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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제츠 방한의 의미와 전략적 함의 [세종논평 No.2020-19]

등록일 2020-08-26 조회수 5,917 저자 정재흥

양제츠 방한의 의미와 전략적 함의

 

[세종논평] No. 2020-19 (2020.08.26)

정재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jameschung@sejong.org 

 

최근 코로나19 출현과 미중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중국의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양제츠(楊潔篪)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외사판공실주임이 8월 21일-22일 이틀 동안 한국을 방문하여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부산에서 시진핑 주석 방한 준비에 대한 사전 실무회담을 가졌다. 특히 양제츠 정치국원의 방한은 중국이 한국을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시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자 다가오는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를 맞이하여 한중간 정치적 신뢰 강화와 경제적 교류 확대를 위한 전략적 함의가 있어 보인다. 이번 회담에서 양제츠 정치국원은 시진핑 주석이 가장 우선적으로 방문할 국가로 한국을 재확인했다는 점을 강조하였으며 서훈 안보실장 역시 코로나19 상황에서 한중간 신속통로 신설 및 확대 운영 등 교류협력 회복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항공편 증편과 비자발급 대상자 확대 등이 조속한 시일 내로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중국측이 함께 노력해 줄 것을 당부하였다.


한편 이번 회담에서 △코로나19 대응협력, △한반도 문제와 국제정세, △신북방-신남방정책과 일대일로(一帶一路)의 연계협력 사업추진, △제3국시장 공동진출, △ FTA 2단계 협상 가속화 및 RCEP 연내서명, △인문교류 확대, △지역 공동방역 협력, △WTO 사무총장 선거 등 매우 광범위한 주제를 놓고 매우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고 폭넓은 공감대를 이루었다. 보다 세부적인 논의 내용은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향후 시진핑 주석 방한 시기에 맞추어 조율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에 대해서도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 실현을 위해 한국과의 지속적인 소통과 전략적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기를 바라며 한중 전략적 동반자관계를 한 단계 더 발전시켜 나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는 7월부터 시행되기 시작한 홍콩 보안법 이후 미중 갈등이 경제, 군사를 넘어 이데올로기 영역까지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신냉전 국면으로까지 치닫게 되면서 새로운 전략적 변화를 모색하기 시작하였다. 특히 지난 7월 14일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핵항공모함 2척(레이건호와 니미츠호)을 동원하여 대규모 군사훈련을 진행하였고 7월 21일 휴스턴 중국 영사관 폐쇄에 이어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인도-태평양 국가들에게 반중 연대구축을 촉구하였다. 23일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닉슨도서관에서 열린 '공산주의 중국과 자유세계의 미래'연설을 통해 미국과 동맹국들이 중국 국민과 힘을 합쳐 중국 공산당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미국의 대중정책 변화를 대내외에 알리고 이어 1979년 미국이 대만과 단교 이후 최고위급 정부인사인 엘릭스 에이자 보건장관이 코로나19 대응과 투명성 모범사례로 대만을 거론하며 방문한 이후 하나의 중국 원칙(一個中國)을 거부하는 모습 등을 연이어 보여주면서 미중관계의 근본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중이다. 미국의 연이은 대중강경조치에 중국 역시 강력히 반발하면서 미중관계에 급격한 디커플링(decoupling)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물론 중국 역시 미국과의 대립과 충돌을 원하고 있지 않으나 미국이 인위적으로 신냉전을 조성하고 자국의 핵심이익(대만, 홍콩, 남중국해 문제 등)을 훼손한다면 절대용인 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으로 미중관계에 있어 획기적인 변화가 없는 이상 대립과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처럼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는 미중갈등 구조 속에서 양제츠 정치국원의 한국방문을 통해 한국과의 전략적 협력 강화와 시진핑 주석이 가장 우선적으로 방문한 국가로 한국을 강조한 것은 매우 중요한 전략적 함의를 지니고 있다. 이미 한중 무역액은 3천억 불에 달하는 경제이익공동체가 된 것에 반해 외교-안보 분야 협력은 경제 분야에 비해 여전히 미약하다고 볼 수 있다. 물론 한미동맹 특수성과 사드배치갈등, 북핵문제 등으로 인해 한중간 외교안보 분야 협력이 다소 어려울 수 있으나 경제-사회 분야에 비하여 미흡한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향후 미중간 갈등이 더욱 격화될 경우 북핵문제, 인도-태평양전략 동참문제, 화웨이(華爲)제재문제, 중거미 미사일(INF) 및 전략무기 배치문제, 미국 주도의 경제번영네트워크(EPN)참여문제, 대만문제, 남중국해 해상영유권 문제 등 모두 우리 사활적 안보 이익과도 직간접적으로 연결되는 사안이다.


결국 중국에게 있어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싱가포르에 이은 한국 방문은 코로나19 이후 미중관계가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 속에서 한국과의 전략적 관계 강화를 통해 중국의 대외적 공간을 보다 확대하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 특히 한국 방문에서 양제츠 정치국원은 시진핑 지도부의 대외정책 노선인 신형국제관계의 상호존중(相互尊重), 공평정의(公平正義), 협력공영(合作共贏)강조하며 국제협력, 다자주의와 자유무역 보호를 위해 한국과의 협력을 강조한 것도 코로나19 이후 급변하는 미중갈등 속에서 새로운 동북아 질서 모색 및 한중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현재 시진핑 지도부는 두 개의 백년(兩個一百年)을 통한 2049년 부강한 사회주의 강대국 달성과 중국의 꿈(中國夢) 실현을 위해 시진핑 1인 지배체제를 중심으로 모든 국가적 역량을 총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갈수록 격화되는 미중간 대립과 갈등은 중국에게 있어 가장 큰 도전이자 반드시 이겨내야 할 국가적 과제로 볼 수 있다. 중국의 대내외적 상황인식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칫 반중 전선연대로 이어질 수 있는 과거 냉전적 사고에 기반한 한미동맹(혹은 한미일 3자 안보협력)만을 강조한다면 한중관계에도 상당한 도전과 갈등이 예상될 수 밖에 없다. 특히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을 위해서는 중국과의 실질적인 협력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북중수교 70주년을 계기로 한층 가까워진 북중관계에서 중국의 대북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예컨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실현 불가능한 미국식 일괄타결 해결방식(先비핵화-後보상)아닌 중국식 단계적 해결방식 쌍잠정(雙暫停)과 쌍괘병행(雙軌並行)을 한중양국이 적극 주도하며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다시금 4자 혹은 6자회담으로 이어지고 동북아 다자평화안보체제의 기본틀이 된다면 새로운 한중관계 이정표를 만들 수 있다.


더욱이 현재 중국은 코로나19와 미중무역전쟁으로 인한 침체된 경제를 활성화하고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조치 차원에서 적극적인 내수확대와 중국판 신뉴딜정책을 본격화해나간다는 구상을 밝히고 있다. 예컨대 중국의 내수확대와 신뉴딜정책에 한국 유수 기업들이 적극 참여하고 신북방-신남방정책과 일대일로 연계협력사업추진, 동북 3성과 연계한 남북중 3국간 경제교류사업 모색 등도 한중관계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잠재력이 충분하다. 이러한 정치적 신뢰강회와 경제적 교류확대 요구가 이번 양제츠 정치국원 방한에 매우 함축적으로 내포되어 있다. 따라서 코로나19에 불구하고 시진핑 주석의 조기 방한이 성사될 수 있도록 항공편 증편과 비자발급확대, 한중 고위급 채널 정례화 등을 통해 한중 전략적 관계를 한층 더 공고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 『세종논평에 개진된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세종연구소의 공식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