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열린 조선로동당 제9차 대회(이하 ‘9차 당대회’)는 경제와 민생을 다시 한 번 핵심 의제로 내세운 행사였다. 코로나19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자연재해가 겹친 상황에서 복구와 버티기에 치중했던 8차 당대회와 달리, 9차 당대회는 국경 재개로 교역과 이동이 회복되고 경제 규모 또한 2020년 대비 약 10% 성장한 것으로 추정되는 국면에서 개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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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노동당 제9차 대회 경제·민생 분야 평가 및 시사점 |
| 2026년 3월 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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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주세종연구소 연구위원 | ej0717@sej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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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2월 열린 조선로동당 제9차 대회(이하 ‘9차 당대회’)는 경제와 민생을 다시 한 번 핵심 의제로 내세운 행사였다. 코로나19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자연재해가 겹친 상황에서 복구와 버티기에 치중했던 8차 당대회와 달리, 9차 당대회는 국경 재개로 교역과 이동이 회복되고 경제 규모 또한 2020년 대비 약 10% 성장한 것으로 추정되는 국면에서 개최되었다. 1) 이런 조건에서 북한이 향후 5년의 경제 운영을 어떻게 설계하는지는 체제 안정과 민심 관리뿐 아니라, 대외·대남전략의 방향을 가늠하는 주요 지표가 된다.
주목할 점은 9차 당대회가 경제 운영의 기조를 고속 성장보다 ‘안정공고화’와 ‘질적 발전’으로 설정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단기 실적에 매몰되어 중장기 성장 잠재력이 침식되는 상황을 경계하고, 생산 공정의 현대화와 관리 체계의 정교함을 통해 경제 전반의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전략적 의지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지난 5년간의 성과를 어떻게 유지·관리하며 운영의 지속성을 담보할 것인가가 9기 계획의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지방발전 20×10 정책과 새로운 농촌혁명강령 등 핵심 사업들이 건설 단계를 넘어 ‘안전한 가동 및 과학적 유지 관리 능력’을 강조하는 것도 이러한 변화를 보여준다. 아울러 대외무역의 활성화와 관광의 산업화, 정보산업의 고도화는 에너지와 원자재 등 핵심 투입재의 공급 제약을 완화하고 경제 내부의 가동 효율을 높이려는 실용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이 글은 9차 당대회에 드러난 경제·민생 의제를 ▲계획 수행 내용 평가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방향과 특징 ▲부문별 과제와 지방발전 정책의 함의 ▲대외무역·관광·정보산업의 강조라는 네 축에서 정리한 뒤, 한국 정부가 어떤 관찰 프레임과 정책 준비 방향을 갖추어야 하는지를 제언하고자 한다. 남북관계가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된 현 상황에서도, 북한의 경제 운영 방식과 정책 지향을 정확히 읽어두는 일은 향후 국면 변화 시 한국의 정책 선택지를 넓히는 최소한의 준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제9차 당대회는 8기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이 기본적으로 완수되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하는 생산량, 달성률 같은 구체적 수치는 대외 공개 보도에서 거의 등장하지 않았다. 대신 토대 구축, 실행체계 정비, 집행 기풍 확립, 생산과 건설의 활기 같은 표현이 앞섰고, 성과는 여러 항목을 나열하는 방식으로 제시되었다.
이 방식은 북한이 성과를 보여주는 기준을 숫자 경쟁보다 관리력과 집행력의 회복에 더 가깝게 두고 있음을 시사한다. 경제 지도 기관의 역할이 높아졌고 계획을 철저히 집행하는 기풍이 확립되었다는 대목은 경제 성과를 행정적 성과와 결합해 설명하려는 의도를 담는다. 동시에 부문별 성과 편차가 큰 조건에서 숫자 공개는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 기간공업과 전력, 물류처럼 구조적 제약이 겹치는 영역은 성과를 단일 숫자로 제시하기 어렵고, 숫자는 오히려 취약성을 드러낼 수 있다. 기본 완수라는 표현은 성과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세부 성적표 공개를 피하는 절충 장치로 작동한다.
