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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포커스] 미국·이란 “이슬라마바드 양해각서(MOU)” 체결: 평가와 시사점

등록일 2026-06-26 조회수 221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기습적인 공습으로 시작된 이란전쟁이 107일 만인 6월 14일 미국과 이란 간의 "이슬라마바드 양해각서(MOU)" 체결로 일단락되었다. 4월 8일 트럼프 대통령이 2주간의 휴전을 선언하면서 전쟁의 양상이 전면전에서 국지전으로 바뀌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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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6월 26일
전성훈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 | dr.cheon@sejong.org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기습적인 공습으로 시작된 이란전쟁이 107일 만인 6월 14일 미국과 이란 간의 "이슬라마바드 양해각서(MOU)" 체결로 일단락되었다. 4월 8일 트럼프 대통령이 2주간의 휴전을 선언하면서 전쟁의 양상이 전면전에서 국지전으로 바뀌긴 했다면 걸프지역은 물론 레바논에서 크고 작은 무력 충돌이 이어졌고, 특히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와 미국의 역봉쇄로 인해 전 세계가 엄청난 경제적 충격을 감내해야 했다.
이번 MOU 체결로 이란전쟁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지만 전쟁에서 외교로 국면전환이 이뤄졌고 미국, 이란 모두 더 이상 전쟁을 원치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향후 협상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더라도 다시 전면전이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일단 MOU 체결 소식만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선으로 떨어졌고 전 세계적으로 경제회복에 대한 심리적 안정감이 조성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MOU가 이란 측에 유리하게 작성되어서 미국의 전쟁 패배를 공식화한 문건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MOU는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인 6월 14일 트럼프와 미국 측 협상 대표인 밴스 부통령 그리고 이란 측 대표인 갈리바프 이란의회 의장이 약식으로 전자서명을 했고, 6월 17일 트럼프 대통령과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정식으로 서명해서 발효되었다. 6월 19일 스위스 휴양지 뷔르겐슈토크에서 미국, 이란, 중재국인 파키스탄과 카타르 대표가 참석해서 정식으로 서명식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MOU 초안이 언론에 유출되면서 혼란이 있었고 하루라도 빨리 호르무즈 해협을 열자는 생각에서 서명을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 4월 12일 1차 고위급 협상에 이어 6월 19일 열릴 예정이던 2차 고위급 협상은 이스라엘의 남부 레바논 공습 문제로 이틀 연기되어 21일 열렸다.
이 글에서는 MOU 내용을 항목별로 분석해서 미국과 이란 어느 쪽에 더 유리한 합의인가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미국이 회심의 협상카드로 구사했던 역봉쇄의 전략적 의미를 살펴본 후 앞으로 60일간의 협상 과정을 전망하고 향후 예상되는 북미대화에 주는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 MOU 내용 분석
MOU는 총 14개 항으로 구성되어 있다.1) 먼저 항목별로 원문을 제시하고 해당 항목의 의미와 파장을 분석했으며 특정 항목이 미국과 이란 어느 쪽에 유리한 지를 도표로 정리했다. 아울러 MOU에서 누락된 두 가지 사항도 포함해서 MOU를 종합적인 관점에서 평가했다.
제1항 <전쟁종식>: 미국과 이란, 그리고 현재 전쟁에 참여하고 있는 그들의 동맹국들은 본 양해각서에 서명함으로써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군사 작전의 즉각적이고 영구적인 종료를 선언하며, 앞으로 서로를 상대로 어떠한 전쟁이나 군사 작전도 개시하지 않을 것과, 상호 간 위협 또는 무력 사용을 자제할 것, 그리고 레바논의 영토 보전과 주권을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 최종 합의는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전쟁의 영구적 종료와 본 항의 기타 조항들을 확인할 것이다.
<분석>: 걸프지역은 물론 레바논에서의 완전한 전쟁 종식을 선언했다. 레바논의 주권 존중과 영토보전을 강조한 것이 눈에 띈다. 헤즈볼라의 은거지인 레바논에 대한 무력 사용 금지를 강조한 것은 이스라엘의 국익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란이 이스라엘의 남부 레바논 공격에 항의하며 연기되었던 2차 고위급 협상은 21일 개최되었다. 현재 이스라엘은 국경 북쪽으로 8-10km 완충지대를 설정하고 점거 상태에 있는데, 제1항이 레바논에 대한 무력사용 뿐 아니라 이스라엘군의 전면 철수까지 포함하는지도 향후 쟁점이 될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헤즈볼라의 무장해제가 되어야만 철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제2항 <적대관계 청산>: 미국과 이란은 상호 간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존중하고, 서로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
<분석>: 1979년 이후 적대적이었던 과거를 청산하고 미국·이란 관계의 새로운 장을 열겠다는 정치외교적인 선언이다. 밴스 부통령은 6월 21일 스위스에서 열린 제2차 고위급 협상에 임하면서 새로운 이란과의 관계 정상화 의지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2)
What the president has asked us to do is turn over a new leaf to transform our relationship with the people of Iran, and to extend an outstretched hand that says to the people of Iran that if your leadership is willing to give up being a driver of regional instability; If they are willing to give up nuclear weapons ambitions for the long term, then the United States is willing to fundamentally transform our relationship with that country; That is certainly our goal.
