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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앤트그룹의 샹하이 증시 상장 중단과 그 함의 [세종논평 No.2020-30]

등록일 2020-11-16 조회수 6,565 저자 김기수

 

중국 앤트그룹의 샹하이 증시 상장 중단과 그 함의

 

 

[세종논평] No. 2020-30 (2020.11.16.)

김기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kskim@sejong.org

 

        ​2020년 11월 3일 세계 금융계는 놀라운 뉴스를 접했다. 마윈(馬雲) 회장이 운영하는 알리바바 그룹의 핀테크 자회사 앤트 그룹의 샹하이 및 홍콩 증시 상장이 예정일인 11월 5일 이틀 전 전격 중단됐다. 상장 규모는 무려 340억 달러로 세계 기업상장 역사상 최대 규모였다. 현재까지의 우리 기억에 이와 같은 전격적인 상장 취소 사례는 존재하지 않는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 발생한 셈이다. 샹하이 증권거래소는 그 이유를 분명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언론의 추측이 있을 뿐이다.


10월 24일 상하이에서 열린 와이탄금융서밋 연설에서 마윈은 다음과 같은 발언을 했다: “위대한 혁신가들은 감독 자체를 두려워하진 않지만, 뒤떨어진 감독은 무서워한다... 기차역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공항을 관리할 수 없듯이,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미래를 관리할 순 없다... 현재 중국 금융 시스템은 건전성이 문제가 아니라, 금융 기관들이 제 역할을 하지 않는 기능의 부재가 문제다.” 결국 중국 현 금융시스템의 기능 부재, 금융을 감독 관리하는 당국의 후진성, 그리고 이들 모두를 개혁하려는 의지의 부족 등을 정면 비판했다고 볼 수 있다. 바로 그런 비판적 언급이 당국을 자극하며 상장 중단 사태를 맞았다는 전언이다.


위의 해석에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다음의 질문을 던져보면 문제가 간단치 않음이 드러난다. 중국경제에서 시장의 작동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비슷한 맥락에서 개인 소유권은 어느 정도 보장되고 있을까? 1979년 덩샤오핑에 의해 중국의 개혁개방이 시작된 것은 모두가 안다. 시장원리의 도입과 개인의 경제적 자율권 확대가 개혁의 핵심 내용이었다. 공유 및 배급제를 특징으로 하는 공산주의 국가가 시장원리를 받아들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당연히 시장의 범위는 어디까지이고 시장은 기존의 사회주의 경제와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가가 쟁점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1982년 당시 최고의 경제전문가이며 실력자였던 천윈(陳雲)이 이 문제를 조정했는데, 지금도 회자되는 유명한 조롱경제론(鳥籠經濟論)이 등장했던 배경이다. 계획경제가 주(主)이며, 시장은 보(補)라는 주보론(主補論)이 핵심 내용이었다. 즉 새장 안의 새와 같이 시장은 새장이라는 계획경제의 테두리 내에서 인정되고 작동한다는 원칙이 제시됐다. 기업에 대해서도 비슷한 원칙이 확립됐다. 1994년 국무원에 의해 확정된 대기업에 대한 국영의 원칙, 즉 조대방소(抓大放小)가 그것이다. 큰 기업은 국영이 원칙이고 그 규모는 향후 더 커질 것이지만 작은 규모의 기업은 민영화시킨다는 가이드라인이었다. 중국의 경우 7대 기간 산업의 기업 모두가 국유인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눈부신 경제성장, 미국을 따라잡을 수도 있다는 예측 등에 힘입어 중국경제가 서구식 시장원리와 소유권에 기초, 작동 및 발전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미 오래전 확립된 조롱경제론과 조대방소 원칙은 지금도 유효하고, 공산당 정권이 경제를 운영한다는 기본 방침에는 거의 변화가 없다. 따라서 중국에서 외형상으로는 민간이라 하더라도 기업의 규모가 커지면 자연스레 덩치 큰 기업에 대한 정부의 간섭과 통제는 심해질 수밖에 없고, 그 결과 큰 사업체의 경우 사실상 국유기업과 비슷한 성격을 띠게 된다.


마윈의 기업들은 규모가 너무 커졌다. 특히 AI와 블록체인을 다루는 거대 기업 앤트의 출현은 주민 통제를 최우선 과제로 여기고 있는 중국 공산당의 핵심 수단을 앤트 그룹이 장악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방식으로든 공산당 통제가 필요했던 대목이다. 이렇게 보면 마윈 회장의 대정부 비판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가 오히려 궁금해진다. 개인적인 성향이었을까, 아니면 더는 참기 어려운 수준의 정부 통제가 기업과 금융 발전에 너무 치명적이라는 현실에 대한 절박한 인식이었을까? 아무튼 금번 앤트 그룹 사태는 공산당 권력과 중국의 민간기업이 어떤 관계인지를 잘 보여준다. 조롱경제의 원칙이 설파하듯 시장 작동과 개인 소유의 범위는 계획경제 내에서 가능하다는 지고의 원칙이 다시 표면화됐다고 보면 된다. 요컨대 마윈의 기업에도 같은 원칙이 적용된 셈이며 바로 그런 점이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특징이다. 

 

 

 

※ 『세종논평에 개진된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세종연구소의 공식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