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중국의 중재 외교에 관한 국내외 언론의 관련 보도가 다수 있었다. 최근 이란 사태만 보더라도, 4월 초에는 미국과 이란 간에 중국이 휴전을 중재했다는 보도, 5월 초에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을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북경으로 초청하여 양국 외교장관회담을 개최했다는 요지의 보도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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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식 중재 외교의 실체와 한계 |
| 2026년 6월 16일 |
조구래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 | kooraecho91@gmail.com
| 문제 제기
그간 중국의 중재 외교에 관한 국내외 언론의 관련 보도가 다수 있었다. 최근 이란 사태만 보더라도, 4월 초에는 미국과 이란 간에 중국이 휴전을 중재했다는 보도, 5월 초에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을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북경으로 초청하여 양국 외교장관회담을 개최하고, 미국-이란 간 평화협상과 전면적인 휴전의 시급함을 강조했다는 요지의 보도가 있었다. 4월 초 보도는 미국-이란 간 휴전 발표 전후에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그리고 5월초 보도는 중국-이란 외교장관 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이란 협상에 대한 낙관적인 언급이 있었다는 점에서, 전쟁 종식을 위한 중국의 모종의 역할에 대한 기대감마저 섞인 보도였다.
한편, 중국식 중재 외교에서, 중재라는 표현이 엄밀한 의미로 사용되기보다는, 일상적인 정치적 수사 수준에서 사용됨으로써, 중국식 중재 외교의 방식과 역할에 대한 사실상의 혼란과 관념상의 오해가 야기되고 있는 측면도 관찰된다. 즉, 국제법·국제정치학에서는, ① 주선(Good Offices, 당사자 간 접촉·대화의 장을 마련해주는 데 그침), ②조정(Conciliation, 제3자가 사실 조사 후 구속력 없는 해결안 권고), ③ 중개(Mediation, 제3자가 협상에 적극 참여해 타합안 제시 설득하되 구속력 없음), ④ 중재(Arbitration, 제3자가 구속력 있는 판정을 내림)를 명확히 구분하여 사용하는 반면, 중국의 관련 활동에 대한 언론 보도에서는 '중재'라는 용어가 일반적으로 사용되어, 중국식 중재 외교의 실상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방해하는 경우가 있다.
이에 따라, 그간 이루어진 중국식 중재 외교의 실제 사례를 살펴봄으로써, 실상에 대한 관념상의 모호성과 혼란을 제거하고, 중국식 중재 외교의 특이성과 한계를 이해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 중국식 중재 외교: 신중한 설계
중국은 2022년 이후 중국식 중재 외교를 본격적으로 가동하였다. 시진핑 주석이 2022년 4월, 보아오포럼 연례회의 개막식에서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GSI, Global Security Initiative)를 처음으로 제안한 것이 신호탄이었다. GSI는 하나의 독립된 별개의 구상이라기보다는 일련의 커다란 흐름과 구도 속에서 탄생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이와 관련하여, GSI의 사상적 기반은 일반적으로 2021년 채택된 역사결의("당의 백년 분투의 중대 성취와 역사 경험에 관한 중공중앙의 결의")에서 시작된 것으로 이해된다. 2021년 역사결의는 중국 공산당 100년 역사에서 세 번째로 채택된 역사결의(1945년 마오쩌둥, 1981년 덩샤오핑)로서 시진핑을 마오쩌둥·덩샤오핑과 나란히 3대 최고 지도자로 자리매김하고, 시 주석의 3연임을 위한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기도 하였다. 역사 결의는 또한 당이 나아갈 방향으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제시하였는데, 이러한 '새 시대 중국의 역할'이 국제 무대에서는 '3대 글로벌 이니셔티브'라는 패키지 형태로 등장했다. 3대 글로벌 이니셔티브는 2021년 GDI(글로벌 발전 이니셔티브), 2022년 GSI(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 2023년 GCI(글로벌 문명 이니셔티브)로 순차적으로 대외 발표되었다.
한편, 안보 분야에서 중국이 추진하는 글로벌 거버넌스의 방향성은 2023년에 중국 외교부가 추가로 발표한 GSI 개념 문건에서 보다 자세히 다루어지는데, 개념 문건은 6개 원칙으로 △주권과 영토보전, △대내 정치문제 간섭 금지, △유엔헌장 원칙 존중, △냉전식 사고방식 탈피, △이중기준 반대, △일방적 제재 반대 등을 제시하고, 20개 중점협력 방향의 하나로서 "국제 및 지역 열점 문제(热点问题, 뜨거운 현안)의 정치적 해결 추동"을 명시했다.
