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포커스

[정세전망 2025-특집호-제10호] 2024년 아세안 정세 평가와 2025년 전망

등록일 2024-12-30 조회수 220

2024년 아세안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미얀마 정치 위기 등으로 정세 불안이 가중되었다. 남중국해에서는 중국과 필리핀 간 물리적 충돌의 발생 빈도가 잦아졌다. 2023년 8월 중국 정부가 발표한 '2023 표준지도'에 이어, 금년 11월 13일에는 남중국해 분쟁 지역을 관장하는 행정중심지 산샤시(Sansha City) 지도에서도
[정세전망 2025-특집호-제10호]
2024년 아세안 정세 평가와 2025년 전망
2024년 12월 30일

 

    최윤정
    세종연구소 부소장 | yjchoi@sejong.org
    | 2024년 아세안 정치와 경제의 역동적 변화
       2024년 아세안 정치·외교: 외교적 긴장과 정치적 변화

      2024년 아세안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미얀마 정치 위기 등으로 정세 불안이 가중되었다. 남중국해에서는 중국과 필리핀 간 물리적 충돌의 발생 빈도가 잦아졌다. 2023년 8월 중국 정부가 발표한 '2023 표준지도'에 이어, 금년 11월 13일에는 남중국해 분쟁 지역을 관장하는 행정중심지 산샤시(Sansha City) 지도에서도 남중국해 대부분을 자국 영토로 표기하였다. 중국과 협상을 통해 남중국해 행동규범(Code of Conduct, COC)을 타결하고자 하였으나, 회원국 간의 여전한 입장 차이와 의장국인 라오스의 리더십 한계 등으로 구속력 있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또한 미얀마 쿠데타 3주년을 맞아 1월 31일 우리나라를 포함한 21개국 및 유럽연합이 아세안 미얀마 사태 해결을 위한 5개 합의사항 이행과 아세안 대표들과의 협력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였으나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한편 2024년은 아세안 회원국 내부에서도 중요한 정치적 변화를 목도한 해였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임기가 종료되면서 프라보워 수비안토 국방장관이 57% 이상의 득표율로 당선되었으며, 2024년 10월 20일에 공식 취임하였다. 군 출신으로 강한 지도력과 민족주의적 성향이 특징인 프라보워 대통령은 외교정책에서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시하고 지역 안보와 경제 협력에서 더욱 강력한 주도권을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태국에서는 헌법재판소가 왕실모독죄로 진보 성향의 무브포워드당(Move Forward Party)을 해산시킨데 이어 내각 구성 문제로 스레타 타비신 총리도 해임시켰다. 그의 뒤를 이어 8월 16일 탁신 시나왓 전 총리의 딸인 패통탄 시나왓라가 태국 역사상 최연소 총리로 선출되었다. 다음 날인 8월 17일 국왕 와치랄롱꼰은 자신의 생일 기념으로 탁신 전 총리에게 사면을 부여하였다. 부활한 시나왓라 가문은 태국 정치 지형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

      필리핀에서는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자국의 해양 주권을 강력히 주장하며, 미국과의 군사 협력을 대폭 강화하였다. 필리핀은 미국과의 방위협력협정(Enhanced Defense Cooperation Agreement)을 통해 미군의 군사 기지 사용을 확대하고, 남중국해에서의 군사 훈련을 강화하며 친서방적 외교 정책을 심화시키고 있다.

      캄보디아에서는 2023년 훈센 총리의 퇴임 후 장남 훈 마넷이 캄보디아국민당(CPP)의 총리로 권력을 승계했으며, 2024년 2월 상원의원 선거에서 58석 중 55석을 차지해 당의 지배력을 공고히 했다. 훈 마넷 총리 취임 후 첫 방문지로 중국을 선택하고 리암(Ream) 해군기지에서 중국 군사 시설 건설 의혹이 제기되어 국제적 우려가 커졌으나, 캄보디아는 2024년 12월 일본에 리암 기지 방문 권한을 부여하며 투명성과 외교적 균형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보이기도 하였다.

      베트남에서는 2023년 초부터 주요 정치국원들이 연이어 사임하며 정치적 불안정이 증폭되다가 2024년 7월 19일,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총비서의 사망으로 지도부 재편이 불가피해졌다. 이후 또 람 공안부 장관이 국가주석에 선출되며 새로운 지도부가 구성되었다. 내부적으로는 강력한 통제와 안정성을 강조하지만, 대외적으로는 시장 개방 기조와 미국과의 파트너십도 유지하여 균형 외교를 펼칠 가능성이 높다.

