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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북·미 비핵화 협상 평가와 2020년 전망 [정세와 정책 2019-28호]

등록일 2019-12-20 조회수 5,941

[2020년 정세전망 특집호]

 

2019년 북·미 비핵화 협상 평가와 2020년 전망

 


 

        홍 현 익(세종연구소 외교전략연구실장)
                 
hyunik@sejong.org

 

 

  난 2월말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합의없이 끝난 뒤, 김정은 위원장이 4월 최고인민회의에서 공개적이고 최후통첩식으로 발표한 미국의 ‘새로운 셈법’ 채택 시한이 연말로 다가오는 가운데, 북한은 미국이 새로운 셈법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조만간 새로운 길로 나갈 것이라고 압박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과의 조건없는 협상을 계속 제안해 왔지만, 북한은 미국의 입장 변화없는 협상은 기만적인 시간끌기라면서 협상을 피해왔다. 스티브 비건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 겸 대북협상특별대표가 한국을 거쳐 일본과 중국을 방문하면서 북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과의 만남을 제안하고 기다렸지만 접촉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북한이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새로운 길을 결정하고 김정은의 신년사를 통해 이를 발표하는 전후에 인공위성을 명분으로 장거리미사일을 시험발사하는 등 북·미 협상국면의 기반이 무너지지 않을 가가 우려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본고는 2019년 북·미 비핵화협상을 평가해 보고 향후 전망을 제시한 뒤, 한국의 대응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2019 북·미 비핵화 협상 평가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6월말 판문점에서 남·북·미 3자 정상이 회동하고 북·미 정상간 50여분간 환담이 이루어지기도 했지만 북·미간에 10월 초 실무회담 외에 이렇다할 협상이 전개되지 못한 것은 북한이 작년 6월 역사적인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1년 반 동안 얻은 것 없이 양보만 했다고 평가하고 더 이상 미국의 ‘기만적인’ 협상전술에 넘어가지 않겠다는 각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이 만족했다고 평가한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도출된 합의에 따르면 양측은 상호신뢰 구축이 한반도 비핵화를 추동한다고 인정하고 북·미관계 정상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그리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미군 유해 발굴 및 송환을 약속했고, 북한은 핵 실험장 붕락, 미국인 인질 송환, 미군 유해 송환, 장거리미사일 발사장 해체 작업 진행, 핵과 중거리 이상 미사일 실험 유예 등 성의를 보였지만, 미국은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을 이름을 바꾸고 규모만 조정했을 뿐 양국 관계 정상화를 위한 첫 단계로 연락대표부를 설치하거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첫 단계로 종전선언을 하자는 데 대해 성의를 보이지 않았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김 위원장으로부터 미국의 상응조치를 조건으로 영변 핵시설의 영구폐기를 얻어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에서 이를 거부했다. 이에 따라 북한은 비핵화 과정을 중단하고 금년 5월부터 이스칸데르 미사일, 초대형 방사포 등 각종 단거리 발사체와 잠수함발사미사일(SLBM)까지 시험발사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문제 삼아 협상을 중단하지는 않았지만 대북 제재를 오히려 강화하고 한미연합훈련을 지속하며 F-35 스텔스 전투기를 한국에 계속 인도했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6월 판문점 회동에서도 북·미 협상 중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또 다시 약속했다고 주장했다고 항의했지만 미국은 이에 대한 답변없이 대북 정책 기조를 고수했다. 물론 미 행정부도 하노이 회담 직후에는 회담 결렬의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빅딜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한국 정부가 이는 실현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설득해 최근에는 ‘포괄적 합의와 단계적 이행’ 정도로 입장을 조정하고 북한의 1단계 비핵화에 대해 일부 제재 완화도 수용할 수 있다는 등으로 입장을 완화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은 제도적 안정을 위한 체제안전 보장과 발전권을 위한 대북 제재 완화 등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먼저 보여주지 않으면 아예 핵 협상 자체에 나오지 않겠다는 방침을 기본 입장으로 내세우고 있다. 특히 12월 들어서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로켓맨이라고 지칭하고 필요하다면 북한에 무력을 사용할 수도 있다고 발언해 북한도 트럼프에 대해 ‘늙다리’ 표현을 사용할 수 있다고 반발했고 박정천 총참모장은 미국의 무력 사용시 즉응적으로 보복할 것이며 이는 미국에게 참혹한 결과를 안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북한은 작년에 해체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던 평안북도 동창리 장거리미사일 발사장을 정비하고 12월 초 두 차례에 걸쳐 중대한 엔진 실험을 하는 등 장거리미사일 발사를 강행할 수 있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12월 유엔 안보리 의장국으로서 안보리 회의를 소집해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국제 공조체제를 확보하고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자 했지만,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북한과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이 비핵화 노력을 보이고 있으므로 북한의 수산물과 섬유, 동상 수출, 남북간 철도 및 도로 연결 사업, 북한 근로자 송환 등에 관한 대북 제재를 완화해 주자는 결의안을 제출해 대북 국제 공조에 균열이 발생한 상황이다. 또한 미국은 북한과의 실무 및 고위급 협상을 타진하고 준비해가는 한편 북한이 중대 도발을 감행할 경우 안보리에서 추가 제재를 가할 뿐 아니라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 대응할 태세를 다짐하고 있다.