그러나, 개념 문건 자체는 중국을 명확히 "중재자"로 자칭하지는 않는다. 문건이 실제로 사용하는 관련 표현들은 "대화와 협상을 통한 평화적 해결을 지지한다(支持)”, “분쟁의 정치적 해결을 촉진한다(推动)", "관련 국가들이 직접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권장한다(鼓励)", 중국은 "건설적 역할을 발휘할 의향이 있다(愿发挥建设性作用)” 등이다. 이러한 표현들은 중국의 역할을 국제법상 주선(Good Offices) 또는 조정(Conciliation)에 위치하도록 신중하게 선택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사실 중국이 이렇게 자국의 역할을 일반적인 언론 보도와는 달리 "중재자"로 명시하지 않은 데는 문건 자체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모순을 의식한 결과로도 이해할 수 있다. 즉, GSI의 핵심 원칙 중 하나가 내정불간섭인데, "중재자"임을 선언하는 순간, 중국 스스로가 제시한 내정불간섭 원칙과 충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문서에 중국의 역할을 "중재자"라고 명시하면, 중국이 참여하고 싶지 않은 분쟁에서도 역할을 요구받을 수 있기 때문에, "촉진자"라는 모호한 표현을 유지함으로써 경제적 이해나 전략적 판단에 따라 선별적으로 관여할 자유(선택적 개입의 자유 보존)를 보존하는 효과를 기대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신중하게 설계된 GSI 개념 문건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적극적 중재자” 이미지가 그간 상당히 확산된 것도 사실이다. 이는 외부 관찰자와 언론이 '중재'라는 의미를 엄밀하게 사용하기보다는 유연하고 광의적으로 사용한 탓도 있다. 예를 들면, 중국이 GSI의 실천 사례로 적극 규정한 사우디-이란 국교정상화 합의(2023. 3월)의 경우, 중국 외교부는 공식적으로 “斡旋”(알선)이라고 표현("중국이 사우디-이란 복교를 성공적으로 斡旋했다")하였으나, 일부 중국 관영매체들은 전문가를 인용하는 형식으로 “调停、斡旋”(조정·알선)을 병기하기도 하였다. 알려진 바와 같이, 중국의 “调停”(조정)이라는 표현은 국제법상 Good Offices(주선)에 대응하는 '斡旋'(알선)보다는, 중국이 협상에 참여해 타협안을 제시 설득했음을 의미하는 조정(Conciliation) 또는 중개(Mediation) 의미에 더 가까우며, 그만큼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평가하는 뉘앙스를 가진다.
그렇다고 이런 식의 중국의 중재자 이미지 확산이 중국의 공식적인 대외 언급과 전혀 무관하다고 볼 수도 없다. 예를 들면, 2024. 9월 베이징에서 개최된 중·아프리카협력포럼(FOCAC) 결과로 채택된 "새 시대 전천후 중·아프리카 운명공동체 구축에 관한 베이징 선언"의 GSI 관련 문항에서는, "지역 열점 문제에 대한 斡旋调停(알선조정)에 적극 참여하고"라고 표현하는 등 중국이 공식문건에서 "斡旋调停"을 병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프리카 측의 요청에 응하여"라는 표현을 덧대어 중국이 자발적 중재자가 아니라 요청받아 참여하는 방식임을 명시함으로써 내정불간섭 원칙과의 충돌을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지만, “调停(조정)"이라는 표현을 배제하기보다는 중국의 역할을 강조하는 방향에서 필요에 따라 유연하게 선택적으로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주요 사례 분석
앞서 언급한 흐름 속에서 중국 정부는 2023년부터 일련의 중국식 중재 외교를 적극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했다. 2023. 3월에는 사우디와 이란이 7년 만에 다시 국교를 정상화하는데 기여하여 중국식의 성공적인 중재 외교 사례로써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이란-사우디 중재에 자신감을 얻은 중국은 2017년 이래 장기 미해결 현안이었던 로힝야족 송환 문제 해결을 위해, 방글라데시-미얀마 간 협의 프로세스에도 적극적으로 다시 관여하기 시작했다. 2024년에도 비록 시한부였지만 일정한 성과가 있었다. 1월에는 미얀마 내전 종식을 위한 중재 노력의 결과로 "쿤밍 합의"를, 7월에는 하마스·파타를 포함한 팔레스타인 14개 단체 지도자들이 대결을 중단하고 팔레스타인 통일 정부 수립을 위해 협력하기로 합의한 "베이징 선언" 발표를 견인했다. 2025년에는 태국-캄보디아 국경분쟁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그간 중국이 중재 대상으로 선정한 대상국과 해당 이슈들을 일별해 보면, 몇 가지 특징들을 간추릴 수 있다.