이 조항에 따라 이란은 테러지원국의 불명예를 씻고 국제사회의 정상국가로 등장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다만 내정 불간섭 약속에 따라서 미국이 이란의 민주화나 인권 문제를 제기하기는 어렵게 되었고, 정권교체와 민주화를 바라던 이란 국민도 크게 실망했을 것이다.
제3항 <협상기간 설정>: 미국과 이란은 최대 60일 이내에 최종 합의를 협상하고 체결할 것을 약속하며, 상호 동의에 따라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분석>: 6월 17일부터 8월 15일까지 60일간 협상을 진행하되 필요한 경우 쌍방 합의하에 기한을 연장하기로 한 것은 복잡다단한 문제를 기한 내에 해결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반영하고 있다. 제13항에 따라서 제1항(전쟁 종식), 제4항(미국의 역봉쇄 해제), 제5항(이란의 봉쇄 해제), 제10항(제재 한시적 우선 면제), 제11항(동결자산 해제)의 이행이 시작된 후에 다뤄야 할 나머지 사안들, 제6항(재건기금 마련), 제7항(제재 전면 해제), 제8항(핵문제)을 협상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 것이다.
제4항 <미국의 역봉쇄 해제>: 본 양해각서 서명 즉시, 미국은 이란에 대한 해상 봉쇄 및 기타 방해 또는 장애 조치를 철회하기 시작하며, 30일 이내에 해상 봉쇄를 완전히 종료할 것이다. 이 기간에 선박 통행은 이란이 전쟁 이전 수준의 통행량을 복원하는 수에 비례하여 이루어진다. 또한 미국은 최종 합의 체결 후 30일 이내에 자국 군대를 이란 인근 지역에서 철수시킬 것을 약속한다.
<분석>: 미국이 역봉쇄를 해제해서 이란의 원유 수출길이 열렸고(제4항) 제재 전면 해제도 약속했지만(제7항) 법절차에 따라 제도를 정비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는 만큼 공식적으로 제재가 종료될 때까지 원활한 수출이 가능하도록 우선 한시적으로 제재를 유예하는 조항이다. MOU 서명과 동시에 이란의 전면적인 무역활동이 가능해졌다.
제5항 <이란의 봉쇄 해제>: 본 양해각서 서명과 동시에, 이란은 페르시아만과 오만해 사이를 왕래하는 상선들의 안전한 통항을 보장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며, 최초 60일 동안은 어떠한 통행료도 부과하지 않을 것이다. 상선 운항은 즉시 재개되며, 기술적·군사적 장애물 제거 및 이란의 기뢰 제거 작업 필요성을 고려하여 30일 이내에 완전히 정상화될 것이다. 이란은 국제법 및 호르무즈 해협 연안국들의 주권적 권리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향후 호르무즈 해협의 관리 및 해상 서비스 체계를 규정하기 위해 다른 페르시아만 연안국들과 논의하고 오만과 대화를 진행할 것이다.
<분석>: 이란이 기뢰 제거 등을 고려해서 30일 안에 봉쇄를 해제하고 상선의 통행을 정상화하기로 했다. 제5항에는 두 가지 큰 쟁점이 있다. 첫째, 굳이 상선의 통행을 명시함으로써, 향후 미국 해군의 통행이 제약될 뿐만 아니라 바레인에 주둔한 5함대의 미래가 불확실해질 수 있다. 둘째, 60일간은 무료 통행이지만 그 이후에는 연안국 및 오만과 협의해서 새로운 해협 관리 체계를 갖추겠다고 함으로써, 일정 비용을 징수할 가능성이 커졌다.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주권 행사는 이란 최고지도자와 고위 당국자들이 협상 기간 내내 강조해 온 핵심사항이라는 점에서 제5항의 내용이 놀라운 것은 아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줄곧 "통행료" (toll fee)는 없다고 주장해왔기 때문에 단순히 통행을 허락받기 위해 지불하는 통행료 형식은 아닐 것이다.