      싱가포르에서는 2024년 5월 15일 로렌스 웡이 싱가포르의 네 번째 총리로 취임하고 12월 4일 인민행동당(PAP)의 사무총장으로 선출됨으로써 4세대 리더십으로의 전환을 완료하였다. 재무장관 출신의 젊고 역동적인 총리가 이끄는 싱가포르는 글로벌 경제와의 통합, 디지털 및 녹색 전환을 중심으로 하는 기술혁신 선도 등으로 싱가포르의 위상을 높이는 한편 미중 사이에서 실용적인 중립 외교를 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미얀마는 군부 쿠데타 이후 지속된 정치적 불안으로 인해 아세안의 가장 복잡한 과제 중 하나로 남아 있다. 아세안은 "5개 합의사항(5-Point Consensus)"을 기반으로 유엔 및 주요 국제기구와 협력하여 인도적 지원과 정치적 중재 노력을 강화하였지만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하지 못했다.

         2024년 아세안 경제: 미중 경쟁과 지속가능 성장 전략

      IMF는 2024년 아세안의 경제 성장률이 세계 평균을 상회하는 4.5%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였다. 특히 베트남은 약 6.3%의 GDP 성장률을 기록하며 아세안 경제 성장을 선도하였다. 말레이시아는 반도체 제조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공급망 안정성을 강화하고 전자제품 수출을 전년 대비 8.7% 증가시키며 경제성장의 성공적인 모델로 주목을 받았다. 아세안이 중심이 되어 2022년 발효시킨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은 관세 인하, 무역장벽 축소, 원산지 규정의 단일화 등으로 무역 비용을 절감시키는 한편, 전기차, 태양전지, 리튬전지 등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의미있는 플랫폼으로 발전하고 있다.

      중국은 특히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 BRI) 프로젝트를 통해 아세안에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였다. 라오스에서는 60억 달러 규모의 고속철도 프로젝트가 완공되어 지역 물류 네트워크가 크게 개선되었으며, 말레이시아에서는 100억 달러 규모의 항만 현대화 사업이 진행 중이다. 또한, 인도네시아에서는 50억 달러 규모의 자바-수마트라 해저 케이블 프로젝트가 착공되어 국가 간 전력 연결성을 강화하고 있다. 2022년 착공한 핑루(Pinglu) 운하가 2026년에 완공되면 연간 8,900만 톤의 화물 운송 능력을 갖추고 중국과 아세안 경제를 잇는 동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러한 대규모 투자는 아세안 국가들의 경제 인프라를 현대화하는데 기여하고 있지만, 필리핀과 베트남 등 일부 국가에서는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미국도 아세안과의 경제적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 IPEF)를 중심으로 협력을 확대하였다. 2024년 미국은 아세안 회원국에 총 80억 달러 이상의 투자 약정을 체결하며 디지털 경제와 청정 에너지 프로젝트에 중점을 두었다. 싱가포르에서는 20억 달러 규모의 데이터 센터와 클라우드 컴퓨팅 프로젝트가 진행되었으며, 베트남에서는 15억 달러 규모의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가 착수되었다. 또한, 태국에서는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 강화를 위한 10억 달러의 추가 투자가 이루어졌다.

      한편 디지털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아세안의 노력은 한층 구체적인 결실을 맺고 있다. 2024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디지털 경제 정상회의’에서는 데이터 이동의 자유화와 전자 상거래 협력을 가속화하기 위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아세안은 디지털 경제 프레임워크(ASEAN Digital Economy Framework Agreement, DEFA)를 통해 2030년까지 역내 디지털 경제 규모를 2조 달러로 확대하는 목표를 세웠다.

