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외정책과 관련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 초기, 중국과 러시아 등 권위주의에 대항하는 민주 자유진영의 리더로서 전략적 경쟁을 추구했으나 작년 실용주의 노선으로 전환, 중국과의 경쟁 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대해 트럼프
미국 대선 전망과 한국에의 시사점 | |
2024년 7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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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묵한국외국어대학교 부교수 | jaemook@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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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월 5일 치러질 미국 대선을 약 4개월여 앞두고 첫 후보 토론회가 지난 6월 27일(현지 시간) 조지아주 애틀랜타(Atlanta)에 위치한 CNN 본사에서 개최되었다. 90분간 생방송으로 진행된 토론회에서 조 바이든(Joe Biden)과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두 전·현직 대통령은 경제·이민·낙태 등 주요 정책 이슈와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쟁 지원 문제 등 대외 정책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이슈에 걸친 토론을 주고받기도 하였지만, 상호 간에 ‘패배자(loser)’, ‘호구(sucker)’, ‘최악의(worst) 대통령’ 등 감정 섞인 공방을 일반 대중 앞에 여과 없이 노출해 대선 후보 토론회다운 품격을 찾기는 어려웠다. 이번 대선 토론회에서 두 경쟁 후보가 드러낸 상호 거부감과 냉랭한 분위기는 극심한 정서적 양극화(affective polarization)와 극한의 대립 구도 가운데서 치러질 이번 미국 대선의 분위기를 압축해서 보여주었다.
미국 대통령 선거사에서 전·현직 대통령 간 재대결은 William Howard Taft(공화당, 당시 현직 대통령)와 Theodore Roosevelt (전 대통령, 과거 공화당 소속에서 당적 변경하여 진보당으로 재출마)가 출마해 우드로 윌슨(뉴저지 주지사, 민주당 후보)과 3자 구도로 맞섰던 1912년 이후 112년 만이다. 또한, 동일한 경쟁 후보가 2회 연속 미국 대선에서 맞붙는 것은 68년만으로, 1956년 선거에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Dwight D. Eisenhower) 당시 현직 대통령과 애들레이 스티븐슨(Adlai Stevenson II) 민주당 후보(전 일리노이 주지사)가 두 번째로 대결했으며,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두 번의 선거에서 연거푸 승리를 거두었다.
Pew 리서치를 비롯해 다수의 조사기관이 최근 발표한 대선 여론 조사에 따르면 이번 미국 대선은 역대급 ‘비호감 대선’으로 바이든과 트럼프 두 후보를 모두 싫어하는 유권자 집단(double haters)이 전체 유권자 중 25%를 넘어선다고 한다. 공화당 지지자들 가운데서도 워싱턴의 전통적 정치 문법을 번번이 어기며 거친 언사와 독단적 정치 성향을 드러내는 트럼프를 거부하는 유권자들이 존재한다면, 또한 바이든의 고령으로 인한 건강과 인지능력에 대한 우려를 비롯해 트럼프의 대항마로서 그의 후보 역량 및 경쟁력에 대해 의구심을 표출하는 민주당 내 여론도 적지 않다. 특히, 이번 CNN 대선 토론 이후 뉴욕타임스(NYT) 등 친(親) 민주당 성향 언론에서뿐만 아니라 민주당 일각에서도 토론에서 열세를 보인 바이든에 대한 후보교체 여론이 들썩이고 이를 둘러싸고 당 안팎에서 공방이 오고 갔다는 사실을 눈여겨 볼만하다.