최근 이란 당국자들은 해협의 환경 관리, 항로 안내, 의료 및 항행 지원 등 서비스 명목으로 비용을 징수할 수 있다고 밝혀왔다. 이란과 이 문제를 협의해 온 오만 당국도 통행료는 아니지만 각종 서비스 제공에 대한 대가로 "봉사료" (service charge)를 일정 기간 징수하는 것은 가능할 수 있다고 본다. MOU 체결 직후 양국은 공동위원회를 구성해서 해협의 관리와 서비스 및 관련 비용 징수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3) 따라서 봉사료의 액수와 징수 기간이 향후 협상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튀르키예의 이스탄불을 가로지르는 "보스포루스"(Bosphorus) 해협의 경우 튀르키예 정부가 등대 유지, 비상시 구조, 의료지원 등의 명목으로 매년 2.5억 달러 정도의 봉사료를 징수하고 있다.
제6항 <재건기금 마련>: 미국은 역내 파트너들과 함께 최소 3,000억 달러 규모의 이란 이슬람 공화국 재건 및 경제 개발을 위한 확정적이고 상호 동의하는 계획을 수립할 것을 약속한다. 이 계획의 이행 메커니즘은 60일 이내 최종 합의의 일부로 확정될 것이다. 관련 금융 거래에 필요한 모든 허가, 면제 및 승인 조치는 미국이 부여할 것이다.
<분석>: 미국은 이란의 전쟁 피해에 대한 보상은 없고 재건 기금에도 미국 정부의 투자는 없다고 주장하지만 재건 기금은 사실상 전쟁 피해에 대한 보상의 성격을 갖는다. 이란 정부는 협상 시작부터 부당하고 불법적인 전쟁으로 인한 피해를 보상받아야 종전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협상 초기에는 피해 복구에 2,700-3,000억 달러의 비용이 들고 재건 기간은 12-15년 정도로 추산되었다. 협상을 진행하면서 이란이 4,000억 달러를 요구했다고 하는데, "최소 3,000억 달러"는 양측이 절충한 결과로 보이며 정확히 3,500억 달러라는 설이 있다.4) 트럼프 대통령은 걸프 산유국들과 유럽, 아시아의 주요 기업들이 민간투자 차원에서 기금을 낼 것이라고 했는데, 설사 주체가 민간기업이라고 해도 전쟁 피해에 대한 보상이라는 기금의 성격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전쟁 피해에 대한 보상으로 기금을 마련하는 것은 단순한 경제적 문제가 아니라 전쟁의 국제법적, 도덕적 정당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제6항은 앞으로 미국 내에서 정치적 쟁점이 되고 트럼프 행정부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 조항은 이란전쟁이 충분한 명분과 타당성이 없이 국제규범을 어기며 무모하게 시작한 예방전쟁이었다는 평가를5) 뒷받침한다.
제7항 <제재 전면 해제>: 미국은 최종 합의의 일부로 합의된 일정에 따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 결의, 그리고 미국의 모든 일방적 제재(1차 및 2차 제재 포함)를 포함한 모든 형태의 대이란 제재를 종료할 것을 약속한다. 이란과 미국은 상기 제재 종료 문제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는 점을 인정하며, 이에 대한 상호 합의를 이루기 위해 협상 과정에서 즉시 해당 문제를 다룰 의사를 표명한다.
<분석>: 이란이 테러 지원, 인권침해, 핵개발 등 각종 명목으로 지난 수십년 동안 받아왔던 모든 제재를 전면적으로 해제하기로 했다. 제2항의 적대관계 청산과 함께 이란이 명실상부하게 국제사회의 정상국가로 등장할 수 있는 길을 연 조항이다. 앞으로 이란이 제8항에서 규정한 핵개발 금지 약속만 제대로 지킨다면 광활한 영토와 9,300만의 인구 그리고 석유자원을 기반으로 중동의 패권국으로 부상할 수 "있다. 제2항에 비춰볼 때, 반체제 인사에 대한 탄압 등 국내 정치적 문제가 이란의 부상을 막지는 못할 것이다. 다만, 과거처럼 테러를 지원한다거나 헤즈볼라, 후티 반군에 대한 노골적인 지원을 계속하는 경우 새로운 제재가 부과될 가능성도 있다.
제8항 <핵문제>: 이란은 핵무기를 획득하거나 개발하지 않을 것임을 재확인한다. 미국과 이란은 제7항에 언급된 일정에 따라 상호 합의될 메커니즘에 의거하여 농축우라늄 비축분의 처리 문제를 해결하기로 합의하였으며, 최소한의 방법론으로는 국제원자력기구 감독 아래 현장에서 저농축으로 희석하는 방안이 포함된다. 양측은 또한 최종 합의에서 도출되는 만족스러운 틀에 기초하여, 이란의 원자력 수요와 관련된 농축 및 기타 상호 합의된 문제들을 논의하기로 합의하였다. 최종 합의는 본 항의 조항들을 확인할 것이다. 미국과 이란은 상기 핵관련 문제들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는 점을 인정하며, 이에 대한 상호 합의를 달성하기 위해 협상 과정에서 즉시 해당 문제를 다룰 의사를 표명한다.
