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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포커스] 북한 관광산업의 부상과 한국의 정책 방향

등록일 2025-08-13 조회수 254

최근 완공된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는 김정은 집권 초기부터 전략적으로 추진해 온 대표적인 관광지구 개발 사업이다.
북한 관광산업의 부상과 한국의 정책 방향
2025년 8월 13일
    최은주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 ej0717@sejong.org
      최근 완공된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는 김정은 집권 초기부터 전략적으로 추진해 온 대표적인 관광지구 개발 사업이다. 북한은 관광을 육성하여 부족한 외화를 확보할 뿐만 아니라 대외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에도 활용하고자 하고 있다. 특히 대북 제재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관광은 정치적 부담이 낮고 합법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분야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의 준공은 향후 대규모 관광지구를 연이어 개발하려는 계획의 출발점으로 파악된다.

      북한의 관광산업 육성 정책은 관광을 단순히 외화를 확보하는 수단이 아니라, 항만·공항·철도 등 교통망 확충, 인근 농수산물·가공식품 공급, 지역 서비스업 발전 등과 연계된 ‘지역-산업 연계형 개발 모델’로 정착시키려는 전략이다.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개발 과정에서 나타난 항만 물류 개선, 건설자재·인력 공급망 형성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러한 정책 방향은 관광을 경제적 수익 창출과 함께 외교 관계 개선에도 동시에 활용하려는 전략적 의도를 담고 있으며, 대외 개방의 범위와 속도를 조절하면서 체제 안정과 외화 수익을 동시에 실현하고자 기대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이러한 북한 관광산업의 부상은 한반도 정세 변화에 양가적 측면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의 관광 정책을 남북 및 북미 관계 개선의 새로운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지만 한국의 정책적 대응이 미흡할 경우 북한이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창출되는 외교 및 경제적 공간을 주변국에 선점당할 가능성도 함께 상존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북한은 중국 및 러시아와의 관광협력을 강화하여 제재 하에서도 외교적 교류를 확대하는 방안으로 이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도 과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서 볼 수 있듯이, 조건부로 북한의 관광지구 개발 사업을 대북 협상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러한 변화 국면에서 한국 정부는 북한 관광산업을 단순히 북한의 내부 현상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넘어, 이를 남북관계의 회복과 북미관계의 진전, 다자 협력 기반의 조성을 위한 전략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정책 구상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관광협력은 비교적 정치적 민감성이 낮고, 인적 교류를 통해 상호 신뢰를 구축해 나갈 수 있는 영역이지만, 금강산 관광 중단 사례에서 보듯 안전 및 투자 보호, 관련 제도의 보완이 없다면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치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북한의 관광산업 육성 정책은 경색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개선을 이끌어내고 한반도 평화 실현의 새로운 모멘텀이 될 수 있을까? 본 글에서는 북한 관광산업의 현황과 전략을 분석하고, 북중 및 북러 협력의 의미와 북미 대화에서의 활용가능성을 살펴보며, 향후 한국 정부가 관광 분야에서 북한과 실질적인 협력을 추진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적 조건과 실행 전략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 북한 관광정책의 변화와 제도적 기반: 전략과 실천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은 관광을 외화 획득과 고용 창출, 국내 소비의 활성화와 국가 이미지 개선에 활용할 수 있는 다목적 산업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 하에 북한은 관광산업을 본격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국가 차원의 정책과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관광을 하나의 산업으로 간주하고, 개발 과정에서도 경제성을 따져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며, 운영 과정에서는 서비스 품질을 높여 경쟁력을 확보할 것을 요구하는 등 시장 친화적인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정책적으로는 대북 제재 하에서 관광이 합법적으로 외화 수입을 창출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대외 경제 분야라는 점을 활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와 같은 중앙급 관광특구를 조성할 뿐만 아니라 지역 단위로 관광개발구들을 지정하였으며, 관광 서비스와 시설의 현대화, 관광 인력 양성 체계의 확립 사업 등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세계 관광산업의 변화와 경쟁 환경을 분석해 자국 실정에 맞는 개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경제적 수익 창출뿐 아니라 국제사회와의 관계 개선, 국가 이미지 제고라는 정치·사회적 효과까지 기대하고 있다.

