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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포커스] 메드베데프의 '죽음의 손'(Dead Hand) 위협과 북한의 핵보복 시스템

등록일 2025-09-01 조회수 1,129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7월 31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전설적인 ‘죽음의 손’이 얼마나 위험한지 기억하라"(remember how dangerous the fabled 'Dead Hand' can be)고 경고하면서 미·러 핵대결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다.
메드베데프의 '죽음의 손'(Dead Hand) 위협과 북한의 핵보복 시스템
2025년 9월 1일
    전성훈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 | dr.cheon@sejong.org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7월 31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전설적인 ‘죽음의 손’이 얼마나 위험한지 기억하라"(remember how dangerous the fabled 'Dead Hand' can be)고 경고하면서 미·러 핵대결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다. 7월 29일 트럼프가 러·우 전쟁의 종전 시한을 앞당기고 제재 강화를 압박하자1) 메드베데프가 반발하면서 시작된 공방은 트럼프의 재경고, 메드베데프의 ‘죽음의 손’(Dead Hand) 위협, 트럼프의 핵잠수함의 배치 지시로 확대되었다. 2)

      해당 핵잠수함이 어뢰를 탑재한 SSN, 순항미사일을 장착한 SSGN, 핵탄도미사일을 탑재한 SSBN 가운데 어떤 잠수함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1985년 이후 소련/러시아가 자국의 최후의 비밀 핵병기인 죽음의 손을 공개적으로 거론한 적이 없고, 미국이 상대측 지도자와 언쟁을 벌인 후 핵잠수함 배치를 공개적으로 지시한 것도 전례가 없는 만큼, 이번 사건은 국제사회에 상당한 충격을 주었다. 크렘린 대변인은 모두가 핵사용 언급에 신중해야 한다면서 이번 일로 핵위기가 고조된 것은 아니라고 평가했고, 러시아 외무부는 중거리핵미사일폐기조약(INF)에서 탈퇴한다고 선언했다. 3)

      죽음의 손은 적의 공격으로 러시아 지도부가 무너졌을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 잔여 핵미사일을 모두 사전에 지정된 목표를 향해 자동 발사하도록 설계된 러시아의 핵무기 지휘통제시스템, 즉 완전 자동화 핵보복 시스템을 말한다. 저명한 핵물리학자이자 허드슨연구소 창립자인 허만 칸(Herman Kahn)이 상상의 무기로 소개한 ‘종말의 무기’(Doomsday Machine)가 개념적인 기원이라고 할 수 있다. 죽음의 손은 연구개발 단계에서의 명칭이며 실전 배치되어 현재도 러시아가 운용중인 시스템은 ‘방위선’(Perimeter)이라고 부른다.

      소련이 자동화 핵보복 시스템을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은 1985년 11월 제네바 미·소 군축협상에서였다. 당시 레이건이 소련의 완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전략방어구상’(SDI) 추진 의사를 굽히지 않자 고르바초프는 핵사용의 주요 결정을 컴퓨터에 맡기는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할 것이며 이 경우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초래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4) 당시 소련은 이 시스템을 이미 운용하고 있었다.

      이 글에서는 메드베데프가 트럼프를 위협할 목적으로 거론한 죽음의 손이 어떤 무기체계인가를 관련 개념들을 비교해서 살펴보고, 북한이 유사한 시스템을 보유할 가능성을 검토할 것이다. 대북 정보수집 대상을 핵능력 위주에서 핵운용 분야로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한 정책적 시사점이다. 아울러 우리 군이 북핵위협에 대비해서 구축한 3축체계의 핵심 요소인 북한 지도부 참수작전이 현실적으로 타당한 대책인지를 평가하고, 참수작전에 대한 공개적인 언급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1) 트럼프 대통령은 7월 29일 앞으로 10일 안에 전쟁을 끝내지 않으면 (트럼프의 과거 종전 요구 시한은 50일) 러시아 석유를 구매하는 제3국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겠다고 압박했다. Andrew Osborn, "Medvedev reminds Trump of Russia's Doomsday nuclear strike capabilities as war of words escalates," Reuters, July 31, 2025.
    2) Michael R. Gordon, Robbie Gramer, Alex Leary, "Trump Positions Nuclear Submarines Following Threats From Former Russian Leader," Wall Street Journal, Aug. 1, 2025.
    3) Paul Sonne and John Ismay, “Russia says it will stop abiding by missile treaty,” New York Times, August 4, 2005. 미국은 2019년 8월 2일 러시아의 위반을 구실로 먼저 탈퇴했다.
    4) William Inboden, The Peacemaker: Ronald Reagan, The Cold War, and The World on The Blink (New York: Dutton, 2022), p. 375.
    | 종말의 무기, 죽음의 손, 방위선
      (1) ‘종말의 무기’(Doomsday Machine)

