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포커스

북한경제의 삼중고(三重苦): 코로나19 사태, 경제제재, 태풍피해 [정세와 정책 2020-10월호-제25호]

등록일 2020-10-05 조회수 6,185

북한경제의 삼중고(三重苦): 코로나19 사태경제제재태풍피해


양운철(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ucyang@sejong.org 

 

중첩되는 경제적 어려움

 

 2019년 12월 중국 우한(武漢)에서 원인불명의 폐렴이 집단발병하면서 알려진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급속히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 2020년 3월 11일 세계보건기구 (WHO)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과 관련해서, 1968년 홍콩 독감과 2009년 신종 플루 유행 이후 세 번째로 감염병의 최고 등급인 팬데믹을 선포하였다. 전염병에 취약한 북한은 2020년 1월 22일 북·중 국경 폐쇄, 23일에는 외국인 입국을 금지조치를 시행했고, 30일에는 국가재난사태를 선포하였다. 북한에서 코로나19 환자가 얼마나 발생하였는지는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지만, 코로나19 관련 북한의 초기 대응은 상당히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 이유는 국제사회나 NGO 등의 보도를 종합해볼 때, 북한은 강력한 이동제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고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급격한 전파나 다수의 사망자 소식이 없기 때문이다. 또 북한은 최근 조선중앙TV를 통해 유럽에서의 코로나19 재확산 사례를 보도하면서 북한에서의 2차 감염 발병에 대한 경계를 계속 강조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의 경제활동은 급속히 위축되었다. 북·중 국경봉쇄로 양국 간의 무역 감소뿐만 아니라 투자, 관광, 밀무역 등 모든 경제활동이 거의 중단되었다. 중국경제도 코로나 사태로 2020년 1분기에 약 –6.8%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따라서 중국의 북한상품 수입도 대폭 감소하였다. 북한에서 소요되는 원유와 식량 같은 국가운영에 절대 필요한 전략 물자 뿐만 아니라, 북한에서 유통되는 상당수의 상품은 중국산 제품이다. 북한의 주요 시장에서는 중국 위안화의 유통량이 북한 원화의 유통량을 앞서고 있다. 중국과의 교역이 급감하면서, 북한은 생필품 부족과 함께 외화 부족도 겪게 되었다. 북한의 시장도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되었다.    

 

 코로나19 사태와 관계없이 북한은 국제사회의 강력한 경제제재를 받고 있다. 2017년 UN 안보리 결의안 2371과 2375로 인해 무연탄, 직물 같은 북한의 가격경쟁력이 높은 제품의 수출은 모두 경제제재 대상이다. 2018년과 2019년 북한의 수출은 전년 대비 각각 86%, 21% 정도가 감소하였다. 2020년 북·중 무역도 상당히 부진한 현실이다. 경제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북·중 접경지역에서 운영되던 북한의 역외 가공 생산 공장들도 국경봉쇄로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와 경제제재로 인한 충격 외에도 북한은 3차례의 강력한 태풍을 맞게 되었다. 2020년 8월 한반도 전체는 집중호우를 경험했다. 북한에서는 8호 태풍 바비(8.26-27)로 3만 정보의 농경지가 침수됐으며, 9호 태풍 마이삭(9.2-3)로 인해 함경남도 주요 광산 밀집지역인 검덕지구에 큰 피해가 발생하였다. 검덕광업연합기업소와 대흥청년영웅광산 등이 큰 피해를 입었고, 6만m의 도로 유실, 2천여 세대의 살림집과 많은 공공건물이 파괴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어서 10호 태풍 하이선(9.7)도 북한에 많은 피해를 가져왔다. 코로나19 사태, 경제제재, 태풍피해와 같은 중첩된 어려움으로 인해 북한경제는 고난의 행군이래 매우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북한의 경제난 극복 노력

 

 북한은 현재 직면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 경제제재, 태풍피해를 한 번에 해결할 수는 없다. 코로나19 사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외생적 충격이다. 전 세계가 코로나 바이러스 예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궁극적인 문제해결은 바이러스 백신 개발에 달려있다. 북한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자국에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 작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 북한이 코로나19 사태로 감내하고 있는 경제적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퇴치할 때까지의 일정 기간이 필요하다. 한국의 재난지원금 지급 같은 단기 부양책 시행은 경제구조상 기대하기 어렵다. 주민들에게 식량을 배분하는 정책도 북한의 식량 생산량이나 군량미 보유가 우선시 되는 상황에서 달성하기 어려운 정책이다. 북한군이 보유하고 있는 식량의 일시 긴급 지원은 가능하겠지만, 북한 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시행하기는 불가능하다. 

