위안보협의회(Franco-German Defence and Security Council)는 ‘핵 억제에 관한 전략적 대화’를 공식 출범시켰다.6) 2026년 2월 뮌헨안보회의에서는 메르츠 독일 총리 당선인이 마크롱과의 ‘기밀 핵 대화’를 공개적으로 언급하였다. 독일의 잠수함 건조(TKMS)와 정밀 센서 기술 역량은 한국 방산과 높은 상호보완성을 갖는다.

      다만 독일은 1990년 2+4 조약으로 WMD 보유를 영구 포기하였으며, 국내 반핵 정서도 강고하다. 따라서 독일은 MP5의 핵 안보 대화에서 ‘옵서버’ 형태로 참여하고, 방산·사이버·우주 분야의 실질 협력에 집중하는 역할 분담이 현실적이다.

    일본: 아시아의 핵심 파트너이자 공동 주도국

      일본은 한국과 동일한 안보 도전—북한 핵·미사일, 중국의 군사적 팽창, 미국 안보 공약의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 일본은 방위비 증액(GDP 대비 2%)과 반격 능력 확보를 통해 미일동맹을 강화하면서도, 동시에 영국·이탈리아와 GCAP를 공동개발하는 등 전략적 자율성 확대를 병행 추구하고 있다. 한국의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 역량과 일본의 해양 기술이 결합되면, 프·영의 핵추진·센서 기술과 시너지를 내어 인도-태평양의 독자적 감시·방어 능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수 있다. MP5에서 한·일이 공동 주도국으로 참여함으로써 한일 안보 협력을 역사 문제에서 분리하여 미래지향적으로 제도화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한국: MP5의 촉매이자 ‘K-외교’의 기수

      한국은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이자 반도체·조선·방위산업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K-방산의 글로벌 약진은 한국이 안보 소비국이 아니라 안보 공급자로서의 자격을 갖추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핵잠수함, 우라늄 농축·재처리, 전략 정보 네트워크 등에서 결정적 공백이 있다. MP5는 이 공백을 채우면서 한국의 제조업·IT 역량을 유럽 파트너에 제공하는 ‘윈-윈’ 플랫폼이다.

      무엇보다 한국이 G7에도, 쿼드에도 편입되지 못한 상황에서 MP5를 주도적으로 창설한다면, 이는 K-문화(한류)와 K-방산이 열어온 길을 K-외교가 이어받는 역사적 전환점이 된다. 주변 4강(미·중·일·러) 중심 외교의 틀을 넘어, 가치를 공유하는 중강국들과 연대하는 다변화 외교의 새 시대를 한국이 능동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
    | MP5의 핵심 의제
    핵잠수함·원자력 기술 협력

      이재명 정부는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국정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2025년 10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경주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였다. 그러나 미국 에너지부(DOE)의 기술 이전과 핵연료 공급에 대한 실질적 협력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프랑스의 바라쿠다급은 LEU 원자로를 사용하여 핵비확산 관점에서 HEU보다 정치적·법적 장벽이 낮다. 한국이 프랑스와 LEU 기반 원자력 추진 기술 공동연구를 시작한다면, 이는 미국의 HEU 독점에 대한 기술적 대안을 마련하면서 동시에 “한국이 유럽과 독자적 핵기술 협력을 추진한다”는 강력한 외교적 신호를 보내는 효과가 있다. 영국 역시 AUKUS를 통해 비핵보유국에 핵추진잠수함 기술을 이전하는 선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협력 파트너다. 본고는 MP5 산하에 ‘해양안보 및 원자력추진기술 실무그룹’의 신설을 제안한다. 한·프·영을 핵심 참여국으로, 일·독을 옵서버로 구성하며, LEU 기반 원자력 추진 기술의 공동연구와 핵비확산 체제와의 정합성 확보 방안 등을 논의한다.

    기술 안보 협력과 독자적 방산 공급망 구축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국에 방위비 증액을 요구하면서도 핵심 기술 이전은 엄격히 통제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제조업 강국(한·일)과 기초과학·방산 강국(프·영·독)의 결합을 통해 미국 의존도를 낮춘 독자적 방산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은 전략적 필수다. 구체적 협력 분야는 네 가지다.