첫째, 해당 이슈들은 미국, 러시아 등 강대국의 첨예한 전략적 이해가 걸려 있지 않은 소위 '무해하고 중립적'인 현안들로서, 설사 주요국들의 관심 사안이라 하더라도 중국식 중재 노력을 막아설 의지까지는 없는 사안들이었다. 사우디-이란 중재가 대표적인데, 당시 사우디로서는 자말 카쇼기 암살 사건(2018년) 이후 사우디에 대한 무기 수출 중단과 미군 철수까지 거론하는 미국 국내 상황을 지켜보면서, 오랜 숙적 이란과의 관계 정상화를 통한 주변 안정화를 필수적인 안보 과제로 인식하게 되었고, 이란으로서도 국제사회 제재 속에서 외교적 돌파구가 필요했던 상황에서, 국교 정상화에 대한 양국의 정치적 이해와 의지가 이미 일치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몰두해 있었다. 결국 중국으로서는 중동 지역내 미국 중심의 동맹 체제가 흔들리고 균열을 낼 때, 그러한 국면과 틈을 활용하여 중재 노력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둘째, 중국의 경제적 레버리지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국가나 정치 세력들을 상대로 했다. 미얀마, 캄보디아, 태국, 방글라데시에 대한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은 말할 필요도 없고, 중국은 이란과 사우디 양국 모두에 대해서도 최대 무역파트너로서, 다른 어떤 중재 경쟁국보다도 관련국들을 유인할 당근이 더 많았다. 그러나 경제적 레버리지를 당근으로 쓴 경우에도, 자국의 핵심적 이익이 경제 이익 실현과 합치될 경우에 한하여 제한적으로 사용하였다. 예컨대 로힝야 사안에서 미얀마 라카인주에 대한 개발 투자를 약속했는데,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라카인주는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 추진에 있어서 중요한 지역이다. 그러나, 중국은 어떤 사례에서도 경제적 강압(economic coercion)을 중재 수단으로, 즉 채찍으로는 사용하지는 않았다. 태국-캄보디아 사례에서, 2024년 기준 캄보디아 외국인직접투자(FDI) 비중은 중국이 70%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중국이 이를 압박 수단으로 쓰지 않은 것이 대표적이다. 즉, 중국은 자국의 핵심 이익이 위협받을 때, 호주산 와인·보리 수입 금지, 한국 사드 보복, 리투아니아 무역 제재처럼, 정치적 목적을 위해 경제적 강압을 당사국 압박 수단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한 반면, 타국 간 분쟁 중재에는 이를 사용하지 않은 것이다.
셋째, 지속 가능한 중재 성과가 없었다는 한계를 노정했다. 중국식 중재 외교는 '강제력 부재'라는 고질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는데, “권화촉담(劝和促谈)” 설득과 대화 촉진에 머물 뿐 당사국에게 합의를 강제할 수단 혹은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합의 이행 보증력 부재"). 이러한 한계는 해당국의 실질적인 안보 문제를 건드리는 순간 드러나는데, 안보 문제 앞에서는 중재 프로세스의 동력과 성과물이 모두 사라진다.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던 2023년 사우디-이란 국교정상화가 대표적인데, 2026년 미국-이란 전쟁이 발발한 이후, 이란이 사우디 에너지 인프라를 공격하고 사우디가 이란 외교관을 추방하는 등 양국은 사실상의 단교 상태에 이르렀다. 이러한 한계는 여타 사례에서도 드러난다. 태국-캄보디아 분쟁 중재에서 양국의 국경 분쟁은 중국 중재와 무관하게 아세안과 미국이 주도한 휴전 협정으로 관리되고 있다. 미얀마 내전 중재의 경우도, 쿤밍 1차 휴전은 몇 달 만에 깨졌고, 2차 휴전도 실효성이 제한적인 등 반복적인 실패를 거듭했는데, 현재에도 미얀마 내전은 교착 상태에 있다. 특히, 미얀마 내전 중재 노력과 관련하여, 중국은 중재자를 자처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군부 편에 서서 자국 경제 이익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움직임으로써 중국의 중재가 분쟁 해결보다 자국 이익 관리의 수단임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의심을 샀다. 로힝야족 송환 문제와 관련하여 이제까지 단 한 차례의 실질적인 송환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팔레스타인 사례의 경우도, 당시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대대적인 가자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내부에서의 주도권 다툼보다는 당장의 생존이 급한 국면으로 내몰리면서 정파간 화해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팔레스타인 내부 제 정파의 합의를 모았지만 정작 이스라엘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지는 못했다.
