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미국의 선택 ②
글로벌 거버넌스
[세종논평] No. 2020-25 (2020.11.11.)
정은숙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
chunges@sejong.org
2020년 11월 7일 저녁(미국시간) 민주당 바이든 후보가 10분여 짧은 대국민 승리연설을 했다. 연설에서 그는 국민통합과 양당협력을 요구하며, 코로나19대처, 경제복지, 인종존중, 소수자보호, 민주주의와 공정성 등을 주요 과제로 열거했다. 미국이 세계적 모범국가가 될 것이라 자신했다. 짧은 일성인 만큼 외교정책이나 국제문제까지는 언급되지 않았다. 아직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패배를 인정치 않아 정치일정상 혼돈 가능성도 없지 않으나, 본고는 2021년 1월 20일, 바이든 후보가 미국 제46대 대통령으로 취임할 것을 전제로 미국 신행정부의 외교정책과 글로벌 거버넌스에 관해 간략히 전망해 보고자 한다.
전임 트럼프 정부의 America First 외교유산: 다자주의와 글로벌리즘에 대한 회의
긴 역사속에서 미국 각 행정부마다 미국의 국익수호라는 지속된 목표하 대내외 환경변화속 개입주의, 고립주의, 포용주의, 봉쇄주의, 고립주의 등 여러 이름으로 나름의 외교전략과 정책 변화를 꾀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트럼프 정부의 명시적 America First 외교접근법은 이전 어떤 정부보다 선명하게 다자주의와 글로벌리즘 등에 대한 근본적 회의를 표했다.
첫째, 무엇보다 유엔 다자주의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당선인 시절부터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을 사교클럽에 불과하다고 보았다. 최다분담국 미국의 재량권을 과다 제한하고 국익을 어렵게 한다고 본 것이다. 취임원년인 2017년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UNESCO)에서 탈퇴하는 동시 유엔분담금 축소 의지를 밝혔다. 2018년엔 오바마 정부가 주력해온 세계기후변화협정 (파리협정 2015), 이란핵문제 해결을 위해 5개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과 독일·이란이 함께 체결한 ‘공동포괄행동계획’ (JCPOA 2015)으로부터도 탈퇴했다. 이어 동년 “이스라엘에 대한 편견, 인권침해국들의 보호처”를 이유로 유엔인권이사회(UNHRC)를 탈퇴했다. 다시 올(2020) 봄, 코로나19가 유엔산하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해 팬데믹으로 지정되고, 미국이 세계최대 감염자수를 기록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진원지 국가인 중국”에 대해 WHO가 편향적이었다고 주장하며, 7월 6일 탈퇴를 통보했다. 절차가 끝나면 2021년 7월 6일, 공식 탈퇴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다자주의에 내재하는 비효율성 등 논거가 없지 않지만, 최강국 미국이 부재한 글로벌 기후, 인권, 보건 등 제반 거버넌스가 실효성을 얻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 정부는 일방 혹은 양자, 혹은 여타 방식으로던 충분히 기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둘째,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의 관계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3일만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선언한 한편, 동맹국에 대해서는 “무임승차론” 등의 용어를 동원하며 방위비 증액을 요구해 전임 오바마 정부에 비해 방식상의 차이를 보여 왔다.
다자주의 붕괴, 동맹결속력 완화,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쇠퇴를 우려한 EU회원국 지도자들은 전후 미국과 유럽이 함께 추구해온 ‘리버럴 국제질서’가 이제 미국, 중국, 러시아 3개 강대국간 첨예한 전략경쟁으로 대치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했다. 물론 트럼프 정부 고위급 인사들은 여러 예증을 제시하며 America First 외교가 오히려 국제질서내 미국 리더십의 강건함을 보여주는 것이라 강변해 왔다.
셋째, 러시아의 비준수를 이유로 트럼프 정부는 미러 양자 ‘중거리핵전력’(INF)조약(1987) 및 다자 영공개방조약(1992)에서 탈퇴했다. 이제 2021년 2월이면 종료되는 미러 ‘新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에 대해서도 후속협상이 부재했다. 조약내 5년 연장 옵션이 있으나, 이에 대해서도 아직 미러간 별다른 합의는 없다.
넷째, 역설적으로 지난 4년여 중국은 트럼프 정부의 America First 외교기치 덕으로 대내외적으로 미국의 일방주의를 비판하는 명분을 획득, 글로벌 거버넌스에 대한 적극적 관심과 다자주의 레토릭을 발전시켜 왔다. 바이든의 당선이 가시화된 11월 7일, 청화대학교 연설에서 왕이 부장은 “인류는 미래를 공유하는 공동체”이며 “협력과 다자주의가 옳은 방향이고 글로벌 거버넌스 공고화가 이 시대의 요구”라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공동체가 이념적 편견을 버리고 협상, 공동기여, 수혜공유의 원칙하 글로벌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한 중국은 어떤 형태로던 “보호주의”에 반대하며 ‘세계무역기구’(WTO)를 축으로 한 다자무역체계를 지지할 것이라 했다. 마치 바이든 당선자의 反트럼프 연대를 기대하는 듯한 인상이었다. 그러나 과연 미국 신행정부가 중국이 만족할 만한 말과 행동으로 답할 지는 분명치 않다.