    한국의 AI·반도체 역량과 프·영의 해양 센서·위성 기술을 결합한 독자적 해양감시 네트워크(MDA) 구축
    무인체계(UAS/UUV) 공동개발: 한국의 드론 제조, 일본의 수중 로봇, 프·영의 군용 드론·무인잠수정, 독일의 정밀 센서를 결합하여 미국 시스템에 의존하지 않는 독자적 무인 감시·타격 체계 개발
    한국의 세계 최고 수준 조선 역량에 프·영의 항공·센서 기술을 결합한 해양 감시 자산 공동 설계·건조
    영국 GCHQ·프랑스 ANSSI와의 사이버 안보 협력 및 프랑스(CNES)·독일(DLR)과의 우주 협력

    지역 연계 안보와 유라시아 해양안보 이니셔티브

      러시아·중국·북한·이란의 ‘수정주의 4국’ 연대는 유럽 전구와 아시아 전구의 안보가 분리될 수 없음을 입증하고 있다. IP4(한·일·호·뉴)와 NATO의 협력은 2022년 이후 급속히 발전했으나 두 가지 한계가 있다. 첫째, 이 협력이 대부분 ‘미국의 주선’으로 이루어져 왔는데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이에 소극적이다. 그 결과 2025년 6월 헤이그 NATO 정상회의에 IP4 4개국 중 한국, 일본, 호주 3개국 정상이 불참하였다.7) 둘째, IP4-NATO 협력이 여전히 ‘대화 중심’에 머물러 실질적 운용·방산·기술 협력으로의 전환이 충분하지 않다.

      본고는 MP5 프레임워크 내에서 ‘유라시아 해양안보 이니셔티브(EMSI)’의 창설을 제안한다. 2025년 프랑스 샤를 드골 항모전투단과 영국 퀸 엘리자베스급 항모전투단은 이미 정기적으로 인도-태평양에 전개되고 있다. 이를 한·일 해군과의 합동 훈련으로 제도화한다면 억제력을 실질적으로 강화할 수 있다.

    포스트-확장억제 시대의 핵 안보 대화

      미국의 확장억제 약화는 유럽에서도 동일한 불안을 확산시키고 있다. 2025년 5월 폴란드와 프랑스는 낭시 조약(Treaty of Nancy)을 체결하여 상호방위 공약과 핵 관련 전략 대화 기반을 마련하였다. 2025년 7월 영·프 노스우드 선언으로 영국과 프랑스는 처음으로 핵전력 조율 가능성을 공개 천명하였다. 2025년 8월 독·프 핵 전략적 대화가 공식 출범하였고, 2026년 2월 뮌헨안보회의 유럽핵연구그룹(ENSG)은 「Mind the Deterrence Gap」 보고서를 발간하며 유럽 차원의 핵 대화 확대를 촉구하였다.8) 한국이 프·영과 핵 안보 대화를 시작하는 것은 유럽에서 이미 진행 중인 추세에 합류하는 것이지 급진적 일탈이 아니다.

      본고는 MP5 내 ‘핵안보전략대화(Nuclear Security Strategic Dialogue)’의 설립을 제안한다. NATO의 핵기획그룹(NPG)을 모델로 하되 한·일이 참여하는 ‘확대 핵안보 포럼’ 형태를 취한다. 중요한 것은 이 대화가 프·영의 핵우산 확장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프랑스 핵 독트린상 ‘생존적 이익’은 엄격히 프랑스 영토에 연계되므로, MP5의 핵 대화는 ‘핵 억제 확장’이 아니라 포스트-확장억제 시대의 억제 전략 대안, 프·영 핵전력의 아시아 안보 기여 가능성, 핵비확산 체제 유지를 위한 공동 입장 조율에 초점을 맞춘다.
    | MP5 구상의 한계와 극복 방안
       MP5 구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구조적 장애물들을 직시하고 이를 극복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주요 한계와 극복 방안을 아래와 같이 정리한다.

    | 정책 제언: MP5 실행 로드맵과 확장 구상
    단계별 로드맵

     


