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넘게 지속되어온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이 변곡점을 맞이하게 되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3월 4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 중단을 결정한 것이다.
![]() |
트럼프 행정부의 대 우크라이나 군사원조 중단이 한국에 주는 시사점 |
2025년 3월 14일 |
-
피터워드세종연구소 연구위원 | pward89@sejong.org
정성장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softpower@sejong.org -
3년 넘게 지속되어온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이 변곡점을 맞이하게 되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3월 4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 중단을 결정한 것이다. 2월 28일 백악관에서 개최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이 격렬한 설전으로 인해 미국이 그간의 전쟁 지원 대가로 우크라이나에 매장된 희토류 등 전략 광물 개발권을 확보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는 광물협정 서명이 불발로 끝난 여파다.
그 후 3월 12일, 우크라이나는 그동안 반대해왔던 30일 정전 합의를 대가로 군사 원조 및 정보 공유를 받았으나, 트럼프 행정부의 대 우크라이나 강압적 외교가 다시 우크라이나는 물론 유럽, 나아가 한국에도 적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월 말의 미-우 정상회담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평화협정 체결시 러시아의 재침공을 막기 위한 안전보장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요구하는 대로 협정을 체결하지 않을 경우 협상에서 빠지겠다고 위협했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신뢰할 수 없다며 계속 맞서자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J.D. 밴스 부통령까지 나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고마움을 모르고 무례하다며 강하게 비난하면서 결국 정상회담은 파국을 맞았다.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의 이 같은 이견은 2월 12일 트럼프가 푸틴과 장시간 통화를 통해 우크라이나 종전을 위한 협상 개시에 합의하면서 어느 정도 예고되었다. 이후 미국은 같은 달 24일 유엔 총회에서 러시아의 침략을 규탄하는 우크라이나의 결의안 초안에 반대하면서 우크라이나 및 유럽국가들과 이견을 빚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 관계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과의 관계에도 상당한 긴장을 초래했다. NATO를 통해 지속되어 온 유럽 안보에 대한 미국의 약속에 대해 회의론과 우려, 심지어 공포까지 커지고 있으며, 유럽 내에서는 자체적으로 안보를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특히 독일 연방의회 총선거에서 기독교민주당(CDU)이 제1당으로 떠오른 후, 당 대표 프리드리히 메르츠 의원이 한 연설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동맹에 대한 회의적 시각과 유럽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가진 트럼프 행정부는 앞으로 러시아와 더욱 밀착하고, 공개적이든 비공개적이든 NATO의 유럽 방위공약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트럼프의 동맹 회의론은 유럽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다른 동맹국들, 특히 한국의 안보에 심각한 타격을 줄 가능성이 크다. -
1) 트럼프와 우크라이나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 간의 관계는 순탄치 않았다. 2019년 트럼프는 젤렌스키에게 전화를 걸어 조 바이든의 차남 헌터 바이든의 사업 거래와 관련하여 약점이 될 만한 정보를 찾아달라고 요청했다. 이 사건은 미국 연방의회가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하려 했던 첫 번째 시도로 이어졌지만, 젤렌스키는 최대한 미국 국내 정치적 싸움에서 벗어나려 했으며 트럼프의 행동을 공개적으로 비판하지 않았다.
그런데 우크라이나에 대한 치명적인 무기 지원이 처음으로 이루어진 것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기였다. 오바마 행정부는 러시아를 자극할 것을 우려해 이러한 지원을 거부했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승인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푸틴에 대해 보였던 태도를 고려할 때, 이 결정이 그의 직접적인 의지였을 가능성은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1년 이전에 제공된 군사 지원, 특히 훈련과 일부 탄약 지원은 러-우 전쟁 초기 단계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붕괴하는 것을 막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음이 분명하다.
러-우 전쟁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문제는 2024년 미국 정치에서 중요한 당파적 이슈로 떠올랐다. 이는 단순히 비용 문제 때문은 아니며, 바이든 행정부와 러시아에 대한 트럼프의 태도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 지나치게 가깝다는 이유로 민주당의 공격을 자주 받아왔으며, 2016년 대선에서 러시아의 대선 개입을 조사한 뮬러 특검은 트럼프에게 있어 그 정점이었다.
트럼프는 2025년 2월 28일 백악관에서 젤렌스키와 격렬하게 논쟁하는 과정에서 이 문제를 직접 언급했는데, 이것은 그가 러-우 전쟁에 대해 취하는 태도에 여전히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트럼프는 젤렌스키가 2024년 미국 대선에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젤렌스키가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의 유세와 관련된 행사에 관여한 것으로 간주하면서, 트럼프는 이를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한 선거 개입으로 해석했다.
