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은 글로벌 정치 및 경제 환경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기조 중 하나는 중국과의 기술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초격차를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중국에 대한 기술 차단은 단순히 무역 적자 해소를 넘어서 미국의 기술적 우위를 공고히 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글로벌 사우스 과학기술 수준과 국제협력 평가 | |
2024년 12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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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정세종연구소 부소장 | yjchoi@sej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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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은 글로벌 정치, 경제 환경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기조에서 확실한 것은 중국과의 기술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초격차를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중국에 대한 기술 차단은 단순히 무역 적자 해소를 넘어서 미국의 기술적 우위를 공고히 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는 기술의 국가 안보 및 경제적 중요성을 고려할 때 글로벌 기술 지형을 미국의 국익에 유리하도록 재편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국가들은 자국의 기술 의존도를 낮추고 독립적인 기술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과학기술 협력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사우스는 전통적으로 경제적, 기술적 측면에서 선진국과 대비되는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지역의 개발도상국을 지칭한다. 이들 국가는 세계 인구의 2/3 이상을 차지하며, 풍부한 자원과 높은 경제 성장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력 부족, 정치적 불안정, 재정적 제약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는 데 있어 주요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경제 성장과 안보의 근간이 되는 과학기술은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에게 필수 불가결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기술 경쟁이 심화되는 국제 환경에서 글로벌 사우스는 단순한 기술 수입국의 위치를 넘어 독자적 혁신 능력을 갖추기 위해 과학기술 협력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전례 없이 확대하고 있다. 더욱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은 글로벌 시장 접근뿐만 아니라 기술 역량 강화를 위한 핵심 통로마저 제한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에게 기술 이전의 통로를 확보하는 것은 더 절박한 과제가 되고 있다.
본고는 글로벌 사우스의 과학기술 혁신 수준을 분석하고, 이들이 직면한 기술적 도전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협력 이니셔티브를 검토한다. 이는 향후 글로벌 사우스가 과학기술력을 발전시켜 지속 성장을 실현할 수 있을 지를 가늠하는데 도움이 되는 한편 한국의 글로벌 사우스 과학기술 협력에 대한 입장을 정립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
본고는 먼저 세계지식재산기구(WIPO)가 매년 발표하는 글로벌 혁신지수(Global Innovation Index, GII)에 기반하여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과학기술 역량 수준을 비교해 보았다. 국가간 과학기술 역량을 비교할 수 있는 국제 데이터로 가장 대표적인 것이 글로벌 혁신지수이다. 글로벌 혁신지수는 제도, 인적자원 및 연구, 인프라, 시장 및 사업 환경, 지식 및 기술 수준 등 다양한 평가 항목을 기반으로 국가별 혁신 역량을 측정한다. 2024년 통계에 따르면, 평가 대상 133개국 중 50위 내에 포함된 글로벌 사우스 국가는 7개국에 불과하며, 100위권으로 범위를 확대해도 19개국에 그친다.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이 혁신을 추진하는데 근본적인 한계로 재정 투입의 부족과 더불어 제도적 기반의 미비가 꾸준히 지적되고 있다. 연구개발(R&D) 투자와 벤처 자본 조달이 선진국에 비해 크게 부족하여 혁신 생태계 구축이 어려운 상황이며, 기술 도입의 지연과 전문 인력 부족 또한 혁신 성과를 제한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불어 국제 특허 활동과 연구 출판에서도 상대적으로 낮은 성과를 보여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1)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진하는 국가들도 눈에 띈다. 글로벌 사우스 국가 중 중국은 11위로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으며, 말레이시아(33위), 인도(39위), 태국(41위), 베트남(44위) 등도 상위권에 포함되어 있다(표 1 참고). 이들은 글로벌 사우스 내에서도 기술 선도국으로 평가받으며, 과학기술 혁신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이란, 필리핀, 터키, 베트남, 모로코는 지난 10년간 GII 순위에서 가장 많이 상승한 GII 상위 70위권 내 중소득 경제권이다. 중국은 2014년 29위에서 2024년 11위로 상승하여 10위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으며, 인도는 같은 기간 동안 37계단 상승해 39위에 도달했다. 베트남(27계단), 필리핀(47계단), 인도네시아(33계단)도 각각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중위권 국가로 도약했다(아래 표 참고).-
