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미국의 선택 ⑤
미중관계
[세종논평] No. 2020-28 (2020.11.12.)
정재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jameschung@sejong.org
11월 7일 미국의 제46대 대통령으로 민주당의 바이든 당선인이 대국민 연설을 통해 승리를 공식선언 하였다. 트럼프 대통령과 치열한 승부 끝에 승리한 바이든 당선인은 협력과 희망을 강조하며 "미국이 다시 세계로부터 존경받게 할 것"이라며 새로운 변화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이번 미국 대선은 코로나19로 인해 과거와 비교해 미국의 '중국 때리기'는 크지 않았으나 바이든 행정부가 조만간 대중정책을 공식화한다면 미중관계에 있어서도 전임 트럼프 행정부와는 다른 봉쇄(Containment)와 포용(Engagement)이 상호 혼합된 컨게이지먼트(Congagement)모습이 보여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바이든 캠프가 제시한 대외정책들은 과거 민주당 전통적인 아젠다들을 모두 반영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무너진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회복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의 민주주의와 동맹관계를 다시금 복원하고 대중국 압박전략과 선택적 개입주의 등을 견지하면서 글로벌 리더쉽 국가로서 확실히 자리매김 하겠다는 것이다. 모든 군사력과 외교력을 중국의 부상을 저지하는데 투입하고 동맹국과의 관계를 강화하여 비용과 책임을 나누면서 국제규범과 다자간 협력을 통한 중국 압박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난 3월 바이든 당선인은 포린어페어지 기고문을 통해 "미국은 중국에 대해 강하게 나갈 필요가 있으며 중국이 마음대로 한다면 미국과 미국 기업의 기술과 지적 재산권을 계속 털어 갈 수 있어 동맹 및 파트너와 공동전선을 구축하여 막아낼 것"이라 자신의 대중국 입장과 견해를 밝혔다.
현재 미국은 초당적으로 지난 40여년간 대중국 포용정책이 중국을 긍정적인 방향인 개방된 정치체제와 자유주의 국제질서 순응, 법치와 민주주의 가치체제 수용으로 변화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힘만 키워 미국의 강력한 전략적 경쟁자로 만들었다는 실패론에 근거하고 있다. 따라서 기존 트럼프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 중요성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나 세부적인 전략과 레토릭, 접근방식 등에서는 새로운 변화가 예상된다. 기존 트럼프 행정부처럼 직접 중국을 압박하는 대신 동맹국들과의 강력한 연대와 협력을 통한 다자적 압박을 통해 대중정책을 펼쳐 나갈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한 국제기구와 협약에 다시금 복귀하고 동맹국들과의 긴밀히 연계하여 기존 국제기구를 통해 제도적으로 중국을 포위하고 압박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특히 줄곧 민주당 정부가 민주주의와 인권, 자유의 가치 등을 매우 중요시하고 있어 전임 트럼프 행정부의 독불장군식 행동이 아닌 동맹국, 우방국들과의 연대와 지지를 통해 홍콩 보안법문제, 신장위구르(新疆)와 시장티베트(西藏)인권문제, 대만관계법 등을 놓고 새로운 방식으로 대중 압박을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새로운 바이든 행정부 출현에 맞추어 중국 역시 미국과의 전면적인 갈등과 도전을 반드시 이겨내야 할 국가적 도전과제로 설정하고 두 개의 백년(兩個一百年) 목표인 2049년 부강한 사회주의 강대국 달성과 중국의 꿈(中國夢)실현을 위해 시진핑(習近平) 1인 체제를 중심으로 모든 국가적 역량을 동원하여 적극 대응해 나가기 시작하였다. 이미 지난 9월3일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항일 승전 75주년 좌담회에서 시진핑 주석은 "어떠한 세력이든 중국 공산당의 역사를 왜곡하고 중국인들을 분리 및 대립시키려는 시도를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며 미국의 새로운 대중전략 접근을 강력히 비난하며 절대 굴복하거나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공개적으로 천명하였다. 