특히 2022년 시정연설에서 제시된 2025년 말 목표의 달성 여부가 이번 대회 대외 공개 보도에서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은, 북한이 공개한 보도문상의 성과 평가 방식과 공개 범위를 전략적으로 조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내부 문건에는 지표별 성적표가 더 구체적으로 정리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고, 외부에서 확인 가능한 것은 그중 선별된 일부라는 점을 전제로 두어야 한다. 따라서 기본 완수라는 평가는 계획을 수행했다는 선언이면서도, 세부 실적의 공개 방식과 범위를 통제하는 정치적 선택의 결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
9차 당대회는 새로운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기조를 안정공고화 단계와 점진적 질적 발전으로 규정하였다. 이는 단기적인 외형 성장보다 운영의 지속성을 확보하고 건설과 민생 분야에서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유지하는 한편, 기간공업과 과학기술, 정보산업, 에너지 분야 등을 통해 중장기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려는 구상으로 해석된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지속되고 대외환경의 불확실성이 큰 조건에서 북한이 고속 성장보다 운영의 안정성과 관리 역량 강화를 앞세운 것은 현실적 선택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9기 경제의 성패는 선언된 목표의 규모보다 공급과 가동의 안정성, 유지보수와 운영 관리의 정상화, 미래 산업과 인프라 투자로의 연결 여부에서 가늠될 가능성이 크다.
관리 혁신은 두 가지 크게 두 가지 경로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과학기술과 정보산업을 결합해 생산과 행정의 효율을 높이는 방향이다. 이는 대규모 자본 투입을 통한 설비 확충이 쉽지 않은 조건에서 생산 계획과 원료 조달, 재고와 품질 관리에 정보기술을 접목해 기존 설비의 가동 효율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다른 하나는 간부와 전문가들이 일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경제 부문 간부들의 업무 태도와 형식주의를 지적하는 메시지는 8차 당대회에도 반복되었고, 9차 당대회에서도 유사하게 재확인된다. 관련하여 경제사업 전반에 대한 지도와 관리부터 혁신해야 한다는 주문이 반복되는 것은, 제도나 목표보다 집행 방식과 조직 문화가 성과를 좌우한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인적·조직적 차원의 혁신 요구는 실무급에서의 책임 소재 명확화와 성과 평가 시스템의 강화로 구체화되는 양상을 띤다. 다만 이를 제도적 성과 평가 체계의 근본적인 전환으로 단정하기보다, 기존 계획경제의 틀 안에서 집행의 규율을 극대화하려는 ‘통제형 효율화’의 시도로 파악할 수 있다. 즉, 엄격한 성과 평가와 형식주의 비판을 병행함으로써 관료적 타성을 억제하고 집행력을 끌어올리려는 의도인 셈이다. 결론적으로 북한이 추구하는 관리 혁신은 체제의 근간을 유지하되 집행의 밀도를 높이는 방향에 집중되어 있으며, 이 과정에서 사업 실패의 책임이 개인에게 전가되거나 내부 통제만 과도하게 강화될 가능성도 상존한다. -
9차 당대회 관련 기사에 제시된 부문별 과업의 나열 방식은 북한 경제의 전략적 우선순위와 현실적 부담 지점을 동시에 보여준다. 우선순위가 반복적인 강조와 전면 배치를 통해 드러난다면, 부담 지점은 구체적인 성과 지표 대신 추상적인 총론으로 처리되거나 운영·유지관리 및 규율 확립이 유독 강조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기간공업은 여전히 경제의 토대로 제시되었다. 금속, 화학, 전력, 석탄, 기계공업에서 목표 달성을 강조했고, 자원 개발과 채취공업, 임업, 철도운수 부문에서도 과업의 집행을 요구했다. 다만 이들 부문의 성과는 대외 공개 보도에서 총론적 수준에 머물렀다. 기간공업의 성과를 총론적으로 처리한 것은 이 부문이 여전히 경제 전반을 떠받치는 핵심 기반이지만, 동시에 구조적 제약이 집중된 영역일 가능성을 보여준다. 전력과 연료, 원료와 부품 조달이 막히면 민생 부문의 성과 역시 지속되기 어렵다.
동시에 기간공업을 반복적으로 전면에 배치한 것은 중장기 성장 잠재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의지로 풀이된다. 금속·화학·전력 등 기반 산업이 안정되지 않으면 당장의 생산능력 확대는 물론 미래를 위한 잠재력 축적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주목할 점은 9차 당대회 이후 금속공업상 출신인 안금철이 당 경제 비서 겸 부장으로 기용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북한의 기간공업 중시 기조를 9차 시기에도 흔들림 없이 유지하려는 정책적 일관성과 전문성 중심의 인사 조치가 맞물린 결과로 해석될 수 있다.