이처럼 공화당과 민주당 양당 대선 후보 모두에 대한 반감 여론 속에서 이번 미국 대선에서는 무소속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Robert F. Kennedy Jr.)가 제3 후보로서 존재감을 드러내고도 있다. 물론, 케네디 대통령(John F. Kennedy)의 조카인 케네디 주니어의 지지율은 5~10% 남짓이지만 추후 선거 캠페인 과정에서 주요 격전주를 중심으로 케네디를 지지하는 표심이 어떤 변화를 보일지, 그리고 전체 선거 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두고 볼 필요가 있다. 승자독식(winner-takes all)의 미국 양당제 대선 경쟁 구도에서 물론 제3후보가 승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겠지만, 그가 마치 1992년 미국 대선에서 당시 개혁당의 로스 페로(Ross Perot)가 공화당의 부시 대통령의 표를 잠식해 재선을 방해하였던 것처럼 이번 대선에서도 바이든이나 트럼프의 재선 가도에 큰 변수와 장애물이 될 수는 있다는 사실은 살펴볼 만도 하다.
이번 대선 토론회에서도 엿볼 수 있었듯, 다가오는 11월 대선에서 바이든과 트럼프 중 누가 당선되느냐의 선거 결과는 그 영향과 여파가 결코 미국 국내 정책 반경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정치경제적 초강대국인 미국 국내 정치가 국제 사회 및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익히 잘 알려져 있으며, 실제로 이번 대선 토론 이후에도 시장에 대한 유불리 전망에 따라 증시와 금리가 반응하였다는 다수의 국내외 분석 기사와 보고서들이 흘러나오기도 하였다. 미국 증시와 금리에 대한 영향은 결국 한국을 비롯한 세계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대한 연쇄적 반응과 파급효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미국과 정치경제 및 군사안보적으로 밀접하게 연계된 한국으로서는 미 대선 결과가 초래하는 국제 정치 환경 및 산업시장에 대한 높은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비책 마련이 시급할 것이다. -
미국 대선 토론회에서 두 후보가 주고받는 유치한 공방을 우리가 강 건너 불구경하듯 넘길 수 없고, 나아가 대선 레이스의 향배에 계속 주목하는 이유는 그 결과가 우리 정치·외교 및 경제·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난 트럼프 1기 행정부 시기를 통해 미국 수출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여 압박을, 그리고 주한 미군 철수 가능성 시사를 볼모로 한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을 익히 경험한 바 있다. 전통적 고립주의 외교 노선에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기조가 결합한 트럼프 특유의 일방적 외교 노선이 향후 부활할 가능성에 대한 선제적 고민이 필요한 이유일 것이다. 한편, 바이든 행정부가 기후변화 문제에 대응하는 동시에 미국 경제의 인플레이션 문제 해소를 위해 추진하였던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IRA) 도입에 따른 전기차 공급망 재편과 보조금제 변화를 경험하며 우리는 미국 국내 정치 환경의 변화가 한국의 경제 안보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 경제에 미치는 구조적 파급 효과를 재차 확인하기도 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 시 바이든 행정부가 주도하여 제정한 IRA의 폐기 또는 축소를 공언하고 있는데, 이는 전기차 보조금 및 배터리 수요 변화를 통해 한국 유관 기업의 미국 시장 점유율에 예측 불가능한 영향을 행사할 수도 있다. 또한 궁극적으로는 화석 연료 등 전통 에너지와 친환경 에너지 산업으로의 전환을 둘러싼 바이든과 트럼프의 상반된 정책 기조는 국내 자동차 업계 및 에너지 산업 분야에 큰 혼선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에너지 시장에 대한 정부 규제 관련 미국의 급격한 유턴(U-turn)은 국내 기업들의 타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게다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국산 생산품에 대한 60% 이상의 고율 관세를 예고한 만큼 중국에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거나 아니면 중국산 원료나 중간재를 사용하여 미국 수출 시장을 공략해 온 반도체, IT, 자동차 부문의 한국 주요 기업들에 대한 경제적 타격을 대선 이후 최소화하는 방안에 대한 사전 대비책 마련도 필요하다. 다만, 트럼프가 재집권하더라도 IRA 법안 폐지는 대선과 동시에 치러질 의회 선거에서 공화당이 상·하원을 동시에 장악하고 그러면서도 공화당 내 반란·이탈표가 없다는 전제하에서 가능하다는 사실은 상기할 필요가 있다.