<분석>: 현재 이란은 9,000kg 정도의 농축우라늄을 갖고 있는데, 이 가운데 농축도 20%의 우라늄이 2,000kg, 농축도 60%의 고농축우라늄이 450kg 정도다. 핵문제 관련 쟁점은 고농축우라늄의 처리와 이란의 농축 권한 유지 여부다. 미국은 당초 고농축우라늄 450kg은 물론이고 리비아 사례처럼 농축우라늄 시설 자체를 이란 밖으로 들어내려고 했다. 그러나 이란은 농축활동은 국가의 주권사항이고 고농축우라늄은 국가적 자산이라는 이란판 "신토불이" (身土不二)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제8항은 이란의 입장이 대부분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향후 협상에서 고농축우라늄을 저농축으로 희석하는 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협상에서 상당한 신경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2015년 오바마 행정부에서 타결한 "포괄적 공동행동계획" (JCPOA) 협상에 20개월이 소요되었기 때문에 대다수 전문가는 이번 핵협상도 최소한 60일은 초과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이란의 농축활동 중단 기간과 그 사이에 유지할 농축인프라 규모가 쟁점이 될 것이다. 작고한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이란의 핵개발을 금지한다는 칙령(fatwa)을 발표했던 것에 비춰볼 때, 새로운 지도자로부터 같은 선언을 받아내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제9항 <현상 유지>: 최종 합의가 체결될 때까지 미국과 이란은 현상을 유지하기로 합의한다. 이란은 현재의 핵 프로그램 상태를 유지하며, 미국은 새로운 제재를 부과하거나 역내에 추가 병력을 배치하지 않을 것이다.
<분석>: MOU 체결부터 최종 합의까지 핵 개발, 제재 부과, 군사력 증강 등 양측이 민감하게 간주하는 일체의 활동을 중지하고 현 상황을 유지한다는 약속이다.
제10항 <제재 한시적 우선 면제>: 미국은 본 양해각서 서명 즉시부터 제재 종료 시점까지 미국 재무부가 이란산 원유, 석유제품 및 파생상품의 수출과 이에 관련된 모든 서비스(은행 거래, 보험, 운송 등 포함)에 대한 제재 면제 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한다.
<분석>: 미국이 역봉쇄를 해제해서 이란의 원유 수출길이 열렸고(제4항) 제재 전면 해제도 약속했지만(제7항) 법절차에 따라 제도를 정비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는 만큼 공식적으로 제재가 종료될 때까지 원활한 수출이 가능하도록 우선 한시적으로 제재를 유예하는 조항이다. MOU 서명과 동시에 이란의 전면적인 무역활동이 가능해졌다.
제11항 <동결자산 해제>: 미국은 본 양해각서 이행과 동시에 이란의 동결 또는 규제된 자금과 자산을 전면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을 약속한다. 미국과 이란은 협상 과정에서 이러한 자금 해제 절차에 대해 상호 합의할 것이다. 해당 자금은 원래 계좌에 있든 다른 계좌로 이전되었든 관계없이, 이란 중앙은행이 지정하는 최종 수혜자에게 지급될 수 있도록 완전히 사용 가능해야 한다. 미합중국은 이를 위해 필요한 모든 허가와 승인을 발급할 것을 약속한다.
<분석>: 현재 각종 제재로 인해서 이란이 원유를 비롯한 수출 대금으로 받지 못하고 해외에 묶여 있는 돈이 1,000억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이 가운데 240억 달러가 카타르에 묶여 있는데 이번 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신뢰 조성 차원에서 120억 달러를 해제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카타르 은행에 묶여 있던 우리나라의 이란산 원유 수입 대금 60억 달러가 먼저 풀렸는데 미국산 물품 구매에만 쓸 수 있다고 한다.6) 앞으로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단계적으로 동결자산이 풀릴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JCPOA 합의를 위해서 오바마 대통령이 현금 17억 달러를 비행기로 수송했다고 비판하면서 자신은 일체의 현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주장해왔는데, 제11항 역시 이란에 대한 현금지급은 명시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카타르 정부의 경우 자국이 보관중인 240억 달러는 현금으로 제공하지 않고 이란이 물품을 구입할 수 있는 신용자산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했었다. 나머지 동결자산도 직접 현금으로 이란에 제공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다.
제12항 <이행기구 설립>: 미국과 이란은 본 양해각서의 성공적인 이행과 향후 최종 합의 준수를 감시하기 위한 집행 메커니즘을 설립하기로 합의한다.
<분석>: 중요한 국제조약의 경우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이견을 해소하기 위해 분쟁조정기구나 감시검증기구를 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집행 메커니즘의 규모와 대표자 및 운영방식 등을 조율해야 하는데, 사실상 양국 대통령의 지침을 이행하는 실행기구라고 볼 수 있다.
