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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의 시리아 내전: 미군철수와 터키의 침공 [정세와 정책 2019-20호]

등록일 2019-10-28 조회수 5,531

미궁의 시리아 내전: 미군철수와 터키의 침공



                                                 

정은숙(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chunges@sejong.org

 

       

     시리아 (공식명 ‘시리아 아랍공화국’)는 북(北)으로 터키, 남(南)으로 요르단, 동(東)으로 이라크, 서(西)로 레바논과 이스라엘을 접하고 있고, 인구와 영토 크기는 북한과 비슷하다 (약 2000만명, 약 19만 평방킬로미터). 이곳에서 2011년 아랍의 봄의 물결속 아사드 가문 장기 독재(아버지 하페즈 아사드 1971-2000, 바샤르 아사드 2000년-)에 항거하는 민주화 시위가 내전으로 진화, 2019년 현재까지도 완전 종식되지 않은 상태다. 설상가상 2019년 10월 6일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철군 결정과 이를 기회로 본 터키의 북동시리아 쿠르드 공격은 8년 내전에 또 다른 변곡점이 되었고, 내전은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다.  


     터키국방부는 10월 9일 시작된 소위 ‘평화의 샘’작전 사흘만에 여러 마을들을 점령하고 300여명의 쿠르드 민병대원 (터키 테러단체와의 연계의혹을 받는 YPG, 이를 모태로 2015년 출범한 SDF 소속)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6만명 난민이 발생됐다. 무엇보다 2014년 이후 지난 5년여 미국주도 연합군을 지원, IS소탕전에서 1만여명 희생을 감수해온 쿠르드계 ‘시리아민주군’(SDF)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버림을 받고 인도주의 재앙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SDF가 통제해 오던 북시리아 IS구금시설이 파괴되고, 미국이 빠진 자리에는 러시아, 터키, 시리아 스트롱맨들간 합종연횡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의 그랜드 전략은 과연 무엇인가. 그것이 있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을 반영하고 있는 것인가 혹은 위배하고 있는 것인가. 


     요컨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군철수 결정 여파로 시리아 내전이 새 국면을 맞았다. 중동정세, 국제질서, 나아가 한미동맹에 시사하는 바가 없다고 할 수 없다. 본고는 차제에 이를 간략히 점검해 보고자 한다.

바샤르 아사드의 권력, 전쟁의 비극과 국제화

     8년전 반정부 시위에 직면했던 아사드가 2019년 현재도 주권국 합법 지도자임을 고집하며 권좌를 유지하고 있다. 아버지 재임기까지 50년 집권이다. 2014년 7월 반군에 밀리던 아사드는 정부통제 구역내 대선을 실시, 88.7%를 얻어 당선됐다. 7년 임기이니 합법적으로 2021년까지 권좌에 있겠다는 것이다. 반군과 서방은 “수치스런 일”로 폄하하지만, 시리아의 우방으로 구성된 국제옵저버단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였다고 반박한다. 바트(Ba’ath)당 집권후 첫 경선이었음도 강조한다. 반면 한 유엔보고서는 아사드의 전쟁범죄 관련 증거를 찾았다고 했고, 실제로 그는 2014년 6월,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접수된 전쟁범죄 관련 기소대상 명부에 포함됐다. 