국제 사회에서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민주주의 가치 동맹 강화와 경제 공급망 재편 추진은 미중 경쟁 구도 속에서 한국의 외교적 활동 공간을 축소해 들어오고 있다. 국제 정치와 경제 통상 영역의 전방위에 걸쳐 진행 중인 미중의 탈동조화(decoupling)와 패권 경쟁은 탈냉전 및 대중 수교 이후 우리 정부가 장기간 대외 관계 기조로 이어온 “안미경중'(安美經中)”이라는 모호한 외교적 노선의 추종을 구조적으로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미국을 위시한 자유주의 동맹 세력과의 연대를 명확하게 하면 할수록 그 반작용으로 동북아에서 북한과 중국, 또는 북한과 러시아 간 협력 관계는 더 강화되는 모양새를 띌 수도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외교 노선의 정비는 특히 심사숙고를 요구한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중국 견제 정책이 큰 틀에서 유사성을 띤다고 할 때, 바이든과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관련 전략은 과연 어디에서 차이를 나타내는가 면밀히 비교 분석하여 향후 미중 패권 경쟁의 향배를 전망하고 한미동맹의 강화와 동시에 한중협력 관계의 지속을 어떻게 모색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아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우리가 이미 공화당 트럼프 행정부와 민주당 바이든 행정부를 각각 경험하며 그들의 대외정책과 동북아 정책 등을 학습하고 복기할 단서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편,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장기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하면서 미국이 주도하는 외교적 고립으로부터 탈피하고자 하는 동시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하려는 한국을 압박하기 위해 최근 북한을 방문해 양국 간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하였다. 전통적 북러동맹의 부활이 아닌가라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한 최근의 러시아와 북한 간 외교적 밀착은 한국의 분단 현실과 군사적 긴장 관계 속에서 미국이 중심에 놓인 강대국 간 갈등과 분쟁이 우리 군사 안보에 어떻게 예기치 않은 영향을 행사하는지 여실히 체감하게 해주었다. 지난 4월 미국 의회에서 통과된 ‘우크라이나 지원 법안’에 대한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의 극심한 반대가 존재했다는 사실, 그리고 이번 첫 대선 토론회에서도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과 미국의 향후 노선을 둘러싸고 바이든과 트럼프가 다소 엇갈린 입장을 보였다는 점에서 미국의 대(對) 러시아 정책은 대(對) 중국 정책과 비교해서 두 대선 후보 간 뿐만 아니라 양당 간에도 미묘한 입장 차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감지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미국 대선 및 의회 선거 결과에 따라 우크라이나 전쟁 및 휴전 협상과 관련한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우리 외교 차원의 대비책도 필요할 것이다. -
그렇다면 현재 4개월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 전망은 어떠한가? 미국 대선 관련 다수의 여론 조사 및 분석 결과가 나오고 있고 두 후보 간 오차 범위 내 접전이 곳곳에서 관측되지만 이렇게 치열한 경합 레이스 가운데서도 공화당 트럼프 후보가 경쟁자인 민주당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지지율에서 다소 우위를 보인다는 분석들이 많다.
미국 경제의 극심한 인플레이션 위기 속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approval rating)이 줄곧 40% 미만을 가리키고 매번 최저 수치를 갱신하고 있다는 점에서 재선을 추구하는 바이든 후보의 마음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대선 후보 첫 토론회 이후 주관 방송사인 CNN이 자체로 실시해 발표한 “지지 후보와 상관없이, 누가 이번 토론회에서 더 잘했는가?(Regardless of which presidential candidate you support, who do you think (did/is likely to do) the better job in the debate?)”란 질문에 대해 67%가 트럼프를 꼽았지만, 바이든을 선택한 응답자는 단 33%에 머물렀다는 조사 결과도 바이든과 민주당으로서는 뼈아픈 상처를 남겼을 것이다.
