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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포커스] 한국-프랑스 핵추진잠수함 협력 전략과 로드맵 — 저농축우라늄 기반 함정통합과 상호 호혜적 파트너십 모델 —

등록일 2026-02-10 조회수 504 저자 정성장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개발은 많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인식하는 것보다 훨씬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1994년 제1차 북핵 위기가 발발하자 김영삼 대통령은 비밀리에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지시하였고, 국방부와 한국원자력연구원은 러시아 OKBM(실험기계설계국) 으로부터 핵잠수함 도면과 소형 원자로 기술을 입수하였다.
한국-프랑스 핵추진잠수함 협력 전략과 로드맵
— 저농축우라늄 기반 함정통합과 상호 호혜적 파트너십 모델 —
2026년 2월 10일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 | softpower@sejong.org
    | 한국 핵추진잠수함 건조의 추진 경과와 새로운 과제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개발은 많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인식하는 것보다 훨씬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1994년 제1차 북핵 위기가 발발하자 김영삼 대통령은 비밀리에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지시하였고, 국방부와 한국원자력연구원은 러시아 OKBM(실험기계설계국)1)으로부터 핵잠수함 도면과 소형 원자로 기술을 입수하였다. 2003년 노무현 정부 시기에는 해군에 362사업단이 설립되었고, 2004년 초 한국원자력연구원 ‘일체형원자로개발사업단’은 4,000톤급 핵잠수함 원자로 기본설계를 완료하였다.2)

      이후에도 한국의 핵잠수함 기술 개발은 지속되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1997년부터 SMART(System-integrated Modular Advanced ReacTor) 원자로 개발을 시작하여 2012년 세계 최초로 소형 일체형 원자로 표준설계인가를 획득하였다.3) SMART 원자로는 러시아 OKBM 기술이전을 기반으로 하되, 설계 도구와 안전해석 소프트웨어까지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되어 미국 기술에 비의존적이며, 따라서 한미원자력협정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2025년 10월 말 한국 경주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 계기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과의 회담 후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승인한다고 발표하였다.4) 그러나 미국 전문가들이 지적하듯이, 대통령의 정치적 승인과 실제 기술이전 사이에는 미국 원자력법(Atomic Energy Act) 등 상당한 법적 장벽이 존재한다.5)

      이러한 상황에서 프랑스와의 협력은 새로운 전략적 대안을 제시한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점은 한국이 ‘제로 베이스’에서 프랑스 기술을 도입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한국은 이미 30년간 원자로 설계 역량을 축적해 왔으며, 프랑스와의 협력은 이러한 기존 역량을 함정통합 수준으로 고도화하고, 핵연료 주기 및 안전운용 체계를 완성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 한국의 핵잠수함 관련 기술 역량 현황
    원자로 설계 역량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한 SMART 원자로는 열출력 330MWt, 전기출력 100MWe급 소형 일체형 원자로로, 노심·증기발생기·냉각재펌프·가압기 등 주요 기기들이 하나의 압력용기 안에 설치되어 있다. 이러한 일체형 설계는 대형배관 파단사고를 근원적으로 제거하여 안전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다만 SMART 원자로 자체는 육상 발전용으로 설계되어 잠수함 직접 탑재에는 부적합하며, 별도의 함정용 소형원자로 개발이 필요하다.

      한편, 한국은 SMART의 후속으로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 i-SMR(innovative Small Modular Reactor)을 개발 중이다. i-SMR은 전기출력 170MWe급 가압경수로로, SMART와 마찬가지로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등 주요 기기를 하나의 압력용기에 통합한 일체형 설계를 채택하면서도, 무붕산 운전 기술을 적용하여 방사성 폐기물 발생량을 대폭 줄이고 운영 효율성을 높인 차세대 모델이다. 정부는 2023년부터 2028년까지 총 3,992억 원을 투입하는 ‘혁신형 SMR 기술개발사업’을 추진 중이며, 43개 이상의 산·학·연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i-SMR 기술개발사업단은 2025년 말까지 원자로 설계를 완성하고 2028년 표준설계인가를 획득한 뒤 2030년대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6) 특히 i-SMR은 미국 웨스팅하우스 등 외국 기업과의 특허 분쟁을 피해 독자 기술로 개발되고 있어, SMART와 마찬가지로 한미원자력협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순수 국내 기술이 될 전망이다. i-SMR의 일체형 설계 기술과 무붕산 운전 경험은 향후 핵잠수함용 원자로 개발에 직접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핵심 역량이다.