반면에 민생과 직결되는 경공업, 농업, 건설 등의 부문은 상대적으로 구체적으로 제시되었다. 경공업에서는 품질 개선과 신제품 개발, 생산 확대를 강조했고, 학생 교복과 가방, 신발의 품질 향상을 강조하였다. 농업에서는 알곡 생산 목표 수행을 전면에 두고 종자 혁명과 과학농사, 간석지 농사, 두벌농사, 토지 개량, 관개체계 완비, 농기계 혁명, 온실농장 확대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였다.
건설 부문에서는 평양과 각 도의 소재지 개발을 포함해 전국적인 건설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기조가 재확인되었다. 여기에 과거 김정은 현지지도에서 관광지구 개발과 같은 대형 프로젝트를 9차 당대회에서 제안하고 확정하겠다는 언급을 공개한 바 있어, 건설 과제는 더 확대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9차 당대회 이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첫 번째 경제 관련 공개 활동이 상원시멘트연합기업소 방문이었다는 점은 상징적이다. 대규모 건설을 지속하려면 시멘트 같은 핵심 건재 공급이 뒷받침되어야 하므로, 건설 성과를 내기 위한 공급망의 출발점을 점검한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인사에서도 당 비서국에 건설 관련 비서 및 부장 직제가 신설된 것으로 추정되며 이 자리에 건설 담당 부총리인 김정관을 발탁한 점은 건설 부문이 단기 성과의 핵심이자 향후 중요 정책으로 관리될 분야임을 보여준다. 다만 건설이 확대될수록 유지관리 부담과 운영 비용도 함께 커진다는 점에서, 단순한 준공 실적이 아니라 공급과 유지보수, 운영 능력까지 뒷받침된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는지가 향후 평가의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국토 관리와 도시 경영 영역에서 재해 대응 능력을 강화하고 환경보호사업에 대한 법적 통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재해와 환경 문제를 경제 운영의 상수로 보고, 사후 복구뿐 아니라 사전 예방과 대응 실패 시 이에 대한 책임 규명까지 포함하여 관리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런 문제의식은 2024년에 발생한 대규모 수해 상황에서 드러난 간부들의 태도와도 연관되어 있다.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재해 대응 과정의 부실과 책임 문제를 강하게 지적하며 관련 기관과 일군들의 태만을 문제 삼고 엄정한 책임 추궁을 예고한 바 있다. 결국 이번 당대회에서도 자연재해를 단순한 불가항력으로 두지 않고 통치와 집행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관리하겠다는 의도가 강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
9차 당대회 경제·민생 분야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지방발전정책이 향후 5년 동안 추진될 핵심 사업으로 재확인되었다는 점이다. 북한은 매해 20개의 시·군에 지방공업공장과 병원, 종합봉사소를 건설하는 지방발전 20×10 정책은 이미 연간 사업으로 제도화되었으며, 새로운 농촌혁명강령이 결합되면서 지역 단위, 특히 낙후된 지역의 생활환경과 생산체계를 함께 바꾸는 장기 프로젝트로 확장되었다.
이 정책은 주민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변화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성과를 전국적으로 확산시키는 데 유리하다. 뿐만 아니라 성과가 수도에 집중되는 경향을 완화하면서, 국가가 모든 주민의 기초 생활을 책임진다는 인식을 강화하는 효과도 있다. 다만 지방발전정책 또한 건설 실적이 아니라 건설 이후 운영의 지속가능성이 정책 성과를 판단하는 핵심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공장은 원료와 부자재, 전력과 연료, 부품이 뒷받침되어야 가동되고, 병원은 의약품과 소모품, 의료 인력과 위생 체계가 갖춰져야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건설은 일회성 사업이지만 운영은 전력과 연료, 소모품, 인력, 설비 보수에 지속적인 비용이 들어가는 과정이므로, 시간이 갈수록 운영비와 유지관리 부담이 누적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기간공업과 물류가 받쳐주지 않으면 지속되기 어렵다.