이러한 대선 추세에도 불구하고 아직 11월 대선 결과를 섣불리 예단하기는 이르다. 주지하다시피 미국 대통령 선거제도는 승자독식(네브라스카와 메인 주 제외) 방식에 입각해 주별로 치러진 후 합산된 선거인단 투표에서 과반(538표 중 270표)을 획득하면 전국 단위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득표결과(national popular vote)와 관계없이 승리할 수 있다. 따라서 주별 선거인단 수와 주요 경합주에서의 선거결과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실제 선거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2020년 선거인단 득표에서 본인이 가져갔던 조지아(GA), 아리조나(AZ), 네바다(NV)에서 트럼프 후보에 패배한다 할지라도 중서부의 주요 경합주인 미시간(MI), 위스콘신(WI), 펜실베니아(PA)의 선거인단 선거를 수성할 수 있다면 268대 270표로 이번 2024년 재선에 성공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이유에서 우리는 향후 미국 대선 결과를 전망하기 위해서 최근 미국 선거에서 중요한 캐스팅 보터(casting voter)주로 부상한 이들 경합주의 표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10년 동안 미국 대선에서는 펜실베니아(19명)·네바다(6명)·미시간(15명)·조지아(16명)·노스캐롤라이나(16명)·애리조나(11명)·위스콘신(10명) 등 7개 경합주가 대선 승패를 가르는 주요 격전지로 작용하였다. 실제로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는 민주당의 전통적 강세지역인 러스트 벨트(Rustbelt)의 펜실베니아, 미시간, 그리고 위스컨신 주에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 승리하였으며, 반면 2020년 미국 대선에서는 민주당 바이든 후보가 이들 주를 탈환하고, 나아가 과거 공화당 지지세가 강했던 애리조나주와 조지아주 선거인단 표도 뺏어와 최종 선거에서 승리하였다.
따라서 바이든과 트럼프 두 후보가 이들 주요 경합주들을 얼마나 자주 방문하고, 또한 얼마나 많은 선거 캠페인 비용과 자원, 그리고 선거 광고를 할애하는가를 앞으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바이든은 최근 미시간주와 위스컨신 주 방문 횟수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으며,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수천만 달러의 정치광고비를 투자하여 트럼프 비방 광고를 적극 송출하고 있다.
현재, 바이든 대통령은 위의 7개 모든 격전주에서 2020년에 비해 여론조사 상으로 고전을 거듭하고 있는데, 특히 전통적 민주당 표밭(미시간, 펜실베니아, 위시콘신)이었던 지역들보다도 남부의 애리조나나 네바다에서는 불법 이민자 관리 문제로 인해 향후 그의 표심 공략에 큰 장애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부정적 전망이 나오기도 하였다. 특히, 바이든은 2020년 대선 당시 위스콘신이나 펜실베니아보다도 미시간주에서 큰 표차 승리를 거두었지만 현재 미시간주에서 지지표 이탈이 다른 두 주에서보다도 더 강하게 관측되고 있는데 이는 이스라엘 전쟁에 대한 바이든의 미온적 태도에 불만을 느끼는 무슬림 인구가 해당 지역에 다수 거주하는 데 따른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하였다. 만약 바이든이 미시간주(15명)에서 충분한 선거인단을 획득하지 못한다면, 그는 미시간주보다 힘든 선거 경쟁을 펼치고 있는 조지아주(16명)나 노스캐롤라이나(16명) 중 한 곳 경선에서 반드시 승리하거나, 아니면 남서부의 네바다(5명)와 애리조나(11명) 두 곳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부담을 짊어지고 있다.