      이와 함께 아세안은 친환경 경제시스템을 도입한 지속가능 성장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태국과 인도네시아는 전기차 배터리와 관련된 글로벌 협력을 통해 재생 에너지 산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2024년 니켈 생산량에서 세계 1위를 기록하며 리튬이온 배터리 제조업체와 협력하여 전기차 산업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였다. 특히, 아세안은 급증하는 에너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에너지 안보를 중요한 의제로 설정하고 있다. 일본 및 유럽연합과의 협력을 통해 아세안은 재생 에너지 및 전력망 통합 프로젝트를 가속화하고 있으며, 이는 에너지 안보와 지속 가능성을 강화하는 의미있는 움직임으로 평가받고 있다.
    | 2025년 아세안: 변화하는 국제질서 속에서의 도전과 기회
       트럼프 2기의 영향: 아세안과 미국 관계의 변화

      2025년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2기 행정부 출범은 아세안과 미국 간 관계에 새로운 도전과 긴장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행정부의 첫 임기 동안 아세안에 대한 관심 부족은 미국과 아세안 간 신뢰를 약화시키고, 아세안 회원국들로 하여금 외교적 자율성과 다변화를 강화하도록 자극하였다. 2017년 필리핀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본회의에 불참하고 두테르테 대통령과의 양자회담만을 진행한 후 떠났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아세안 정상회의에 단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고, 아세안 주재 미국 대사를 임명하지 않는 등 아세안에 대한 무관심을 명확히 드러냈다. 이러한 태도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아세안 내부에서도 미국에 대한 신뢰는 점차 약화되고 있다. 2024년 ISEAS-Yusof Ishak Institute이 아세안의 오피니언 리더 1,99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50.5%가 중국을 미국보다 선호한다고 응답하며 처음으로 중국이 미국을 앞질렀다. 2023년에는 61%가 미국을 선택했었다. 특히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와 같은 무슬림 다수 국가에서 이러한 변화가 두드러지는데, 이는 중동 정책에 대한 미국의 태도가 부정적으로 평가된 데 일부 기인한다. 이 설문 결과는 아세안의 여론이 미국의 영향력 감소와 중국의 경제적 지원 및 전략적 중요성 확대에 더욱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아세안에 대한 소극적 접근은 아세안 회원국들로 하여금 대안적 다자 협력 플랫폼인 BRICS나 SCO와 같은 체제에서의 역할을 확대하도록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이미 태국과 말레이시아는 공식적으로 BRICS에 가입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으며,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은 지난 10월 BRICS 정상회의를 계기로 가입 의사를 표명했다.

      아세안은 남중국해를 둘러싼 지속적인 긴장 속에서도 내부적 안보와 외교 전략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1기 동안 필리핀과의 안보 협력은 미국의 소극적 태도로 인해 약화되었으며, 이는 아세안 회원국 전체에 미국에 대한 신뢰 저하를 초래했다. 트럼프 2기에서도 미국의 명확한 안보 약속이 부족할 경우, 필리핀과 베트남은 자국 방어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 균형 전략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외교적으로 트럼프 행정부는 아세안 주도의 다자 협력체에 대한 관심을 더욱 줄일 가능성이 있다. 아세안 중심의 동아시아 정상회의(EAS)와 같은 협력체에 대한 미국의 참여가 축소될 경우, 아세안의 중심성은 약화될 수 있다. 이는 중국이 아세안 내에서의 주도권을 확대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며, 아세안 회원국들로 하여금 대외 정책에서 자율성을 강화하도록 자극할 것이다.

      2025년 아세안 외교: 적실성(relevance) 확보를 위한 노력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트럼프의 아세안 패싱 우려가 확산되면서 아세안의 전략적 중요성(또는 적실성·relevance)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시작되었다. 이를 위해 가장 시급한 문제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미얀마 사태와 같은 정치적 과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특히 남중국해 COC 협상은 아세안의 외교적 역량을 시험하는 주요 의제로 남아 있다. 중국과의 긴밀한 외교적 노력이 계속될 경우, 협상의 실질적 진전을 이룰 가능성도 있지만, 아세안 회원국 간 이해관계 차이가 여전히 주요 장애물로 작용할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영향력 약화를 이용하여 중국이 소위 ‘소프트파워’를 전개할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남중국해 문제에서 어느 정도 양보를 받아낼 수 있다는 희망 섞인 전망도 존재한다.

