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부 출범과 QUAD의 군사동맹화 가능성
이대우 (세종연구소 외교전략연구실장)
delee@sejong.org
우여곡절 끝에 바이든(Joseph R. Biden Jr.) 당선인의 정권인수팀이 가동되었고, 차기 정부 주요 보직자가 지명되기 시작했다. 보직자 인선이 마무리되면 바이든 차기 대통령은 트럼프 정부의 정책 전반을 재검토하고 자신이 이끌 차기 정부의 대내외정책을 확정할 것이다. 이 글에서는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트럼프 정부가 2020년 강력하게 추진했던 ‘미국·일본·인도·호주 4개국 안보대화(QUAD, Quadrilateral Security Dialogue)’의 군사동맹화 가능성을 전망해보고자 한다.
트럼프 정부의 인도태평양전략과 QUAD
트럼프 정부는 2017년 오바마 정부의 ‘아‧태 재균형정책’을 대체하는 아시아·태평양정책으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Free and Open Indo-Pacific Strategy)’을 채택하고, 태평양사령부(USPACOM)의 명칭을 인도·태평양사령부(USINDOPACOM)로 변경하는 등 인도·태평양전략 구체화 작업에 돌입했고, 2019년 6월 1일 미국 국방부는 ‘인도·태평양전략보고서(IPSR, Indo-Pacific Strategy Report)’를 발표했다.
아베 제1기 내각이 출범하기 한 달 전인 2006년 8월 아베는 ‘생각이 유사하고, 자유무역을 지향하는 민주주의 국가인 호주, 인도, 일본, 미국 등이 주축이 된 연합(coalition)이 인도·태평양 지역을 하나의 전략공간(Strategic Entity)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2007년 8월 4개국 안보대화(QUAD)를 제안했다.
IPSR의 핵심은 미국이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국 및 파트너 국가들과 협력하여,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자국이 주도적 역할을 수행할 것이고, 동맹국과 파트너 국가들은 책임을 분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서 IPSR 추진의 핵심체인 QUAD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중국의 반발을 우려하고, 일본, 인도, 호주의 입장을 고려했기 때문이라 판단된다. 그러나 2019년 11월 미국 국무부가 발표한 일종의 전략 성과 보고서(A Free and Open Indo-Pacific, Advancing a Shared Vision)에서는 QUAD가 인도·태평양전략의 핵심 추진체임을 밝히고, 회원국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파트너 국가들과 연대를 확대하여, 지역 안정과 주변 신흥국들의 번영을 확보할 것임을 강조했다.
한편 2019년 9월 26일 뉴욕에서 QUAD 장관급 회의(Quadrilateral Consultation in ministerial level)가 개최되어 해양안보, 개발금융, 인도적 지원, 재난대응, 양질의 인프라, 지역 연계성, 대테러 및 사이버안보 등의 협력 분야가 합의되었다. 같은 해 11월 4일 개최된 QUAD 방콕 회의에서 회원국들은 자유롭고, 열린 그리고 포용적인 인도·태평양 지역을 만들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할 것과 QUAD 정례화에 합의했다.
이후 트럼프 정부는 중국견제를 위해 QUAD 군사동맹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마크 에스퍼 전국방장관은 2020년 8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양자협력이 다자화 될수록 좋다’고 언급하면서, 인도·태평양 지역에 NATO와 같은 다자군사동맹의 필요성을 에둘러 표명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이 지역에 한국, 일본, 호주 등의 동맹국이 있음을 강조하면서 동맹국과 함께 중국의 도전을 억제하겠다는 의지도 표명했다. 그리고 10일 후, 그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실행을 위해 ‘네트워크화된 대중국 연합체’를 구성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QUAD PLUS에 대한 언급이었다고 판단된다. 그리고 며칠 후,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은 보다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미국·인도 전략 동반자 포럼’에서 발표했다. 그는 QUAD는 인도·태평양 지역에 NATO와 같은 수준의 협력체 구축에 기초가 되고, 베트남, 한국, 뉴질랜드를 포함시켜 QUAD PLUS로 발전시켜 이 지역에 집단안보체제를 구축할 것이라 언급했다.
이어 2020년 10월 6일 일본 동경에서 4국 외무장관 회의가 개최되었다. QUAD 4국은 법치(rule of law)에 기반을 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만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COVID-19 퇴치 후 경제회복과 다양한 도전 억제에 공동으로 대응할 것을 약속했다. 4국 외무장관 공동성명은 나오지는 않았으나, QUAD 정례화는 합의되었다.