일부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은 특정 분야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보이며 혁신의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WIPO 보고서에 따르면, 중소득 및 저소득 경제권에서도 혁신지수가 높은 국가는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예를 들어, 볼리비아, 캄보디아, 네팔은 소액금융 기관 대출에서 1위를 차지했고, 말레이시아는 과학 및 공학 졸업생 수에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또한, 멕시코는 창의적 상품 수출, 모로코는 산업 디자인, 이란은 상표 등록, 나미비아는 교육 지출에서 각각 두각을 나타내며 특정 영역에서의 역량을 입증하고 있다. 2)
이러한 성과는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이 제한된 자원 속에서도 첨단 및 신기술 기반의 성장을 지향하며 생태계 조성에 주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들은 전통적 제조업 중심의 성장구조를 넘어 혁신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육성과 스케일업을 통해 유니콘기업을 창출하고, 외국인 투자 유치를 통한 기술협력과 투자 생태계 조성을 미래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특히, 베트남과 필리핀은 디지털 전환과 ICT 기술 발전을 통해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요한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은 과학기술 인프라와 인적 자원을 강화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과학기술 인력을 보유하며, GDP 대비 2.4%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해 선진국 수준에 근접한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인도는 '디지털 인도(Digital India)' 프로젝트를 통해 ICT와 인공지능(AI) 분야에서 국제적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동남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가 연구개발(R&D) 중심의 기술 허브로 자리 잡고 있으며, 태국과 베트남은 제조업 기반을 디지털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 가장 두드러진 혁신 역량을 보이며, 의료기술과 재생 가능 에너지 분야에서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1) WIPO는 ‘글로벌 사우스’라는 표현 대신 중소득 및 저소득 국가들이 혁신 과정에서 직면하는 주요 문제점을 보고서에서 분석하였다. 이러한 내용은 WIPO의 2024년 보고서인 Global Innovation Index 2024: Unlocking the Promise of Social Entrepreneurship (17th Edition)의 pp.19–21, pp.28–30, pp.94–95, pp.106–109 등에 걸쳐 나타난 분석을 종합한 것이다.
2) 전개서 p.53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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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은 국제협력을 통해 기술 격차를 줄이고 혁신 역량을 확대하며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하고 있다. BRICS, SCO, G77 등 협력 플랫폼은 과학기술 연구와 혁신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추진하며, 개발도상국 간 기술 이전과 공동 연구를 촉진하고 있다. 이러한 플랫폼은 글로벌 사우스가 직면한 경제적·환경적 도전을 해결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
BRICS 과학기술 협력
BRICS의 과학기술 협력은 글로벌 사우스 과학기술 협력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구성된 BRICS는 경제 및 외교적 연대를 강화하며 세계 경제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설립된 협력체이다. 과학기술 협력은 BRICS의 주요 하위 활동으로, 첨단 기술 분야에서의 협력을 통해 회원국 간 기술 격차를 해소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촉진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2024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정상회의에서는 BRICS의 회원국이 기존 5개국에서 9개국으로 확대되며 새로운 체제가 가동되었다. 새롭게 가입한 회원국들은 아프리카와 남미 지역의 신흥 경제국들로, 이들의 참여는 BRICS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협력의 지리적·주제적 범위를 확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를 통해 BRICS는 기존의 재생 가능 에너지, 인공지능(AI), 스마트 농업과 같은 협력 분야를 심화시키는 동시에, 신규 회원국들의 기술적 필요를 반영한 협력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있다.
