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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와 정책 2019-02호] 2019년 북미 관계 전망- 김정은 신년사 이후 미국의 반응을 중심으로

등록일 2019-01-08 조회수 5,113

2019년 북미 관계 전망: 김정은 신년사 이후 미국의 반응을 중심으로

  

                                                                                                                                                                                                                    
                                         

우정엽(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
woo@sejong.org
 

    

들어가며  

김정은 신년사에 대한 관심이 유난히 높았다. 미국에서는 김정은 신년사의 설명력에 대해 높게 평가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김정은 신년사의 내용이 이후 북한의 대외 활동을 예측하는 데에 높은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올해에는 두가지 이유로 미국에서도 김정은의 2019년 신년사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첫째는 2018년 신년사에서 김정은이 평창 올림픽에 북한의 참석을 언급한 것이 실제로 연결이 되어 그 이후 남북과 북미 사이에 빠른 속도의 정세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둘째는 2018년 하반기에 들어서 북한이 여러 경로를 통한 성명전만을 할 뿐 미국과의 고위급 및 실무 회담에 나서지 않고 있는 이유를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김정은의 신년사가 교착되어 있는 북미간의 상황을 이해할 만한 단초를 제공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2019년 신년사에 대한 미국의 대체적 반응

         

김정은 신년사에 대한 가장 우선적인 반응은 2018년의 신년사에서처럼 단기적으로 북한의 행동을 구체적으로 예정한 부분이 없다는 것이다. 2018년의 신년사에서는 남북 관계에서의 개선 방향과 관련하여 평창 올림픽 참석이라는 구체적인 행동 방식에 대해 이야기를 했었는데, 이번 신년사에서는 올 상반기 북한의 대외 정책과 관련하여 구체적으로 예측이 가능한 대목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 해에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남북 혹은 북미 간의 협상을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았고, 핵 단추 혹은 실전 배치와 같은 단어를 사용하면서 평창 올림픽 참가라는 남북 관계 개선과는 다른 대미 관계에서의 메시지를 내보냈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이 실제로 평창 올림픽에 선수단과 대표단을 보냈을 때에도 미국은 북한의 의도에 대해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 이후 북한이 신년사를 내보내는 시점에 예상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일련의 외교 행사들이 일어나면서 2018년은 매우 빠른 급류를 탄 듯이 지나가게 되었다.

  

2019년의 신년사에서는 그러한 구체적인 행동 방향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기 때문에 2018년 하반기에 미국의 회담 요구에 응하지 않은 북한의 행동에 대해 파악할 만한 근거를 찾기는 어려웠다. 그리고 가까운 시일 내에 북한이 어떠한 행위를 대외 관계에서 하게 될지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근거 역시 포함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의 신년사는 미국과의 협상에 대해 여전히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나타내는 대목들이 포함되어 있어 미국으로서는 2019년 상반기에 북한과의 협상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점을 평가하고 있다.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나는 지난 6월 미국 대통령과 만나 유익한 회담을 하면서 건설적인 의견을 나누었으며 서로가 안고 있는 우려와 뒤엉킨 문제 해결의 방도에 대하여 인식을 같이 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앞으로도 언제든 또다시 미국 대통령과 마주안을 준비가 되어 있으며 반드시 국제사회가 환영하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라고 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대한 의사를 명시적으로 나타내었다. 이것은 미국 관료들을 비난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난은 삼가던 2019년 하반기 북한의 여러 가지 성명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러한 실무 협상의 거부와 정상회담에 대한 의지 표출은 미국으로 하여금 북한이 고위급 혹은 실무 협상을 건너 뛰고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간의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게 한다. 그러나, 대북 협상을 담당하는 미국의 관료들은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한 실무 협상에서의 구체적 진전이 선행되지 않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과 마찬가지로 구체적인 북한의 비핵화 과정을 이끌어 낼 수 없는 한계에 부닥칠 수 밖에 없고, 아무런 구체적 성과물을 확보하지 못한 채 관료들이 예상하지 못한 어떠한 조치를 트럼프 대통령이 독단적으로 약속할 위험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 6월 정상회담 이후 미국은 꾸준히 실무진의 협상을 통한 구체적인 비핵화 방법론에 대한 논의를 북한에게 요구한 것이다.