      종말의 무기는 1950년대 후반 허만 칸이 고안한 개념적인 장치로서 인류를 말살시킬 수 있는 상상의 무기체계라고 할 수 있다.5) 적의 공격으로부터 안전한 지하 수천 피트 깊숙이 배치된 이 장치와 링크된 컴퓨터가 미국 전역에 배치된 수백 개의 센서와 통신망으로 연결된다. 예를 들어 미 본토에서 5개의 핵탄두가 폭발한 것으로 감지되면 컴퓨터를 통해 정보를 받은 이 장치가 작동해서 미국의 핵탄두가 자동적으로 소련 지도부와 인구밀집 지역으로 발사되는 시스템이다. 종말의 무기는 지금도 문학, 영화 등 다양한 장르에서 인류 파멸을 초래하는 공포의 무기를 지칭하는 표현으로 사용된다.

      (2) ‘죽음의 손’(Dead Hand)

      1980년대 초 미국의 선제 공격시 제대로 보복도 하기 전에 제거당할 수 있다고 우려한 소련 지도부는 보복공격을 보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인간의 요소가 개입되지 않고 완전히 컴퓨터의 명령으로 보복이 이뤄지는 완전 자동화 보복시스템, 즉 죽음의 손을 구상했다.6) 그러나 소련군부가 인간의 통제가 배제된 완전 자동화 시스템의 위험성을 거론하며 반대해서 죽음의 손은 개념 수준에서 멈췄다.

      (3) ‘방위선’(Perimeter)

      죽음의 손이 컴퓨터에만 의존하는 완전 자동화 시스템이라면 방위선은 인간에 의한 통제 요소가 개입된 반자동화 시스템이다. 적의 공격시 지하 깊숙한 벙커에서 은신한 소수의 요원이 상황을 판단하고 지상에 배치된 미사일을 발사하도록 유도하는 보복시스템이다. 소련은 1984년 11월 방위선에 대한 모든 시험을 마치고 1985년 초 실전에 배치했다. 7)

      지하 벙커의 요원들은 아래의 세 가지 항목을 상시 체크해서 모두 충족되는 경우 핵미사일을 통제하는 ‘방위선 명령 로켓’(Perimeter command rockets)의 발사 버튼을 누르면 해당 로켓들이 소련 전역을 비행하며 적의 공격을 피한 핵미사일과 교신해서 발사되도록 유도한다.8)
     
    • · 크렘린 지도부/군 지휘부가 방위선의 작동을 승인한 상태인지 확인
    • · 크렘린 지도부/군 지휘부와의 통신이 되는지 확인, 통신 불능시 적의 핵공격으로 제거된 것으로 간주
    • · 지상에 산재한 센서를 통해서 섬광, 방사능, 지진 등을 측정하여 핵폭발이 발생했는지 확인

      방위선은 냉전 당시 극비사항이었으나 미국의 핵전략 전문가이자 핵사용 반대 운동에 앞장섰던 블레어(Bruce Blair)가 1993년 10월 뉴욕타임즈 기고를 통해 그 존재를 세상에 알렸다. 9)

    5) Herman Kahn, On Thermonuclear Wzr (New York: The Free Press, 1960), p. 145.
    6) David Hoffman, The Dead Hand (New York: Anchor Books, 2009), p. 23.
    7) Ibid., p. 24.
    8) Ibid., pp. 152-153.
    9) Bruce Blair, “Russia’s Doomsday Machine,” New York Times, October 8, 1993.
    | 북한 핵문제에 주는 시사점
      현재 북한이 방위선이나 죽음의 손과 같은 (반)자동 핵보복 시스템을 갖췄는지는 확인할 수는 없다. 핵사용의 절차와 계획은 국가 최고기밀에 해당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만 북한이 공개한 문건과 공식 자료를 토대로 유추할 때, 북한이 방위선의 존재를 충분히 숙지하고 있으며 첨단 컴퓨터시스템은 아닐지라도 자체적으로 “북한식 핵보복 시스템” 구축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1) 북한의 핵보유 법령과 핵교리 분석