제13항 <단계별 협상>: 본 양해각서 서명 이후, 제1항, 제4항, 제5항, 제10항, 제11항의 이행이 시작되고 지속된다는 조건 아래, 미국과 이란은 나머지 조항들에 국한된 최종 합의 협상을 개시할 것이다.
<분석>: 전쟁 종식(제1항), 미국의 역봉쇄 해제(제4항), 이란의 봉쇄 해제(제5항), 제재 한시적 우선 면제(제10항), 동결자산 해제(제11항) 문제가 일차적으로 해결해야 할 선결과제라는 것이다. 이란은 처음부터 협상을 1단계와 2단계로 나누어 진행하고 미국의 관심사항인 핵문제는 2단계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란의 입장이 그대로 관철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핵문제를 비롯한 기타 사항들이 2단계에서 논의될 것이다.
제14항 <국제법적 구속력 확보>: 최종 합의는 구속력을 갖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로 승인될 것이다.
<분석>: 이란은 2025년 6월의 12일 전쟁과 2026년 2월의 40일 전쟁 모두 미국과 핵협상을 하던 와중에 기습공격을 당했기 때문에 미국과의 합의는 반드시 국제사회의 법적 보장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제14항은 이러한 이란의 입장이 충실하게 반영된 것이고 유엔과 안보리를 중시하지 않는 트럼프 행정부가 양보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유엔안보리의 승인은 최종 합의가 국제법적 구속력을 갖는다는 의미이므로 합의가 순조롭게 이행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제12항에 의거한 집행 메커니즘이 유엔안보리의 결의에 기초하는 만큼 트럼프대통령이 가자 전쟁을 끝내고 전후 복구를 위해 자의적으로 설립한 "평화위원회" (Board of Peace)와는 법적 권한과 위상도 크게 다를 것이다.
두 가지 누락된 항목: 탄도미사일과 대리세력 규제
이란의 탄도미사일 능력을 규제하고 헤즈볼라, 후티 반군 등 대리세력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는 것은 이스라엘과 걸프지역 국가들의 핵심적인 요구사항이었다. 이번 전쟁에서 이란의 중거리 탄도미사일이 걸프 연안국은 물론 이스라엘까지 타격하는 위력을 과시했고, 헤즈볼라가 레바논 남쪽에서 이스라엘을 압박하고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을 공격한 것은 물론 예멘 인근의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위협했다. 이란은 방어를 위한 억지력 확보 차원에서 탄도미사일 규제를 거부했을 것이고 대리세력은 이란 전쟁과 무관하다는 논리를 내세웠을 것이다. 이 두 문제에서 미국이 최소한의 양보를 얻어내지 못함으로써, 이란은 이스라엘을 포함한 주변국에 대한 무력 투사 능력을 유지하게 되었다. 역으로 미국에 대한 동맹국들의 신뢰도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표 1>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이번 MOU는 이란이 압도적인 우위를 달성한 합의라고 보는 데 무리가 없다. 어느 쪽이 유리한 지 따지기 어려운 세 항목을 뺀 나머지 열 세가지 항목에서 모두 이란이 유리한 합의를 했다. 빌 커시디 공화당 상원의원은 고르바초프와 협상을 잘했던 레이건이 무덤에서 뒤척이고 있다면서 최근 수십년간 최악의 외교정책 실수라고 혹평했다.7) 세계 주요 언론과 전문가들도 이란전쟁은 전반적으로 미국이 패배한 전쟁이라고 평가한다. 아래의 뉴욕타임즈 사설이 이런 분위기를 잘 보여주고 있다:8)
The preliminary deal ending President Trump's four-month war with Iran is welcome but brings with it hard truths. Mr. Trump made a terrible mistake starting this war. He prosecuted it recklessly and in open defiance of the law. The United States is emerging weaker militarily, diplomatically and economically and will pay strategic costs for years to come.