농촌혁명강령은 북한이 농업 생산성 제고와 농촌 생활여건 개선을 결합해 추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식량 부족 문제를 완화하고 농업 생산을 안정적으로 늘리기 위해서는 생산기반 정비만으로는 부족하며, 농촌 주민의 생활환경을 개선해 생산 의욕을 높이는 것이 함께 필요하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북한이 말하는 질적 발전이 단순한 생산량 증가를 넘어 생활의 질과 서비스 접근성 개선까지 포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방발전 20×10 정책은 해마다 선정된 시·군에 공장과 병원, 봉사시설을 정해진 기간 안에 지어 실제로 운영까지 시작해야 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중앙의 동원과 집행 통제가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사업이 제때 마무리되지 않거나 준공 이후 운영에 차질이 생길 경우, 그 책임이 해당 지역과 부문의 담당 간부들에게 돌아갈 가능성도 높다. 그 과정에서 형식적 준공이나 보여주기식 실적이 늘고, 운영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시설이 방치되거나 지역별 편차가 확대될 위험도 배제하기 어렵다. 결국 이 정책은 9차 당대회가 강조한 안정공고화와 질적 발전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는지를 판단하는 주요 사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2020년 대비 10% 가까이 회복된 경제 총량의 흐름은 이러한 장기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데 일정한 자신감을 부여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는 단일한 요인에 따른 인과관계라기보다, 경제 총량의 회복과 대외 환경의 변화, 내부 동원 체계 및 정치적 결단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향후 과제는 단순 건설 실적을 넘어, 완공된 시설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에너지·원자재 공급망과 과학적 유지 관리 능력을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
9차 당대회는 대외무역의 활성화와 더불어 관광업을 경제 성장과 문명 발전을 추동하는 전략적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는 대외경제를 외화 조달 수단에서 계획 수행의 실효성을 담보하는 주요 기제로 적극 활용하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이러한 정책의 배경에는 현실적인 경제적 판단이 자리하고 있다. 기간공업의 현대화와 대규모 건설 사업을 추진하려면 핵심 설비, 정밀 부품, 에너지원 등 필수 투입재에 대한 외부 조달 수요가 급증할 수밖에 없다. 무역 활성화는 이러한 공급 제약을 완화하기 위한 중요한 방안이다. 관광 역시 상대적으로 제재의 영향에서 자유로운 서비스 산업으로서 외화 수입을 기대할 수 있는 분야이다.
특히 관광의 ‘산업화’를 강조한 점은 관광을 우호 교류나 상징사업을 넘어 수익성과 외화 조달 기능을 갖춘 경제 부문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5년의 북한의 국제 관광이 러시아 관광객에 국한된 제한적이고 상징적인 수용에 머물렀다면, 향후 5년은 경제적 자생력 확보를 위해 유치 대상을 다변화하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 사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질적인 수익 구조를 창출하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중국을 포함한 다양한 국적의 관광객 유치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은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등 대규모 관광지구를 중심으로 인프라를 정비하고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사업 모델로서 관광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 전략의 성패는 선언이 아닌 관광객 규모의 유지·확대를 가능하게 하는 실무적 운영 조건에 달려 있다. 제재 집행의 강도, 국제적 결제 방식의 유연성, 물류 및 관광 안전 시스템의 구축 여부가 결정적 변수이다. 앞으로 주목해야 할 점은 무역이 실제로 어떤 방식과 범위로 확대되는지, 그리고 관광이 특정 국가 중심의 제한적 교류를 넘어 수익 기반의 다자간 사업 모델로 확장되는지 여부이다. 이러한 대외경제 활동의 확대가 내부 생산 부문의 공급 제약을 실제로 완화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9기 경제 운영을 평가하는 핵심 기준이 될 것이다. -
한국의 정책 과제를 설정할 때에는 조선로동당 제9차 당대회를 통해 드러난 북한의 입장과 정책 방향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현재의 남북관계를 둘러싼 구조적 대치 현실을 함께 고려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현재 북한이 남한과의 교류 및 협력 자체를 배제하는 입장을 공고히 하고 있어, 단기적인 협력 사업을 전제로 한 정책 구상은 현실적 제약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경제의 실태와 정책 지향점을 정밀하게 파악하는 작업은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관계 회복의 전환점이 도래할 시점과 그 양상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사전에 준비된 대응 옵션 없이는 정책적 선택지가 급격히 좁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북한이 대외 경제 관계를 확장해 나갈 가능성에 대비하여, 우리 또한 주변국과의 관계 속에서 북한과의 경제적 접점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에 대한 원칙과 대안을 갖추어야 한다. 이는 정치와 경제, 외교와 안보가 복합적으로 맞물린 동아시아 환경에서 북한 문제를 더 이상 남북관계라는 단일한 틀에만 가두어둘 수 없음을 의미한다.