      특히 2025년은 아세안(ASEAN)에게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해다. 단일 시장과 생산기지 구축을 목표로 하는 ‘아세안 경제공동체(ASEAN Economic Community, AEC)’, 정치·안보, 경제, 사회·문화 공동체의 통합을 지향하는 ‘아세안 커뮤니티 비전 2025(ASEAN Community Vision 2025)’, 그리고 물리적, 제도적, 인적 연계를 강화해 아세안의 통합을 촉진하는 ‘아세안 연결성 마스터 플랜(Master Plan on ASEAN Connectivity, MPAC) 2025’은 모두 2025년을 기점으로 설정되어 있다. 또한, 2025년에는 이러한 비전의 성과를 평가하고, 아세안의 새로운 장기적 방향을 제시하는 ‘포스트-2025 비전(ASEAN Community’s Post-2025 Vision)’이 선포될 예정이다.

      2024년 10월의 아세안 정상회의에서는 이미 선제적으로 아세안 헌장 개정 방안을 논의하였다. 헌장 개정이 회원국 간의 의사결정 구조를 강화하고 위기 대응 메커니즘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는 기본 인식에는 합의가 도출되었다. 구체적으로는 의사결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다수결 투표제와 같은 현실적인 접근법을 통해 기존의 합의 원칙 아래 초래되었던 의사결정의 지연 또는 부결의 부작용을 해소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아세안이 외부 강대국 간 경쟁 속에서 내부 결속력을 강화하고 역내 리더십을 공고히 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국제법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수호하는 데 더 큰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남중국해에서의 항행의 자유와 유엔 해양법 협약(UNCLOS)의 준수를 강조하며, 역내 긴장을 완화하려는 노력 속에서 아세안이 중심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질서를 수립한 강대국이 질서를 외면하는 상황에서 아세안은 이해당사자이자 중견국 외교의 힘을 발휘하는 핵심적인 플랫폼으로서 거듭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미얀마 사태는 2025년에도 아세안의 주요 외교적 과제로 남아 있을 것이다. 아세안은 "5개 합의사항(5-Point Consensus)"을 기반으로 국제사회와 협력하며, 인도적 지원과 정치적 협상을 병행할 계획이다. 특히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는 아세안 내에서 미얀마 문제 해결의 리더십을 발휘하며, 민주적 전환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가 아세안에 대한 관여를 축소하는 경우 보다 적극적으로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중동, 유럽연합, 나아가 다른 지역 파트너들과의 관계를 강화함으로써 아세안의 외교영역을 넓히려는 노력을 전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5년 아세안 경제: 위기를 기회로, 체질 전환과 지속 가능 성장

      2025년 아세안 경제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과 글로벌 경제 환경 변화에 의해 상당한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맞이할 전망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국 추가 관세와 수출 통제 강화는 글로벌 공급망과 아세안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러한 조치들은 아세안 회원국들로 하여금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대체 생산 및 수출 허브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도록 압력을 가할 것이다.

      당장 미국의 고관세 정책은 아세안 회원국들, 특히 미국과의 무역흑자국들에게 심각한 도전 과제를 안겨줄 것이다. 예를 들어, 베트남은 2023년 약 1,160억 달러의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했으며, 말레이시아도 300억 달러 이상의 흑자를 냈다. 이러한 국가들은 무역의존도가 높은 만큼,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인한 압박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에 따라 아세안 회원국들은 무역 다변화 전략을 적극 추진하며, 대체 시장 발굴과 새로운 경제 파트너와의 협력 강화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의 기술 안보 정책은 아세안 디지털 경제와 첨단 기술 성장에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민감한 기술의 이전 제한과 기술 규제는 데이터 관리와 클라우드 기술 허브로 부상하는 싱가포르와 같은 아세안 국가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는 아세안 전체의 디지털 경제 성장에도 부정적인 파급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반면, 본격화되는 탈중국 현상의 확산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아세안의 전략적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중요한 경제적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미 미국과 유럽의 다국적 기업들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대안으로 아세안을 대체 생산기지로 활용하고 있으며, 특히 베트남과 인도네시아가 이에 따른 주요 수혜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같은 투자에 힘입어 베트남은 전자제품 제조 허브로, 인도네시아는 전기차 배터리 및 기타 첨단 산업의 핵심 생산지로 성장하고 있다. 일례로 애플은 2025년부터 베트남에서 에어팟, 아이패드, 애플워치의 대규모 생산을 계획하며 공급망 다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하지만 아세안이 제조업 체질 개선을 하지 않는다면 기회를 살리지 못할 수도 있다. 실제로 2023년 아세안에 유입된 해외직접투자는 2,300억 달러로 전년보다 0.3% 증가했지만, 제조업에 국한해 본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제조업 FDI 유입은 2022년의 729억 달러에서 2023년은 505억 달러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즉 2023년 해외투자 금액이 증가한 주 이유는 금융과 보험(919억 달러)이 전년보다 무려 53% 증가한데 따른 것이다. 투자 3위 분야인 과학 및 기술(207억 달러)은 주로 미국 투자가 견인하여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나, 트럼프 2기에 투자가 유지될지 미지수다.