| 회심의 카드에서 승자의 저주가 된 미국의 역봉쇄
사실 이번 협상은 시간을 끌수록 미국에 불리한 협상이었다. 미국은 역봉쇄로 이란 경제를 압박해서 굴복시킬 수 있다는 기대를 했지만 중간선거를 앞두고 국내경제에 대한 압박도 컸다. 수십 년 제재로 단련된 이란이 최악의 경제적 압박을 견뎌내는 힘이 국내경제는 물론 세계경제에 미친 여파를 이겨내는 미국의 힘보다 컸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더해서 국내의 분열상도 이란보다는 미국이 더 크고 심각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정권교체를 목표로 이 전쟁을 시작했고 전쟁 과정에서 이란 지도부 균열설을 끊임없이 전파했지만 이란은 새로운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를 정점으로 강력한 응집력을 보여줬다. 미국의 경우 전쟁을 시작한 초기부터 반대(49%)가 찬성(42%)보다 컸고 역대 전쟁에서 국민적 지지가 가장 낮았던 전쟁인 만큼 기간이 길어질수록 전쟁에 대한 여론의 지지는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군사적 측면에서도 미국이 전쟁을 지속하기는 쉽지 않았다. 사드, 패트리어트 등 대공미사일과 토마호크 크루즈미사일 등 고가의 장비를 과도하게 소진해서 우크라이나 지원과 동맹국 방어에 허점이 생겼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이번 전쟁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당한 사우디,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 등 걸프 국가들이 더 이상의 전쟁을 원치 않았던 것도 미국에게는 부담이었다. 지난 5월 4일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 새로운 통로를 개척하는 소위 "항행 프로젝트"(Freedom Project)를 추진하려고 하자 사우디와 카타르가 자국군 기지 사용을 불허했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이 4월 12일 이슬라마바드 1차 고위급 협상을 끝내고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 카드로 이란의 봉쇄 카드를 상쇄시킨 상태에서 협상이 계속되었다면 지금의 MOU보다 훨씬 더 나은 합의를 했을 수도 있었다. 이란은 전쟁 시작 이틀 뒤인 3월 2일 국제사회의 예상대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루비오 국무장관이 "경제의 핵폭탄과 같다"(the equivalent of an economic nuclear weapon)고9) 말할 정도로 해협 봉쇄가 세계 경제에 미친 충격은 컸다. 트럼프 대통령은 6월 17일 G7 정상회의 회견에서 MOU를 체결한 이유를 설명하며 대공황을 초래한 후버 대통령같이 되고 싶지 않았고 경제적 재앙을 원치 않았다고 밝힘으로써 해협 봉쇄의 파괴력을 본인도 절감했음을 자인했다.10)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무차별적인 관세정책이 보호무역의 실패로 알려진 후버 대통령의 1930년 "스무트-홀리 관세법" (Smoot-Hawley Tariff Act) 시행과 유사하다는 점은 아이러니다.11)
트럼프 대통령은 이슬라마바드 1차 협상이 결론을 내지 못하고 끝나자마자 바로 오만해 쪽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역봉쇄를 단행하고 이란 선박의 통행을 차단했다. 이란 석유 수출의 90%를 담당하는 해협이 막히자 이란은 4월 21일 2차 협상을 앞두고 나흘 전인 4월 17일 아락치 외무장관 명의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먼저 푼다고 발표했다. 역봉쇄 카드가 협상학 교과서에 실릴 만큼 절묘한 회심의 카드임이 확인된 것이다. 이때 미국도 역봉쇄를 해제하는 상응 조치로 이란의 봉쇄 카드를 상쇄했다면 협상은 훨씬 좋은 분위기에서 현재의 MOU보다 미국에 유리한 쪽으로 타결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4월 중순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의 충격이 이란 전체를 압도하던 때였던 만큼 협상으로 국면을 전환했을 때 미국이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시점이었다. 또한 교전 당사국인 양국이 진지한 협상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신뢰가 없었기 때문에 이란의 선제적인 봉쇄 해제는 간과할 수 없는 좋은 기회였다. 이란의 경우 최고국가안보회의에서 합의제로 의사결정을 하고 최고지도자의 추인을 받는 구조이긴 하지만 강온파 간의 갈등이 존재했기 때문에 아락치 외무장관의 봉쇄 해제 발표를 수용함으로써 이란 내 협상파의 입지를 살려 줄 필요도 있었다. 당시 이란은 미국도 역봉쇄를 풀 것으로 기대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전략적 고려없이 아락치 외무장관의 발표 후 바로 이란의 봉쇄 해제를 환영하되 미국의 역봉쇄는 유지한다고 선언했다. 이란은 4월 18일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국 명의로 성명을 발표하고 미국을 비난하면서 미국이 역봉쇄를 풀지 않는 한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락치 외무장관은 이란 병사들에게 얼간이 소리를 들을 정도로 매도당했다.12)
이후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와 이란 유조선과 선박에 대한 차단을 통해 사실상 경제적인 압박으로 항복을 받아내려는 "경제적인 분노의 작전"(Operation Economic Fury)을13) MOU 체결 시점까지 진행했다. 역봉쇄는 루비오 국무장관이 경제적인 핵폭탄이라고 했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조치를 이란 스스로 철회하도록 만들 수 있는 절묘한 회심의 카드였으나 그 효용성에 분명한 한계는 있었다. 역봉쇄 카드를 과신하고 남용함으로써 이후 두 달여 기간 동안 정치, 군사, 외교, 경제, 심리적으로 미국의 전쟁수행 여력이 떨어졌고 그 결과 국내외적으로 많은 비판을 받는 MOU가 체결된 것은 "회심의 카드"가 "승자의 저주"로 전락한 좋은 사례이며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전략사의 교훈을 되새기게 한다.