2) 트럼프 행정부의 지정학적 전략 전환 시도와 미국의 경제 부양 고민
이러한 배경은 백악관에서 발생한 트럼프-젤렌스키 갈등의 일부를 설명해준다. 그러나 현재 상황을 이해하는 데 있어 두 가지 중요한 요소가 더 있다.
첫째,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일부에서는 ‘역(逆) 닉슨 전략’이라고 부른다. 리처드 닉슨이 중국과 관계를 정상화함으로써 소련을 고립시킨 것과 유사하게, 트럼프는 러시아와의 관계를 정상화함으로써 러시아를 중국의 영향권에서 끌어내서, 중국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둘째, 전장에서 러시아가 계속해서 전진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는 여전히 막대한 미국의 군사 원조와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요소들이 맞물리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방향이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역(逆) 닉슨 전략’과 관련하여,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추진할지는 불분명하다. 실제로 트럼프의 전략적 본능이 중국을 지정학적으로 고립시키는 데까지 확장되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러시아와의 관계 정상화를 통해 경제적 이익을 확보하고 자신의 경제적 업적을 굳히는 데 더 관심이 있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그는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마이크 월츠, 국무장관으로 마코 루비오, 국방부 정책차관으로 엘브리지 콜비를 지명하는 등 강경한 대중(對中) 인사들을 행정부에 기용했다. 그러나 동시에 트럼프는 미군을 지상전에 투입하는 것에 대해 일반적으로 회의적인 태도를 보여 왔으며, 특히 대만 유사시 군사 개입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한 3월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 러시아 측은 그 전에 진행된 고위급 회담에서 전쟁이 종결될 경우 희토류 및 기타 사업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푸틴의 측근은 러-우 전쟁이 종결될 때 유럽-러시아를 연결하는 노드스트림 2 가스관의 재건을 미국 투자자와 함께 추진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여러 측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을 종식시킴으로써 미국 정부의 재정적 입지를 강화하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통해 미국 경제를 성장시키는 데 더 큰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러시아와의 관계 정상화는 중국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고 안보적 영향을 약화하려는 거대한 지정학적 전략의 일환이라기보다는, 주로 경제 거래와 미국 경제(특히 국가 부채 문제) 개선을 목표로 한 움직임일 가능성이 높다. -
1) 우크라이나에의 영향
2025년 3월 4일,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추가 무기 공급을 일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다음 날인 3월 5일에 위성 등의 정보공유도 중단해 우크라이나의 전황은 더욱 어려워졌다.
3월 12일 미-우 간 정전 합의를 통해 군사 원조 및 정보 공유가 재개된다고 발표되었지만, 앞으로도 이러한 강압적 외교가 다시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또한, 러-우 간 30일 정전 합의가 실제로 이행될 경우, 미-우 간 군사 원조 이전이 어떻게 될지는 불확실하다. 즉, 정전 상태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전쟁이 사실상 휴전되었다고 주장하며 예산 절감을 명분으로 군사 원조 제공량을 급격히 줄일 가능성이 충분하다.
미국의 군사 원조와 지원이 향후 완전히 중지될 경우, 우크라이나의 전장 상황은 크게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이미 지난 1년간 막대한 인명 피해와 군수 자원의 소모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전과를 올렸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에 따르면, 러시아는 현재 연방 예산의 약 40%, GDP의 약 7.5%를 국방비로 지출하고 있으며, 2024년의 전투에서 약 4000㎢의 영토를 점령했다. 만약 미국의 군사 지원이 중단된다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영토 점령 속도는 더욱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
킬 세계경제연구소(Kiel Institute for the World Economy)에 따르면, 2022년 2월 이후 미국은 약 650억 달러 규모의 군사 지원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했다. 이러한 지원에는 러시아의 공격으로부터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를 방어하고, 전장에서 반격을 가하는 데 필수적인 다양한 무기 체계가 포함된다. 이에 비해, 두 번째로 큰 군사 원조국인 독일은 약 130억 달러 규모의 지원을 제공하는 데 그쳤다. 전체 유럽을 다 합쳐 대략 525억 정도의 군사원조를 그동안 제공했는데, 앞으로 미국의 원조가 아예 없어진다면 유럽은 대 우크라이나 군사원조를 대폭 늘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제공한 지원에는 다음과 같은 방공 시스템이 포함된다. 패트리엇(Patriot) 지대공 미사일 및 발사대, NASAMS, 호크(Hawk) 시스템 및 미사일, 스팅어(Stinger) 대공 미사일, 방공 레이더 및 방공망 통합 장비 등이다. 이와 함께, 105mm 및 155mm 곡사포, 박격포, 하이마스(HIMARS) 다연장 로켓 시스템, 재블린(Javelin) 및 기타 대전차 무기, 소형 무기 및 탄약도 제공되었다. 또한, 소수의 에이브럼스(Abrams) 전차, 브래들리(Bradley) 보병 전투차량, 병력 수송 장갑차, 험비(Humvee) 등 다양한 군용 차량이 지원되었다.