한편, 최근 Bloomberg/Morning Consult가 실시한 이들 경합주들에 대한 서베이 결과를 보면, 절반 이상 응답자들이 가장 중요한 선거 이슈로 경제나 이민 문제를 꼽았으며, 반면 오직 20% 전후의 응답자들만이 낙태나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 문제를 주요 선거 이슈로 선택하였다. 그런 가운데 다수 응답자가 큰 격차로 트럼프가 바이든과 비교해 경제와 이민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역량이 좋고 더 신뢰가 간다고 응답하였고, 바이든은 낙태 문제와 민주주의 수호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집권 1기 성과를 방어하고 재선에 임하는 바이든의 현 정치 상황이 절대 녹록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직감할 수 있다. -
아직 선거가 4달 가까이 남은 현시점에서 바이든과 트럼프 중 어느 후보가 더 유리하다라는 예단을 섣불리 내리기는 어렵다. 다만, 미국 대선 전망을 위해 다수의 전문 기관에서 발표하는 예측 조사 결과들에 따르면, 임기 내내 낮은 지지율에 시달려 온 바이든 대통령이 다시금 백악관 복귀를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보다 다소 열세 구도에 처해있다고 보는 편이 더 설득력 있는 분석일지도 모른다. 특히, 높은 인플레이션과 불법 이민자 문제, 그리고 우크라이나 및 이스라엘 전쟁의 지속 등 여러 국내외적 악재 속에서 바이든이 선거 캠페인과 동시에 풀어나가야 할 정책 과제의 무게가 절대로 가볍지만은 않다는 사실은 재선을 앞둔 바이든 현 대통령의 머릿속을 더 복잡하게 만들 것이다. 특히, 이번 첫 토론 직후 터져 나온 후보교체론을 통해 재점화되었듯이 바이든 대통령은 그에 대한 민주당 지지층 내 반감을 극복하면서 동시에 2020년 대선에서 그를 지지하였던 다수의 민주당 성향 유권자들을 성공적으로 동원해 내는 전략을 고안해 내야 재선을 향한 청신호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CNN 후보 토론회 가운데 한국과 삼성뿐만 아니라 북한의 김정은과 같은 단어들이 등장했다는 사실은 미국 정치과정에서 높아진 한국에 관한 관심을 보여주는 동시에 한국의 향후 정치경제가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큰 영향과 파급효과에 노출될 수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해주었다. 2024년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이 재선되든 트럼프가 백악관으로 회귀하든 중국 견제나 대중국 정책 기조는 큰 변화나 차별성이 있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전문가 다수의 공통된 견해라 생각한다. 즉, 트럼프의 일방적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만큼은 아닐지라도 바이든 행정부나 민주당 또한 미국의 지나친 시장개방과 무역자유화가 미국 일자리 및 경상수지에 큰 손해를 미쳐왔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어서 미국의 통상정책에 있어서 과거로의 회귀와 같은 급격한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일 것이다. 다만, 경제 영역을 넘어 안보나 군사적 측면에 있어서 트럼프 행정부가 재집권할 시에는 과거 1기 집권기 때처럼 바이든 행정부와 달리 동맹에 대한 접근에 있어 태도 및 온도 차가 다시금 감지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가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충분한 대비책 마련은 필요하다.
다가오는 미국 대선은 비단 미국 국내 정치뿐만 아니라 대외 정책의 불확실성을 증가시켜 향후 한국의 정치 환경 및 시장 상황에 많은 변수를 유발하고 있다. 바이든과 트럼프 두 전·현직 대통령 가운데 누가 11월에 최종 승자가 될 것이며, 어떤 인사들과 함께 어떤 정책 기조를 펼쳐나갈 것인가 예측하고 전망하는 것은 결코 쉬운 분석 작업이 아니다. 다만, 우리가 지난 8년 동안 이미 두 행정부를 각각 경험하며 학습할 기회를 터득하였기 때문에 다양한 시나리오를 중심으로 한 대비책 마련이 완전히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트럼프든 바이든 중에서 누가 당선되든 미국 우선주의의 큰 흐름은 지속할 것이며 그런 가운데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해법과 대비책을 차근차근 모색하고 마련해 나가면 된다. 예컨대 미국이 삼권분립의 견제와 균형이 체계적으로 작동하는 전형적 대통령제 국가인 만큼 대선과 동시에 치러질 의회 선거를 앞두고 한미동맹에 우호적인 의원들을 초당파적으로 접근해보는 전략도 가능할 것이다. 입법과 법안 폐기 그리고 예산결정권한은 모두 미국 의회 고유의 권한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상기하고, 견제와 균형의 원리로 3부가 운영되는 미국 정치 풍토에서는 현상유지 경향이 우세하다는 점을 떠올려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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