첫째, 한국의 정책당국과 연구기관은 북한 경제의 성장률 추정과 같은 거시적 분석에 더해, 실제 경제 운영의 실효성과 민생 부문의 실태를 파악하는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지방발전 20×10 정책과 같은 장기 프로젝트의 경우, 시·군 단위에서 자립적 운영이 가능한지 여부가 북한 당국의 정책 집행 역량과 체제 복원력을 가늠하는 실질적인 척도가 된다. 따라서 한국은 북한 경제의 총량적 접근뿐만 아니라, 이러한 부문별 가동 상태를 정밀하게 추적하고 평가할 수 있는 지표 체계를 고도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둘째, 상호호혜의 관점에서 협력 의제를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현재 인도주의나 시혜의 논리만으로는 북한의 호응 가능성이 낮아지는 흐름이 뚜렷하다. 관계 개선이 이루어질 경우에도 협력은 상호 이익이 분명한 분야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이때 단기 체감 성과와 중장기 잠재력 확충을 동시에 지향하는 북한의 목표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이 운영 안정과 공급 개선을 중시한다면, 협력도 건설 그 자체보다 운영과 유지 관리, 공급망과 표준, 인력과 관리 역량 같은 실효 중심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
셋째, 동아시아 차원의 공공재 의제로 보건과 재해 대응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보건의료 체계가 안정되고 비상시 대응 역량이 강화되는 것은 이웃 국가들에도 실질적인 이익이 된다. 감염병과 재난은 국경을 넘고, 재해는 물류와 이동, 경제 안정과 직결된다. 9차 당대회가 시·군 병원 건설과 치수, 산림 조성, 도시 경영, 건물 보수 등 유지 관리 과제를 함께 제시한 점은 이 분야가 북한 내부에서도 여전히 주요한 과제라는 점을 보여준다. 향후 다자 협력의 방식으로 방역과 감염관리, 의약품과 소모품의 공급 관리, 재해 대비와 대응 체계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넷째, 초국경 인프라 및 물류 네트워크 연계와 같은 거시적 협력 의제에 대해서도 장기적인 정책 옵션을 마련해야 한다. 교통, 물류, 에너지망의 통합 및 연계는 단순한 남북 간의 현안을 넘어 주변국들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복합적으로 투영된 역내 경제 구도와 밀접하게 맞물려 있는 사안이다. 북한이 대외무역과 관광을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려 한다면 교통과 물류, 전력과 통신 부문의 인프라 제약을 반드시 해소해야 하며, 이는 주변국과의 연계 속에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한국도 동아시아 차원의 다자 협력 틀 내에서 이러한 인프라 연계 의제를 어떻게 다룰지, 어떠한 조건과 원칙 하에 참여할 것인지에 대한 선제적인 정책 구상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9차 당대회는 북한이 거시적 양적 성장보다는 내부 관리의 정교화와 실효적 운영을 통한 체제 내실화에 주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비록 남북관계의 경색 국면이 지속되고 있으나, 북한이 직면한 공급 제약의 해소 과정과 지방발전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정밀하게 추적하는 것은 향후 한반도 정세 변화에 대비한 전략적 자산이 될 것이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변화된 경제 운용 기조를 다각도로 분석하여, 단순한 지원이나 교류의 틀을 넘어 역내 경제 구도와 안보 환경이 맞물린 복합적인 정책 옵션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정교화해야 한다.
| 북한 제9차 당대회 경제·민생 분야 평가 및 시사점
| 국가 경제발전 5개년 계획 완수
| 새로운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기조 및 관리 전략
| 주요 산업 부문의 과업 및 우선순위
| 지방발전 및 농촌발전 정책의 제도화
| 대외경제 정책의 실용적 재편
| 한국의 정책적 대응 방향
1) 한국은행(BOK)이 발표한 연도별 북한 실질 GDP 성장률 추정치(2021년 -0.1%, 2022년 -0.2%, 2023년 3.1%, 2024년 3.7%)와 국책연구기관의 2025년 성장률 전망치(3.0% 수준)를 2020년 지수(100) 기준으로 누적 산출한 결과, 2020년 대비 2025년 말 북한의 실질 GDP 규모는 약 109.8로 추산된다.
※ 「세종포커스』에 게재된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세종연구소의 공식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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