뿐만 아니라, 최첨단 전자전 장비 및 교란 시스템이 제공되었으며, 우크라이나가 자체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장비 유지보수 및 정비도 지원되고 있다. 즉, 공격과 방어 작전에 모두 필수적인 대규모 군수물자와 장비가 지원된 것이다.
우크라이나 총리 데니스 슈미할(Denys Shmyhal)은 특히 대체하기 어려운 미국의 두 가지 주요 무기 체계를 강조했다. 첫째 패트리엇 미사일 시스템은 러시아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데 필수적이며, 둘째, M142 하이마스(HIMARS) 다연장 로켓 시스템은 러시아 후방의 지휘소, 탄약 및 연료 저장시설 등을 타격하는 장거리 공격의 핵심 무기라고 했다.
하이마스 미사일은 프랑스 및 영국의 대체 시스템 (Storm shadow)으로 일부 보충될 수 있으나, 그 성능(특히 속도)이 하이마스보다 낮으며 대량 생산 가능성이 불확실하다. 반면, 패트리엇 미사일은 사실상 대체 불가능한 무기다. 만약 다시 군사 원조를 중단해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미사일을 공급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를 유럽에 판매하는 것도 금지한다면, 우크라이나 도시는 더욱 방어 능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미국은 무기와 탄약뿐만 아니라 정보 지원, 신호 정보(SIGINT) 및 위성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해왔는데 이러한 정보 지원은 중․장거리 미사일 표적 지정, 러시아군의 이동 추적, 그리고 우크라이나 방공망(패트리엇 시스템 포함)의 실시간 작동을 보장하는 데 필수적이라 한다. 미국의 정보 공유는 3월 5일에 중단되었다가 3월 12일에 재개된다고 발표되었지만 앞으로 다시 중단될 위험에 대비해 현재 우크라이나는 유럽을 통해 대체 방안을 모색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우크라이나의 통신망 유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로,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스타링크(Starlink) 위성 인터넷 서비스가 있다. 현재 머스크 등 백악관 관계자들은 그런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만약 이 서비스의 제공이 철회된다면 우크라이나의 통신 체계는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다행히도, 유럽의 위성통신 기업 Eutelsat이 향후 우크라이나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미국의 지원 규모와 범위를 고려할 때, 유럽이 그 공백을 메우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다. 그러나 만약 미국 등으로부터 유럽이 탄약을 구매하고, 기존 무기 시스템의 유지보수를 위한 자금을 지원하며, 필요한 경우 대체 무기를 구매할 수 있도록 미국 측에서 허용된다면, 미국의 재정적 지원이 완전히 철회되더라도 우크라이나가 받을 충격을 다소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가능성 자체가 불확실하다. 현 시점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의 이러한 지원을 허용할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이는 정전이 이행되더라도 30일에 그치고 전쟁이 다시 시작되어 장기화할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며,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또한, 미국과 러시아 간 관계 정상화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 미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완전한 지원 철회는 유럽에도 심각한 전략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2) 유럽과 나토에의 영향
우크라이나는 소련 붕괴로 인하여 자국 영토에서 남은 핵무기를 1994년에 포기하고, 부다페스트 양해각서(Budapest Memorandum)에 따라 러시아, 미국, 영국으로부터 군사적 위협이나 무력 사용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안전 보장 약속을 받았다. 그러나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 합병과 우크라이나 마이단 봉기 이후 돈바스 지역에서의 전쟁 개시로 이 협정을 위반했다. 이후 2014년과 2015년 러시아, 우크라이나,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간 체결된 민스크 협정 또한 돈바스에서의 전투를 막지 못했다.