      한편, 한국원자력연구원은 2021년 경주시 감포읍에 문무대왕과학연구소를 착공하여 70MWt급 선박용 소형모듈원전을 개발 중이다.7) 이러한 선박용 SMR 개발 경험은 향후 핵잠수함용 원자로 개발의 기술적 토대가 될 수 있다. 역사적으로 미국 해군은 초기 핵잠수함에 열출력 70MWt급 원자로를 사용하였다.

      이정익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원자력연구원이 2012년 개발한 소형원자로 SMART는 미국 기술에 기반을 두지 않아 한미원자력협정의 적용을 받지 않으며, 상업용 원자로보다 잠수함 원자로가 더 고난이도지만 해볼 만하다”고 평가하였다.8) 이는 SMART 기술 자체가 아닌, SMART 개발을 통해 축적된 원자로 설계 역량이 잠수함용 원자로 개발에 활용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잠수함 건조 역량

      한국은 1980년대 후반 독일 209급 잠수함 기술을 도입한 이후 214급 기반 장보고-II급 9척을 자체 건조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디젤잠수함 기술력을 확보하였다. 현재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대형 드라이독 등 핵잠수함 플랫폼 제작에 필요한 핵심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특히 한화오션은 내부적으로 ‘보일러 프로젝트’라 불리는 핵추진잠수함 기술 검증 프로그램을 운용하여 원자로 탑재 구조와 운항 시뮬레이션을 진행해왔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원자로 자체 기술은 협력이 필요하지만, 플랫폼 건조 능력만 놓고 보면 한국 조선업은 이미 상당 수준에 도달했다”며 “설계만 확정되면 곧바로 건조 작업에 착수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고 평가하였다.9)

    남은 과제

      한국이 핵잠수함 건조를 위해 추가로 확보해야 할 기술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육상 기반 원자로를 3차원 기동하는 잠수함에 적용하기 위한 함정통합 기술이다. 육상 원자로와 달리 잠수함 원자로는 급격한 심도 변화, 선체 진동, 고속 기동 환경에서의 냉각·차폐·구조 안정성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며, 이는 실제 건조·운용 경험 없이 시뮬레이션만으로는 충분히 검증하기 어렵다.

      둘째, 저농축우라늄 핵연료의 안정적 확보 체계이다. 한국은 현재 우라늄 농축 시설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핵잠수함의 지속적 운용을 위해서는 농축도 20% 미만의 저농축우라늄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국제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셋째, 핵추진 잠수함의 안전운용 및 정비 체계이다. 핵추진 잠수함은 디젤잠수함과 근본적으로 다른 방사선 관리, 원자로 정비, 비상대응 체계를 필요로 하며, 이러한 체계는 수십 년간의 실제 운용 경험을 통해서만 성숙될 수 있다.

      프랑스는 바로 이 세 분야에서 1983년 뤼비급 공격원잠 취역 이래 40년 이상의 경험을 축적한 유일한 서방 국가이다. 프랑스는 뤼비급 6척, 쉬프랑급(건조 중 포함) 6척, 트리옹팡급 전략원잠 4척, 샤를드골 항공모함 등 총 17척의 핵추진 함정을 설계·건조·운용해왔다.10)
    | 프랑스 기술의 전략적 가치: 한국 역량의 보완자
    저농축우라늄(LEU) 기반 해군핵추진의 선구자

      프랑스는 1980년대부터 저농축우라늄(LEU)을 사용한 해군핵추진 기술을 발전시켜 왔다. 1983년 취역한 뤼비급 공격원잠은 48MW급 CAS-48 원자로에 농축도 7%의 LEU를 사용하였으며, 2020년 인도된 쉬프랑급까지 프랑스는 40년 이상 LEU로 해군핵추진을 성공적으로 운용해온 유일한 서방 국가이다.

