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포커스

[세종논평 No. 2018-24] 남북정상회담을 바라보는 중국의 시각 고찰

등록일 2018-05-02 조회수 9,239 저자 정재흥

-논평-  

남북정상회담을 바라보는 중국의 시각 고찰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

정재흥

 

 

427일 한반도 역사를 새롭게 장식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2018년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되었다. 그동안 냉전의 산물이자 오랜 분단과 대결을 상징한 판문점에서 적대적 관계를 종결시키고 민족적 화해와 평화번영의 시대를 열기 위해 남북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 및 다방면의 남북협력과 교류 활성화에 합의를 이루었다. 더욱이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비핵화 문제에 있어서도 과거와 달리 선제적으로 풍계리 핵 실험장을 포함한 일부 유관 시설들을 폐쇄하고 대외에 공개하는 등 매우 적극적이고 진정성 있는 비핵화 조치를 보여주었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발표한 판문점 선언에 대해 중국은 남북화해 협력과 한반도 평화와안정, 한반도문제의 정치적 해결에 획기적인 개선과 도움이 된다면서 축하와 환영을 뜻을 밝혔다. 특히 중국은 판문점 선언 이후 한반도 평화분위기가 지속될 수 있도록 남북뿐만 아니라 유관 국가 모두 적극적인 노력과 행동을 통해 한반도의 장기적인 안정과 평화를 여는 역사적 기회가 될 수 있도록 긴밀한 협력과 적극적인 소통을 강조하였다. 아울러 판문점 선언 이후 후속 조치 차원에서 열릴 예정인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과 고위급 회담에서 보다 구체적이고 긍정적인 결과가 취해질 수 있도록 판문점 선언의 법률화 추진 및 유관 국가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동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 플랜 마련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중국의 대다수 전문가들은 판문점 선언의 성공여부는 북미정상회담에서 어떠한 합의와 성과가 도출되느냐에 따라 판가름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미중간 역내 패권경쟁(무역/통상, 대만, 남중국해 문제 등)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 하에서 아태 재균형(Rebalancing)전략의 대폭적인 변화가 불가피할 수도 있는 판문점 선언 이행조치(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를 놓고 과연 미국이 쉽사리 결정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과 불확실성을 내비치고 있다. 특히 이미 핵과 ICBM기술을 확보하고 핵보유국을 선포한 북한에 대해 핵시설과 핵무기의 완전한 폐기에도 불구하고 언제든지 핵무기 및 ICBM 제조 가능성에 대한 미국의 대북강경파 우려와 의심, 미일 정상회담에서 제기된 생화학무기와 중장거리탄도미사일 폐기 및 북한인권(일본 납치자)문제 등 넘고 해결해야 될 문제점들이 상당부분 존재하고 있어 한국의 전략적인 접근과 신중한 역할 발휘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더욱이 중국의 전문가들은 판문점 선언의 성공여부는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북미정상회담 성과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이번 북미정상회담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질 핵심이슈인 북핵문제에 대해서도 일부 의구심과 우려를 보이면서 중국이 내놓은 해결방안인 쌍괘병행(雙規並行:한반도 비핵화와 북미 평화협정 동시병행)이행을 다시금 강조하는 중이다. 여전히 북핵문제 해결에 있어 북한은 체제 안전보장을 전제로 하는 단계적 접근(progressive) 및 동보적(synchronous measures)조치를 주장하는데 반해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조치와 함께 선()핵포기 후()보상의 리비아식 해법을 선호하고 있어 서로 상반된 입장과 해결방안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중국은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핵문제 해결을 놓고 획기적 타협안이 도출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으나 적어도 북한의 안보적 우려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제로섬(零和博弈)방식이 아닌 공동안보(共同安全)방식으로 북핵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이는 지난 9.19 공동성명에 포함된 북한 비핵화 조치와 함께 경제-안보 동시보상 방안인 단계적 접근과 행동 행동 원칙과도 일맥상통하여 중국식 해결방안인 쌍괘병행(雙規並行)과도 완전히 부합되는 조치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중국은 지난 2009년 북한 핵시설 사찰 및 검증문제 등으로 협상이 결렬된 사례를 언급하며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핵문제 해결과정에서 불능화, 동결, 검증, 폐기로 넘어가는 각 단계마다 이에 상응하는 미국의 보상조치(대북제재 해제와 대규모 경제지원, 한미연합훈련 축소, 북미관계 정상화 등)도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국의 적극적인 역할 발휘를 강조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북한은 과거 이라크, 리비아 사례를 강조하며 체제안전 보장 및 안보적 우려가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의 일방적 조치(비핵화)만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아울러 북핵 사찰/검증단 구성(미국 주도의 IAEA 사찰단 혹은 중국과 러시아 포함된 사찰단)문제, 북한 핵시설 사찰 범위 및 핵 관련 군사시설 공개 여부 등 매우 복잡하고 민감한 문제점들이 존재하고 있어 원활한 북한 비핵화 프로세스 검증과 이행을 위한 차원에서 주변국들과의 긴밀한 소통과 협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뿐만 아니라 중국은 강한 개성과 불확실성의 소유자인 트럼프 대통령, 신임 주한 미국대사로 지명된 해리스 )태평양 사령관, 대중/대북 강경파인 존볼턴 국가안보보좌관, 폼페이오 국무장관 ) CIA 국장, 지나 해스펠 CIA 신임국장, 래리 커들러 NEC 위원장 등을 지적하며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핵문제 해결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 매우 신중한 입장을 견지 중에 있다. 즉 현시점에서 볼 때 북미 정상간 북핵문제의 일괄타결과 평화협정 체결 가능성도 존재하나 동시에 북핵문제 해결방식에 대한 상반된 입장차이로 인한 북미정상회담 결렬과 한반도 군사위기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분위기 역시 존재한다. 이는 19차 당대회 이후 시진핑 주석 1인지배체제 강화와 2050년까지 기존 미국 중심 질서에서 벗어나 중국 중심의 새로운 질서를 실현 시켜 나가겠다는 전략적 구상을 밝히면서 중국의 한반도 영향력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중국에게 있어 북핵문제는 더 이상 역내 문제만이 아닌 중장기적인 대외전략과도 밀접하게 맞물려 추진될 수 없으며 미중관계 역학구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문점 선언과 조만간 개최될 북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문제에 있어 일괄타격에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이행이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보이며 한반도 안보구조에도 획기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판문점 선언에서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 회담을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밝히자 중국은 크게 당황하는 분위기이다. 현재 중국의 입장은 1953년 정전협정 서명 당사자가 마크 클라크 유엔군(미군) 총사령관, 김일성 북한군 최고사령관과 펑더화이(彭德懷)중국 인민군 사령관으로 어떠한 이유(정치군사,국제법)를 불문하고 중국의 동의와 참여는 필수적이라 보고 있다. 따라서 향후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 이행에 있어 남북미중 4자 회담을 중심에 놓고 가능하다면 남북미 3(북핵문제)와 남북중 3(경제협력)회담 모색도 필요한 시점이다. 머지않아 남북미중 4자를 통한 평화협정이 체결 된다면 지속가능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6자 회담재개를 통한 동북아 다자안보체제를 구축하고 이를 토대로 지경학 중심의 한반도 영구적인 번영을 이룩해 나가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