      제도 정비 측면에서는 2023년에 「관광법」을 제정하여 관광객들의 편의 증진을 위한 의무와 권리, 안전 보장, 관광 발전 계획 수립 및 운영 주체와 체계, 관광지구 개발에서 해외 투자 유치 등 관광산업 전반을 포괄하는 기본법을 마련했다. 2025년에는 「원산갈마해안관광특별구법」을 채택하여 경제특구의 성격과 외자 유치 및 운영의 법적 틀을 갖췄다. 이를 통해 과거보다 관광산업의 발전 방향과 운영 과정을 체계화하고 제도적 안정성을 향상시켰다.

      운영 전략 측면에서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대해서는 여전히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전까지 외국인 관광 유치에 주력하였으나 팬데믹으로 3년 넘게 중단한 후 2023년부터 외국인 관광객들의 입국을 허용하기 시작하였다. 아직 외국인 관광객을 본격적으로 수용하고 있지 않지만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가 완공되면서 점차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에 대해 국제 행사를 치를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실제로 7월에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접견을 원산에서 진행하면서 관련 영상을 공개하였다. 뿐만 아니라 2026년 초로 예상되는 조선노동당 9차 대회에서 여러 지역에 대규모 관광지구를 개발하는 계획을 확정할 것이라고 밝혀 관광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것임을 예고하였다. 이런 측면에서 향후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의 성과는 북한 관광정책 방향 설정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 북중·북러 관광협력의 현주소와 외교적 함의
      북한 관광산업은 대중·대러 외교의 새로운 장(場)으로 활용되고 있다. 2018년 이후 북한은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 속에 관광 협력을 모색해 왔다.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로 정상적인 무역과 투자 협력이 어려워지자, 관광을 합법적인 범위에서 우호국들과 경제교류를 확대하는 통로로 이용하고자 한 것이다. 실제로 2018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후에 중국인 관광객이 증가하기 시작하여 2019년 한 해에만 최대 30만 명의 중국인이 북한을 방문한 것으로 추정된다. 유엔 제재로 석탄·수산물 등 북한산 제품들의 수출이 차단된 상황에서, 중국인 단체관광은 북한에 주요한 외화 수입원이 되었고 북중 간 우호협력의 상징으로 부각되었다.

      한편 코로나 팬데믹으로 단절되었던 관광 교류는 최근 러시아를 통해 재개되기 시작하고 있다. 북한은 2024년 2월부터 러시아인 관광객들의 입국을 허용하였고, 작년과 올해 2년 연속 모스크바 국제관광박람회(MITT)에 참가하여 대외 관광 홍보를 재개하였다. 이렇듯 북한이 우선적으로 러시아에 관광을 개방한 것은 최근의 북러 밀착의 일환으로 파악된다. 2025년 7월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직접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를 방문한 후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북한이 러시아 관광객들을 유치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히기도 하였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북러 협력이 강화되고 있는 흐름 속에서, 다방면에서 교류협력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가 반영된 것이다.