  

미국이 생각하는 북한의 협상 방향
 

김정은은 신년사를 통해 미국으로 하여금 현재 북한이 협상에 나서지 않고 있는 이유를 어느 정도 파악하게 하였다. 김정은은 우리는 이미 더 이상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않으며 사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데 대하여 내외에 선포하고 여러 가지 실천적 조치들을 취해 왔습니다. 우리의 주동적이며 선제적인 노력에 미국이 신뢰성 있는 조치를 취하며 상응하는 실천 행동으로 화답에 나선다면 두 나라 관계는 보다 더 확실하고 획기적인 조치들을 취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서 훌륭하고도 빠른 속도로 전진하게 될 것입니다.”라고 말하였다. 이러한 김정은의 표현은 미국에게 여러 가지 내부적으로 고려하게 할 가능성이 높다.

우선, 김정은이 더 이상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않으며 사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표현한 대목은 김정은이 생각하는 비핵화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추후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김정은과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미국과 우리나라, 그리고 국제사회가 생각하는 비핵화와 같은 의미인지 그 비핵화 협상의 최종 지점이 어디인지 정의를 해야만 하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렇지만, 이번 김정은의 2019년 신년사로만 본다면 김정은은 기존에 만들어 놓은 핵무기의 폐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일단 협상의 대상은 현재 핵 능력의 동결 혹은 미래 핵 능력과 관련한 핵 물질 및 핵 시설에 관한 것으로 한정지으려고 한다고 해석하는 경향이 미국에서는 강하다. 김정은 말한 대목은 NPT 1(Article I: Each nuclear-weapon State Party to the Treaty undertakes not to transfer to any recipient whatsoever nuclear weapons or other nuclear explosive devices or control over such weapons or explosive devices directly, or indirectly; and not in any way to assist, encourage, or induce any non-nuclear-weapon State to manufacture or otherwise acquire nuclear weapons or other nuclear explosive devices, or control over such weapons or explosive devices.)에서 규정한 것처럼 NPT상의 핵무기 보유 국가가 NPT상에서 지켜야 할 의무에 대해서 북한이 지킬 것을 이야기 하는 것처럼 하고 있고, 또 시험하지 않겠다는 점을 이야기 하면서 미국도 비준하지 않은 CTBT (Comprehensive Test Ban Treaty, 포괄적 핵실험 금지 조약)까지도 본인들이 준수할 것이라는 의미를 담은 것처럼 보인다. 북한은 현재 NPTCTBT에 모두 가입하거나 비준을 한 국가가 아님에도 이러한 국제사회의 의무를 지킬 것이라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국제사회가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북한이 이미 만들어 놓은 핵무기와 핵물질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음으로써 북한이 앞으로의 협상을 기존의 핵무기를 건드리지 않는 방향에서 이끌고 가서 결국에는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을 받게되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만약 북한의 의도가 실제로 미국이 신년사를 통해 파악하는 것과 같다면 기존에 만들어진 핵 무기 및 핵 물질에 대한 신고와 관련된 미국의 요구는 북한으로서는 애초에 받아들일 가능성이 없는 것이 된다. 기존의 핵무기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그에 대한 신고를 해야한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북한이 미국이 북한의 핵 문제에 대해 보다 더 강한 관심을 갖게 된 계기에 대해 이미 알고 있고, 그 지점을 공략하여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을 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핵 문제는 1980년 대 후반부터 지속되어 왔고, 김정은 집권 이후에도 여러 차례 핵실험을 감행하여 그 고도화를 지속적으로 추구해온 상황에서 결정적으로 미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오게 된 계기가 대륙간 탄도 미사일 실험 발사였고,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미국민들에게 강조하고 있는 것도 본인이 김정은과의 회담을 통해 더 이상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없다는 점이기 때문에, 그러한 지점에서 협상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계산을 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미국의 관료들은 북한이 기존의 핵까지 협상의 대상으로 삼아서 핵 신고 리스트를 요구하는 미국 관료들과의 협상 보다 위와 같이 미래의 핵 능력 또는 미사일 능력 제한과 제재 완화를 교환할 가능성이 비교적 높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2차 정상회담을 선호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관료들이 이렇게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알기 때문에 북한은 계속해서 친서 외교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이야기를 하려고 하고 있다고 본다.