| 향후 협상 전망
MOU에 따르면 향후 30일간 호르무즈 해협 통행을 비롯한 세부 사항을 논의하고 실행하게 된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의 봉쇄와 미국의 역봉쇄를 해제하고 기뢰를 제거해서 정상적인 통행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이와 함께, 정식 서명 후 60일간, 즉 8월 15일까지는 이란의 고농축우라늄 처리와 농축권한 보장, 동결 자산 및 각종 제재 해제, 이란에 대한 전쟁피해 복구 지원, 합의사항에 대한 유엔안보리 결의 채택, 약속 이행을 위한 감시기구 구성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6월 21일 열린 2차 고위급 협상에서 향후 회담을 기본 골격에 다음과 같이 합의했다.14)
- 협상 틀을 다음과 같이 구성: 정치적으로 감독·중재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고위급 위원회"(High Level Committee), 핵, 제재, 감시·분쟁해결 세 분야에 "실무그룹"(Working Groups), 실무그룹을 이끌고 고위급 위원회에 보고하는 "협상대표"(Chief Negotiators)15)
- 고위급 위원회는 60일 안에 최종 합의에 도달하기 위한 로드맵에 합의
- MOU 제5항, 즉 이란의 해협 봉쇄 해제와 봉사료 징수 문제 관련 소통채널 구축
- 레바논 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관리팀 구성
- 기술적인 세부 대화 계속 진행
양국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은 물론 각국 내에서도 찬반 논란이 가열되는 상황에서 60일 내에 모든 문제에 합의하기는 어렵다는 우려가 많다. 따라서 쌍방 합의 하에 기한을 연장하면서 협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쟁점이 많고 쟁점별 이견도 큰 만큼 협상이 진행과 중단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MOU에 대한 비판이 커서 미국이 새로운 돌출 제안을 해서 협상이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도 파키스탄 외무장관과 통화에서 "평화 프로세스는 막 시작됐다. 앞으로는 매우 길거나, 심지어 굽이지고 어려운 길을 걸어야 한다"며 협상의 험로를 예상했다.16)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도가 떨어질 것이기 때문에 후속 협상에 대한 정치적 동력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 예상되는 북미대화에 주는 시사점
트럼프 대통령이 6월 13일 이란과의 MOU 서명을 예고한 직후 트루스소셜에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과 산책하는 사진을 올린 것은 금년도 트럼프의 향후 행보를 가늠할 수 있는 단서다. 6월 16일 G7 정상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만난 트럼프는 투루스소셜에 김정은과의 산책 사진을 올렸다고 먼저 얘기하면서 북한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가 되었다고 말했다고 한다.17) 미국은 베네수엘라의 마두로를 체포하고 정권을 교체한 후 바로 쿠바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쿠바가 많이 양보하고 있지만 미국이 현 대통령을 포함한 지도부 교체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어서 이들이 사퇴하지 않는 한 제한적으로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정권을 교체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 2기에서 벌어진 일련의 대외 개입 정책의 종착지는 북한이다. 분쟁해결사와 평화의 중재자라는 본인의 이미지를 역사에 각인시킬 수 있는 최적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11월 3일 중간선거가 끝나고 중국 선전에서 18-19일 양일간 열리는 APEC 정상회의를 기점으로 북미대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9월 미국을 국빈 방문하는 시진핑이 중재자 역할을 할 것이다. 김정은이 선전으로 오거나 APEC 정상회의 전후에 북경에서 만날 수 있고 상대적으로 가능성은 적지만 트럼프가 당일치기로 평양을 방문할 수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출범 초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Peacemaker 역할을 해 달라고 주문하고 본인은 Pacemaker로서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 대통령은 6월 16일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도 트럼프에게 "중동전쟁을 해결한 것처럼 북한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주도해달라"고 요청했다.18) 김정은의 입장에서는 이란전쟁으로 레임덕에 빠질 트럼프와의 만남에 실익이 있는지 고민할 수 있다. 그러나 2018년과 달리 핵무력을 완성했고 중국과 러시아의 강력한 후원을 받는 가운데 이슬라마바드 MOU에 고무된 그가 이란처럼 협상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더 크다.
이슬라마바드 MOU 체결 과정을 지켜보면서 북미대화의 결과물에 대해 우려하게 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1979년 혁명 이후 적대적이었던 이란과의 관계를 과감하게 바꿀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각종 제재를 해제하는 것은 이란이 핵만 포기하면 정상국가로 인정하겠다는 뜻이다. 북한이 이란처럼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의 정상국가로 거듭난다면 한국의 전폭적인 환영을 받게 될 것이다. 다만 문제는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없다는 데 있다.