     실상 시리아는 그의 치하 ‘아랍의 봄’이 스쳐간 다수 국가들중 최대 인적, 물적 비극을 겪고 있다. 사망자 50만명을 기록했고, 인구절반 이상인 1,300만명에게는 주거지 파괴 등 인도주의 재앙을 안겨주었다. 아사드 정권은 지금도 “러시아군”과 “이란”의 지원하 반군지역 소탕작전을 벌이고 있다. 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시리아경제는 2010년 대비 70% 이상 추락했다. 2019년 시점에서 보면 이보다 더 큰 추락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또한 제2차 세계대전이후 최대 난민유출을 초래했다. 현재까지 인구 2,000만중 국내난민 620만명, 국외난민 570만명이 발생했다. 접경 5개국 (레바논, 터키, 이라크, 요르단, 이스라엘) 불안정을 초래했고 유럽내 난민위기에 따른 극우세력 득세에도 이바지 했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시리아 내전은 다양한 목적을 가진 외세의 대리전으로 비화됐다. 시리아 민주화 시위는 인권과 자유추구라는 점에서는 보통의 민주화 시위와 유사하지만  좀더 깊숙이 보면, 종파적 분열요소가 매우 중요하다. 국민 74%가 수니파 아랍인이고, 13%가 시아파 아랍인, 소수민족으로 쿠르드(10%) 등이 있다. 소수파인 시아파 (시아계 알라위) 아사드 가문이 반백년 장기독재를 한 만큼, 대부분의 반군이 수니파인데, 온건수니파와 극단수니테러단체를 구분하는 일이 쉽지 않다. 아랍내 수니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는 온건 수니파 반군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게 됐고, 반대로 중동패권을 꿈꾸는 시아파 종주국 이란은 수니파에 의한 아사드정권의 몰락을 저지해야만 한다. 여기에 자국을 불법적 존재로 보는 이란의 영향력 확장을 저지해야만 하는 이스라엘, 전략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 등과 함께 수니파 온건반군을 지원해온 미국 등 NATO 회원국과 걸프국가, NATO회원국이면서도 미국과 정반대로 시리아 북동부 쿠르드족 민병대 (SDF, YPG)에 관한한 적개심을 드러내온 터키, 보다 중요하게는 독재국 아사드 정권이 소멸하여 서방 영향력으로 편입하지 않고 살아남아 자국 중동진출의 지정학 및 지경학 보루가 되어 주길 바라는 러시아, 이와 반대로 인권탄압, 화학무기 사용 등 부당한 방식으로 국민의 희생을 초래한 아사드의 정통성을 인정치 않으려는 미국·EU 등 지난 8년 시리아는 외세의 이합집산의 장이 됐다. 이 분열은 지금도 지속된다. 


     달리 말하면, 여러 분파의 반군세력들이 각각 다른 지정학적, 종파적, 경제적 목적을 지닌 외부세력을 영입하는 데 일익을 담당했다. 북한 정도의 영토에서 벌어지는 복합적 성격의 국제전인 것이다.
 2014년부터는 내전에 따른 권백공백을 틈타 소위 이라크와 시리아내 이슬람국가 건설을 꿈꾸는 악명높은 극단 수니이슬람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가 이라크로부터 시리아내로 진입, 영토를 확장해 갔는데, 이것이 교전세력 확장 및 혼돈에 또 다른 이정표를 만들었다.  그간 공식, 비공식적으로 정치, 군장비 지원 등에 머물던 미국과 러시아가 직접 군을 파견, IS격퇴 작전에 나셨다. 즉, 오바마 행정부가 2014년 9월 미 중부사령부하 다자연합군을 신설, IS격퇴전에 나섰고, 러시아는 2015년 9월 목전 IS격퇴는 물론 온건반군과의 전세에서 아사드의 승리를 목표로 한 군사개입을 시작했다. 러시아는 자신들은 미국 주도연합군과 달리 아사드 정부의 “공식 요청”에 따른 참전임을 누누이 강조해 왔다. 아사드군은 러시아군의 지원에 힘입어 2019년 현재 영토 약 90%를 거머쥐게 됐다. 이 과정에서 화학무기사용, 필요이상의 민간인 희생 등 인도주의 문제가 심각히 거론되어 왔다.

미군의 시리아 작전: IS퇴치 목적 다자연합군 

     2014년 IS가 장악한 영토내 반인륜적 참수가 줄을 잇고, 난민이 속출했다. IS는 아사드군과 반군의 영토를 빼앗고, 그 무기를 사용, 영토를 확장해 갔다. 지하시장 무기구매도 가능했고, 전세계 지하드들이 중동과 유럽 등지에서 IS합류를 위해 시리아로 들어왔다. 미국, 유럽, 아랍리그 지도자들은 IS퇴치를 전투중인 시리아 정권이나 반군, 누구에게도 맡길 수 없는 상황에서 이를 위한 시리아 군사개입 필요성에 합의했다. 2015년 시리아 난민폭주로 주변국은 물론 유럽도 난민위기에 직면해야 했다. 나아가 파리, 브뤼셀 등 주요 도시들이 IS 혹은 IS신봉자에 의한 테러에 시달리게 됐다. 