 

 경제제재 문제는 북한이 미국과 극적인 정치적 타협을 하거나 비핵화를 시행하기 전까지는 해제되기 어려울 것이다. 북한이 자국의 안보를 담보로 대외적으로 과시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핵이기 때문이다. 선대로부터의 유시이기도 한 핵 포기는 현재로서는 기대하기 어렵다. 

 

 북한은 홍수와 태풍으로, 특히 9월의 마이삭 태풍, 큰 손해를 입었다. 사회 인프라가 취약하고 시설 복구를 위한 재원도 부족하다. 반면 태풍피해 극복은 북한으로서 달성 가능한 목표이다. 태풍은 매년 여름과 가을 한반도에 피해를 주고 있어, 피해 극복의 경험이 축적되어 있기 때문이다. 복구비용도 상대적으로 낮다. 이미 8월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와 관련하여 제16차 정치국 회의에서 김정은은 당의 영도에 충실한 군민의 대단결과 협동작전으로 당 창건 75년 기념일인 10월 10일까지 큰물 피해복구를 기본적으로 끝내라고 지시한 바 있다. 그 후 계속 발생한 태풍피해로 복구가 미진한 점은 있지만, 태풍 마이삭 피해복구를 위한 검덕지구에 평양시민으로 구성된 1만2천 명 규모의 2개 ‘수도 당원사단’을 투입하는 등 가시화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태풍피해에 대해 북한은 많은 국가의 지원 제안을 거부하였다. 그 이유는 북한의 치부를 노출하고 싶지 않은 이유도 있겠지만, 국가동원령과 유사한 군과 주민의 인력 활용으로 일정 수준의 피해 극복은 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식 자력갱생의 한계

 

 북한은 당면한 경제위기 해결에는 매우 강압적이고 실용적인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경제난 극복을 위해 비효율적인 이념에 집착한 자력갱생과 국산화를 강조하고 있다. 북한의 경제정책은 생산과 소비, 재생산 과정이 자립적으로 연계되는 자립적 민족경제의 이상 안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가능한 한 내부자원을 최대한 활용하여 생산을 증대하며, 원자재나 부품 수입을 최대한 억제하고 자국의 생산요소를 최대 활용하여 당면한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려 한다. 효율성 시각에서 보면 자립적 민족경제의 추구는 무역을 통한 국제 분업의 경제적 이득과 수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상품 경쟁력 신장의 이득을 포기하는 것이다. 북한의 자력갱생은 단기적으로는 외화를 절약할 수 있겠지만,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 수출을 통해 얻는 이익을 잃게 된다. 

 

 북한경제가 플러스 성장을 달성한 2015-16년의 경우, 그 원동력은 대중 수출의 급격한 증가에서 비롯되었다. 북한의 자력갱생 고수는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수입을 제한하고 국내 생산을 늘리는 보호주의 무역과 큰 차이가 없다. 국산화도 수입대체 산업 육성을 통해 해외 종속을 낮추는 정책과 흡사하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높은 경제성장을 달성한 나라들의 특징은 대부분 수출 진흥정책을 최대한 활용한 국가들이다. 일본, 한국, 중국이 대표적 사례이다. 통일 후 구동독 지역에서도 수출에 치중한 지역이나 기업들의 소득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연구도 있다. 

 