      쉬프랑급에 탑재된 K15 원자로는 TechnicAtome이 설계한 150MW급 가압경수로로, 농축도 6% 미만의 LEU를 사용하면서도 10년 연료교체 주기를 달성한다.11) 이는 한국이 개발 중인 SMR 기술과 상호 보완적이다. 한국은 일체형 원자로 설계 역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프랑스는 이를 함정에 통합하는 40년 이상의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프랑스도 핵잠수함 개발 초기에는 고농축우라늄(HEU)을 연료로 사용한 역사가 있다. 하지만 현재는 저농축우라늄(LEU)으로 완전히 전환하였다. 프랑스가 1970년대 처음 독자 개발한 ‘르 르두타블(Le Redoutable)’급 전략핵잠수함(SNLE) 초기형에는 무기급 고농축우라늄(HEU)을 사용하는 원자로가 탑재되었다. 1960년대 당시에는 농축 기술이 부족했지만, 잠수함용 소형 원자로의 출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고농축 연료가 필수적이었다. 이를 위해 피에를라트(Pierrelatte) 군사 농축 공장에서 생산된 무기급 우라늄을 사용했다.

      그러다가 1980년대 초 ‘뤼비(Rubis)’급 공격핵잠수함(SNA)을 개발하면서 프랑스는 연료 정책을 대전환한다. 프랑스 해군 안전 규정에 따르면, 잠수함 원자로는 10년마다 반드시 오버홀(Overhaul: 완전분해점검)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어차피 10년마다 완전 분해점검을 해야 한다면, 굳이 비싼 고농축 우라늄(약 25년 수명)을 쓸 필요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값싼 저농축 우라늄(10년 수명)을 쓰고, 오버홀 기간에 연료도 같이 갈아주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고 안전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 결과 뤼비급(CAS-48 원자로)부터 시작해 현재의 트리옹팡급과 쉬프랑급(K15 원자로)까지 프랑스는 모두 저농축우라늄(LEU, 5~7.5% 수준)을 연료로 사용해왔다. 프랑스는 “고농축을 써봤지만, 10년 주기 정비 사이클에 맞춰 저농축으로 바꾸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IPER(Indisponibilité Périodique pour Entretien et Réparations)이라고 불리는 대규모 정비(오버홀) 소요 기간은 함급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평균 소요 기간은 약 18개월~24개월(1.5년~2년)이다. 이 기간에 잠수함은 드라이독(Dry Dock)에 들어가 완전히 해체 수준으로 분해되고, 연료ㅇ 교체, 선체 보강, 장비 현대화가 이루어진다.

     


      프랑스 핵잠수함은 10년마다 약 1.5년~2년 동안 병원에 입원(정비)하여 심장(연료)을 갈아 끼우고 몸(선체)을 리모델링한다. 따라서 한국도 이 주기를 고려하여 전체 함대 규모를 계획해야 한다.

      미국 핵잠수함은 ‘10년 주기 연료 교체’는 하지 않지만, ‘대규모 정비’ 자체는 피해갈 수 없다. 버지니아급 잠수함의 경우, 약 7~10년 주기로 DMP(Depot Modernization Period)라 불리는 대규모 창정비에 들어간다. 소요 기간은 보통 10개월~24개월 정도다. 이 기간에 선체 외부 패널을 열고, 내부 장비를 교체·현대화하며, 선체 구조를 점검한다. 다만 프랑스의 IPER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미국은 원자로 압력용기 자체를 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함 수명 전체(33년 이상)를 사용할 수 있는 HEU 노심을 장착하고 있기 때문에 연료교체가 필요 없고, 따라서 원자로 구획에 대한 대규모 개방 작업이 없다. 반면 프랑스의 IPER에서는 원자로 압력용기 뚜껑을 열고 핵연료봉을 교체하는 작업이 포함되며, 이를 위해 방사선 관리, 특수 장비, 전용 핵정비 시설이 필요하다.

      따라서 “미국식(HEU)을 쓰면 대규모 정비를 안 받아도 된다”고 생각하면 이는 오해다. 미국도 장비 현대화와 선체 점검을 위해 주기적으로 장기간 도크에 들어가야 한다. 다만 원자로 개방 여부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미국 ITAR 규제로부터의 독립성

      프랑스 해군핵추진 기술은 미국 기술에 비의존적으로 독자 개발되었다. 따라서 프랑스와의 협력은 미국 국제무기거래규정(ITAR)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이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이 SMART 원자로를 개발할 때 미국 기술 의존성을 배제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정익 KAIST 교수는 “한국이 영국, 프랑스, 러시아 등 이미 원자력 기술을 미국과 다른 방식으로 개발한 나라와 협력을 통해 개발하는 것은 한미원자력협정에 의해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분석하였다.12) 이는 프랑스와의 협력이 미국의 정치적 불확실성과 법적 장벽을 우회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임을 의미한다.

