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2일, 북한은 7월 말에 발생했던 평안북도와 양강도, 자강도 일대의 홍수 피해 지역의 주택 건설 사업을 완공하였다고 발표하였다. 이렇게 피해지역의 주택 건설 사업이 마무리되면서 복구 사업이 일단락되었지만, 이러한 자연재해는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다.
2024년 북한의 자연재해 대응의 평가와 함의 | |
2024년 12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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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주세종연구소 연구위원 | ej0717@sejong.org
- 2024년 12월 22일, 북한은 7월 말에 발생했던 평안북도와 양강도, 자강도 일대의 홍수 피해 지역의 주택 건설 사업을 완공하였다고 발표하였다. 이렇게 피해지역의 주택 건설 사업이 마무리되면서 복구 사업이 일단락되었지만, 이러한 자연재해는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다. 북한은 김정은 집권 이후 매년 크고 작은 자연재해가 발생하고 있으며, 낮은 회복탄력성으로 인해 북한 주민들의 건강과 경제활동, 생활에 심대한 피해를 미치고 있다. 올해의 경우에도 압록강 일대에 홍수가 발생하면서 인접 지역인 평안북도와 양강도, 자강도 일대에서 대규모 피해가 발생하였고, 북한은 이에 대해 국가 차원의 역량을 총동원하여 피해를 복구하는 데 집중하였다. 재해가 발생했던 7월부터 복구 사업을 마무리하고 있는 12월까지, 북한이 보여준 대응 모습에 대한 특징과 함의를 살펴보고 그 시사점을 파악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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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 말, 북한은 압록강 일대에 홍수가 발생하면서 평안도와 자강도, 양강도 지역의 압록강 유역에서 피해가 발생하였다. 북한 매체의 발표에 따르면, 평안북도 신의주시와 의주군의 여러 섬 지역에서 5,000여 명의 주민들이 고립되었으며, 해당 지역에서 주택 4,100여 채와 3,000여 정보의 농경지가 유실되었다. 뿐만 아니라, 다수의 공공건물과 시설물, 철도 및 도로의 침수 피해도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자강도와 양강도 지역의 피해까지 고려한다면, 실제 피해 규모는 더욱 클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8월 말에 저자가 북중 접경 지역 답사를 통해 살펴본 결과, 압록강 유역의 홍수 피해가 상당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사진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위화도에 위치한 어적리의 경우 주택 피해가 컸던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 2>에서 보면 피해 상황이 보다 명확하게 드러난다. 자강도 중강군에 위치한 농촌 마을의 경우, 2023년과 비교해 보면 압록강과 인접한 다리와 연결된 도로가 일부 침수되었으며, 강 유역의 토지 또한 유실된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은 홍수 피해가 발생하자 즉시 공군 헬기와 국경경비대의 구조정을 투입하여 주민들의 구조 작업을 추진, 4,200여 명의 고립된 주민들을 구출하였다. 동시에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신의주와 의주를 방문하였고, 평안북도와 양강도 및 자강도의 피해 지역을 '특급재해비상지역'으로 선포하였다. 또한, 현지에서 정치국 비상 확대회의를 개최하여 피해 규모를 파악하고 이재민들의 생활 보장과 건강 관리 문제, 복구 사업과 관련된 중대 조치들을 논의하고, 결정서인 '평안북도와 자강도의 큰물 피해를 시급히 복구할 데 대하여'를 발표하였다.
북한은 올해 추진하고 있던 주요 정책들을 일부 조정하면서까지 재난 복구 사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피해 규모가 상당하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피해 규모, 복구 사업을 위한 건설 규모와 필요한 노동력 규모,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예산 등을 정확히 파악하고, 국가 차원에서 지원할 것을 결정하였다. 전국적으로 추진되고 있던 건설 사업에 투입되었던 인적·물적 자원의 일부를 재난 지역에 최우선으로 동원하였다. 또한, 추가 피해, 특히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기상 예보 사업을 강화하고, 피해 예방을 위한 사전 정비 작업을 실시하며 필수 구조 장비와 기재들을 확보하여 재해 발생 시 즉각 동원할 수 있도록 관련 중대 조치들을 연이어 취하였다.