바이든 신행정부하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복원과 다자주의로의 회귀?
아직 바이든 신행정부의 외교전략이 불확실하지만, 그의 과거 행적과 올해 캠프의 입장발표 등을 종합해 보면 다음은 어느 정도 확실해 보인다.
첫째, 전임 트럼프 정부에 비해 민주주의 동맹 및 파트너 연합의 강조, 이를 통한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복원이다. 실제로 바이든 캠프가 제시한 지난 7월 뉴욕시립대 연설 (제목: “미국 선례의 힘: 21세기의 도전속 민주세계를 이끄는 바이든 계획”)을 보면, 그는 전통, 비전통 안보위협에 직면 동맹을 경시한 트럼프 정책을 비판하고, 자신의 대안적 비전으로서 결속된 민주주의 동맹관계속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역할 재조명을 제시한다. 이를 바탕으로 ▲ 미국 민주주의 활성화 및 미국과 함께하는 민주주의연대 강화, ▲ 글로벌 경제에서 중국 혹은 여타 국가들과의 경쟁에서 미국인의 성공을 위한 외교정책, ▲ 글로벌 위협 (포퓰리스트, 민족주의자, 선동가 출현, 전제적 권력자의 민주주의 기제 조작, 핵전쟁, 대량이주, 신기술을 이용한 파괴력, 기후변화 등)에 대한 글로벌 행동에서 미국의 리더십 회복 ▲ 국무부 활성화 등 미국의 외교력 증진 등을 도모할 것이라 설명한다.
바이든의 11월 7일 승리연설후 메르켈, 마크롱, 존슨 등 유럽주요국 지도자들의 SNS를 통해 축하와 함께 대서양 양안 협력을 기대한다고 한 점은 바이든의 민주주의 동맹 비전을 높이 평가한 데서 나온 것이라 하겠다.
둘째, 그렇다면 신행정부가 구체적으로 트럼프 정부가 탈퇴한 여러 국제협약에 재가입할 것인가의 문제다. 현단계 일괄적 전망은 어렵다. 다만 파리기후협약 재가입 및 미국의 글로벌 기후변화 선도적 역할이 전망된다. 바이든은 미국 스스로 2050 탄소배출 제로를 목표로 정진할 것이며, 다른 나라들에게도 이를 독촉할 것임을 시사해 왔다. 이 점에서 그가 “세계 최대 탄소배출국 중국”을 유독 거론하며 일대일로 프로젝트하 화력에너지 수출 및 기금 지원의 중단을 촉구해 온 점이 눈에 뜨인다. 그런가하면, 미국 신정부가 중국과의 관계유착 투명성 제고 등 개혁의지를 수반한 가운데 WHO와의 협력 재개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JCPOA에 대해서 그는 동맹국들과의 협의 등 조건부 재가입 의사를 밝혔다. 트럼프 정부와 그 지지자들의 논거를 전격적으로 간과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미러 New START 후속협상이나 연장에 대해서도 JCPOA와 같이 심사숙고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미사일 비준스 등은 이미 오바마 정부때부터 지적되어 온 바인 것이다.
끝으로, 글로벌 거버넌스 부문 중국과의 관계다. 바이든 신행정부는 중국의 다자주의와 글로벌 거버넌스 레토릭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역분쟁에서 시작해 이념분쟁까지 이른 트럼프 정부에 비한다면, 양자 및 다자차원에서 협력할 부분을 찾겠지만, 오히려 기후변화, 인권, 지적소유권, 공정거래, 사이버안보 등 특정 사안들에서는 원칙에 입각, 미국 및 글로벌 공공의 이익을 철저히 관철코자 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하가면서, 오바마 민주당 정부 8년간 부통령으로서 다자주의 외교 경력을 지닌 바이든의 집권기, 미국은 상대적으로 유엔 등 국제무대에서 중국지도자들이 트럼프 정부에 대해서 해왔던 것처럼 일방주의라고 비난받을 여지를 줄여 나갈 것이 아닌가 전망된다. 그럼에도 현재로 보아서는 신행정부의 당면과제가 전대미문(前代未聞) 선거후유증 속 국내정치안정과 통합,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의 극복으로 보인다. 이후 비로소 포스트-코로나 국제질서속 새로운 미국의 국제적 역할을 정립할 것으로 보인다.
※ 『세종논평』에 개진된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세종연구소의 공식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