      러시아 입장에서 제재로 고립된 북한과의 관광협력은 경제적 측면뿐만 아니라 외교적 상징성도 존재한다. 러시아 관광객들을 북한에 방문하도록 함으로써 두 나라의 우호를 대내외에 과시하고, 철도·항공 연결 등 인프라 협력으로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북한은 러시아 관광객을 유치함으로써 양국 관계가 정상화되고 친밀해졌다는 이미지를 대외적으로 부각할 수 있다. 동시에 소규모 러시아 관광객을 우선 수용하여 숙박과 식사, 이동 및 안내원 등 관광 인프라와 서비스, 관리 체계를 점검하고 보완하는 시범 사업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중국과의 관광 사업 역시 중요한 이슈이다. 중국은 유엔안보리의 대북 제재에 동참하면서도 관광 분야만큼은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북한 입장에서도 북한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 중 중국인 관광객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정치적 부담 없이 경제적 이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이 관광산업을 활성화하는 데 있어 중국인 관광객 유치는 매우 중요하다. 다만 2020년에 북한이 스스로 국경을 봉쇄하면서 중국인의 북한 관광도 중단되었고, 2023년 이후 재개 움직임이 있었으나 전면적인 재개는 지연되고 있다. 2024년 12월에 고려투어 등 여행사들이 북한으로부터 2024년 말부터 모든 국적의 관광객에게 개방한다는 점을 공식 확인했다고 발표하고 동시에 2025년으로 예정된 여행 상품들을 출시하였으나, 상반기 내내 관광 재개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은 올해 10월로 예정된 당 창건 80주년 행사를 전후로 국제행사들을 재개한다는 계획을 발표하였고 관련한 관광 프로그램들도 공개하고 있어 이를 계기로 중국인 관광객들을 포함한 외국인 관광객들의 입국을 허용할 가능성이 있다.
    | 관광산업과 북미 대화: 기회와 도전
      관광산업은 북미 관계에서도 잠재적 기회 요인이자 동시에 도전 요인이기도 하다. 북한의 관광지구 개발사업에 대한 관심을 집중시킨 것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었다. 2018년 6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는 훌륭한 해변이 있으며 이러한 해안에 세계 최고의 호텔과 콘도를 지을 수 있다고 인터뷰를 하여 화제가 되었다. 2025년 취임 첫 날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의 인터뷰에서 북미관계와 관련하여 소위 북한의 ‘해안가 콘도’에 대해 언급하였다. 물론 미국의 대북 개발 투자가 공식적인 미국의 대북 정책으로 논의된 것은 아니지만 트럼프 재임기에 북미 접촉이 이루어진다면 미국의 대북 경제보상 패키지 중 하나로 북한의 해안지역에 관광지구 개발 사업을 고려해 볼 가능성은 존재한다.

      그러나 관광 분야를 북미 관계 개선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해결해야 할 사안들이 존재한다. 먼저 미국 국민의 대북 관광을 사실상 금지한 조치를 풀어야 한다. 미국 국민의 북한 관광이 금지된 것 또한 트럼프 재임 시기였던 2017년이었다. 2017년 미국인 오토 웜비어가 관광 차 방문한 북한에 억류되었다가 혼수상태로 미국에 돌아온 후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미 국무부는 자국민의 북한 여행을 전면 금지했으며 매년 그 조치를 연장하고 있다. 두 번째는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이다. 대북 제재에 관광 자체를 금지하는 조항은 없지만, 북한과의 합작사업이나 대량 현금거래를 금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규모 투자나 송금이 필요한 관광 개발사업뿐만 아니라 관광 대금이 대량으로 북한에 유입될 경우에도 제재 위반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원칙적으로 대북 관광은 대북 제재의 대상이 아니면서도 “회색지대”로 불리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미묘함에 있다.

