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정세와 한-아프리카관계
김동석 (국립외교원 아중동연구부 부교수)
dskim76@mofa.go.kr
2020년 아프리카에서 코로나19 확진자 및 사망자 수는 다른 대륙에 비해 적게 나왔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은 아프리카 국가들의 정치, 경제, 인간안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공격, 내전과 같은 폭력사태는 일부 국가에서 기승을 부렸다. 대통령 선거 유세 및 결과를 둘러싼 갈등은 종종 폭력사태로 이어졌다. 자국의 내전, 정치적 박해, 가난 등에서 탈출하려는 아프리카인들의 이주 행렬은 지속되었다.
코로나19, 폭력사태, 선거, 난민은 2021년 아프리카 정세를 전망하는 키워드이다. 코로나19 확산의 지속은 정치적 억압 강화, 경제성장 지체, 보건 인프라의 악화 등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내전 및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는 여러 국가에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헬 지역 및 아프리카 뿔 (Horn of Africa) 지역 국가들이 폭력사태로 인해 많은 피해를 입을 전망이다. 권위주의 국가들의 선거는 정부와 반정부 세력 간 폭력적 갈등을 유발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역내 민주주의 후퇴 우려가 높아질 것이다. 수용국들의 난민유입 규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삶을 찾으려는 아프리카인들의 행렬은 지속될 전망이다.
코로나19 확산 여파
2020년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하여 아시아, 유럽, 미국을 차례로 덮친 코로나19가 아프리카 대륙으로 확산되었다. 아프리카질병통제예방본부(Africa CDC: Africa Centre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에 따르면 12월 1일 기준으로 54개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확진자 수는 2,170,843명, 사망자 수는 51,915명에 달한다. 확진자 수 상위 7개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787,702), 모로코(353,803), 이집트(115,541), 에티오피아(109,534), 튀니지(96,251), 케냐(83,316), 알제리(82,221)가 역내 확진자 수의 75%를 차지한다. 아프리카 지역 확진자 수는 전 세계에 보고된 확진자 수의 3.5%를 차지한다. 이는 ▲아프리카 인구에서 젊은층 비율이 높으며, ▲교통 인프라 부족으로 국가 혹은 지역 간 이동이 적으며, ▲ 봉쇄, 대중집회 제한, 항공운항 중지 등을 선제적으로 단행했다는 점에 기인한다. 하지만 검사장비 부족, 부실한 공공보건 인프라로 인해 진단 검사가 더디게 진행되는 점을 고려할 때 역내 확진자 및 사망자 수는 Africa CDC 공식발표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
다른 지역에 비해 확진자 수가 상대적으로 적지만 코로나19의 확산은 아프리카 국가들의 정치, 경제, 인간안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 확산 억제를 위해 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국민의 이동, 대중집회, 경제활동 등을 제한하고 있다. 우간다, 카메룬 등의 권위주의적 성향 지도자들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명목으로 정치적 반대세력의 자유와 권리 제약을 시도하고 있다. 에티오피아의 반정부세력은 집권 번영당(Prosperity Party)이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총선을 연기함으로써 권력공고화를 시도한다고 비난하였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확산이 아프리카 민주주의의 퇴보를 초래한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한 코로나19 확산은 아프리카 경제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억제정책은 국내 경제활동 및 무역활동에 상당한 제약을 가하고 있다. 자원가격 하락, 관광산업 쇠퇴 등으로 나이지리아, 알제리, 남아공, 모로코 등 지역 강국들도 몸살을 앓고 있다. 이와 더불어 아프리카 역내 교역 확대를 불러올 수 있는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AfCFTA)의 본격적 시행이 미루어지고 있다.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아프리카 국가들은 국제통화기금,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 및 미국, 유럽 국가들, 중국과 같은 채권국들에 부채 탕감 혹은 상황 유예를 요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의 확산은 아프리카 국가들의 인간안보(human security)를 위협하고 있다. 보건 자원이 코로나19 대응에 집중되면서, 에볼라, 말라리아, 에이즈, 황열병 등에 대한 대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와 더불어 식량 수입이 감소하고 농업생산력이 떨어지면서 상당수 아프리카 국가들이 식량난에 직면하게 되었다.