여기서 볼 수 있는 것은 안전 보장 약속과 협정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막지 못했다는 점이다. 더 나아가, 미국이 핵 보유국 간 전쟁 위험을 이유로 직접 개입을 꺼려왔다는 사실도 명확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취임하기 전까지는 미국이 NATO를 포기할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지 않았다. 바이든 행정부는 NATO 회의 및 성명을 통해 NATO 회원국이 공격받을 경우, NATO조약 제 5조에 따라 미국이 러시아와 전쟁을 불사할 것이라는 점을 동맹국과 러시아에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대선 캠페인 기간 동안, NATO 회원국이 국방 지출 의무 (GDP 대비 2% 이상)를 다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가 원하는 대로 하도록 허용하겠다고 발언했다. 물론, 그는 의무를 이행하는 국가를 방어하겠다는 입장도 밝혔지만 그의 친러적 태도와 NATO가 우크라이나 안보를 유럽 안보의 연장선으로 보는 현실을 고려할 때, 미국의 NATO조약 5조 이행에 대한 신뢰는 이전보다 훨씬 불안정해졌다.
앞으로 단기적인 러-우 전쟁의 전개 상황과 미국의 NATO 정책이 어떻게 변화하든 간에, NATO 회원국들은 방위비 지출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미국의 안보 보장이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될 경우, 유럽은 미국의 확장 억제 전략을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독일의 차기 총리 후보도 이러한 가능성을 간접적으로 언급한 바 있으며, 3월 5일에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 프랑스 대통령은 프랑스의 핵 억지력을 유럽 차원에서 운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영국도 독자적인 핵 억제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영국의 경우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더 높다. 따라서 이러한 조치는 임시적인 대응책이 될 수 있지만, 러시아의 핵 전력은 유럽의 핵 보유국들보다 훨씬 크므로, 미국의 확장억제를 더 이상 신뢰할 수 없게 된다면 유럽의 핵 전력을 강화하는 것이 필수적일 것이다. -
우크라이나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군사원조 중단은 4년마다 대통령 선거가 실시되는 미국에서 대통령이 바뀌면 미국의 대외정책도 180도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따라서 2023년 4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갖고 북핵 위협에 맞서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워싱턴 선언’(Washington Declaration)을 채택했는데, 이 같은 합의가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과연 지켜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의 관계와는 다르게 한국과 미국은 동맹 관계이다. 그런데 국가 간의 관계를 경제적, 계산적 관점에서 보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동맹’이나 ‘민주주의 가치’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우크라이나와 유럽의 유엔 결의안 초안에 미국이 러시아, 북한, 이란과 함께 반대한 것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국가이익을 위해 권위주의 국가들과도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그간의 전쟁 지원 대가로 미국이 우크라이나 내 희토류 등 광물 개발에 참여하고 이익을 공유하는 광물협정 체결을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요구한 것은 미국이 더 이상 과거와 같이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혼자 비용을 떠안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따라서 만약에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이 전술핵무기나 핵EMP탄으로 한국을 공격하면 미국이 일단은 한국을 군사적으로 지원하겠지만, 한국은 이후 막대한 인적, 경제적 피해 외에도 미국이 내미는 ‘청구서 스톰’에도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13일 “우리가 군사에 거의 1조 달러를 쓸 이유가 없다”며 푸틴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각국 국방 예산을 절반으로 줄이는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푸틴 대통령도 2월 24일 러시아 국영방송 VGTRK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방안에 대해 “좋은 생각”이라며 “미국과 합의에 도달할 수 있으며, 우리는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만약 미국과 러시아, 중국이 합의해 미국의 국방비가 절반으로 줄어들게 되면 미국의 ‘세계경찰’ 역할도 그만큼 기대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미 국방부는 향후 5년간 매년 8%씩 예산을 삭감하기로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국방예산의 대폭 감축을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심각한 재정적자와 국가부채 때문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신설된 정부효율부 수장을 맡은 일론 머스크는 지난달 2월 26일 내각 회의에 처음으로 참석해 “우리는 국가로서 지속될 수 없다. 현재 2조 달러 (재정)적자가 있다. 국가부채에 대한 이자만으로도 현재 국방부 지출을 넘는다. 우리는 국방부에 많은 돈을 쓰나, (국가부채에 대한) 이자로 1조 달러 이상을 쓴다. 이것이 지속되면, 이 나라는 사실상 파산한다.”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위기의식으로 미국이 국방예산을 대폭 삭감하게 되면 이는 미국의 대 한국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 요구, 한미연합훈련의 축소나 중단, 주한미군의 감축이나 철수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는 부유한 한국을 미국이 지켜주어야 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드러낸 바 있다. 