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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미국의 선택 ④: 한미관계 [세종논평 No.2020-27]

등록일 2020-11-12 조회수 5,284 저자 이대우

  2020 미국의 선택 ④

한미관계

 

 

[세종논평] No. 2020-27 (2020.11.12.)

이대우 세종연구소 외교전략연구실장 

delee@sejong.org

 

  미국 국민은 민주당 바이든(Joseph R. Biden) 후보를 제46대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트럼프 정부의 고립주의 및 보호무역주의 성향에 우려를 표시했던 국제사회는 2021년 1월 출범할 바이든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북한 위협이 사라지지 않는 한 한미동맹이 유지·강화 되어야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으나, 한미동맹이 균열하는 모습이 방위비분담 협상과 대북정책 조율 과정에서 발견된다. 게다가 미국은 한국에게 대중국 압박(미국의 항행의 자유 작전 참여, 중국 화웨이 배제, 인권문제, 홍콩보안법 문제)에 동참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우리 정부는 원론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럼에도 바이든 당선인은 언론사 기고문에서 한미동맹은 혈맹임을 강조하면서 동맹국인 한국을 갈취하지 않을 것이며 주한미군 철수라는 협박 카드는 사용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적어도 방위비분담 문제와 주한미군 규모 축소 관련 한미 간의 큰 마찰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정권 교체와는 상관없이 ‘패권유지 및 강화’라는 미국 세계전략 목표와 ‘미국의 안정과 번영, 그리고 가치 보호’라는 국가이익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미국의 패권은 중국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고, 미국 경제는 상대적 쇠퇴를 거듭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 차기정부의 대외정책이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만 수립되지는 않을 것이라 전망된다. 


  바이든 당선인은 ‘미국의 국제적 리더십 회복’을 강조하면서 ‘미국 우선주의’ 폐기를 선언했다. 미국의 리더십 회복을 위한 첫 번째 행보는 훼손된 동맹국과의 관계 재건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동맹은 대체할 수 없는 미국 안보의 초석으로 전략적 이익을 제공한다’고 인식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동맹국들은 자국의 방위능력을 향상시키고, 지역안보에 대한 책임감을 느껴야 하며, 공정한 몫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그는 한국과 일본, 호주와 같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동맹국과 연대를 강화하여 위협을 공유하고 공동대응에 나설 것이라 강조한다. 


  따라서 동맹 재건을 통해 한미관계 균열은 어느 정도 봉합될 것이지만, 책임 및 비용분담을 주장하는 바이든 정부도 일정 수준의 방위비분담금 인상을 요구할 것이다. 다만 미국의 요구는 상식적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기대한다. 한편 민주당은 해외주둔 미군의 합리적 규모가 미국의 비교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전제조건임을 강조했다. 따라서 바이든 당선인 측에서는 미군의 지역별 위험 수준과 해외주둔군 상황을 검토하여 재배치에 착수할 것이다. 주한미군도 이 검토에서 제외되지는 않을 것이기에 주한미군 재조정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준비태세 강화를 위해 한미연합훈련은 지금보다 강화될 것이다.


  한편 동맹이 강화되는 것은 양국 간의 국제공조도 강화되는 것으로,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대중국 압박에 한국의 동참을 요구할 것이다. 즉 중국 부상에 대해 위기를 느끼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대중국 압박정책을 지속할 것이고, 한국에게 동맹의 의무를 강조하면서 대중국 압박에 동참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바이든 정부는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를 위해 한일관계 개선도 요청할 것이다.


  문제는 한미 간 대북정책 조율이다. 바이든 차기정부의 대북정책 목표는 변함없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이고, 북한 비핵화 과정에서 동맹국과의 지속적이고 조율된 외교적 활동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그는 Foreign Policy 기고를 통해 ‘비핵화 협상팀에 권한을 부여하고, 북한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동맹국 및 중국 등과 함께 일관되고 조율된 캠페인을 추진하여 북한의 비핵화 관련 실질적 행동을 이끌어내려 한다. 바이든 당선인의 외교·안보정책 자문팀은 이 과정에서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진지하고 검증 가능한 조치를 취해야 제재완화를 할 수 있을 것이며, 종전선언도 가능할 것이라 강조했다. 아울러 바이든 정부는 북한의 인권문제에 큰 관심을 보이면서 대북한 압력 카드로 사용할 것임을 시사했다. 한편 바이든 당선인은 김정은 위원장을 ‘폭력배(thug)’로 묘사했지만, 김 위원장이 비핵화에 동의할 경우 그를 만날 용의가 있다고 주장하여 정상회담 가능성은 열어 두었다. 


  결과적으로 대북 포용, 제재 완화 그리고 종전선언을 추진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북한 비핵화의 가시적 성과(노력)와 인권문제를 강조하는 바이든 정부 대북정책이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 결과 남북관계의 진전도 속도를 내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바이든 후보가 정권인수팀을 가동시켜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정책을 재검토하고 한반도 문제를 담당할 외교·안보라인을 구성하는 데까지는 최소 6개월가량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에, 미국의 대북정책 구체화도 2021년 4월쯤 되어야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우리 외교 당국은 향후 6개월 동안 차기 정부 외교안보정책 담당자들과의 교류를 강화하여 한미 간 정책 조율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는 미국의 국력이 과거와 같지 않고, 급속하게 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도전을 받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1950년대 미국 GDP는 세계 GDP의 50%를 상회했으나, 현재 미국 GDP는 세계 GDP의 25%에도 미치지 못한다. 세계 GDP의 16%를 차지하고 인구가 15억인 중국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도전을 해 오는 상황에서 미국이 모든 책임과 비용을 부담하는 패권국(benevolent hegemon)은 아니다. 그렇다고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타국을 압박하여 손해를 입히는 패권국(malign hegemon)은 아니고, 과거에 베풀었던 시혜를 거두어들임에 따라 그저 평범한 패권국(지도국)이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미국과의 정책조율 과정에서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라 판단되며, 이러한 과정이 한미관계가 보다 평등한 관계로 발전한다는 것에 의미를 둘 필요가 있다. 


  끝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11월 8일 SNS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에게 승리를 축하하고 ‘공동의 가치를 위해 함께 일하기를 기대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러한 기대가 현실화되기를 바란다.

 

 

  

※ 『세종논평에 개진된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세종연구소의 공식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