폭력사태 발생 지속
2020년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활동이 사헬(Sahel)지역에서 기승을 부렸다. 말리, 부르키나파소, 니제르에서 '이슬람과 무슬림지지 그룹'(JNIM: Jama'at Nusrat Al Islam wal-Muslimin), 안사룰 이슬람(Ansarul Islam), IS-대사하라(ISGS: Islamic State in the Greater Sahara) 등의 테러공격으로 많은 인명 및 재산피해가 발생하였다. 프랑스의 바르칸(Barkhane) 작전 및 G5사헬 연합군 활동은 이들 단체를 무력화시키지 못하고 있다. 말리에서는 지하디스트(jihadist)의 공격으로 인한 정세불안이 군부 쿠데타를 통한 정부 전복으로 이어졌다. 보코하람(Boko Haram) 및 이슬람국가서아프리카지부(ISWAP: Islamic State West Africa Province)는 나이지리아 북동부 지역 뿐만 아니라 인접국인 카메룬, 니제르, 차드 등에서도 민간인 학살 및 납치, 자살폭탄공격 등을 자행하였다. 소말리아의 알-샤바브(Al-Shabaab)는 미국의 공습과 아프리카연합소말리아평화유지군(AMISOM)의 활동에도 불구하고 자국 내 주요 도시뿐만 아니라 인접국 케냐에서도 테러공격을 전개하였다. 더구나 천연가스가 풍부한 모잠비크 북부지역에서 지하디스트들이 공격을 전개하면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활동의 남부 아프리카로의 확산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들은 정부의 안보역량 부족, 부패, 차별과 소외, 저발전 및 부의 불균형한 분배 등을 이용하여 세를 늘리고 있다.
에티오피아, 카메룬 등에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세력 간 갈등이 폭력사태로 번졌다. 최근 에티오피아에서는 연방정부와 티그레이 지방정부 간 무력충돌로 수천 명이 죽고 50,000명 이상이 인접국 수단으로 피난을 떠났다. 2018년 취임한 아비 아흐메드 총리는 과거 권력을 독점했던 티그레이 족 엘리트들을 적폐로 간주하여 철저히 배제하였다. 이에 반발한 티그레이 족 엘리트는 자신들의 본거지인 티그레이 주에서 연방정부의 총선 연기 결정을 무시하고 자체적으로 선거를 실시하였다. 이러한 분리주의 움직임에 위기를 느낀 연방정부는 티그레이 지방정부에 대한 공격을 단행하였다. 연방정부군은 티그레이 수도 메켈레(Mekelle)를 점령했지만 티그레이 족 반군은 무장투쟁 지속을 천명하였다. 카메룬에서는 영어권 지역 폭력사태가 계속 발생하였다. 중앙정부의 불어권 엘리트들에 의한 차별과 소외에 대한 분노가 팽배한 상황에서 무장단체들은 영어권 지역 독립을 주창하면서 중앙정부를 상대로 무장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양측 모두 민간인 학살, 납치, 주거지 파괴와 같은 심각한 인권유린 자행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
선거를 둘러싼 갈등 발생
2020년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의 선거는 갈등과 반목으로 점철되었다. 코트디부아르, 기니에서 현직 대통령인 알라산 우아타라(Alassane Ouattara), 알파 콘데(Alpha Condé)가 헌법 개정 후 3선에 도전하여 승리하였다. 야당 후보들은 일제히 반발하였고, 유세기간 동안 및 선거 실시 이후 폭력시위와 진압의 악순환이 펼쳐졌다. 탄자니아에서는 존 마그풀리(John Magufuli) 대통령이 경제성과를 바탕으로 재선에 성공하였다. 하지만 그의 권위주의적인 정책은 선거 부정에 대한 의혹을 증폭시켰다. 부룬디에서는 2005년부터 권력을 유지한 여당의 후보가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했지만 야당세력은 선거부정 의혹을 제기하였다. 코트디부아르, 기니의 3선 논란 및 탄자니아, 부룬디의 선거를 둘러싼 갈등은 아프리카 지역 민주주의 퇴조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반면 가나, 세이쉘같은 국가에서는 선거가 비교적 평화롭고 원활하게 진행되었다. 가나에서는 현직 대통령과 지난번 선거에서 진 전직 대통령이 대결하여 전자가 약51%의 득표로 승리하였다. 야당후보가 선거결과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지만 기니, 코트디부아르에서와 같은 폭력사태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 세이쉘에서 독립 이후 최초로 야당이 승리하여 평화적인 정권교체가 이루었다.