      한편 아세안은 특히 디지털 경제와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통해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에 한층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전술한 디지털 경제 프레임워크(DEFA)를 비롯하여 아세안 경제의 미래를 구상하는 핵심이 디지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친환경 에너지 전환 또한 아세안 경제의 중요한 성장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2025년까지 세계 니켈 생산량의 50%를 차지하며 전기차 배터리 제조 허브로 부상할 전망이다. 태국은 태양광 발전소와 전력 저장 기술을 활용해 국가 전력의 30%를 재생 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실행 중이며, 약 50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베트남 역시 80억 달러 규모의 해상 풍력 프로젝트를 통해 아세안 에너지 전환의 선두 주자로 평가받고 있다.
    | 총평 및 시사점
       2024년은 아세안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미얀마 사태라는 복잡한 과제를 직면하며 외교적 역량과 회원국 간의 협력 필요성을 재확인한 해였다. 남중국해 행동규범(COC) 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회원국 간의 이해관계 차이와 중국의 전략적 계산을 극복할 수 있는 외교 전략과 조정 능력 발휘가 필요하다. 미얀마 사태는 여전히 아세안 내부 결속력을 시험하는 한편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주도함으로써 아세안의 외교적 위상을 제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에 더하여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아세안을 외교의 변방으로 밀어놓는다면 중국과의 협력 확대, 중동·유럽연합 등과의 외교 다변화, 나아가 미국 중심 질서에서의 자율성 확보와 같이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속도가 빨라질 것이다.

      경제적으로 아세안은 2024년 4.6%에 이어 2025년에도 4.4%로 강건한 성장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아세안은 디지털 경제와 친환경 산업을 중심으로 한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을 기반으로 글로벌 경제에서의 전략적 입지를 강화할 것이다. 디지털 경제 프레임워크는 아세안이 전 세계 디지털 경제의 중심지로 부상할 가능성을 열어주는 중요한 플랫폼이 되고 있으며, 전기차, 배터리 및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와 같은 신성장 동력을 통해 경제 체질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 간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대체 생산 기지로 아세안을 선택하면서, 경제적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

      문제는 트럼프 2기가 출범되면서 예고한 고율 관세와 각종 규제의 장벽이 미칠 영향이다. 아세안, 특히 베트남과 말레이시아는 미국과의 치열한 무역협상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기술 이전이나 각종 투자 계획에도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철저한 손익에 계산한 기업환경 속에서 제조업 기반이 미비한 대부분의 아세안 회원국이 새로운 공급망 구축에 얼만큼 효과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2025년은 아세안에게 중요한 전환점으로, 아세안 커뮤니티 비전 2025의 성과를 평가하고, 포스트-2025 비전을 통해 새로운 전략적 방향성을 설정해야 할 시기다. 아세안은 외교적 다변화를 통해 강대국 간 경쟁 속에서 균형을 유지하며, 의사결정 효율성을 높이는 논의를 다각도로 전개면서 내부 결속력을 강화하고자 한다. 이러한 노력은 지역 안정과 협력의 구심점으로서 아세안의 중심성을 유지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아세안이 혼란의 국제질서 속에서 중요한 지역 기구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한국에게도 전략적 기회를 제공한다. 아세안은 경제적 가치를 넘어 역내 경제 및 안보 질서를 지역 당사국의 시각에서 주도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아세안의 잠재력은 한국의 경제 및 외교정책에서 핵심적인 협력 대상으로서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킨다.

      따라서 한국은 포스트-2025 비전을 준비하는 아세안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며, 디지털 경제와 친환경 전환, 인프라 개발 등 공동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한국은 아세안과의 협력을 발판으로 삼아 글로벌 질서 속에서 더 강력한 경제적·외교적 입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끝.



※ 「세종포커스』에 게재된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세종연구소의 공식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세종연구소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