한편, 북한은 홍수 피해가 발생하기에 앞서 관련 회의를 개최하고 준비 실태를 점검하였다. 이미 북한은 6월에 개최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0차 전원회의에서 재해 복구에 필요한 물자들을 확보하고 공급 체계를 갖출 것을 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이어 7월 22일에는 국가비상위기대책위원회를 소집하여 상반기에 이루어진 자연재해 위기관리 사업의 추진 상황을 검토하였다. 회의에서는 자연재해 경보 체계가 강화되었다고 평가하면서도 자연재해 위기관리 체계를 강화하여 자연재해 발생 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경보 및 통보, 보고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는 점과 통일적인 물 관리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실제로 홍수 피해가 발생하자 이에 대한 대응 과정에서 여러 한계를 드러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국가 기관과 지방의 간부들이 자연재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위기 대응 방안을 마련하지 못해 위급 상황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점이었다. 특히, 국가비상위기대책위원회가 도 단위까지 체계를 갖추고 있었으나 형식적인 수준에 그쳐 제 역할을 하지 못하였다. 재해 방지 기관들에서도 재해 발생 시 필요한 구조 수단들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여 군대가 구조 사업에 투입될 때까지 효과적인 대응 사업을 펼치지 못해 피해를 최소화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더욱이, 군 비상재해 위기 대응 지휘조와 사회안전성은 피해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여 구조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혼선을 야기하기도 하였다. -
이번 홍수 피해에서 북한이 보여준 대응 방안들을 살펴보면 몇 가지 특징들이 나타난다. 먼저, 국가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은 과거에 비해서는 체계화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김정은 위원장이 6차례에 걸쳐 피해 지역을 방문하여 피해 상황과 복구 현황을 직접 파악하는 것과 같이 국가 차원의 중요한 사안이었다는 점에서 기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여전히 지역 단위에서는 위기 상황에 대해 대응하는 행정 능력이 미비한 것으로 파악되나, 즉각적으로 군대를 투입하여 구조 작업을 벌이는 등 피해 규모를 최소화하고자 했던 활동이나 대응 정책을 신속히 수립하고 인적·물적 자원을 빠르게 투입한 것은 달라진 점으로 볼 수 있다. 동시에 인사 조치를 통해 리히용 당 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을 평안북도당 책임비서로, 방두섭 군정지도부 제1부부장을 사회안전상으로 임명하는 등 중앙 간부들을 파견하여 복구 사업을 책임지도록 하였다. 또한 9월에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상무회의를 개최하여 '재해방지 및 구조, 복구법'을 개정하였는데, 재해 관리 체계의 수립, 재해 방지, 위기 대응, 비상재해 물자의 조성 및 공급에서 나서는 문제 등에 관한 내용을 수정 보충하였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이번 재해에서 드러난 문제를 제도적으로 보완하는 작업도 진행하였다.
두 번째로, 최근 북한은 자연재해로 피해를 입은 지역을 복구하는 사업을 개발 사업의 하나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이 피해 지역을 재건설하는 것은 2020년에 황해북도와 강원도, 함경남도 지역에 발생했던 대규모 홍수 피해를 복구하는 사업에서도 확인된다. 당시 80일 전투를 통해 해당 지역의 주택을 새롭게 건설하였고, 함경남도 단천시 검덕군의 경우 이를 계기로 새로운 광산도시를 건설할 목표를 세우고 2021년부터 시작된 경제발전 5개년 계획에 포함시켜 2025년까지 2만 채의 주택을 건설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유사하게 이번 수해 피해를 입은 지역 중 평안북도를 중심으로 지역 개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을 밝혔다. 또한, 북한은 이번 피해 지역에서의 복구 사업을 농촌발전전략의 하나로 추진하고 있는 농촌 지역 주택 건설 사업에 포함시켜 설명하고 있다. 나아가 김정은 위원장은 12월 21일에 열린 피해 지역 주택 준공식에서 연설을 통해, 2025년부터 위화도와 다지도에 온실 종합 농장을 건설하고 신의주 또한 본격적인 개발 사업에 착수할 것임을 밝혔다.
세 번째로, 이번 수해 피해에 대한 대응 정책과 복구 활동을 정치 교양의 장(場)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당 차원에서 이재민들에게 각종 지원 물자를 공급하며 구호 사업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수해 피해를 입은 이재민들 중 13,000여 명을 복구 기간 동안 평양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하고, 영유아 및 학생들에게는 평양에 머무는 동안에도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였다. 김정은 위원장은 평양에 도착한 이재민들을 직접 마중하며 연설을 통해 향후 계획을 상세히 밝혔고, 교육 현장을 방문하여 참관하는 등 '인민대중제일주의'를 실현하고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 사업을 적극 추진한다는 점을 북한 주민들에게 공개함으로써 당 정책을 적극적으로 선전하는 계기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김정은 위원장은 연설에서 북한의 수해 피해와 관련된 한국 언론들의 보도 내용을 상세히 소개하며 과장된 가짜 뉴스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아울러 2023년 말 북한이 대남 정책을 발표하면서 남북 관계를 '대적 관계'로 규정한 데 대해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북한은 수해 발생 직후 주변 국가들과 국제사회의 지원 제안을 거절하고 자력으로 복구 사업을 진행함으로써 그동안 강조해 온 '자력에 의한 문제 처리 방식'의 정당성을 보여주고자 했다.