이어 10월23일 2000년 장쩌민(江澤民) 주석이후 약 20년 만에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모두 참석하는 대규모 한국전쟁 참전 기념행사을 열고 "국가 주권과 안보, 발전이익이 훼손되는 것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어떤 세력도 조국의 신성한 영토를 침범하고 분열시키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이런 엄중한 상황이 발생하면 중국 인민은 반드시 정면에서 통렬하게 공격할 것"이라 언급하여 대만, 남중국해 문제 등과 같이 자국의 핵심이익을 놓고 미국에게 절대 양보하거나 물러설 의지가 없음을 다시금 강조하고 있어 바이든 행정부 출현 이후에도 자국의 핵심이익(core interest)포기 혹은 양보는 절대 없을 것으로 보여 미중간 전략적 경쟁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중국 역시 미국과의 극한 대립과 충돌을 원하고 있지 않으나 미국이 인위적으로 중국 공산당 체제와 가치를 부정하고 자국의 핵심이익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절대 물러설 의지가 없다는 강경한 입장으로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중관계에 있어 획기적인 변화가 없는 이상 대립과 갈등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더욱이 시진핑 지도부는 미국의 강력한 대중압박을 역으로 사회주의, 애국주의와 중화민족주의 정서 고조와 내부 결집과 지지를 이끌어 나가며 빈곤퇴치 운동을 전개하고 선전(深圳)을 방문하여 제2의 남순강화 강조 등을 통해 코로나19로 위축된 내부 경기 활성화와 당-국가체제를 회복하는데 주력 중이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와 미중 전략적 경쟁이 본격화되자 10월 29일 폐막된 제19기5중 전회를 통해 중국의 국가발전전략을 기존 수출 위주 중심에서 벗어나 자국 내수경제 성장을 중심으로 하는 '쌍순환(雙循環)1) 전략' 추진을 밝히고 미국의 화웨이(華爲)제재에 맞서 주요 핵심기술을 더 이상 서방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기술개발과 혁신을 통해 해결해 나간다는 '과학기술 자립자강(科技自立自強)전략'을 제시하였다. 아울러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업무조례' 심의를 통하여 시진핑 총서기 1인을 중심으로 하는 당 중앙권의와 집중 통일 영도를 강화하여 미중 전략경쟁에 대비하여 내부결속을 확실하게 다지는 중이다.
한편 미중간 전략경쟁은 지속될 가능성은 높으나 바이든 행정부 역시 코로나19 대처, 내부적 분열 등으로 인한 선거 후유증이 적지 않아 트럼프 행정부의 직접 중국 때리기와 같은 대중 강경책과는 달리 동맹국들과의 긴밀한 협력과 연대를 통한 대중압박을 추진해 나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중국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대내외적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어 바이든 행정부와 극한 갈등과 대립은 회피하면서 과거 오바마 행정부 시기처럼 미중 전략적 소통채널 복원을 적극 시도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향후 미중 양국은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자칫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핵심이익(대만, 홍콩, 남중국해 등)문제 등에서는 일정부분 타협점을 모색하고 무역, 기술, 통상, 인권 등과 같은 분야에서는 치열한 경쟁과 갈등이 예상된다.
현재 우리는 코로나19 팬데믹과 미중 전략적 경쟁 심화로 인해 매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 중에 있다. 조만간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할 경우 한국과의 동맹강화를 통한 대중압박 참여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며 이에 따라 중국은 한국이 반중전선 동참 여부를 예의주시하며 시진핑 주석 조기 방한 추진과 전략적 소통 강화가 예상된다. 따라서 우리 역시 국익 차원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프로세스, 남북관계 개선과 경제협력 등을 통한 불가역적인 평화를 이룰 수 있도록 모든 사안과 이슈들을 놓고 전략적 유연성을 최대한 발휘하여 가장 적절하고 합리적인 대응방안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모색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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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쌍순환(雙循環)전략은 국내 순환을 주체로 하고 국내와 국제순환을 상호 촉진하는 전략으로 국산화를 늘리고 내수를 확대하며 국내 공급망 확대와 해외 공급망 의존도 축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 『세종논평』에 개진된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세종연구소의 공식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