     


    | 한-프랑스 협력의 구체적 방향
    핵연료 주기 협력: 농축 및 재처리

      2025년 11월 한미 정상 합의에서 미국이 연료 조달에 협력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는 미국 의회 승인과 추가 협정 체결이라는 법적 과정을 거쳐야 하며, 미국 정치 상황의 변화에 따라 지연 가능성이 존재한다. 세계 최대 규모의 핵연료 주기(nuclear fuel cycle) 전문 기업인 프랑스 오라노(Orano)를 통한 LEU 확보는 미국 경로의 보완적 대안(hedging strategy)으로서, 한국의 핵연료 공급원 다변화와 전략적 자율성 확보에 기여한다.

      오라노(Orano)의 Georges Besse II 농축시설은 현재 연간 7,500 tSWU(톤 분리작업단위: 천연우라늄에서 핵분열 물질인 U-235의 비율을 높이는 농축 작업의 규모를 나타내는 단위)13) 용량을 보유하며, 2028년부터 단계적으로 증설하여 2030년까지 약 10,000 tSWU로 확대할 예정이다.14) 한국이 6척의 핵잠수함을 운용할 경우 연간 약 6-12 tSWU의 농축우라늄이 필요한데, 이는 Georges Besse II 용량의 0.1% 미만에 해당한다.

      한국 핵잠수함용 연료는 농축도 20% 미만으로 NPT 체제에서 허용하는 저농축우라늄(LEU) 범위 내이므로, 군사 전용 농축 경로가 아닌 상업적 농축 서비스를 통해 조달이 가능하다. 프랑스 핵잠수함 연료는 CEA(원자력대체에너지위원회) 산하 군사 핵연료 체계를 통해 공급되지만, 한국의 경우 LEU의 상업적 특성을 활용하여 Orano와의 직접적인 농축 서비스 계약이 가능하다.

      한국은 Georges Besse II에 대한 지분참여(1~2%)를 통해 ‘가상 농축(virtual enrichment)’ 권리를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Orano의 우라늄 농축 회사인 SETH(Société d'Enrichissement du Tricastin Holding)에는 이미 일본(JFEI)과 한국수력원자력(KHNP)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어, 한국의 추가 지분 참여는 기존 협력 구조의 확장선상에 있다. 이는 한국이 직접 농축시설을 건설하지 않으면서도 핵연료 공급의 자율성을 확보하는 현실적 방안이다.

      라아그(La Hague) 재처리시설과의 협력도 중요하다. 이 시설은 연간 1,700톤의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할 수 있으며, PUREX 공정을 통해 96%의 물질을 재활용한다.15) 한국은 핵잠수함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를 La Hague에 위탁함으로써 자체 재처리시설 건설 없이도 핵연료 주기를 완성할 수 있다.

    함정통합 기술 협력

      한국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원자로 ‘설계’ 자체가 아니라 원자로를 잠수함에 ‘통합’하는 기술이다. 프랑스의 TechnicAtome과 Naval Group은 뤼비급 6척과 쉬프랑급 6척 등 12척의 공격원잠과 4척의 전략원잠, 그리고 샤를드골 항공모함을 건조하면서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험을 축적하였다.16)

      구체적인 협력 분야로는 원자로-선체 인터페이스 설계, 소음저감 기술(펌프젯 추진, 진동절연), 방사선 차폐 및 승조원 보호 체계, 비상상황 대응 프로토콜 등이 있다. 한국은 SMART 원자로 기술을 기반으로 하되, 프랑스의 함정통합 노하우를 접목하여 한국형 핵잠수함 원자로를 완성할 수 있다.