2020년 전망

  2020년을 맞기 전 연말까지 북한의 중대 도발로 위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해 먼저 살펴본다. 우선 최근 북한의 대미 경고와 강력한 비판 발표는 트럼프의 경솔한 발언이나 무력 사용 가능성 등 위협 발언에 대한 대응 차원이었고 주로 북한 시간으로 늦은 밤이고 미국 시간으로는 아침 시간에 맞춰지고 있으며 조선중앙통신이라는 북한 주민에게는 전해지지 않는 대외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으므로 일단 북한의 대미 강경기조가 이미 결정된 것은 아닐 수 있음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최선희의 발언 중 트럼프의 김 위원장에 대한 조롱이 진심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그 것이 의도적이라면 북한도 ‘폭언을 시작’하겠다고 한 것은 북한의 도발이 군사 도발이 아닐 수 있음을 보여주며, 김정은을 제외한 북한 내 외교 최고책임자인 리수용이 12월말 이후 북한의 노선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이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으므로 미국은 섣부른 행동을 삼가라고 경고한 것은 북한의 새로운 길 표출은 내년에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김정은이 트럼프에게 연말까지 새로운 셈법을 내놓으라고 주문했으므로 12월 말 전에 북한이 대형 도발을 감행하는 것은 자기 말에 위반된다.

  따라서 미국이 새로운 태도를 보이지 않더라도 김정은은 일단 연말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통해 자기의 결심을 인준받고 신년사를 통해 이를 발표한 뒤에야 행동에 나설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여러 정황을 분석해 보면 신년사 이후에도 김정은이 곧바로 대형 도발을 감행하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닐 것임을 알 수 있다. 먼저 중거리 이상의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미국이 정한 레드선을 넘을 경우 유엔안보리가 소집되어 대북 추가 제재가 나올 가능성이 큰 데, 이 경우 북한의 경제는 더욱 위축될 것이다. 북한의 새로운 길이 자력갱생을 기반으로 삼고 관광사업을 통해 산업을 진흥하며 중국 및 러시아와의 교역 및 협력으로 활로를 개척한다는 것인데, 미사일을 쏘면 관광객이 가지 않을 것이고 중·러와의 관계도 손상될 가능성이 크다. 시진핑 주석은 간신히 트럼프의 무역 전쟁 공세를 미봉했는데, 북한 문제로 또 다시 트럼프에게 압박받는 것을 꺼릴 것이므로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기 위해 나설 가능성이 크다. 또 그나마 트럼프가 협상 상대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보다 나은데 대형 도발을 감행하면 미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불리하게 작동하는 것도 자충수이다. 2020년은 노동당 창건 75주년이고 국가경제발전전략 5개년이 완료되는 해인데 경제 사정이 나아지기는커녕 더욱 어려워진다면 주민들의 반발도 커질 것이다.

  이런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설사 연말까지 북·미 협상에서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더라도 김정은은 미국과의 협상을 당분간 중단하겠다고 선언할 수는 있겠지만 노골적인 반미 대형 도발을 감행하는 것은 3월 한미연합훈련 시행 동향을 보아가면서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트럼프의 입장에서는 하원에서의 탄핵으로 위축되고 그 사유가 국내정치를 위해 외교정책을 남용했다는 것이므로 북한에게 양보적으로 타협하는 것은 당분간 삼갈 가능성이 크다. 이런 차제에 북한이 대형 도발을 감행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오히려 초강경 자세로 대북 정책을 전환해 외교문제로 지도력을 다시 과시하려 할 수도 있으므로 북한은 오판하지 않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미국 국내 사정으로 보면 미국 경제가 회복되고 트럼프가 대선에서 우세해지면 2기 임기에 가서 북한문제를 다루겠다고 여유를 보일 수 있겠지만, 만일 미국 경제가 어려움에 처하고 트럼프가 야당 후보들에게 많이 밀릴 경우 트럼프는 외교에서 성과를 올리기 위해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을 통한 일정 수준 합의를 내놓으려 할 것이다. 물론 김정은이 대형 도발을 감행하면 이런 시나리오는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즉 김정은이 일탈된 행보를 자제하면서 일정 한도 내 불만 표출 정도의 기조를 지킨다면 상원에서 탄핵이 부결되고 2월 3일 아이오와 코커스로 미 대선전이 본격화되면 트럼프는 5월 NPT 검토회의 전인 3-4월 경에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할 가능성을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상황이 악화될 경우를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2020년 한반도 정세를 비관적으로만 바라볼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한국의 전략적 대응방안

