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포커스

[정세와정책 2024-3월호 제19호] 북핵 30년: 해결되지 않은 이유는?

등록일 2024-03-04 조회수 4,625

북핵 30년: 해결되지 않은 이유는?

 

 

홍현익(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hyunik@sejong.org

 

북핵 위기가 발발한 지 30년 동안 북한은 결국 핵 개발에 성공해 여차하면 남한을 핵 무기로 초토화하고 미국도 공격할 수 있다고 위협하고 있다. 북한 정권의 목표가 어떻게든 체제 생존을 유지하는 것이라면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목표로 삼아왔다. 북한은 목표를 거의 달성했고 한국과 미국의 한반도 안보정책은 실패한 것이다.

그런데 한국과 미국 정부는 물론이고 대다수의 전문가들도 그 책임을 북한의 술책과 기만에 돌리고, 한국과 미국이 몇 차례의 비핵화 기회를 놓치는데 상당한 역할을 했던 대북 정책과 정책기조는 분석하거나 성찰하지 않고 거의 외면해왔다. 그 결과 북핵 대화나 협상은 성사될 가능성이 거의 없어졌고, 북한의 실질적인 핵 무장과 고도화가 기정사실화되고 있으며 북한은 일상적으로 대남, 대미 핵 위협을 가하는 최악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먼저 2000년 미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으로 북미간 신뢰가 정상회담 개최 직전 수준으로 제고되었다. 그러나 2001년 집권한 부시 행정부가 선악관과 대북 불신에 입각해 경수로 주요 부품 타설 이전에 북핵 특별사찰을 종용했는데, 이는 제네바 합의에 어긋나는 것이었다. 또 휴전선 인근 북한군의 후방 이전 등을 일방적으로 압박하자 생성되어가던 북미간 신뢰는 무너졌다.

20059·19공동성명 합의 시 대북 경수로 제공 조항을 유보하고 성명에 서명한 미국은 이미 사흘 전 재무부가 마카오에 있는 벙코델타아시아(BDA) 은행을 제재하는 방식으로 북한을 제재하고 나섰다. 북한은 반발했고 결국 1년 뒤 2006101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끝으로 김정은은 바이든 행정부가 2018년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 합의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실무회담에서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자고 제안하는 것은 문제 해결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판단해 일체의 북미 대화를 거부해왔고, 자력 갱생과 러시아 및 중국과의 협력 도모를 통한 핵 무장과 대남 대미 적대 노선을 정권 생존전략으로 채택 중이다

물론 북한이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을 완전히 무시하고 체제 생존의 유일한 수단으로 간주한 핵을 쉽게 포기하지 않기 위해 살라미 전술을 펴고 여간해서 타협하거나 합의 사항을 이행하지 않으려 했던 것이 비핵화 실패의 가장 큰 이유였다하지만 우리 측에서도 상당한 정책적 오류가 있었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이제라도 정부는 북핵 대화 한번 해보지 못하고 북한의 핵 고도화를 초래할 수 있는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미국이 대북정책을 보다 전향적이고 적극적으로 추진하도록 설득하는 것이 요망된다. 또 바이든 행정부든 아니면 정권이 교체되어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뒤 북미간 합의를 이루고 또 실행하려면 북한이 미국을 신뢰할 수 있도록 해주는 선행 조치가 필요하다결국 북한의 비핵화는 상호 신뢰를 구축하고 평화의 이득을 느끼게 하여 기만하는 것이 자기 손해임을 깨달은 북한이 자발적으로 합의를 준수하도록 만드는 것이 성공의 요체이다.

 

 

 

*전문 첨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