    안전운용 및 정비 체계 구축

      핵잠수함 운용의 핵심은 안전이다. 프랑스 군사원자력응용학교(EAMEA: École des Applications Militaires de l'Énergie Atomique)는 1956년 설립 이래 핵잠수함 승조원 교육과 안전관리에 풍부한 경험을 축적해왔다.17) 셰르부르에 본교를 두고 카다라슈에 실습 장소를 운영하는 EAMEA는 매년 약 900~1,200명의 교육생을 훈련시키며, 원자로 운용 엔지니어부터 방사선 방호 기술자까지 50개 이상의 전문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은 EAMEA와의 협력을 통해 핵추진 잠수함 승조원 교육 프로그램을 수립하고, 운용·정비 매뉴얼을 개발해야 한다.

      또한 핵잠수함 전용 정비시설과 기지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프랑스는 툴롱 해군기지에서 핵잠수함 정비 및 연료교체를 수행하고 있으며, 한국은 이러한 시설 설계와 운용 경험을 공유받을 수 있다.

    IAEA 안전조치 협력

      AUKUS 해군핵추진협정(ANNPA)은 비핵무장국에 대한 해군핵추진 기술이전의 법적 틀을 최초로 수립하였다.18) 호주는 IAEA 포괄적안전조치협정(CSA) 제14조에 따라 비금지 군사활동에 대한 안전조치 면제를 추진 중이다.19)

      한국도 핵잠수함 건조 시 IAEA 제14조 적용을 위한 협의를 시작해야 한다. 프랑스는 LEU 기반 기술을 사용함으로써 비확산 관점에서 유리하며, AUKUS 사례를 통해 축적된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 한국은 프랑스와 공동으로 ‘강화된 투명성 조치’를 IAEA에 제안함으로써 국제사회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
    | 한국이 프랑스에 제공할 수 있는 협력 자산
       한-프랑스 핵잠수함 협력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프랑스 측의 협력 동기가 충분해야 한다. 이 협력은 일방적 기술 도입이 아닌, 양국이 각자의 강점을 교환하는 상호 호혜적 파트너십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한국은 다음과 같은 분야에서 프랑스에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 인프라 제공

      프랑스 Naval Group은 셰르부르 조선소 하나에 의존하고 있어 생산 능력에 구조적 병목이 존재한다.20) 쉬프랑급 6척 건조에 2007년부터 2030년까지 23년이 소요되는 것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반면 한국은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을 중심으로 세계 조선 수주량 1위의 대형 건조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21)

      한국의 조선 인프라는 프랑스의 해외 잠수함 수출 프로그램에서 건조 파트너로서 큰 가치를 지닌다. Naval Group은 브라질 Scorpène급 잠수함 프로그램에서 볼 수 있듯이 해외 건조 파트너와의 협력 경험을 축적해왔다.22) 한국 조선소의 대형 드라이독, 정밀 용접 기술, 모듈 건조 역량은 프랑스가 향후 제3국 잠수함 수출 시 건조 분담 파트너로 활용할 수 있는 전략적 자산이다.

    한국형 소형원자로(SMR) 기술의 상호 교류

      한국이 독자 개발한 SMART 원자로 기술과 문무대왕과학연구소의 선박용 SMR 기술은 프랑스 원자력 산업에도 참고 가치가 있다. 프랑스는 EDF 주도로 TechnicAtome, Naval Group, CEA가 참여하는 Nuward SMR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2024년 7월 기존의 혁신형 일체형 설계를 재검토하고 실증 기술 기반의 단순화된 새 설계(400MWe급)로 전환하기로 결정했으며, 2025년 1월 새 경영진 하에서 개발을 재개했다. EDF가 일체형 설계에서 철수한 상황에서, 한국의 SMART/i-SMR 일체형 설계 노하우는 프랑스가 향후 SMR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때 참고할 수 있는 독자적 가치를 지닌다.23)

      특히 한국이 SMART 원자로에서 축적한 일체형 설계 기술—노심·증기발생기·냉각재펌프·가압기의 단일 압력용기 통합—은 프랑스의 함정용 원자로 소형화 연구와 기술적 상호보완성이 높다. 양국의 SMR 기술 교류는 핵잠수함 분야를 넘어 민간 소형원자로 시장에서의 공동 진출로 확대될 수 있다.

    방산 산업 패키지 협력

      한국은 K9 자주포, FA-50 경전투기, 천궁 미사일 체계 등의 수출 확대를 통해 세계 주요 무기 수출국으로 부상하고 있다.24) 핵잠수함 협력을 단독 사안으로 추진하기보다는, 한-프랑스 방산 협력의 포괄적 패키지의 일부로 설계하는 것이 양국 모두에게 유리하다.

