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포커스

탈레반 재집권과 중국의 영향력 확대 가능성 [세종논평 No.2021-12]

등록일 2021-08-23 조회수 3,800 저자 정재흥

탈레반 재집권과 중국의 영향력 확대 가능성

 

[세종논평] No. 2021-12 (2021.8.23.)

정재흥(세종연구소 연구위원)

jameschung@sejong.org

 

지난 20019.11 테러 발생 이후 항구적 자유작전(Operation Enduring Freedom)이름으로 시작된 아프간 전쟁이 미군의 갑작스러운 철군으로 인해 20년 만에 막을 내리고 탈레반이 다시금 재집권하였다. 미군의 철수와 탈레반 재집권 이후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는 국가는 아프간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이다. 미국과의 치열한 역내 전략적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은 미국이 빠진 아프간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중이다. 이미 819일 왕이(王毅)중국 외교부장은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과의 통화에서 "앞으로 국제사회는 탈레반에 많은 압력을 가할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방향으로 격려하고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더욱 많은 격려와 지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공산당 100주년 행사를 계기로 시진핑 지도부는 중국 특색 사회주의 강대국 발전모델을 주장하며 신형국제관계에 기반한 일대일로(一帶一路)전략을 더욱 확대 발전시켜 나간다는 구상을 밝히고 있다. 특히 중국은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쿼드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양날개(兩翼)전략을 본격화하기 시작하였다. 즉 동쪽 지역인 한반도를 중심으로 일대일로와 연계하여 남북중 3, 남북중러 4자협력을 추진하고 서쪽 지역인 신장(新疆)을 중심으로 일대일로와 연계하여 중국-파키스탄-아프간 3, 중국-파키스탄-아프간-이란 4자간 협력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이러한 중장기 전략구도 속에서 다시금 탈레반이 아프간 재집권에 성공하자 중국은 미국과의 역내 지역 주도권을 놓고 일대일로를 통해 중국-파키스탄-아프간 3자 및 중국-파키스탄-아프간-이란 4자 협력을 본격화한다는 구상을 밝히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2021327일 왕이 외교부장과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중장기 전략적 협력 차원에서 '25년 포괄적-전략적 동반자' 협정을 체결하였다. 이번 협정체결 이후 중국은 향후 25년간 이란으로부터 매우 할인된 가격에 원유와 천연가스 등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되었고 여기에 대한 보상으로 중국은 고속도로, 철도, 발전소, 항만, 5G 구축 사업 등과 같은 기초 인프라 시설구축에 약 4,000억 달러(480조 원)를 투자한다는 내용이다. 특히 미국의 고강도 제재와 코로나19로 인해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란에게 있어 25년 포괄적-전략적 동반자 협정은 양국관계 발전에 있어 획기적인 전환점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중국 역시 동 협정체결 이후 중국-파키스탄-아프간-이란으로 이어지는 일대일로 사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어 현재 중국은 파키스탄과 역내 최대 규모의 일대일로 사업인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을 건설 중에 있다. 상기 사업은 중국의 일대일로 단일투자로 최대 금액인 약 620억 달러(72조 원)를 투자하여 신장에서 출발하여 파키스탄 과다르 항구까지 이어지는 도로,항만,교량,철로,발전소 등과 같은 기초 인프라 시설을 구축한다는 초대형 국책사업이다. 이로 인해 파키스탄은 중국과 가장 가까운 친중국가로 자리매김하였으며 동쪽에 북한, 서쪽에 파키스탄이 있다는 말이 나오듯 작금의 중국과 파키스탄 관계는 가장 가깝고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중이다.

 