마지막으로, 북한은 과거에 비해 관련 공개 내용을 상세히 밝히고 있다. 즉, 북한 매체를 통해 피해 상황과 복구 계획, 향후 대응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들을 구체적으로 공개한 것이다.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은 자연재해로 인해 피해가 발생하면 피해 상황과 대응 방안을 과거보다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이번 재해의 경우에도 유사한 양상이 나타났다. 김정은 위원장은 다수의 연설을 통해 직접 피해 규모와 구체적인 대책, 대응 과정에서의 문제점, 향후 개선 방안 등을 설명하였다. 또한, 복구 사업 과정에서도 현지 지도를 통해 현황을 공개하며, 복구 기한이 두 차례 연기되는 과정까지도 북한 주민들이 알 수 있도록 북한 매체에 공개하였다. 이는 북한이 피해 자체보다는 구호 사업과 복구 과정에 초점을 맞춰 민심의 동요를 막고 국가의 대응 역량을 보여주기 위함인 것으로 파악된다. -
북한에서 2024년에 발생한 대규모 자연재해에 대한 복구 사업이 일단락되면서 피해 주민들도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면, 피해 발생과 함께 국가 차원에서 신속하게 대응하여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노력했다는 점에서 의의는 있으나, 그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들 또한 존재한다.
먼저, 피해 복구 사업이 대규모 대중 동원 방식으로 이루어지면서 국가 운영에 차질을 야기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수해 피해를 복구하는 과정에서도 우선 인민군대를 동원하였고, 전국적으로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자원하여 총 13만여 명을 피해 지역의 재건 사업에 파견하였다. 피해 규모가 크기 때문에 대규모 인력 동원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나, 복구 사업에 필요한 장비들이 함께 투입되어야 복구 작업이 더욱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다만, 2024년 8월 피해 현장을 돌아보면, <사진 3>과 <그림 4>에서 보는 바와 같이 포크레인과 트럭 등 중장비가 피해 복구 사업에 동원되고 있는 모습들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기본적으로는 대규모 인력 동원을 통해 복구 및 건설 공사를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수해 지역의 복구 사업이 대규모 인력 동원을 통해 진행될 수밖에 없다면 최근 북한이 추진하고 있는 전국 규모의 건설 사업과 지방 공업 공장 건설 사업 등에 차질을 초래할 수 있다.
두 번째로, 대응 과정에서 당이 내각의 역할을 사실상 대행하고 있는 행정 대행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행정 대행 현상이란 행정경제기관의 간부들이 책임지고 추진해야 할 국가 행정 사업을 당이나 군(軍)에서 대신 수행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북한은 전통적으로 당과 내각의 역할을 구분하여 내각의 역할을 당이 대행하는 현상을 경계해 왔다. 김정은 집권 이후에도 내각 책임제를 강조하고 위기 대응에서 내각을 활용하고자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수해 피해를 대응하는 과정에서도 당 중앙위원회의 주도로 이어졌으며, 내각 및 내각총리의 역할은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
'재해방지 및 구조, 복구법'에 따르면 재해로 인한 위기 발생 시 내각이 국가비상위기대책위원회를 소집하고 사령탑으로서 대응 사업을 지휘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북한 매체의 보도 내용에 따르면 이번 복구 사업은 당이 직접 나서서 추진하였고, 내각 총리는 두 차례 정도 복구 현장을 방문했을 뿐, 법에 명시되어 있는 국가비상위기대책위원회의 주도적인 활동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마지막으로, 국가적 재난 위기에서도 북한은 자력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원칙을 내세워 주변 국가들과 국제기구의 지원 제안을 고사하는 정치적 명분을 앞세워 보다 효과적인 대응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였다. 즉, 정치적 명분을 앞세워 전국적으로 구호 사업에 필요한 각종 물자를 동원하는 방식보다는 이재민들의 피해와 불편을 최소화하고 빠르게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
북한 또한 현장 치료대를 급파하고 소독 사업을 추진하는 등 피해가 지속되지 않도록 조치하면서, 전국 단위에서 비축해 놓은 식량과 물품, '자원성의 원칙'에 따라 지원받은 구호 물품을 공급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물론 재난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연대감과 협력과 같은 사회적 연대는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이러한 연대가 사회적 부담으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 김정은의 연설에서도 구호 물품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기관이나 단체에 물품 품목과 수량을 할당하거나 간부들이 해당 단위에 과도하게 실적을 요구하는 현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를 통해 현실에서 복구 및 구호 사업에 대한 부담이 북한 주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점을 추정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외부 지원을 통해 부족한 물자를 조달하는 방안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
이와 같이 북한은 반복되는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재난 회복탄력성'을 강화해야 한다. 즉, 자연재해를 완벽하게 예방할 수 없다면 재난을 대비하는 것과 함께, 재난 발생 시 피해를 최소화하고 피해 주민들이 빠르게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적, 사회적, 정책적 노력이 통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인프라의 강화, 조기경보 시스템의 구축, 재난 교육 및 훈련, 자연 기반 해법을 통한 지속 가능한 관리, 재정적 안정망 구축 등을 들 수 있다. 북한의 경우에도 재난에 대한 대응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위와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으며, 이를 반복적으로 강조해 왔으며, 이번 복구 사업에서도 유사한 정책 과제들을 제시하였다.