     본격적인 IS격퇴 목적 30개국 연합의 군사개입은 2014년 9월 IS에 대한 공습으로 시작됐다. 공격대상에는 IS외에도 이들립 주내 ‘호라산 단체,’ 라카 주변 알누스라 등 여타 수니파 극단테러단체도 포함시켰다. 즉, 미국의 시리아 내전 군사개입은 개별국가로서 보다는 미국주도 연합에 의한 다자개입 형식이다. 또한 미국은 공식적으로 시리아 정부측이나 반군측 어느 한편에 선 개입이 아니라 “IS”를 격퇴키 위한 목적이었음을 강조해 왔다. 공격개시 다음달(2014.10)에는 참가국 군사작전 조율을 목적으로 미 중부사령부 산하 소위 연합합동군-‘고유결의작전’(Operation Inherent Resolve)을 출범시켰다. CJTF-OIR은 주로 “공습”을 통해 IS 격퇴작전을 벌였다. 시리아내 연합군의 대표적 동반자가 2015년 탄생한 시리아 북부 쿠르드 기반 ‘시리아민주군’ (SDF)이었다. 연합군은 이들에게 IS격퇴를 위한 원조 및 훈련을 제공해 왔고 연합군과 SDF의 작전성과로서 2018년말 시리아내 IS의 입지는 매우 좁아졌다. 영토 약 11만 평방킬로미터를 잃었고, 그 결과 주민 770만명이 더 이상 IS의 “이슬람국가”(caliphate)에서 살지 않게 됐다.  


     연합군의 목표는 IS공략이지만 2017년-2018년 미국, 영국, 프랑스는 시리아군 기지에 대해서도 간헐적, 제한적 작전을 전개했다. 이는 2015년 9월 시작된 러시아의 참전으로 힘을 얻은 아사드군과 그 동맹세력의 화학무기 사용 등 대담한 공격으로 전세가 반군에서 아사드 정권에 유리하게 전환되면서, 서방지원 온건반군 세력들의 희생이 가시화된데 따른 것이다. 2018년 4월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의 화학무기 생산, 확산, 사용에 대한 강력한 억제책을 구상할 것”이라 했다. 유엔조사단(UN-OPCW)은 아사드군이 내전중 최소 3회이상 클로린을 무기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미군 철수 파급효가 우려

     2018년 1월 틸러슨 국무장관 등 트럼프 정부 인사들은 시리아내 이란의 영향력 대응 및 아사드 퇴출 목적 미군기지 구축 의사를 피력했고, 실제로 2018년 9월초 미국은 외교적 압박 목적하 무기한 군사작전 전략으로 선회했다. 그러던중 석달만에(2018.12.19.) 돌연 트럼프 대통령이 “IS가 패배했다”며 미군이 시리아를 떠날 것이라 천명했다. 당시 약 2,000명 병사가 30일내 철수하는 제안이었다. 이 소식은 시리아내 미국이 주도해온 연합군과 연합군의 지원을 받아온 쿠르드 ‘시리아민주군’(SDF)에게는 큰 쇼크였다. 매티스 국방장관의 사임과 공화, 민주 양당 의원들의 반대, 유럽동맹들과 이스라엘의 반대 등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런 철군결정에 대해 비난이 폭주했다. 


     분명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철군선언은 미국의 중동정책이 “군사안보차원에서 지역내 필요한 미군을 주둔시켜, 군과 동맹을 테러단체 공격에서 보호하고, 유리한 힘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있다고 한 트럼프 행정부 스스로가 채택한 ‘국가안보전략’(2017.12) 의지와 괴리가 있어 보인다. 더구나 이 문건은 글로벌 차원에서 러시아, 그리고 중동에서 이란을 미국의 이익을 위태롭게 하는 대표적 세력으로 강조하고 있는 바, 시리아내 이들의 영향력 증대를 어찌할 것인가. 


     철군반대론자들은 미군철수시 (i) 그간 연합과 합동작전을 펼쳐온 시리아 북부 쿠르드 반군에 대한 터키의 공세가능성, 이 경우 인도주의 문제 및 쿠르드를 배반하는 데 따른 기존 미국동맹들의 대미불신 고조 가능성 (ii) 러시아와 시아파 이란의 지정학적 승리, (iii) 시리아내 IS등 수니 극단테러단체들의 활동 재기 및 역내 혼란상 재연 가능성을 지적했다. SDF관할하에 있는 IS전사 감금시설 파괴 및 출옥 가능성, 이에 따른 재파병 필요성 대두시 SDF같은 현지 우군을 기대할 수 없게 된다는 탄식도 있었다. 미 중부사령관 조셉 포텔은 아직 IS퇴치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며 잔여 IS소탕 필요성에 착안, 비록 NATO회원국 터키가 SDF전사를 테러분자라 볼지라도, 지속적인 IS압박이 필요한 만큼 이들을 계속 무장시키고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iv) 영국, 프랑스 등 유럽동맹국들의 미군 대체병력 추가파병 어려움 등도 거론됐었다. 비난여론이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10개월간 뜸을 들이고 있었다. 

