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에서의 미·중 군사적 충돌 가능성
이대우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
delee@sejong.org
트럼프 정부의 대중국 압박이 전방위적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남중국해에서 미중 간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 시정을 요구하며 시작된 미국의 대중국 압박(무역제재)은 정치(대만과의 관계 증진 및 홍콩보안법 비판) 및 인권(티베트와 신장위구르) 분야로 확대되었다. 게다가 2019년 12월 시작된 코로나바이러스(COVID19) 창궐의 책임 소재를 놓고 미중갈등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을 ‘신뢰할 수 없는 국가’로 부각시키며, 중국의 이러한 행태는 공산주의 체제에서 비롯된 것이라 강조하면서 미중갈등을 체제경쟁으로 전환하여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승조원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으로 서태평양 주둔 미국 항공모함 전단이 작전을 중단한 틈을 노려, 남중국해(대만해협)에서 항공모함을 동원한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등 이 해역에서의 영향력 증대를 도모하고 있다. 이에 미국은 남중국해에서의 ‘항행의 자유 작전(FONOP, Freedom of Navigation Operation)’ 실행 강화와 대규모 군사훈련을 통해 중국을 군사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발문)
중국이 남중국해를 통제한다면 필리핀과 대만 사이의 바시해협(Bashi Channel)을 통해 서태평양으로 진출해 일본과 괌 등 미군 기지를 위협하고, 일대일로 구상의 해상 실크로드를 따라 인도양으로 군사력 투사가 용이해진다. 이는 미국의 세계전략 실행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사실 트럼프 정부는 출범 직후 ‘공해(公海)인 남중국해를 중국이 장악하지 못하도록 확실히 보호할 것’이라 주장하면서 남중국해 문제에 적극적 개입을 선언했다. 그리고 즉각적으로 칼빈슨호가 이끄는 항모전단을 남중국해에 파견하여 FONOP를 전개했고, 한 달에 2~3회 FONOP를 실행할 것임을 밝혔다. 당시 미국이 FONOP를 수행할 때는 중국의 저항(무력시위)은 없었으나, 최근 중국의 저항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남중국해(대만해협)에서의 미중 간 우발적 또는 의도적 군사 충돌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이 글에서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상황을 분쟁의 본질, 중국의 공세, 미국의 개입, 최근 상황을 살펴보고, 충돌 가능성을 전망해 보고자 한다.
남중국해 해양영토분쟁과 중국
남중국해 해양영토분쟁의 본질은 남중국해에 위치한 수많은 해양지형들(Features in the South China Sea)의 소유권을 놓고 중국과 아세안 5개국(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브루나이) 그리고 대만이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남중국해에 수면 위로 나와 있는 해양지형의 총 면적은 4㎢ 미만이고, 그나마 항상 수면위에 나와 있는 해양지형(만조노출지, Hi-Tide Elevation) 면적은 약 2.1㎢에 불과하며, 구조물을 설치할 수 있는 해양지형은 48개 정도이다. 이중 베트남이 전체의 절반인 24개를 점유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중국(10개), 필리핀(7개), 말레이시아(6개), 대만(1개) 등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브루나이는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해양지형은 없으나, 남사군도(Spratly Islands) 동남쪽 해역이 자국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이라 주장하고 있다.
19세기 남중국해는 제국주의 세력들(영국, 프랑스, 미국, 일본)이 항해를 문제로 대립하던 해역이었으나, 20세기 초 인도차이나반도를 지배하고 있던 프랑스와 동남아를 새로운 식민지로 만들려는 일본 사이 남중국해 도서 확보를 위한 영유권 분쟁으로 변했다. 해양지형들에 대한 영유권 문제는 제2차 세계대전 마무리를 위한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1951.9.8) 체결 과정에서도 명확하게 처리되지 않았다. 1953년 이해당사국이면서도 이 회의에 초대받지 못했던 중국이 중화민국이 1947년 발표한 (남해)11단선을 남해구단선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남중국해 80~90%를 자국의 해역이라고 주장함에 따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이 본격화되었지만, 큰 충돌이 발생하지는 않았다.
(발문)
미국과 중국은 남중국해에 50~2,000억 배럴의 원유와 700~5,000Tcf의 천연가스가 매장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대 원유매장량은 세계 3위에 해당되며, 천연가스 최대 매장량은 세계 2위에 해당한다. 또한 남중국해는 한국, 중국, 일본 에너지 수입의 80-90%가 통과하는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해역이다.
그러나 1960년대 후반 남중국해에 상당량의 석유자원 매장이 확인되면서 해양 분쟁이 격화되었고, 중국은 베트남과의 무력충돌을 통해 1974년에 파라셀제도를, 1988년에 존슨암초를 점령했다. 1990년대 초, 미국이 남중국해에서(필리핀에서) 군사력을 철수시킴으로써 발생한 ‘힘의 공백’을 중국이 채우면서 이 해역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했고, 2003년부터 ‘해로의 안전’을 강조하면서 자국의 국력에 걸맞은 군사력을 보유한다는 명분을 갖고 착실하게 그리고 꾸준히 해군력 증강에도 박차를 가했다.