호주, 일본, 인도는 QUAD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군사동맹화를 염두에 두고 있는 미국의 요구를 즉각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3국의 대중국 무역의존도가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동성명이 발표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회의에서 해양안보, 주권존중, 특히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공유가치’를 강조함으로써 이 회의가 중국견제를 위한 회의였음이 분명히 했다고 볼 수 있다.
이후 에스퍼 전장관은 QUAD의 성격이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QUAD 확장, 즉 QUAD PLUS 구축을 위한 구체적 계획은 없다고 언급하면서 군사동맹화에서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동맹국인 일본, 한국, 호주, 태국 그리고 파트너 국가들과 양자 또는 다자군사훈련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아시아·태평양 10개국(미국, 한국, 호주, 브루나이, 캐나다, 프랑스, 일본, 뉴질랜드, 필리핀 싱가포르) 해군이 참가한 2020년 림팩훈련(RIMPAC)이 하와이에서 8월 17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되었고, 한·미·일 그리고 호주 4국 해군은 9월 11일부터 13일까지 태평양 괌 인근 해상에서 ‘퍼시픽 뱅가드(Pacific Vanguard)’ 연합훈련을 실시했다. 이어 2020년 11월 QUAD 4국 합동해군훈련(Malabar)이 두 차례 진행되었다. 제1차 합동훈련은 11월 3일부터 인도양 동북부 벵골만에서, 제2차 합동훈련은 11월 17일부터 인도양 북서쪽 아라비아해에서 각각 4일 동안 진행되었다. QUAD 4국 합동군사훈련은 QUAD가 이미 느슨한 형태의 군사동맹으로 전환되었음을 의미한다. 다만 동맹을 선언하는 절차가 아직 진행되고 있지 않을 뿐이다.
바이든 차기정부의 아시아·태평양 정책: 재균형정책 2.0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미국의 제46대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바이든 당선인은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고 선언하면서 미국의 리더십 회복을 강조했고, ‘미국이 협상 테이블의 상석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 유지를 강조했다.
전임 대통령들과 마찬가지로, 바이든 차기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 즉 ‘트럼프 지우기’에 나설 것이지만, ‘선별적 지우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리더십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책은 지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정책은 크게 바뀔 것이 없다고 판단된다. 즉 트럼프 정부의 인도·태평양전략이 아닌 다른 명칭의 전략이 나올 것이지만, 그 내용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민주당은 정강(Party Platform)에서 동맹 재창조를 통해 새로운 도전에 대응할 것이고,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국 및 파트너 국가들과 함께할 것임을 강조했다. 특히 정강은 국제규범을 따르지 않는 국가들에 대해 국제사회 동맹국들과 협력해 대응할 것임을 강조했다. 이는 바이든 당선인의 민주주의 가치에 기초한 동맹복원을 위해 민주주의 정상회의(Summit for Democracy)를 개최하겠다는 의지와 궤를 같이 한다.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 3/4월 포린어페어 기고문에서 국제규범을 따르지 않는 중국을 ‘특별한 위협’으로 지목하고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을 초청해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당선인은 자신이 이끌 행정부의 초대 국무장관 토니 블링컨(Tony Blinken)과 백악관 안보보좌관 제이크 설리번(Jake Sullivan) 내정자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동맹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밝혔다. 특히 그는 블링컨 지명자를 아시아·태평양 동맹 강화에 기여한 사람으로, 설리번 지명자를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태평양 재균형정책에 핵심 역할을 했던 사람으로 소개했다. 바이든 당선인이 언급한 아시아·태평양 ‘재균형정책(Rebalancing Policy)’은 오바마 행정부 당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억제 위해 미국의 힘(군사력)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재배치한다는 정책이다. 따라서 바이든 정부의 아·태정책은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정책’을 업그레이드한 정책(재균형정책 2.0)일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관영 매체인 글로벌타임스는 ‘바이든 당선인이 인권과 민주주의를 강조한 것은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유럽, 일본, 한국 등 우방국들을 단결시켜 이념적 동맹을 염두에 둔 것이며, 바이든 정부의 대중정책 기조가 트럼프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다르지 않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인도양과 태평양을 분리해서 관리하지는 않았다. 과거 미국 태평양사령부(USPACOM)의 관할 구역이 인도·태평양사령부(USINDOPACOM) 관할 구역과 동일하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다만 ‘인도·태평양’ 이라는 용어를 아베 총리가 먼저 사용했을 뿐이다. 2007년 부시 정부가 발표한 ‘21세기 미국의 해양전략(A Cooperative Strategy for 21st Century Seapower)’에서 향후 미국 해군의 주된 활동 해역은 태평양과 대서양이 아닌 서태평양과 인도양이 될 것이라 선언하면서, 미국은 전략적 관심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확대하였다.