난민의 지속적 유출
2020년에도 일부 아프리카인들의 자국 탈출은 지속되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출신 난민은 630만 명으로 10년 전 대비 3배 증가하였다. 이들 중 약 85%는 역내 인접국으로, 나머지 15%는 역외의 중동 및 유럽 국가들, 미국 등으로 이주하였다. 남수단은 220만 명의 난민을 배출했으며, 소말리아(90만 명), DR콩고(80만명), 수단(70만명), 중앙아프리카공화국(60만명)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우간다와 수단은 자국의 정치적, 경제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각각 140만 명, 110만 명의 난민을 수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콩고민주공화국, 나이지리아, 에티오피아 등은 난민 송출국과 수용국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난민 송출국은 지속적인 내전과 무력충돌, 빈곤으로 인한 경제적 기회 박탈, 정치적 탄압 등 국민의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들을 지니고 있다.
유럽행을 시도하는 아프리카인들은 리비아, 튀니지를 거쳐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로 가는 루트를 선호했다. 하지만 이탈리아 및 리비아가 단속을 강화하면서 이 루트를 이용하는 난민의 수는 감소하였다. 반면 아프리카 대륙과 가까운 스페인 영토인 세우타(Ceuta) 혹은 카나리 제도(Canary Islands)에 도착하여 유럽으로 건너가는 루트의 이용이 증가하였다. 올해 카나리 제도에 11,000명의 아프리카인들이 도착하였고, 이는 전년 대비 4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낡고 허름한 배에 정원을 초과하여 사람들이 타는 관계로 이주 도중 익사사고가 속출하였다.
2021년 아프리카 정세 전망
2021년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코로나19 확산은 지속될 전망이다. 보건 인프라의 과부하가 심해지고 많은 국민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손씻기 생활화와 같은 코로나19 확산방지 생활수칙을 지킬 수 없는 환경에 놓여있다. 더구나 미국, 영국, 중국 등에서 개발 중인 백신을 대량 확보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하다. 따라서 경제상황의 악화 및 정치적 억압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와 기존 질병들의 병행 확산, 식량위기 발생 등은 역내 인간안보를 위협할 전망이다.
2021년 아프리카 역내 여러 국가에서 내전 혹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활동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헬 지역의 말리, 부르키나파소, 나이지리아 등에서 다양한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조직들이 활동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에티오피아 연방정부와 티그레이 지방정부 간 무력충돌의 지속은 동아프리카 지역 불안정을 초래할 전망이다. 사헬 지역 국가들 및 소말리아는 미국, 프랑스, 아프리카연합(AU) 등의 지원 하에 이슬람 극단주의 폭력사태 확산을 막기 위한 군사적 노력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활동의 촉매제로 작용하는 저발전, 악정(bad governance), 소외와 차별의 문제는 단시간에 해결되기 어렵다. 따라서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들의 활동은 지속 및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에티오피아 연방정부군의 승리에도 불구하고 전쟁 경험이 풍부한 티그레이 지도자들이 산이 많고 척박한 지형과 주민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게릴라전을 펼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민주주의로 체제전환 중인 수단, 억압체제를 유지하는 에리트레아의 정세를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
2021년 역내 권위주의 국가들에서 선거를 둘러싼 갈등과 반목이 빚어질 전망이다. 우간다에서는 무세베니 현대통령이 야당 후보인 바비 와인(Babi Wine) 및 그의 지지자들에 대한 탄압을 자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집권당의 승리는 정치적 갈등을 증폭시킬 전망이다. 차드, 잠비아 등에서도 선거 과정 및 결과에 대한 논란이 폭력사태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에티오피아에서는 비교적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가 열릴 전망이다. 하지만 선거가 지역적 종족 갈등을 조장하거나 악화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코트디부아르에서는 우아타라(Alassane Ouattara) 현 대통령의 대선 승리 여파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11년 내전 당시 우아타라 편에 섰던 기욤 소로(Guillaume Soro) 전 하원의장과 국제형사재판소에 기소되었다가 석방된 로랑 그바그보(Laurent Gbagbo) 전 대통령의 행보는 선거 후 코트디부아르의 향배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기니, 탄자니아 등에서는 재집권한 대통령의 권력 공고화 작업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2021년 고향을 떠나 다른 국가로 이주하는 아프리카인들의 행렬은 지속될 전망이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경제사정이 악화되면서 유럽 국가들이 난민 유입 규제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역내 인접국으로의 이주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아프리카 난민 수용국의 국제사회 지원확대 요구가 더 커질 전망이다. 아프리카발 난민 발생의 기저원인을 완화시킬 수 있는 민주주의 공고화, 경제발전, 거버넌스 개선 등은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 없다. 따라서 죽음의 위험을 무릅쓴 일부 아프리카 인들의 이주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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