  현 시점에서 우리의 외교적·전략적 위상이 다방면에서 위기를 맞고 있지만, 모든 지혜를 동원해 우선 한반도 위기 상황 도래를 막고 한반도 평화를 지키며 북핵문제를 진전시키고 한미동맹과 주변국들과의 우호적인 균형외교를 유지할 뿐 아니라 남북간 화해 기조를 회복하면서 남북경협을 진흥시켜 분단비용을 최소화하고 평화통일의 길로 다시 나아가야 할 것이다.

  먼저 북한이 오판해 대형도발을 감행하면 판 자체가 깨질 수 있으므로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기 위해 북·미관계 뿐 아니라 남북관계도 회복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설득하고 경고할 뿐 아니라 주변 국가들과도 외교 협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북한의 도발 억지에는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협력이 긴요하다는 점에 착안해야 한다.

 

  12월 말까지 북·미 협상에서 진전이 없을 경우 우리 정부가 앞장서서 2020년에도 협상이 유효하고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해 미국과 북한의 체면을 살려주면서 협상을 이어가도록 주선해야 한다.

  미국에 대한 설득이 필요하다. 북한보다 500배 이상의 경제력을 가진 미국이 진정으로 북핵문제를 해결한다면 전향적으로 북한에게 기회를 주는 협상 태도가 요구된다. 반공주의자 레이건 대통령도 “일단 믿어라 그러나 검증하라”를 대소 협상 구호로 삼았는데, 현재 미국은 대북 구호로 “믿지말고 검증하라” 정도를 내세우고 있는 듯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의 대 이란 핵 합의를 깨는 등 신뢰하기 어려운 행동을 해서 북한도 미국을 불신하고 있으므로 무엇보다 북한이 미국을 믿을 수 있도록 해주는 행동이 필요하다. 대북 제재로 북한이 협상으로 나오게는 할 수 있어도 굴복하게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란, 쿠바 등의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현 시점에서는 제재를 일부 완화해주고 snap-back 제도로 약속 이행을 보장하면서 신뢰 구축 수준에 맞추어 북한의 비핵화를 단계적으로 이행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협상 내용으로는 미국이 핵과 장거리미사일에 집중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중단거리미사일은 한국과 일본이 협상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화생방무기나 인권문제는 핵 협상에서는 일단 제외해 다른 방식으로 다루는 것이 핵 협상 타결에 도움이 될 것이다. 또 2008년에 불능화까지 진전되던 핵문제를 원점으로 돌린 핵 검증 및 사찰문제는 처음부터 이를 주장하면 아예 협상 타결이 어려우므로 북·미간 신뢰가 조성되는 수준에 따라 점차 강화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을 미국 협상자들에게 인지시켜야 한다.

  비건 대표가 9월 6일 미시건대 연설에서 북한이 비핵화를 이행하게 되면 주한미군이 영구 주둔하면서 계속 연합훈련을 해야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해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상응조치로 주한미군 규모 조정이나 회담 기간 중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고려하고 있을 수 있다는 추정을 낳았다. 우리 정부가 북핵협상에 돌파구를 마련해주고 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에 대처하는 방안으로 북·미 협상 중 한미연합훈련 유예와 주한미군 규모 일부 조정을 능동적으로 제안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사실 대량살상무기를 제외한 재래식 전력에서는 한국군이 북한보다 우세하므로 현 상황에서 미국의 대한 핵 우산 제공의지가 분명하다면 주한미군 규모를 일부 조정해도 국가안보에 차질이 초래되지는 않을 것이다.

  한·일 GSOMIA 체결과 사드 배치로 한·중관계가 크게 훼손되었지만 미국은 중국의 대한 경제 보복을 억지해 주는 노력에 소홀했다. 이에 더해 미국은 현재 우리 정부에게 호르무츠 해협 파병과 인도-태평양전략 가담, 중거리미사일 배치 등으로 어려운 전략적 선택을 압박하고 있다. 우리 유조선이 지나다니는 호르무츠 해협에서의 선박 안전 운항에 기여하는 데는 어느 정도 성의를 보여야 하지만 인도-태평양 전략에는 군사안보부분을 제외하고 경제 부문만 협력하며 중국 및 러시아와 적대관계를 형성하지 않기 위해서는 중거리미사일 배치는 단호히 반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