우리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고수하고 있지만 비핵화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인식이고 우리 국민의 90%도 같은 생각이다. 트럼프가 6월 16일 G7 정상회의에서 이 대통령에게 "북한이 핵무기를 현실적으로 보유하기 이전 단계에서 뭔가 가능한 조치를 했어야 하는데 못 해서 아쉽다"고 말한 것은 비핵화가 비현실적임을 고백한 것과 마찬가지다.19) 따라서 회담이 열린다면 비핵화는 사라지고 핵군축 회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본토에 대한 위협을 없애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북핵을 인정하는 범위를 최소화하는 협상이 예상된다. 북미대화가 열리면 한국은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했던 핵시대의 냉엄한 현실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정부는 우리가 기대하는 비핵화가 실현되지 못할 가능성에 대한 준비와 대응전략, 즉 "플랜 B"를 마련해야 한다. 미국 관료들이 상투적으로 얘기하는 "비핵화"와 트럼프가 간헐적으로 말하는 "핵국가 북한" 가운데 어느 쪽에 더 무게감이 있겠는가? 타성적인 비핵화를 고수하면서 트럼프의 선의에 기대고 있다가는 엄청난 낭패를 볼 수 있다. 2025년부터 두 차례 전쟁을 같이 한 핵심 동맹국 이스라엘의 국익을 여지없이 침해하는 MOU를 체결한 것이 트럼프 행정부다. 밴스 부통령은 MOU를 비판한 이스라엘을 향해서 유일한 동맹인 미국과 싸우려하지 말고 이스라엘이 처한 현실을 직시하라고 경고했다.20) 우리가 비슷한 일을 당하지 않으리라고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1. "READ: Full text of U.S.-Iran memorandum of understanding," AXIOS, Jun 17, 2026.
  2. Ryan King, "Vance says US willing to 'fundamentally transform' Iran relationship ahead of peace deal negotiations in Switzerland," New York Post, June 21, 2026.
  3. "Joint Statement by the Sultanate of Oman and the Islamic Republic of Iran," PR Newswire, June 23, 2026.
  4. Patrick Wintour, "Secret correspondence claims suggest tensions at top of Iranian government," The Guardian, June 21, 2026.
  5. 전성훈, "이란전쟁은 국제규범에 어긋난 '예방전쟁' (Preventive War): 분석과 시사점," 세종포커스, 2026년 5월 12일.
  6. Andrew England, "Iran to get access to $6bn of frozen funds to buy US goods," Financial Times, June 19, 2026.
  7. 임화섭, "'레이건이 무덤서 뒤척'…트럼프의 이란 빅딜에 공화당마저 술렁," 연합뉴스, 2026년 6월 18일.
  8. "President Trump Lost This War," New York Times, June 15, 2026.
  9. Secretary of State Marco Rubio with Trey Yingst of Fox News Channel Interview, Thomas Jefferson Room, Washington, D.C., April 27, 2026.
  10. Patrick Wintour, "Iran peace deal makes clear how far US has been forced to retreat since 2025," The Guardian, June 18, 2026.
  11. Zachary Basu, "Trump is still haunted by Hoover's failures," AXIOS, June 22, 2026.
  12. Seth J. Frantzman, "Iran split over Strait of Hormuz as IRGC challenges Foreign Minister Araghchi," The Jerusalem Post, April 18, 2026.
  13. Brandi Vincent, "U.S. launches 'Operation Economic Fury' to obstruct Iran's revenue streams amid blockade," DefenseScoop, April 16, 2026.
  14. Joint Statement by the State of Qatar and the Islamic Republic of Pakistan Regarding the Conclusion of Lake Lucerne Summit, Ministry of Foreign Affairs, Pakistan, June 22, 2026.
  15. 이란 관영 IRNA 통신에 따르면 재건·경제개발 실무그룹이 추가되었고 고위급 위원회는 이란 의회의장과 외무장관, 미국 부통령, 파키스탄과 카타르 총리로 구성된다고 한다. 김용래, "이란, 美와 2차회담 예고...'핵·재건 등 4개 실무그룹 구성'," 연합뉴스, 2026년 6월 23일.
  16. 정성조, "중왕이 '미-이란 협상, 험난한 길 걸을 것…방해없이 추진 지원'," 연합뉴스, 2026년 6월 25일.
  17. 임형섭, "李대통령 "트럼프에 '다른 나라 대하듯 북핵 접근 안된다'고 해," 연합뉴스, 2026년 6월 19일.
  18. "李, G7서 '중동처럼 北문제 해결 주도를'," 동아일보, 2026년 6월 18일.
  19. 임형섭, "李대통령 "트럼프에 '다른 나라 대하듯 북핵 접근 안된다'고 해," 연합뉴스, 2026년 6월 19일.
  20. David M. Halbfinger, "Israel, Stunned by Trump's Iran Deal, Sees It as a 'Catastrophic Capitulation'," New York Times, June 18, 2026; Barak Ravid, "Vance warns Israel: Don't fight "only ally" Trump on Iran deal," AXIOS, June 18, 2026.
※ 본 세종포커스에 게재된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세종연구소의 공식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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