      이런 추정을 가능하게 하는 근거는 북한이 2022년 9월 8일 발표한 최고인민회의 법령(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무력정책에 대하여’)의 3조 3항이다:
    • 3. 핵무력에 대한 지휘통제
      3) 국가핵무력에 대한 지휘통제체계가 적대세력의 공격으로 위험에 처하는 경우 사전에 결정된 작전방안에 따라 도발원점과 지휘부를 비롯한 적대세력을 괴멸시키기 위한 핵타격이 자동적으로 즉시에 단행된다.
      여기서 국가핵무력에 대한 지휘통제체계란 소련 당시 크렘린의 지도자와 고위 군지휘관들처럼 북한의 핵단추에 접근이 가능한 정치·군사 분야의 핵심 인사들이고 그 최고 정점에 김정은이 위치한다고 볼 수 있다.

      2023년과 2024년에 실시된 핵반격전술훈련과 2024년 김정은의 공화국 창건일 연설에도 북한의 핵사용 교리를 유추할 수 있는 단서들이 있다.
    • 핵반격가상종합전술훈련은 핵타격지휘체계관리연습과 핵반격태세에로 이행하는 실기훈련, 모의핵전투부를 탑재한 전술탄도미싸일 발사훈련으로 나뉘여 진행되였다. 발사훈련에 앞서 최종 핵공격명령 인증절차와 발사승인체계 등 기술적 및 제도적 장치들의 가동정상성과 안전성을 검열하고 그에 따르는 행동조법들을 반복적으로 숙련시켰다. (조선중앙통신, 2023년 3월 20일)

      핵반격가상종합전술훈련은 국가 최대 핵위기사태 경보인 화산경보 체계 발령시 부대들을 핵반격태세에로 이행시키는 절차와 공정에 숙달시키기 위한 실동훈련과 핵반격지휘체계가동연습, 핵반격임무가 부과된 구분대를 임무수행공정과 질서에 숙련시키고 핵모의전투부를 탑재한 초대형방사포탄을 사격시키는 순차로 진행되였다.... 초대형방사포병까지 인입된 핵반격가상종합전술훈련이 성과적으로 진행됨으로써 전술핵공격의 운용공간을 확장하고 다중화를 실현할데 대한 당중앙의 핵무력건설구상이 정확히 현실화되였다고 만족하게 평가하시였다. (조선중앙통신, 2024년 4월 23일)

      명백한 결론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핵력량과 그를 국가의 안전권을 보장하는데 임의의 시각에 옳게 사용할 수 있는 태세가 더 철저하게 완비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핵무기 수를 기하급수적으로 늘일데 대한 핵무력 건설정책을 드팀없이 관철해나가고 있으며 공화국의 핵전투무력은 철통같은 지휘통제체계안에서 운용되고있습니다. (김정은 공화국 창건일 연설, 조선중앙통신, 2024년 9월 10일)
      2023년 핵반격훈련의 “최종 핵공격명령 인증절차와 발사승인체계”는 2022년 핵보유법령의 4조와 7조를 현실에 맞게 구현한 시스템으로 이해된다. 김정은의 결심만 있으면 언제라도 핵사용이 가능하도록 상시 동원태세를 유지하면서 명령 하달 시 즉각 행동에 옮길 수 있는 통상적인 핵전쟁 수행 절차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 4. 핵무기사용결정의 집행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무력은 핵무기사용 명령을 즉시 집행한다. 7. 핵무력의 경상적인(일상적인) 동원태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무력은 핵무기사용 명령이 하달되면 임의의 조건과 환경에서도 즉시에 집행할 수 있게 경상적인 동원태세를 유지한다.
      반면에, 2024년 핵반격훈련의 “핵반격태세에로 이행시키는 절차와 공정”은 방위선 개념에 가까운 절차로 추정된다. “국가 최대 핵위기사태 경보”인 화산경보 체계가 발동되었기 때문이다. 통상 국가 최대의 핵위기 사태는 제한된 규모로 이뤄지는 국지적 핵충돌이라기 보다는 당과 군의 지도부가 궤멸당하거나 그와 유사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는 대규모 핵전쟁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상기 핵보유법령과 발언의 중요성을 감안해서, 앞으로 대북 정보수집의 대상을 핵능력 뿐아니라 핵운용에 관한 정보를 포함하는 방향으로 확대해야 할 것이다.