      한편 북한 입장에서는 관광이 제재 속에서도 합법적으로 외화를 벌 수 있는 돌파구라는 점에서 매우 매력적인 선택지이다. 관광객 유치는 석탄 밀수나 무기 거래처럼 불법 리스크가 없고, 국제사회도 명시적으로 막지 못하는 영역이다. 따라서 김정은 정권은 제재 국면이 장기화될 것을 기정사실화하면서 관광산업을 활성화하는데 집중해 왔고 이러한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준공식에서 관광지구 개발사업을 빠르게 발전시키기 위한 개발 계획을 수립할 것이며 2026년으로 예정된 조선노동당 9차 대회에서 공식화할 것임을 밝혔다. 그런데 이러한 계획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려면 대규모 외국인 관광객들을 유치할 수 있는 대외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미국의 시각에서 보면, 관광지구 개발사업에 대한 투자협력 제안은 북한에 경제적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일정한 제약을 부과하는 협상 수단이 될 수 있다. 협력안이 실행되면 북한은 외화 수입과 인프라 현대화라는 실질적 혜택을 얻게 되지만, 협력이 중단되거나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기대했던 관광 수익과 개발 효과를 상실하게 된다. 이러한 구조는 북한으로 하여금 국제사회와의 합의 이행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으며, 동시에 제재 체제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북한의 선택 폭을 제한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북한 관광은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에서 빈틈인 동시에, 북미 간 협상의 잠재적 카드로 남아 있다고 할 수 있다. 향후 북미 접촉에서 ‘관광 허용 및 투자 협력 사업’이 논의된다면, 이는 북한이 미국 요구의 일부를 수용하고 그 대가로 미국이 관광사업을 허용하거나 투자 지원을 묵인하는 스몰딜 형태가 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관광은 경제적 의미뿐 아니라 정치·외교적 맥락에서 북미 간에도 전략적인 분야로 다뤄질 수 있다.
    | 관광협력의 현실적 가능성과 제약 요인
      향후 북한과 관광협력을 실제로 진행하고자 한다면 먼저 북한의 관광 투자 수요에 대해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미 언급한 금강산 관광지구와 삼지연 내 관광지구 개발에 더해 북한이 2026년 조선노동당 9차 대회에서 발표할 예정인 관광지구 개발 계획까지 고려한다면 필요한 자금의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이 2014년에 ‘원산-금강산지구 총계획’의 세부 내용을 공개하였을 때 개발 예상 비용을 78억 달러로 산정하였는데, 10여 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더욱 확대된 개발 계획은 자금 유치가 동반되지 않으면 현실화되기 어렵다.

      북한은 자금뿐만 아니라 현대적 관광 인프라 구축을 위한 기술과 노하우 또한 절실하다. 호텔 운영 시스템, 온라인 예약 플랫폼, 국제 결제 시스템, 관광 안전 관리, 다국어 서비스 등 소프트웨어적 측면에서 외부의 기술 지원에 대한 북한의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기술 협력 분야는 경제적 투자와 별개로 기술 파트너십 형성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현재로서는 제재와 교착 국면으로 북한 관광지구에 대한 한국이나 미국의 직접 투자가 이루어지기 어려우나, 정세 변화에 따라 관광이 가장 먼저 협력의 물꼬를 틀 분야가 될 수 있다. 특히 한국의 경우 대북 관광은 비교적 정치적으로 민감하지 않고 과거에 남북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온 적이 있는 실용적인 협력 분야이기 때문이다. 관광은 그 자체로 협력과 대화의 물꼬를 틀 수도 있지만 향후 한반도 정세가 개선되어 제재가 완화된다면 남한의 자본과 경험을 활용해 금강산은 물론 북한이 계획하고 있는 다른 관광지구 개발사업에도 남북 공동 투자가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미국 및 주변국들의 투자 참여 가능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앞서 소개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구상처럼, 북미 관계가 개선과 함께 미국도 민간 차원의 관광 개발 사업의 참여도 가능할 수 있다.

      그럼에도 현실적으로 유엔의 대북 제재는 주요한 장애 요인이다. 전술한 바와 같이 유엔의 대북 제재 아래서는 북한에 대량현금이 유입되는 경우에는 제재 저촉 논란이 발생할 수 있어, 대북관광이 활성화되려면 이에 대해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북한 관광지구에 대한 한국·미국의 투자 참여는 북한과의 대화 속에서 다른 의제들과 함께 논의되어야 현실화될 수 있다. 그러나 관광 분야 협력은 군사적 긴장완화에 저촉되지 않고, 오히려 인적 교류를 통해 상호 이해 증진에 기여한다는 긍정적인 역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유엔 대북 제재위원회도 올림픽·아시안게임 등 체육교류에는 예외를 둔 전례가 있어, 관광도 평화 구축의 한 방안으로 받아들어지면 제재 예외를 받을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
    | 한반도 평화와 관광 교류의 전제 조건
      관광 분야에서의 실질적인 교류와 협력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치·안보적 안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외국인 관광객이 북한을 방문할 때 한반도 정세를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인식하지 않도록 하려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확고히 유지될 필요가 있다. 특히 외국인의 심리적 안전감은 국제 관광 수요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며, 이는 남북관계뿐 아니라 주변국 외교환경, 유엔 제재 체계 등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남북이 화해와 협력의 관계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대화의 재개가 전제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북한에 대화를 촉구하는 것을 넘어 구체적인 행동을 통해 신뢰를 쌓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한국 정부가 취한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조치는 이러한 행동의 예로 볼 수 있다. 주목할 점은 북한이 과거처럼 한국의 대화 제의에 즉각적으로 호응하기보다는, 상대의 구체적 조치에 비례하여 대응하는 양태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이 정책 수용 여부를 판단할 때, 일회성 제스처보다 지속적이고 예측 가능한 행동 패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의미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북한이 긴장 완화와 평화 구축 노력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일관성 있는 메시지를 유지하는 동시에, 관광 분야 재개가 단순한 경제적 성과를 넘어 문화 및 인적 교류를 확대하고 상호 신뢰를 구축하는 핵심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여 사업의 중요성과 명분을 설득력 있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