연합군 동맹세력이던 쿠르드계 SDF의 곤경과 미국의 뒤늦은 대응

     2019년 10월 6일,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 친분을 과시해온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의 통화후 마치 터키의 침공이 임박했다는 믿음이라도 가진 듯, 접경지역 주둔 미 분대원 50명 즉각철수 등 미군 (약 1,000명)의 철수를 명했고, 3일후 북동시리아 쿠르드를 향한 터키의 집중 화력공격이 뒤따른 것이다. 이에 대해 평소 트럼프 대통령의 우군이던 공화당 맥도넬 의원조차 갑작스런 철군이 러시아, 이란, 아사드 정권에게 득이 된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했고, 공화당 그래함 의원 역시 트럼프 재임기 “가장 큰 실수”라 비난했다. 군부 및 현지 주둔 병사들도 적지 않은 실망을 드러냈다. “NATO 제2의 대군이 우리의 반테러작전 최대 파트너인 쿠르드 민병대를 공격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철군비판론자들은 시리아 주둔 미군이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북동시리아 안정화, 러시아와 이란의 야심 견제, IS퇴치 재확인, 쿠르드의 민주화 노력 지원 등 성과를 거두어 왔는데, 물거품이 된 것인가 반문한다. 특히 자국민을 화학무기와 기아로 죽인 아사드에게 쿠르드를 다시 돌려 보내야 하는가 하는 물음도 이어진다. 미국이 이전에도 동맹을 배신한 경험이 없지 않지만, 대부분 도덕적 딜레마가 있었을 때였는데, 이번 쿠르드 배신은 그런 이유조차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오히려 터키와 한편에 서서 북동시리아 쿠르드 공격에 나서는 시리아 반군(SNA)전사 상당수가 극단 수니파로서 IS 및 알카에다 출신이라는 점을 들고 있다. 터키가 “북동뿐 아니라 북서 시리아까지 시리아 북부 전역을 관할하려는 야심”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혹도 제기된다. 17년 장기집권자인 에르도안 대통령은 북동시리아 “평화지대”에 20만호 주택을 지어 자국내 시리아 난민 360만명중 100만명을 이주시킬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를 비난하면 360만 시리아 난민을 다른 유럽국가들로 보낼 것이라 위협하고 있다. 프랑스, 독일, 이태리 등 EU국가 다수는 터키의 북동시리아 공격을 규탄하고 대터키 무기수출을 중단할 것이라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은 쿠르드 배신에 대한 미국 안팎 비판에 직면, 두 달전인 2019년 8월 터키가 일방적 공격을 하지 않을 것이라 약속한 점, 미군주둔 여부와 상관없이 터키가 침공했을 것이라는 점 등 미국이 쿠르드를 버린 게 아니라고 강조한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10월 6일 에르도안 대통령과의 통화내용을 의회가 조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대두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10월 11일, 경고차원에서 터키 경제제재령에 서명했다. 므누신 재무장관은 즉각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인 대상 무차별 공격, 민간 인프라, 인종 혹은 종교적 소수를 대상으로 공격하지 말라”는 경고라 했다. 에스퍼 국방장관은 “우리가 쿠르드 파트너를 버리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티키와 쿠르드간 전투 한 가운데 서 있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 
 

     사태가 격해지면서 뒤늦게 10월 14일 트럼프 정부가 터키의 국방, 에너지, 내무부를 대상으로 한 일련의 새 제재를 선언하는 한편 펜스 부통령은 10월 17일 터키를 방문, 에르도안 대통령으로부터 소위 ‘안전지대’ (시리아 북동부 폭 32km)에서 쿠르드 민병대 (YPG)가 철수할 수 있도록 “5일간 공격 중단” 약속을 받았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터키가 원해왔던 바이고, 더구나 공격중단이 지켜지지도 않았다. 공화당 소속 롬니 상원위원은 이 합의가 결코 외교적 승리일 수 없다며 쿠르드족의 미래, 미국의 이 지역 역할, 터키의 공격성 간과에 대한 행정부의 설명을 요청했다. 나아가 야당인 민주당 하상 상원의원은 이 휴전합의는 “쿠르드를 비용으로 터키에 항복한 것”이라 비난했다.
 