이러한 부시 정부의 해양전략은 오바마 정부에서 아시아‧태평양 재균형정책(Rebalancing Policy)으로 구체화되었다. 2010년 힐러리 클린턴 당시 국무장관은 아‧태 재균형정책을 언급한 하와이 연설에서 태평양으로부터 인도양에 이르는 지역을 하나로 묶어 인도·태평양이라 칭하고, 인도양 인접국인 인도와 호주, 그리고 태평양 국가인 일본과 전략적 관계 강화를 강조하였다. 결국 트럼프 정부의 아·태정책도 명칭만 인도·태평양전략으로 바뀌었고 그 내용은 비슷하다. 즉 중국 부상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로 미국 군사력을 아시아·태평양지역에 집중적으로 배치하고, QUAD 활성화와 동맹국 및 파트너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하여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겠다는 것이다.
바이든 당선인의 외교정책의 핵심 주제어는 민주주의 가치 공유, 미국 주도, 동맹 강화, 국제규범 중시, 특별한 위협인 중국 견제 등으로, 트럼프 정부의 인도·태평양전략의 핵심 주제어인 가치공유, 미국 주도, 동맹국과의 협력, 중국 견제 등과 다를 바 없다. 그래서 바이든이 민주당 출신 대통령이기에 전임 민주당 출신 오바바 대통령의 아·태재균형정책 연장선에서 보다 강한 아·태정책(재균형정책 2.0)이 발표될 것으로 전망한다.
QUAD의 미래
같은 맥락에서 바이든 정부도 QUAD를 중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일본, 호주, 인도는 아직까지 QUAD가 중국을 겨냥한 군사동맹으로 발전하는 것을 원치 않고, 주변국들도 미중관계가 군사적 대립으로 이어지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QUAD 동맹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QUAD 4국 연합훈련과 주변국들과의 다자군사훈련이 진행되고 있어 느슨한 형태의 군사동맹이 이미 구축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QUAD의 확대 가능성, 즉 QUAD PLUS 구축 가능성은 높다고 판단된다.
바이든 당선인은 유럽과의 협력 강화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연합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역동성이 유럽 안보와 번영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중국의 공세를 이미 주시하고 있다. 게다가 유럽연합은 이미 ‘Operation Atlanta off the Horn of Africa’를 통해 인도양 서쪽, 즉 아프리카 동부 해안에서 경계 임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중국의 압력을 극복할 수 있게 남중국해 연안의 국가들에게 기술적·법적 능력 구축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유럽 강국인 영국과 프랑스는 중국의 남중국해 공략을 억제하기 위해 미국과 함께 견제에 나서고 있다. 독일은 상대적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에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으나, 중국이 독일의 최대 무역 파트너임에도 중국의 군사대국화, 일대일로 구상, 나아가 불공정 무역 및 기술 탈취에는 부정적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의 공세가 강화될 경우 이들도 중국 견제를 위해 QUAD PLUS에 참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중국 군사력 증강과 일대일로 구상의 적극적 추진을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일본, 호주, 인도는 바이든 정부 주도의 중국 견제 정책을 지지할 것이며, 적극적으로 QUAD에 참여할 것이고, 중국 공세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영국 프랑스 그리고 독일이 합세하여 QUAD PLUS의 탄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중국의 공세가 더욱 강화된다면 QUAD(PLUS) 동맹화가 앞당겨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의 대응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6월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 동참의지는 밝혔지만, QUAD PLUS 동참에는 강경화 장관을 통해 부정적인 입장 표명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세계 무역·투자의 중심지로 새로운 글로벌 성장 엔진으로 부상하고 있는 인도 및 아세안과의 협력관계를 미·일·중·러와 같은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신남방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우리 정부의 정책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이 전제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과 바이든 정부의 아·태정책(재균형정책 2.0)과는 상호보완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일본, 인도, 호주 등과 같은 수준으로, 즉 중국을 지목하지 않지만, 안보협력(연합군사훈련)은 강화하는 정도로 QUAD PLUS 참여를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