요하네스버그 정상회의에서는 과학기술 협력을 포함한 주요 분야에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논의되었다. 중국은 재생 가능 에너지 기술과 인공지능 기술의 상용화를 주도하며, 인도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농업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브라질은 바이오 기술을 활용한 지속 가능한 농업 기술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에너지 저장 기술 연구를 통해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이러한 협력은 BRICS 회원국들이 첨단 기술과 지속 가능성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BRICS는 ‘BRICS STI Framework Program’을 통해 연구자 교류와 공동 프로젝트를 지원하며, 2023년 상하이에서 열린 과학기술혁신 장관회의에서는 1억 달러 규모의 ‘BRICS Innovation Network’를 발표하여 기술 개발과 연구 인프라 강화를 약속했다. 또한, "BRICS Young Scientist Forum"을 통해 젊은 과학자 교류를 촉진하며 협력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구체적인 성과로는 2023년 중국과 인도가 공동으로 스마트 농업 프로젝트를 시작해 중국의 드론 기술과 AI 기반 농업 솔루션을 인도 농업 지역에 도입해 생산성을 15% 이상 향상된 사례가 있다. 이외에도 2022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우주 과학 워크숍에서 위성 데이터 공유와 공동 관측 프로그램이 논의되어, 2023년 아프리카 지역의 자연재해 대응 시스템 구축에 성공했다. 브라질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은 협력하여 아마존 생물다양성을 활용한 신약 개발 연구를 진행 중이다.
다만 BRICS 회원국 간 협력 강도에는 차이가 존재한다. 중국과 인도는 첨단 기술 개발과 주요 프로젝트 주도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내고있는 반면, 브라질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자금 및 인프라 부족으로 인해 일부 프로젝트 참여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상하이협력기구(SCO) 과학기술 협력
상하이협력기구(SCO)의 과학기술 협력은 지역 안정성과 경제 발전을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22년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정상회의에서는 지구 관측 위성 데이터 공유와 공동 달 탐사 프로젝트를 포함한 우주 과학 협력 계획이 채택되었다. 특히 농업, 재난 관리, 환경 모니터링 분야에서 실질적인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졌다. 러시아는 우주 기술을 활용한 농업 최적화 시스템 개발을 제안했으며, 중국은 스마트도시와 AI 기반 농업 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며 이 협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SCO는 2022년 "SCO 기술혁신 기금"을 설립하여 초기 자본금 5천만 달러를 기반으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으며, 2024년까지 12개의 주요 프로젝트를 승인했다. 이 기금은 재생 가능 에너지와 AI 기술 협력에도 활용될 예정이다. 또한, 2023년 SCO 과학기술혁신 포럼에서는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이 참여하는 다국적 농업 기술 프로젝트와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스마트 그리드 기술 연구가 논의되었다. 이러한 프로젝트는 SCO가 과학기술 협력의 중심 플랫폼으로 자리 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기타 글로벌 사우스 과학기술 협력
인도의 과학기술 외교는 IT 기술, 소프트웨어 개발, 우주 기술 등 자국의 강점을 기반으로 글로벌 사우스와의 독자적인 협력을 추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인도-아프리카 우주 협력 프로그램’은 아프리카 국가에 인공위성 데이터와 기술을 제공하며 농업 모니터링, 재난 관리, 기후 변화 대응에 기여하고 있다. 2024년에는 나이지리아와 케냐와의 협력을 통해 농업 데이터를 활용한 기후 변화 대응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또한, 인도는 ‘Digital South 프로그램’을 통해 디지털 공공 인프라와 데이터 관리 기술을 수출하며,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의 5G 네트워크 구축을 지원하고 있다.
인도는 과학기술 외교의 일환으로 ‘과학의 등불(Vigyan Jyoti)’ 캠페인을 통해 글로벌 사우스 국가의 젊은 연구자들에게 장학금과 연구 기회를 제공하며, 2024년까지 약 2,000명의 연구자들이 인도의 주요 연구 기관에서 학업 및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다.