2010년 일본을 제치고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을 등장한 중국은 남중국해를 대만, 티베트, 신장과 함께 자국의 ‘핵심이익’으로 규정하면서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는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중국의 선언은 남중국해 영유권이 침해될 때에는 군사적 개입이 정당화 될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2013년 말부터 중국은 자국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7개의 해양지형들을 매립해 인공섬을 조성하고 군사기지화에 나섰다. 중국은 면적이 상대적으로 넓은 미스치프, 수비, 피어리크로스 등에 모든 군용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3,125m의 활주로와 20여개의 격납고를 건설하고 전투기 24대를 배치했다. 아울러 중국은 조기경보레이더, 통신시설, 대공 및 대함 미사일, 대공포 등도 배치했고, 5000t급 함정과 유조선이 정박할 수 있는 항구도 건설했다. 한편 면적이 작은 존슨, 가벤, 콰테론, 휴스 등에는 레이더, 통신시설, 탄약저장고, 대공포, 등대 등이 설치되었다. 결과적으로 중국은 인공섬 및 그 주변 해역에 대한 실효적 지배를 강화함과 동시에 남중국해를 드나드는 항공기와 선박을 실시간 감시할 수 있게 되었다.
미국의 개입과 PCA 판정
중국의 인공섬 건설과 군사기지화에 대해 오바마 정부는 영유권 분쟁에는 ‘중립’을 유지할 것이지만, 평화와 안정 그리고 항해의 자유를 수호하는 차원에서 개입할 의지를 분명히 밝히고, 2015년 5월부터 FONOP를 실시했다. FONOP는 유엔해양법에 명시된 항행의 자유 조항을 근거로 미국은 정찰기, 폭격기, 군함을 투입해 인공섬 인근 해역을 항행함으로써 인공섬의 영해 및 EEZ에 대한 권리는 물론, 중국의 영유권 주장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발문)
미국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전부터 서태평양 해역에서는 미국과 중국은 유엔해양법협약(UNCLOS)에서 ‘배타적경제수역(EEZ)’을 다루고 있는 제56조의 해석을 놓고 대립하고 있었다. 미국은 자국의 군함과 정찰기가 타국(중국) EEZ 내에서 군사정보를 수집하는 행위는 유엔해양법 제56조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반면 중국은 관할국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EEZ 내에서의 군사활동 적법성을 놓고 대립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2016년 7월 12일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 Permanent Court of Arbitration)는 2013년 필리핀이 남해구단선과 이를 근거로 한 중국의 남중국해 정책이 현행 유엔해양법과의 일치 여부를 묻는 제소에 대한 판정을 내렸다. PCA는 중국이 주장하는 남해구단선은 역사적·법적 근거가 없으며, 남사군도(Spratly Islands)의 모든 해양지형은 섬(Island)이 아닌 암초(Rock) 또는 간조노출지(Low-Tide Elevation)이며, 남사군도 해역에서 필리핀의 어로작업을 방해하는 것은 유엔해양법 위반이며, 인공섬 원상복구 판정을 내렸다. PCA 판정으로 미국이 실시하는 FONOP이 국제법정에서 정당성을 인정받게 되었고, 중국의 남해구단선, 인공섬 건설 및 항해를 방해 행위는 국제법상 불법 행위로 규정되었다. 하지만 중국은 PCA 판정에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남중국해에서 무력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미국이 이러한 중국의 행동을 억제할 방법이 무력사용 외에는 없다는 것이다.
군사적 충돌 가능성 고조
1990년대 초 미군 철수를 틈타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영향력을 확대했듯이, 2020년 코로나사태를 계기로 또다시 남중국해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군내 바이러스 확산을 통제하기 위해 전 세계 주둔 미군의 이동을 중지시켰으며, 군사훈련도 취소했다. 특히 승조원의 바이러스 감염으로 서태평양에서 작전을 수행하던 4척의 미국 항공모함이 작전을 중지한 상황에서, 중국은 대규모 군사훈련을 남중국해(대만해협)에서 실행했고, 이에 미국이 강력하게 대응하면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 랴오닝함 전단 6척은 2020년 4월 대만 동부 해역에 진입한 뒤 바시해협을 거쳐 남중국해로 진입했다. 중국 해군은 이 훈련은 ‘연례 계획에 따른 기동 훈련’이라 강조했으나, 미국을 비롯한 대만과 베트남 그리고 필리핀은 남중국해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위한 훈련으로 간주했다. 그러나 항공모함 전단이 작전을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미국은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B-52 폭격기를 비롯한 10여 대의 폭격기·공중급유기·무인정찰기들이 활주로에서 한 줄로 천천히 이동하는 ‘엘리펀트 워크(elephant walk)’ 실시로 무력을 과시하는 선에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중국 해군은 7월 1일부터 5일까지 남중국해에서 재차 군사훈련을 실시하자, 미국은 전투력을 회복한 니미츠함과 로널드레이건함 등 2개 항공모함 전단을 남중국해에 파견하여 합동작전훈련으로 대응했다. 그리고 약 2주 후 중국의 무력침공에 대비하는 대만의 한광(漢光) 36호 군사훈련 과정에서 중국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 2개 항공모함 전단을 재차 파견하여 합동작전훈련을 실시했다. 당시 인근 필리핀해에는 또 다른 항모 시어도어 루스벨트호가 대기했다.