    MP5 → MP6 → MP7: 중강국 안보협의체의 단계적 확장

      MP5는 중강국 안보협의체의 최종 형태가 아니다. 2031년 이후 호주, 캐나다 등 가치를 공유하는 중강국들의 참여를 단계적으로 수용하여 MP6 또는 MP7로 확대하는 것도 가능하다. 확장 기준은 두 가지다: 첫째, 민주주의 가치의 공유; 둘째, 기존 5개국과 상호보완적인 핵심 전략 자산의 보유.

    | 맺음말: K-외교, 중강국 외교의 새 시대를 향하여
       MP5 구상의 본질은 ‘대체’가 아니라 ‘보완’이다. 한미동맹을 버리자는 것이 아니라, 한미동맹만으로는 부족한 시대에 추가적 안보 자산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이 구상은 미국이 요구하는 ‘동맹 자율성 강화’와 ‘부담분담 확대’에 정확히 부합하면서, 동시에 미국에 “동맹국들이 독자적 안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어 지나친 동맹 이탈을 견제하는 ‘이중 효과(dual signaling)’ 전략이다.

      K-문화(한류)가 소프트파워의 새 지평을 열었고, K-방산이 세계 방산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을 격상시켰다면, MP5는 한국이 글로벌 안보 아키텍처의 수동적 수혜자가 아니라 능동적 설계자로 전환하는 ‘K-외교’의 상징적 출발점이 될 수 있다. G7에도, 쿼드에도 편입되지 못한 한국이 MP5를 주도함으로써, 주변 4강 의존형 외교의 틀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하는 것이다.

      미국에게는 이 협의체가 결코 ‘반미(Anti-American)’ 또는 ‘탈미(Post-American)’ 동맹이 아니며, 오히려 미국의 부담을 덜어주고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에 기여하는 ‘책임 있는 동맹국들의 자발적 노력’임을 설득해야 한다. 중국에게는 이 협의체가 특정 국가를 배제하거나 적대하기 위한 ‘아시아판 NATO’가 아님을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마크롱 대통령이 제안한 ‘독립적 연대 연합’, 독일의 전략적 핵 대화 개시, 영·프 노스우드 선언 — 이 모든 흐름은 포스트-확장억제 시대에 중강국들이 스스로의 안보를 스스로 설계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한국이 이 역사적 흐름의 주변부에 서 있을 것인가, 아니면 그 중심에서 새로운 안보 질서를 능동적으로 설계할 것인가. MP5 ‘중강국 안보협의체’는 그 담대한 여정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1) U.S. Department of Defense, 2026 National Defense Strategy, January 23, 2026, pp. 4, 14. Mark F. Cancian and Chris H. Park, “The 2026 National Defense Strategy by the Numbers,” CSIS, January 31, 2026
    2) 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 “U.S. Extended Deterrence and Regional Nuclear Capabilities,” IF12735, updated February 6, 2026.
    3) Mark F. Cancian and Chris H. Park, “The 2026 National Defense Strategy by the Numbers: Radical Changes, Moderate Changes, and Some Continuities,” CSIS, January 31, 2026.
    4) 프랑스의 바라쿠다급(Suffren급) 잠수함은 Naval Group이 건조하며, K15 원자로를 탑재하고 있다. 정성장, “한국-프랑스 핵추진잠수함 협력 전략과 로드맵,” 『세종포커스』, 2026년 2월 10일 참조.
    5) USNI News, “French President Macron Calls for Independent Coalition Between Europe, Asia,” Shangri-La Dialogue, May 30, 2025. 마크롱은 미·중 어느 편에도 서지 않으려는 아시아·유럽 파트너 국가들에게 독립적 연대 구축을 제안하였다
    6) Élysée, “Conclusions of the Franco-German Defence and Security Council,” September 2, 2025.
    7) 한국은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특사로 참석하여 NATO 사무총장과 방산 협력 실무협의체를 설치하는 데 합의하였다. United States Studies Centre, “Beyond Alignment: Moving the NATO-IP4 Partnership Forward,” December 16, 2025.
    8) Munich Security Conference European Nuclear Study Group, “Mind the Deterrence Gap,” February 2026. 폴란드-프랑스 낭시 조약(2025년 5월), 영·프 노스우드 선언(2025년 7월), 독·프 핵 전략적 대화(2025년 8월) 등 유럽 내 핵 논의 확산은 미국 확장억제 약화에 대한 자구적 대응이다.



※ 「세종포커스』에 게재된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세종연구소의 공식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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