UNOSSC와 G77의 남남협력은 저탄소 기술, 스마트 농업, 지속 가능한 도시화 기술 개발을 중심으로 개발도상국 간 기술 이전과 공동 연구를 촉진하고 있다. UNOSSC는 ‘남남 과학기술 혁신 협력 플랫폼’을 통해 기술 격차를 줄이고 연구 역량을 강화하며, UNDP와 협력하여 현지 연구소의 자립성과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G77 국가들은 이 플랫폼을 활용해 재생 가능 에너지와 기후 기술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COMSATS(남반구 지속 가능한 발전 과학기술 위원회)는 27개 회원국 간 협력을 통해 과학기술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과 기술 이전을 지원하고 있다. 이 기구는 과학기술 연구소 간의 협력을 활성화하며, 기술 격차 해소와 혁신 역량 강화를 목표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은 국제협력을 통해 기술 격차를 줄이고 혁신 역량을 확대하며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하고 있다. BRICS, SCO, G77 등 협력 플랫폼은 과학기술 연구와 혁신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추진하며, 개발도상국 간 기술 이전과 공동 연구를 촉진하고 있다. 이러한 플랫폼은 글로벌 사우스가 직면한 경제적·환경적 도전을 해결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 -
미국의 과학기술 협력
미국은 ‘과학을 통한 개발 파트너십(Science Partnerships for Development)’을 통해 재생 가능 에너지, 공중보건, 디지털 전환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2024년 G7 정상회의에서는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연구 역량 강화를 위한 1억 5천만 달러의 지원이 발표되었으며, 이를 통해 디지털 경제 활성화와 기후 변화 대응 기술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다. 동 이니셔티브는 특히 아프리카 및 라틴아메리카 국가와의 기술 이전과 연구 협력을 통해 에너지 지속 가능성과 기후 기술혁신에 중점을 두고 있다.
NATO 역시 'Science for Peace and Security(SPS)' 프로그램을 통해 중앙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의 사이버 보안 기술과 에너지 안전성 강화를 지원하며, 방재 기술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협력은 글로벌 사우스 내 기술 격차 해소와 안정적 발전을 목표로 한다.
한편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글로벌 사우스 과학기술 협력은 미국우선주의(America First) 원칙에 따라 국가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당선인은 인공지능(AI), 5G, 반도체 등 전략적 기술 분야에서 미국의 기술 자산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임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2024년 1월 인터뷰에서 그는 “미국 기술의 남용을 막고 전략적 우위를 지켜야 한다”고 언급하며, 이러한 기술 분야에서 협력의 신중한 접근을 요구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지명자는 2024년 상원 청문회에서 "미국은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경제 자립을 지원하고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을 견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디지털 인프라 구축과 에너지 전환 프로젝트가 주요 우선 과제로 강조되었다.
2024년 3월 트럼프는 일론 머스크와의 비공개 회의를 통해 "미국 민간 우주 기술의 글로벌 사우스와의 협력은 국가적 이익과 기술 보호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밝혔다. 이 회의는 NASA와 SpaceX 간 협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사우스 국가와의 저비용 통신망 구축과 재난 관리 기술 지원을 논의하기 시작하였다. 국가 안보와 이익의 기준 위에 일론 머스크의 상업적 이해까지 중첩되어 향후 미국의 과학기술 협력의 통로가 더욱 좁아질 것으로 우려되는 대목이다.
유럽연합(EU)과 일본의 협력 모델
유럽연합(EU)은 '호라이즌 유럽(Horizon Europe)' 프로그램을 통해 디지털 전환, 녹색 기술, 지속 가능한 농업 및 에너지 혁신 분야에서 글로벌 사우스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개발도상국 연구소와 유럽 내 연구기관 간 공동 프로젝트를 촉진하며, 글로벌 사우스의 기술 역량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특히 2024년 EU-Africa Green Energy Initiative를 통해 재생 가능 에너지 기술 협력 확대와 3억 유로 규모의 투자 계획이 발표되며, 기술 이전과 에너지 전환 프로젝트가 강조되고 있다.
일본은 SATREPS(Science and Technology Research Partnership for Sustainable Development) 프로그램을 통해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 국가들과 기후 변화 대응, 재난 관리, 생물다양성 보전 등에서 협력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기술 이전과 현지 인재 양성을 병행하며, 참여국의 자립적 과학기술 생태계 구축을 지원한다. 2024년에는 'Asian Science Cooperation Initiative'를 통해 스마트도시, 인공지능(AI) 기술 개발을 포함한 협력 범위를 더욱 확대하였다.