남중국해에서 미 항공모함 2척이 동시에 투입된 대규모 훈련이 두 차례 벌어지자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그 와중에서 중국은 7월 16일과 17일 남중국해에서 3000발 이상의 미사일발사 훈련을 실시함으로써 대미 경고에 나섰고, 미국은 괌에서 중국이 군사기지화 한 인공섬 점령 훈련을 실시하여 인공섬 공격 가능성을 과시했다.
(발문)
중국의 미사일발사 훈련에 대한 대응으로 미국은 순양함에서 SM-2 미사일을 실험발사했다. 미국 함대가 중국에서 쏜 대함탄도미사일(DF-21D, 26)을 요격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 한 것으로 분석된다.
결론적으로 2020년 3월 이후 미중 함대는 남중국해에서 10회 이상 맞닥뜨렸고, 실탄 훈련을 하는 등 군사적 충돌이 우려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향후 전망
이렇듯 남중국해에서 미중 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으나,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우발적 군사충돌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된다. 우선 미국의 군사력이 중국의 군사력을 압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미국에 대해 군사적으로 도발할 가능성은 낮다.
『Military Balance 2020』에 의하면, 병력수와 몇몇 장비를 제외하고는 미국의 군사력이 중국의 군사력을 질적·양적으로 압도하고 있다. 특히 군사력 전개에 필수적인 항공모함, 전략잠수함, 순양함, 구축함 등에서 미국이 중국을 압도하고 있다. 한편 중국의 군사력 증강이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해도, 중국의 국방예산이 미국의 1/3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중국의 군사력이 미국과 대등한 수준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게다가 해군력 증강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기 때문에 중국의 군사력이 미국을 넘어서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중국이 먼저 군사적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은 적다.
(발문)
미어샤이머(John Mearsheimer) 교수도 중국이 평화적으로 부상할 수 없음에 무게를 두고 미중 간의 안보경쟁내지는 충돌은 필연적이라 주장하지만, 중국의 군사력이 미국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군사적 출동 가능성은 낮다고 주장한다.
한편 아세안 5개국 중, 중국의 공세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던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가 적극 대응 쪽으로 정책 방향을 선회했다. 인도네시아는 보르네오섬 인근 남중국해 나투나제도의 순찰을 강화하면서 중국과 각을 세우고 있으며, 말레이시아는 중국의 영해 침범을 강력하게 비난하고 있다. 결국 중국의 도발은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의 공동 대응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무모한 도발이 될 것이다.
문제는 미국의 의지이다. 즉 미국의 중국에 대해 선제공격 가능성도 우려된다. 그러나 미국은 물론 중국, 한국, 일본, 아세안 국가들 누구도 이 해역에서 전쟁이 발생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따라서 미국의 대중국 선제공격 가능성도 희박하다.
결국 미중 간 군사적 긴장은 협상을 통해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2020.8.6) 양국 국방장관은 전화통화를 통해 군사적 긴장완화를 논의했다. 미국은 중국에게 국제법, 즉 2016년 PCA 판정을 준수하라고 주문했고, 중국은 미국에게 위험한 행동, 즉 남중국해 군사훈련을 중단하라고 요청했다. 물론 양국 장관 사이 설전이 오가기는 했으나, 대화로 문제를 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 판단된다. 또한 중국은 8월 11일 미군에 대해 선제발포를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다. 중국이 확전을 우려해 상황을 더 이상 악화시키지 않겠다는 의지로 판단된다.
영토문제는 어느 국가나 핵심이익이다. 즉 남중국해는 중국만의 핵심이익이 아니고, 베트남, 필리핀 그리고 나머지 국가들에게도 핵심이익이다. 미국의 입장에서 남중국해는 영토문제는 아니지만, 항행의 자유라는 보편적 가치 측면에서 핵심이익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중국은 현행 국제법을 준수하고, 문제가 되는 부분(PCA 판정)은 협상을 통해 조정해 나가는 자세로 문제해결에 임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미국이 한국에게 FONOP 참여를 요구하거나 미중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동맹국인 우리의 입장은 매우 난처해질 가능성이 높다. 우리 정부로서는 현재와 같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중국에게 국제법 준수를 강력하게 요구 선에서, 그리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지원하는 선에서 미국과 타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