미국이 떠난 자리, 시리아, 러시아, 터키의 합종연횡

     미국없이 터키군의 공격으로 생사의 고비를 맞은 SDF는 어쩔 수 없이 아사드 정권과 러시아를 향해 긴급구호의 손길을 보냈다. 미군철수가 불러온 불편한 합종연횡인 것이다. 이에 아사드군이 북동시리아에서 자리를 뜬 2012년 이후 처음으로 자국영토내 쿠르드족을 보호하고 영토전일성을 찾는다는 명목하 북시리아에 들어왔다. SDF와의 합의하 국경수비를 맡게 된 것이다 (10.13). 그러다 보니 이제는 시리아-터키 양국 차원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커졌다. 예컨대, 시리아정부는 에르도안이 금번 ‘평화의 샘’작전의 배경이 “북동시리아 테러분자 격퇴와 시리아 영토보전”이라 한데 대해 분노하면서 오히려 그야말로 시리아국민을 죽인 살인자라 비난하고 있다. 


     이에 시리아내 자체 군기지와 군병력을 갖춘 러시아는 시리아와 터키간 중재를 계획하고 있다. 2017년부터 러시아는 2011년 이후 시리아 안팎 관련 행위자들간 “아사드 거취문제,” “정치과정” 이견 등으로 인해 실패를 거듭해온 유엔 평화과정과 별도로 시리아 참전국인 이란, 터키를 초치 소위 ‘아스타나 트로이카’협상을 개최해 왔던 터다. 러시아는 또한 2019년초 아사드 정권을 기정사실로 한 구체적 재건계획을 성급히 내놓은 바 있다. 2017년말 러시아 국방장관 쇼이구는 시리아 참전 첫 2년간 자국군 48,000여명이 시리아에서 “전투경험”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0월 22일 러시아 소치로 직접 푸틴대통령을 찾아 공동기자회견을 개최, 자신의 요구대로 △23일 정오 기점 150시간내 시리아 쿠르드군의 ‘안전지대’ 밖 철수, △러시아-터키 양국 공동순찰에 합의했다. 푸틴과 에르도안의 의기투합이 보인다. 터키는 쿠르드 민병대가 이를 지키지 않으면 군사작전을 재기할 것이라 다시 경고하고 있다.

나가며: 누가 자유세계 리더쉽을 행사할 것인가?

     2017년 취임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외교정책에 대해 많은 이들은 미국이 자유세계 지도자 역할에 관심이 없는 것 아닌가 묻고 있다. 에르도안 터키대통령은 미국의 경제제재 경고에도 아랑곳 않다가 러시아 푸틴대통령을 찾아 쿠르드 민병대의 안전지대 밖 철수를 관철해 냈다. 그런가하면, 시리아내 군기지와 군병력을 소지한 러시아는 터키와 함께 북동시리아 안전지대 순찰역할을 맡기로 했다. 미국은 무엇을 할 것인가. 트럼프 대통령은 “SDF가 아사드와 러시아에 보호를 요청해도 나로서는 오케이!”(10.14)라 했다. 


     그렇다면 한반도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 일방적 철군결정 리스크는 없는 것인가. 없다고 단언키 어렵다. 대선 때부터 동맹국들이 방위비 분담금을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내야 한다고 주장한 그는 2018년 6월 12일 북미 정상회담 이후 기자회견에서 지금은 주한미군 철수가 논의 대상이 아니지만 언젠가 그렇게 되길 원한다고 했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과의 악수 후 그와의 관계회복을 자신의 “외교업적”으로 과시하면서, 이후 북한의 잇단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나아가 지난 10월 2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SLBM) 발사에도 경고를 보내지 않고 있다. 여기에 우리정부도 지난해 평창올림픽 이후 한반도에 평화가 오고 있음을 그에게 시사해 왔다. 이래저래 그가 “그러니 미군 철군 내지 축소가 필요하다”고 말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후 리버럴 국제질서 리더쉽 공백속 미국, 중국, 러시아간 새로운 강대국 경쟁이 진행되고 있어 더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