| 이란 사태
이상에서 서술한 중국식 중재 외교의 특이성은 이란 사태에서도 관찰된다. 첫째, 금번 사태의 근본 원인인 이란 핵 문제는 미국, 이스라엘, 사우디 등 걸프국들 모든 당사국들에게 '무해하고 중립적인' 이슈가 아닌, 국가 생존과 관련된 가장 적나라하고 핵심적인 안보 이슈인데, 이는 중국이 염두에 둔 중재 역할 범위를 벗어나 있음을 시사한다. 이슬람 보편국가 건립을 정권의 존재 이유로 삼고 있는 이란 신정체제가 핵을 가질 경우, 이스라엘에는 "실존적 위협"이고, 사우디를 포함한 걸프국가들에는 "체제 위협"이며, 미국에는 중동 안보질서의 근간을 흔들 사안이다. 이란도 핵 프로그램의 영구적이고 완전한 제거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이미 살펴보았듯이, 미얀마, 캄보디아, 태국, 방글라데시 등 어떤 나라도 자국의 안보 사안에 있어서는 중국의 중재 노력에 호응한 바 없다.
둘째, 중국의 경제적 레버리지 측면에서 봤을 때도 중재 역할은 제한적이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중국은 타국의 분쟁과 관련하여 경제적 강압을 중재 수단으로 사용한 전례가 거의 없는데, 이런 점에서, 중국이 이란이 해상으로 수출하는 원유의 80% 이상을 흡수하는 핵심 구매국이지만, 이를 레버리지로 이란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흥미로운 점은, 자국의 대이란 영향력이 중국에게 오히려 부담스러운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는데, 미국은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중국측에 대북 영향력을 행사토록 압박해 왔다.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을 향해 트위터에서 직접 "중국이 북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중국이 하려고만 하면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반복적이고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2017년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에는 대중국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을 가동했고, 무역 협상과 북핵 문제를 명시적으로 연계하면서, "중국이 북한을 압박하면 무역에서 양보하겠다"는 식의 딜 구조를 공개적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러한 점은 중국의 대이란 경제적 영향력이 중국의 전략적 자산인지 또는 전략적 부채인지 모호함을 시사한다.
셋째, 미국이 중국의 역할과 관련하여 일종의 이중 플레이를 의심하는 듯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관련한 일련의 흐름을 정리해 보면, 중국은 4.8 미국-이란 간 휴전 합의가 이뤄지기 전까지 이란, 러시아, 사우디 등 관련국들과 회담, 특사 파견, 전화 통화 등을 하며 상당한 중재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휴전 직후 중국은 트럼프로부터 중국의 중재 사실에 대해 "그렇게 들었다"는 확인 수준의 평가밖에 듣지 못했다. 오히려 곧바로 미국 언론이 정보당국을 인용하여, 중국의 대이란 MANPADS(휴대용 지대공 미사일) 및 신형 방공 시스템 제공 시도 관련 의혹을 제기함에 따라,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근거 없는 주장이며, 군수품 수출은 법률·규정과 국제적 의무에 따라 엄격하게 관리·통제하고 있다"고 공식 부인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고, 이어서 미 재무부는 4.15경부터 대이란 군사작전인 '장대한 분노(Epic Fury)'에 빗댄 '경제적 분노(Economic Fury)' 작전을 시행하면서, 이란산 석유의 구입 및 운반에 관여한 중국 기업 수십 개를 제재 대상에 올렸다. 중국이 한편으로는 이란에 미국과의 협상을 촉구하며 평화 중재자 역할을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자국 기업이 이란에 군사적으로 전용될 수 있는 이중용도 물자를 수출하도록 방치하고, 심지어 무기 제공 시도 의혹까지 제기되는 등 '이중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미국의 의심을 반영한 대목이다. 이 시점에서, 즉 미중 정상회담 개최 약 한 달 전에 이미 미국은 중국으로부터 미국이 기대하는 것은 중재가 아니라 이란에 대한 압력이며, 이란에 대한 직·간접 지원은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나선 것이다.