이와 함께 G7은 'Digital Transformation Initiative'를 통해 아프리카와 아시아 지역의 디지털 경제 촉진을 목표로 2억 달러를 지원하고 있으며, NATO의 'Science for Peace and Security(SPS)' 프로그램은 아프리카와 중앙아시아에서 사이버 보안 기술을 강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이니셔티브는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이 에너지 지속 가능성, 디지털 전환, 그리고 기후 변화 기술혁신 분야에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과학기술 격차를 줄이고 지속 가능한 개발을 도모하는 데 기여할 것을 목표로 밝히고 있다. -
글로벌 사우스의 과학기술 협력은 단순한 개발 협력을 넘어, 국가 간 기술 격차 해소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핵심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먼저, 글로벌 사우스 내 협력은 BRICS, SCO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 경제적·기술적 격차를 해소하고, 회원국 간 기술 역량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BRICS는 첨단 기술 협력을 통해 재생 가능 에너지, AI, 스마트 농업 등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거두며 협력의 모델을 제시했다. 예를 들어, 중국과 인도의 스마트 농업 프로젝트는 첨단 기술을 이용하여 농업 생산성을 향상시키는데 기여하고 있으며, SCO에서 추진하는 우주 기술과 농업 기술의 융합은 향후 역내 기술 격차 해소와 경제 협력 강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향후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은 과학기술 협력을 강화해 지속 가능한 발전과 번영을 도모하고, 서구 중심 과기 협력 구도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며 활발한 협력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글로벌 사우스 내부의 협력은 여전히 한계를 안고 있다. 자체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기술의 종류 및 수준이 제한적이라는 점에 대한 우려 역시 존재하며, 이러한 차원에서 서구과의 협력 수요는 줄어들지 않을 전망이다. 회원국 간 기술 수준의 격차와 자금 부족은 일부 프로젝트의 지속 가능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BRICS 회원국 중 브라질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자금과 인프라 제약으로 인해 협력 프로젝트에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자간 협력 기금의 확대와 기술 이전을 위한 포괄적 전략이 필요하다. SCO와 BRICS의 혁신 기금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잠재적 모델로서 향후에는 회원국 간 협력 강도를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적 지원도구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전술한 바와 같이 글로벌 사우스와 서구 간 협력은 디지털 전환, 기후 변화 대응, 공중보건 등 전 지구적 도전 과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기술 격차와 기술 보호주의 문제가 대두되면서 가장 첨예한 갈등이 불거질 수 있는 분야가 과학기술이다. 독립적인 기술 생태계 구축과 글로벌 협력 구조를 약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커지고 있다. 높은 기술장벽은 글로벌 사우스 입장에서 서구와의 협력에 대한 기대를 접고 대신 중국을 비롯하여 서구 이외의 파트너들과의 협력에서 돌파구를 찾도록 몰아갈 수도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서구와의 협력은 상호 이익을 보장하고 기술 이전의 지속 가능성을 강화하기 위한 명확한 규범과 제도적 틀이 필요하다는 것이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입장이다.
경제와 안보의 연계가 심화되는 현 국제질서 속에서 가장 핵심적인 기제로 작동하는 것이 과학기술이다. 그러므로 글로벌 사우스와의 협력에서 과학기술은 한국의 강점을 살리고 미래지향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핵심 분야가 될 것이다. 글로벌 사우스의 과학기술 혁신의 성과와 문제점을 종합하여 이들에게 부족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등 한국이 지원할 수 있는 분야를 찾는 한편, 국가별로 고유한 경쟁우위 분야를 충분히 살릴 수 있는 협력 모델을 모색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글로벌 사우스는 한국의 IT 기술, 반도체, 재생 가능 에너지 등에서의 강점을 필요로 하고, 서구 국가들은 이러한 기술을 활용한 전략적, 선택적 협력을 원하고 있다. 한국은 글로벌 사우스 기술성장의 사다리 역할을 맡아 기술 이전, 공동 연구, 인프라 구축 등을 지원하는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자리 잡을 수 있다. 특히, 첨단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농업, 재생 가능 에너지, 디지털 전환 프로젝트를 통해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자립과 지속 가능성을 지원하며, 동시에 한국 기업의 해외 시장 진출과 기술력 입증의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이러한 협력은 한국의 국제적 위상과 리더십을 강화하는 데도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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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포커스』에 게재된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세종연구소의 공식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