 북한처럼 폐쇄된 국가에서 무역의 증가는 상당한 경제성장을 유발할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그런데 향후 북한의 수출증가가 경제성장으로 연계될지는 의문이다. 여기에는 몇 가지 논거가 있다. 최근 한국에서는 높은 수출 신장에도 불구하고 고용이 많이 증가하지 않거나 고성장을 이루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그 이유는 한국의 산업구조가 기술 집약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수출증가가 고용 창출로 이어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수의 노동자는 성장의 과실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반면 북한의 경우는 수출을 대부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문제는 북한의 수출품이 부가가치가 낮은 광물이나 노동집약도가 높은 저부가가치 상품이라는 점이다. 한 연구에 의하면 1998년 북한의 수출고도화 지수는 인도와 베트남의 약 70% 정도를 기록하였다. 수출고도화 지수는 교역 재화를 생산하는 제조업의 기술 수준이나 산업 생산성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지표다. 북한의 낮은 수출고도화 지수는 북한경제의 장기 성장 동력의 부진을 의미한다. 북한의 낮은 수출고도화 지수는 2018년 이후에는 북·중 무역의 급감으로 평가 자체가 의미 없는 상황에 도달하였다. 심지어 시장개혁에 소극적이었던 쿠바의 수출고도화 지수도 북한보다 높은 것으로 추정되었다.1) 따라서 북한이 더욱 내수 시장을 활성화하고 수출구조를 대폭 개선하지 않는 한 북한무역의 경제 기여도는 낮아진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코로나 사태가 종식된다고 하더라도 중국에 집중적으로 무연탄을 수출하는 무역구조에서는 북한경제는 큰 성장을 달성하기가 어렵다. 예를 들어, 무연탄처럼 부가가치가 낮은 상품 수출에 대한 높은 의존은 결국 북한의 대외경쟁력을 낮추게 된다. 

 

 북한이 강조하는 국산화 정책도 유사한 발전 경로를 거칠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도 경제발전 초기에는 노동 집약적인 산업을 발전시켜 수입을 대체하였고, 산업구조가 고도화되면서 수출주도형 산업 육성에 중점을 두었다. 이 과정에서 핵심 부품과 중간 자본재의 수입증가는 피할 수 없는 현상이었다. 당시 한국이 높은 수출성장률의 달성할 때, 대일 무역적자가 큰 폭으로 증가한 이유이다. 이후 한국은 상당 기간에 걸쳐 부품의 국산화를 집중적으로 추진하였다. 물론 북한이 국산화 정책을 통해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을 줄이게 된 점은 성공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일차적으로 북한의 농산물이 중국 상품과 시장에서 경쟁하게 되었고, 국산화가 점차 식료품, 생필품 등의 분야로 확산되는 추세이다. 북한 상품이 경쟁을 통해 품질이 점차 개선되는 현상도 발생했다. 그러나 북한의 국산화는 아직은 폭넓게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끊임없는 해외 협력과 경쟁을 통해 상품의 경쟁성을 높였지만, 북한은 아직도 중국에만 의존하는 정책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전 세계를 상대로 활발한 교역을 진행한다면, 북한경제는 새로운 고속성장의 신화를 달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북한의 선택은?

 

 북한은 현재 코로나19 사태, 경제제재, 태풍피해의 삼중고를 겪고 있다. 중첩되는 어려움을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경제정책은 없다. 북·중 무역의 침체로 북한의 일부 기업소는 원자재 부족으로 가동을 중단하고, 시장도 거래 상품 감소로 침체된 사례가 보도되고 있다. 그리고 집중호우와 태풍피해로 북한의 식량문제가 국제적 쟁점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현재 북한은 식량부족과 관련하여 전적으로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삼중고를 겪으면서도 북한 시장의 쌀 가격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북한에서의 심각한 식량부족에 대한 소식도 들려오지 않는다. 지난 6월 한국이 WFP를 통해 국내산 쌀 5만 톤을 북한에 지원하려 했지만, 북한은 한미군사훈련 재개를 이유로 거절하였다. 이런 북한의 태도는 중국의 지원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2019/2020년 중국의 쌀 재고량은 약 1억8천만 톤으로, 전 세계 쌀 재고량의 50%를 보유하고 있다. 2020년 중국의 북한에 대한 쌀 60만 톤 지원설이 설득력이 갖는 이유이다. 

 

 한편으로는 북한이 지금까지 직면했던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내구성이 높았다는 점을 고려해서, 향후 북한이 어떤 경제정책의 변화를 가져올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자력갱생 정책을 계속할지 아니면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더욱 강화하여 성장의 기초를 다질지 궁금하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분명한 점은 만약 코로나 19사태가 상당 기간 지속되어 북한경제의 피해가 누적된다면, 김정은의 지도력은 큰 도전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국가경제발전 5개 전략의 달성 실패를 인정한 김정은으로서는 일부 책임은 당과 간부들에게 전가할 수 있겠지만, 경제적 어려움이 누적된다면 자신의 권위 하락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가오는 당 창건 75주년 기념식을 비롯한 북한의 행사와 정세의 변화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1) 정연하, “국제비교적 관점에서 본 북한 수출구조의 질적 저하: 1998~2017,” KDI 북한경제리뷰20204월호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