특히 2024년 10월 15일 ‘시카고 경제클럽’에서 열린 블룸버그통신 존 미클스웨이트 편집국장과의 대담에서는 “내가 거기(백악관)에 있으면 그들(한국)은 (주한미군 주둔비용으로) 기꺼이 연간 100억 달러(13조6100억원)를 지불할 것”이라며 “그들은 머니 머신(Money Machine)”이라고 말했다. 100억 달러는 2024년에 한국과 미국이 타결한 2026년 방위비 분담금(1조5192억원)의 9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한국이 자체 핵 억제력을 갖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서기 위해 우리에게는 한미연합훈련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트럼프는 이 훈련에 대해 ‘돈 낭비’라는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다. 2018년 6월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미연합훈련 때문에 북한사람들이 불안해한다고 말하자, 트럼프는 김정은에게 그 훈련은 도발적이고 시간과 돈 낭비라고 호응했다. 그리고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결정했지만 당시에는 트럼프의 결정에 제동을 거는 관료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에 훈련이 다시 재개될 수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그의 결정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관료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결정하면, 그같은 결정이 그의 임기 말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한국이 한미연합훈련의 지속을 원한다면 앞으로 훈련에 소요되는 미국측의 비용까지도 우리가 모두 부담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는 더 나아가 주한미군도 철수했으면 하는 입장까지 갖고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의 마지막 국방장관이었던 마크 에스퍼는 회고록과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에서 미국의 주요 동맹국인 한국을 자주 폄하하고, 주한미군 2만8500명을 모두 철수시키라고 반복적으로 위협했다고 밝혔다. 그래서 한번은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국무장관이 “주한미군 철수는 두 번째 임기 우선순위로 하시죠”라고 하자 트럼프는 미소를 지으면서 “그렇지, 맞아, 두 번째 임기”라고 말했다고 에스퍼 전 장관은 회고했다. 그러므로 트럼프가 김정은을 다시 만나면 주한미군의 감축 또는 철수까지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이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서기 위해 자체 핵 억제력을 확보하는 것이 앞으로 시급한 과제로 부상하게 될 전망이다. 한국의 독자 핵 억제력 확보를 위해서는 미국 대통령의 묵인이 무엇보다도 중요한데, 트럼프는 2016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시절에 한국과 일본이 북한과 중국으로부터 보호받기 위해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하는 대신 스스로 핵을 개발하도록 허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에도 그의 입장은 달라지지 않아 국제정치전문가인 월터 러셀 미드는 2017년 9월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과 한국 및 대만의 핵 보유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한국 석좌도 2024년 3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국이 장거리 미사일을 구축하길 원하든, 핵무장을 원하든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차관 지명자도 한국와 일본의 핵무장에 우호적인 입장이다. 콜비는 2024년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의 대중 견제를 위해서도 한국의 자체 핵무장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 우크라이나 군사원조 중단과 나토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그가 미국의 국가재정에 부담이 되는 국가들에 대해서는 그들이 동맹이든 아니든 매우 적대적이고 불편한 감정을 갖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따라서 한국이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존중을 받으려면 미국에 의존하지 않고도 북한 핵을 독자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기존의 대미 의존적 한미동맹을 미국의 국익과 대중 견제에도 도움이 되는 ‘한미동맹 2.0’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975년에만 해도 세계 1위 상선 제조국이었던 미국이 2023년에는 세계 19위로 추락할 정도로 미국의 조선산업은 궤멸했다. 2024년 11월 7일 당선 확정 이후 트럼프가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미국 조선업이 한국의 도움과 협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면서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과 선박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으며, 우리 선박 수출뿐만 아니라 유지·보수·정비 분야에서도 긴밀하게 한국과 협력할 필요가 있다”라며 한국과 협력 희망 의사를 밝힌 것은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북한이 지난 3월 8일 공개한 김정은의 핵추진잠수함 건조 현장 현지지도 사진을 보면 북한의 핵잠 건조가 상당한 진척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의 핵잠 건조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그러므로 한국도 핵잠 개발을 위한 미국의 기술적 지원과 운영 경험 전수가 매우 절실해졌다. 그러므로 한미 간의 핵과 해군력 및 방산 분야에서의 전략적 협력은 양국 모두에게 큰 이익이 될 것이다.
| 미국의 군사원조 중단 결정 배경
| 향후 군사 원조의 장기적 중단의 가능성과 함의
| 한국에 주는 시사점
※ 「세종포커스』에 게재된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세종연구소의 공식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