| 전망 및 시사점
이상의 관점에서 보건대, 앞으로 중국으로서는 두 전선(front)에서의 균형 잡기에 치중해 나가면서, 미국 주도 질서의 부담과 한계를 부각시키는 방향에서 이란 사태를 최대한 전략적으로 활용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첫째, 미중 전략 경쟁 및 안정적인 관계 관리 맥락에서, 미국과 이란 사이에 균형잡기를 지속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게 대미 관계는 이란과의 관계보다 훨씬 큰 전략적 이해 관계가 걸려 있는 우선적인 사안이다. 이와 관련하여, 중국이 이란을 미국에 대항하는 직접적인 지렛대로 쓸 것이라고 상상하기는 어렵다. 미국이 중동에서 "피를 흘리고 돈을 퍼붓는" 것이 나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이란에 대한 무기 공급 등 참전에 버금가는 군사적 지원은 너무 위험할 뿐 아니라 중국 스스로가 선언한 GSI 원칙과도 부합하지 않고, 미국과는 대만 문제는 물론, 관세를 포함한 핵심적인 경제적 현안들이 다수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기 때문이다.
시진핑 주석에게 2027년은 주석 4연임 결정, 중국인민해방군 창군 100주년의 해이며, 경제 및 대만 문제 관련 모종의 성과 과시가 필요한 시기이다. 특히, 중국의 최근 경제 상황, 즉 국내 소비 부진, 청년 실업률, 부동산 버블 붕괴, 사상 최고치의 중앙 및 지방 정부 부채 등의 문제는 중국의 성장 전략은 물론 체제 안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시진핑 주석으로서는 11월 중국 APEC, 12월 미국 G20까지 일련의 미중 정상 일정을 염두에 두면서 이란 문제를 다루어 나갈 필요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 이란 사태와 관련하여 미국과 직접적인 대척점에 서는 것은 반드시 피해야 할 최소한의 정치적 필수(political imperative)에 해당한다.
둘째, 이란과 걸프국 사이의 균형이다. 중국은 그간에도 적대적인 양측 모두와 동시에 소통하는 균형 외교를 펼쳐왔다. 예를 들면, 중국은 사우디아라비아, UAE, 이란 등과 활발히 접촉하는 과정에서, 에너지·경제·민간 시설 등이 공격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면서도, 이란을 직접 거명하여 비판하지는 않았고, 호르무즈 통행료에 반대하여 이란의 봉쇄 행태를 우회적으로 견제하면서도, 이란과의 호르무즈 선박 통항 협상을 통해 실리를 확보하는 등의 태도를 보여왔다. 중국은 이란 편으로도, 걸프국 편으로도 편향되지 않는 방식으로 양쪽 모두에서 이익을 챙기는 행보를 보여왔는데, 이의 연장선상에서 중국은 앞으로도 군사·안보적 직접 개입을 최소화하면서도 경제·외교·기술 수단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는 Light-footprint 전략을 취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즉, 중국은 현재에는 중립적 외양을 유지하며 모든 당사국과 관계를 이어가면서 위험을 분산하는 헤징(hedging) 전략을 펼치고 있으나, 분쟁이 끝난 뒤에는 재건 사업 및 중동 질서 재편 논의에 적극 참여하여 경제적 이익과 정치적 발언권을 동시에 확보해 나감으로써, 종국적으로는 미국과 역내 동맹국들 사이를 웨징(wedging)할 수 있는 대안 세력으로서의 입지를 구축해 나가고자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하여, 중국이 과거 한반도 문제에서도 “중재자" 혹은 "건설적 역할"을 표방할 때, 이란 사태에서처럼, 과거 중국식 중재가 자국의 전략적 이익 관리였는지 또는 북한 비핵화였는지를 냉철하게 재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바에 따르면, 중국은 2025년 11월 27일 발표한 '신시대 중국의 군비 통제, 군축, 비확산' 백서에서 "조선반도 비핵지대 설립지지" 문구를 삭제하고, 대신 "중국은 조선반도 문제에 대해 공정한 입장과 올바른 방향을 견지하고 항상 한반도의 평화·안정·번영에 힘써왔으며 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과정에 전념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표현만 담은 이후에, 한반도 비핵화 표현을 공식 문서에 더 이상 포함하지 않고 있다. 나아가, 러시아와 함께 대북 제재마저 반대하고 있는 것이 현 상황이다. 한반도 북핵 문제는 중국식 중재 외교의 대상에서 이미 오래전에 제외된 이슈로서 자국의 전략적 안보 이슈라는 관점에서 다루어지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 세종포커스에 게재된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세종연구소의 공식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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