      미국도 북한이 지도부 참수 시의 핵보복 방안을 갖고 있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엘브리지 콜비 현 국방부 정책차관은 2024년 4월 20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소련이 미국의 공격으로 지도부가 제거되면 모든 핵무기를 자동으로 발사하는 시스템을 보유했듯이, 북한도 그런 자동화 시스템을 갖고 있다고 가정해야 한다고 말하고, 만약 미국이 북한 지도부를 참수하기 위해 대규모 공격을 가한다면 우리는 북한이 아무런 제약 없이 미국을 공격할 것이라고 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0)

      (2) 대북 참수작전은 사실상 불가능

      북한과 미국은 핵전력 비대칭의 관계이기 때문에 북한 지도부는 약소핵국이 살아남으려면 핵강국에게 그냥 당하지는 않겠다는 강한 결의를 보여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안다. 따라서 북한은 결정적인 순간, 즉 지도부가 궤멸당하고 정권이 종식될 수 있는 순간에는 있는 핵을 모두 사용해서 핵보복을 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려 할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메드베데프의 죽음의 손 위협은 북한도 자기들 나름대로 반자동화된 핵보복 시스템을 실제로 구축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경종을 울려줬다. 북한이 지도부 궤멸 시에 대비한 보복시스템을 갖췄다는 콜비 정책차관의 견해는 향후 한미간 협의에서 중요하게 다뤄야 할 의제다.

      이와 관련, 우리 군이 대량응징보복(KMPR)의 일환으로 고려하는 지도부 참수작전의 타당성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1968년 김신조 일당의 청와대 습격사건은 특수부대에 의한 참수작전이 실패한 경우이다. 반면에 2020년 미국이 이란 혁명수비대의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드론으로 암살한 것이나 최근 이스라엘이 하마스와 헤즈볼라 지휘부 그리고 이란 군지휘부와 핵과학자들을 정밀폭격으로 제거한 것은 성공한 사례다. 그러나 참수작전의 장단점과 효과, 궁극적인 목표 달성과 역효과 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많다. 11)

      특히 참수작전의 상대가 핵을 가진 경우, 더욱이 방위선과 비슷한 자체 반자동화 핵보복 시스템을 갖췄다면 참수작전의 역효과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클 것이다.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는 속담이 무색하게 “되로 주고 가마니 더미”로 받을 수 있다. 1945년 8월 핵무기가 실전에 사용된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벌어진 어떠한 지도부 참수작전도 핵국가의 지도부를 겨냥한 적이 없다. 핵을 보유한 국가를 상대로는 지도부 참수뿐 아니라 공격 자체가 어렵다. 우크라이나가 1990년대 초에 핵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러시아가 침공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한탄하는 이유다.

      남북간의 긴장을 완화하고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서도 참수작전 카드를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우리 군의 의도가 당장 북한 지도부를 제거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그런 능력을 갖춤으로써 북한의 도발을 저지하는 억지에 방점이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이런 논리는 남북간의 군사력이 일정한 균형을 유지할 때나 가능하다. 현재 남북간의 전략적 균형이 일방적으로 핵을 가진 측에 유리하게 기울어진 상태에서 핵이 없는 쪽이 참수작전을 감행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참수작전에 대한 공개적인 언급을 삼가고 그 존재 여부에 대한 모호성을 최대한 유지하는 것이 대북 억지에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10) 함지하, [워싱턴 톡] “전술핵 한국 재배치지지...‘자체 핵무장’ 가능성 열어둬야,” VOA, 2024년 4월 21일
    11) 강창부, “참수작전의 효과성에 관한 논쟁과 그 시사점,” 국가전략, 2020년 가을호, pp. 5-32.



※ 「세종포커스』에 게재된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세종연구소의 공식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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