북한은 유엔에 제출한 자발적 국가 검토 보고서(VNR)에서 2020년까지 포용성, 자원 효율성, 기후 변화 완화 및 적응, 재해 복원력에 대한 통합된 정책과 계획을 채택하고 실행하는 도시 수를 대폭 늘리며, 모든 수준에서 전체적인 재해 위험 관리를 개발하고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개선된 모습이 크게 부각되지 않고 있다. 자연재해가 빈번해지고 있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대응 능력을 강화하는 사업 또한 효과적으로 진행될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측면에서 북한의 재해 위험 관리에 대한 국제 협력의 필요성은 중요하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봉쇄되었던 국경이 점진적으로 개방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도 국제기구 및 지원 단체들의 직원들은 북한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북한 정부의 협조하에 자연재해 피해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고, 적합한 대응 방안과 필요한 구호물자 조달 등의 사업을 개선할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북한이 재해와 관련한 국제 협력의 필요성을 부정하고 있지는 않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2024년 6월, 북한은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개최된 국제안전보장수단전시회인 '종합안전-2024'에 국가비상재해위원회 대표단을 파견한 바 있다. 이후 러시아와 체결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에 관한 협약'에서도 자연재해 방지 및 후과 제거 분야에서 상호 협력할 것임을 명시하고 있다(제12조). 그러나 자연재해와 재난 문제는 특정 국가나 진영을 넘어 국제 협력을 통해 해결해야 할 사안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북한이 좀 더 개방적으로 다각적인 협력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한국 정부 또한 북한의 재난 대응과 복구 과정에서 건설적인 역할을 수행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먼저, 북한의 자연재해는 주민들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로, 한국 정부가 구호 물품을 지원하고자 한 것은 인도적 차원에서 바람직한 제안이었다. 그러나 더 나아가 한국과 북한은 기후 변화와 자연재해의 영향을 공유하는 한반도의 특성을 고려하여 재난 관리 협력 메커니즘을 구축하는 사업 등과 같이 보다 적극적인 제안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재난 예측 및 조기경보 시스템의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는 협력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특히, 한강과 압록강 유역에서 발생하는 홍수는 양측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수자원 관리와 관련한 협력이 필요하다. 북한의 재난 복구는 여전히 노동 집약적 방식에 의존하고 있어 복구 속도와 효율성이 낮다는 점을 고려할 때, 선진적인 재난 관리 기술의 공유 사업을 통해 북한의 재난 대응 역량을 강화할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당면해서는 북한이 자력갱생을 강조하며 외부 지원을 거부하는 경향이 존재하지만, 국제기구를 통한 간접 지원은 상대적으로 수용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한국은 유엔, 국제적십자사와 같은 국제기구와 협력하여 북한의 재난 관리 역량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을 제안하고, 재난 발생 시 북한에 필요한 지원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중재자 역할을 모색할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은 단순히 인도적 지원을 넘어 한반도 공동체로서의 상호 의존성을 높이고, 한반도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 압록강 유역 수해 피해 현황과 대응
| 북한의 홍수 대응과 복구: 변화하는 재난 관리와 정치적 활용
| 북한의 재난 복구 사업의 성과와 한계
| 북한의 재해 대응 협력의 가능성과 함의
※ 「세종포커스』에 게재된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세종연구소의 공식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