      또한 북한의 수용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현재 북한이 처한 대내 및 대외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 북한은 관광산업의 외화 획득 잠재력을 인정하면서도, 전면적인 확대보다는 북중·북러와의 협력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 이로 인해 남북 간 관광 재개는 단기적으로 우선 순위에서 밀릴 가능성이 있다. 더불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완화되지 않는 한 북한이 관광 부문을 전면 개방하는 데에는 구조적 제약이 존재한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실현 가능성이 높은 구체적인 방안을 사전에 마련해야 한다. 대북 제재를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능한 관광 협력 모델-예를 들어 제3국 연계 관광, 인도적·문화적 성격이 강한 특별방문 프로그램-을 마련해 먼저 추진할 필요가 있다.
    | 남북 관광협력의 안정적 추진 조건과 실행 방안
      관광 교류는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남북 모두가 중장기적으로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의 일부로서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 정부는 정치·안보적 안정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북한이 점진적으로 관광 분야를 포함한 다양한 교류에 나설 수 있도록 참여 동기와 안전장치를 동시에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전략적 접근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관광 분야의 교류와 협력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견인하는 실질적 동력이 될 수 있다.

      우선 남북 관계가 개선될 경우 즉시 추진할 수 있는 관광 교류 사업들을 포함한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를 활용하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에서 각종 국제 행사를 개최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를 반영한 테마별 프로그램을 사전에 구상하고, 추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들도 함께 준비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로 관광협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선행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외국인 관광객의 기피 요인을 줄이기 위한 정치·군사적 긴장 완화 및 남북 간 신뢰 구축, 관광 전반에 대한 정치적·제도적 신뢰 구축, 대북 관광이 제재 위반 논란에 휘말리지 않기 위한 국제사회와 사전 협의 및 승인 절차 마련 등이 필요하다. 특히,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사례에서 경험했듯이 관광객 안전 보장 문제를 구체적으로 협의하고 제도화해야 하며, 장기적으로는 한국을 포함한 해외 투자자에 대한 법적 보호 체계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북한에게도 책임 있는 준비를 요구할 필요가 있다. 먼저 관광객 안전과 편의를 국제 기준에 맞게 개선하도록 설득하고, 관광산업의 성장에는 글로벌 신뢰 확보가 필수적임을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북한 당국이 관광 서비스 수준의 향상, 외국인과 북한 주민 간의 접촉 허용 범위 단계적 확대, 사업 수익 사용의 투명성 확보 등을 논의해 나가야 한다.

      관광은 상호 교류와 이해를 증진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의 완공을 계기로, 한국 정부는 단기적으로는 남북 관계를 개선하는 발판으로 삼고 장기적으로는 다자 협력의 장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데 출발점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적·제도적 준비가 필요하다. 북한의 관광산업에 대한 주목은 경제적 의미를 넘어 한반도 긴장 완화와 교류협력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이러한 잠재력을 실질적 성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주변국과 국제사회가 참여하는 구체적 협력 방안과 실행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남북 간 관광 교류가 안정적으로 추진된다면, 이는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견인하는 장기적 동력이 될 것이다.



※ 「세종포커스』에 게재된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세종연구소의 공식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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