     
미국의 정책 방향

미국 관료들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향후 전개 과정은 크게 네가지라고 볼 수 있다. 한쪽 끝에는 평화적 해결과 그에 따른 북미 관계의 진전, 그리고 다른 끝에는 2017년 상황으로의 복귀이다. 평화적 해결은 다시 두가지 가능성이 존재하는데, 하나는 김정은 위원장이 전격적으로 국제사회가 원하는 비핵화 방식을 받아들이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합의를 이루는데, 그 합의의 정도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아닌 수준에 머무를 가능성이다. 이러한 평화적 해결과 군사적 위기의 증가 사이에는 현재의 상황과 같이 계속적인 협상 국면의 지속이라는 상황이 존재한다.

여기에서 신년사를 통해 볼 때 김정은 위원장이 국제사회의 비핵화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점, 그리고 북한이 새로운 핵 혹은 미사일 실험이나 협상의 파기와 같은 행위를 하지 않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적 긴장 증가 혹은 무력 사용이라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은 명분상 매우 약할뿐더러 2019년 초반부터 이어질 2020년 대선 정국에서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현실적으로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불완전한 북한의 비핵화와 불완전한 제재 완화/해제가 교환되는 방식으로 상황이 전개되거나, 아니면 2018년 하반기와 같은 상황이 2019년에도 지속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 누구의 편에 있을 것인지, 누가 더 버틸 수 있을 것인지 하는 것이다. 미국 관료들은 제재가 유지되는 한 시간은 미국 편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이 신년사에서 강조한 것처럼 미국이 신뢰성 있는 조치를 취하며 상응하는 실천 행동으로 화답을 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이유로 혹은 본인의 확신으로 인해 관료들의 의견과 달리 정상회담을 조속히 추진할 가능성을 여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2차 회담이 이루어진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까지도 강조했듯이 제재는 계속해서 유지할 가능성이 높고, 정치적인 측면, 예를 들어 북미간 관계 개선 조치 혹은 한미 동맹에 관한 부분에서 협상의 대가를 북한에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미국 관료들로서는 고민이 될 수 밖에 없다.

  

우리의 역할
 

이번 신년사와 관련하여 미국에서 언급이 적게 나오는 부분은 북한의 경제에 관한 부분이다. 이번 신년사의 상당히 많은 부분이 경제에 할애되어 있다는 점은 인정하는 것이 많지만, 그것이 실제로 어떠한 의미를 가진 것인지에 대해서는 분석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북한과의 협상과 관련하여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북한의 경제가 어느 정도까지 국제사회의 제재를 견뎌낼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미국의 대북 협상 전술은 2018년 초 북한과 협상을 시작할 때부터 계속해서 변화되어 왔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북한의 현 경제 상황에 대한 파악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8년 초에는 북한이 초기 조치로서 기존의 핵 탄두 및 미사일 등을 해외로 반출해야 비핵화 협상이 가능할 것이라는 이야기 까지 미국에서 나왔는데, 그 당시 미국의 판단은 북한의 경제 상황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비핵화 과정을 통해 제재를 해제 혹은 완화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본 것이다. 그러나, 2018년 북한과의 협상 과정을 통해 미국의 북한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이 수정된 바 있고, 그에 따라 미국이 북한에 요구하는 협상의 대상 및 조건 역시 수정되어 온 것을 목격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정책 서클에 북한의 현 경제 상황에 대해 객관적인 분석을 제공하는 것은 미국이 현 상황을 판단하고 북한과 2019년 어떠한 협상을 펼칠 것인가를 결정하는 데에 매우 요긴한 자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