한편 미군이 철수하고 아프간을 다시 장악한 탈레반 세력은 이마라티 탈레반(일명: 이슬람국가:Islamic State)으로 이들은 1980년대 무자헤딘 운동을 거쳐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아프간을 장악하였으나 미국의 아프간 침공을 피해 대거 파키스탄으로 피신하여 줄곧 아프간과 파키스탄을 오가며 비밀리에 활동을 벌였다. 사실 탈레반의 주요 구성원인 파쉬툰족의 약 두배에 가까운 2500만 파쉬툰족이 파키스탄에 거주하고 있어 아프간과 파키스탄을 오가며 활동이 가능했다. 향후 이마라티 탈레반은 다른 계파인 하카니 탈레반(일명 하카니 네트워크)와 타흐니키 탈레반(일명 파키스탄 탈레반(TTP)을 이끌며 아프간의 새 정부를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탈레반이 20년 가까운 미국의 아프간 점령에도 불구하고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은 다른 여러 요인도 있겠으나 무엇보다 파키스탄 군부 및 정보부(ISI)와의 뗄레야 뗼수 없는 긴밀한 유착관계로 인해 아프간과 파키스탄 국경을 오가며 지속적인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이에 지난 728일 천진에서 왕이 외교부장 공식초청으로 만난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는 이마라티 탈레반의 2인자로 사실상 탈레반에서 지도자(물라)로 불리우며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핵심 실세로 오랫동안 파키스탄 마드라사(이슬람 성직자 학교)에서 활동하며 파키스탄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인물이다. 그를 만난 왕이 외교부장은 신장 지역에서 분리 독립을 벌이는 동투르키스탄 이슬람 운동(東突, ETIM)조직과 연계하여 자국의 안보를 위협하지 않는다면 아프간 경제재건뿐만 아니라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일대일로 사업을 아프간까지 연계하여 확대할 수 있다는 구상을 내비쳤다. 이에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도 중국과의 새로운 동반자 관계 구축을 시사하며 아프간 경제재건 및 일대일로 사업 등에 협력 의사를 밝혔다. 특히 새롭게 집권한 탈레반 역시 주변국인 중국, 파키스탄과의 긴밀한 협력 관계 구축을 통해 과거 이슬람 원리주의 이미지에서 탈피하고 민생개선과 경제재건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819일 탈레반 정부 대변인 수하일 샤힌은 "중국은 거대한 경제와 능력을 가진 큰 이웃국가로 아프간의 재건, 재활에 매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중국과의 강한 협력 의사를 피력하였다.

 

이를 반영하듯 816일 중국 외교부 화춘잉(華春瑩)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줄곧 아프간 주권과 영토 보전을 존중하는 것을 전제로 탈레반과의 소통을 유지해왔으며 이미 아프간 재건사업과 경제개발 참여를 요청받았다면서 탈레반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경제협력을 위한 건설적인 역할을 맡을 준비가 되어있다"고 밝혔다. 특히 중국 주요 언론매체와 전문가들 역시 중국군의 아프간 파병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축하면서도 아프간에 매장된 수조 달러 상당의 희토류와 광물자원 개발을 위해 조속히 일대일로와 연계시켜 나가는 경제협력 추진을 강조하고 있다.

 

향후 중국은 일대일로 사업을 통한 역내 영향력 확대 차원에서 파키스탄, 아프간, 이란과의 역학관계와 정세변화를 최대한 활용하며 중국-파키스탄-이란-아프간까지 이어지는 중장기 일대일로 사업을 확대시켜 나갈 것이다. 물론 4개국 상호이해관계가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어 쉽지 않아 보이나 적어도 미국이 빠진 공백을 중국이 일대일로 사업과 경제력을 최대한 활용해 나간다면 중국 주도의 새로운 역내질서 창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중국은 인도와의 국경분쟁,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쿼드에 적극 대응하는 차원에서 미국이 빠진 아프간 정세변화를 최대한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예컨대 향후 중국이 일대일로와 경제력을 활용하여 파키스탄-아프간 혹은 파키스탄-아프간-이란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3자 혹은 4자 협력이 본격화된다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쿼드 추진에 있어 일정한 변화 혹은 강화가 불가피 할 것이다.

 

물론 미군의 갑작스러운 아프간 철군으로 인해 다시금 아프간이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들뿐만 아니라 우즈벡. 타지크 출신 독립무장단체들의 활동무대가 되면서 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복잡한 상황이다. 특히 아프간 내부혼란을 틈타 알카에다, ISIS 호라산 지부(ISK), 자이--무하마드(JeM), 라슈카드--타이바(LeT) 등과 같은 이슬람 과격 테러단체들이 대거 들어와 활동을 시작하였다. 결국 탈레반이 얼마나 빠른 시일 내로 아프간 혼란을 종식시키고 정권안정을 확보하는지 여부가 향후 중국과의 일대일로 사업협력 및 재건사업 추진에 있어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세종논평에 개진된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세종연구소의 공식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