      구체적으로는 프랑스 방산 기업(Thales, MBDA, Safran 등)과 한국 방산 기업 간 부품·시스템 수준의 상호 공급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 예컨대 한국이 프랑스의 소나 기술이나 잠수함 전투체계를 도입하는 대신, 프랑스가 한국의 함정 건조 역량이나 전자전 장비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패키지 접근은 핵잠수함 기술 협력에 대한 프랑스 내 정치적 지지를 확보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인도태평양 전략 파트너십

      2021년 AUKUS 사태로 호주 차세대 잠수함 계약(약 900억 호주달러 규모)을 상실한 프랑스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전략적 입지가 크게 약화되었다. 프랑스는 뉴칼레도니아,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레위니옹 등 인도태평양에 해외 영토를 보유하고 있으며 약 150만 명의 자국민이 거주하고 있어, 이 지역에서의 전략적 영향력 유지가 국가적 과제이다.

      한국은 이 지역의 핵심 해양 국가로서, 프랑스에게 AUKUS 이후 잃어버린 인도태평양 파트너십을 대체할 수 있는 전략적 대안이다. 한-프랑스 핵잠수함 협력은 단순한 기술 거래를 넘어, 양국 간 장기적 전략 동맹의 기반이 될 수 있다. 2024년 3월 네덜란드 정부가 Naval Group을 선정하고, 같은 해 9월 인도계약을 공식 서명한 것은 이러한 새로운 파트너십 모색의 일환이다.

    프랑스 원자력 산업에 대한 직접적 경제적 보상

      핵잠수함 협력은 프랑스 원자력 산업에 다양한 직접적 수익원을 창출한다. Orano의 Georges Besse II 농축시설 지분참여(1~2%), La Hague 재처리 위탁 계약, TechnicAtome의 함정통합 컨설팅 계약, Naval Group의 설계 자문 계약 등은 프랑스 원자력·방산 기업들에게 수십 년에 걸친 안정적 수익을 보장한다.

      특히 한국이 6-8척의 핵잠수함을 건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핵연료 공급, 정비 기술 자문, 승조원 교육 프로그램 등의 계약 규모는 프랑스 원자력 산업의 해외 매출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할 수 있다. 이는 프랑스 정부가 이 협력을 승인하는 데 필요한 경제적 명분을 제공한다.
    | 5단계 협력 로드맵: 기술 고도화 및 상호 호혜 중심
       한국의 기존 기술 역량과 프랑스에 대한 상호 호혜적 협력 자산을 고려할 때, 양국 협력은 ‘기술 전수’가 아닌 ‘기술 고도화 및 상호 보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에 기반한 5단계 로드맵은 다음과 같다.

     


    제1단계 (2026년): 협력 기반 구축

      2026년 4월 한-프랑스 정상회담을 계기로 핵잠수함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한다. 이 단계에서는 한국의 기존 기술(SMART, 문무대왕연구소 SMR)과 프랑스 기술(K15) 간 상호 검토 및 보완점 도출에 초점을 맞춘다. 동시에 한국 조선 인프라에 대한 프랑스 측 실사와 방산 패키지 협력의 기본 틀을 협상한다. 한국 기술진의 프랑스 파견 연수와 프랑스 전문가의 한국 자문 활동을 시작한다.

    제2단계 (2027-2028년): 기술 통합 및 경제 협력 심화

      AUKUS ANNPA(Agreement for the Exchange of Naval Nuclear Propulsion Information)를 모델로 한 한-프랑스 해군핵추진협정을 체결하고, IAEA와 제14조 적용을 위한 협의를 시작한다. 핵연료 공급 관련 Orano와의 장기계약을 체결하고, Georges Besse II 지분참여를 실행한다. 한국원자력연구원과 TechnicAtome 간 공동 연구개발 프로그램을 가동하여 한국형 원자로의 함정통합 설계를 착수한다. 동시에 Thales25) , MBDA26) 등 프랑스 방산 기업과 한국 방산 기업 간 부품·시스템 상호 공급 계약을 체결한다.

    제3단계 (2029-2032년): 실증 및 건조 착수

      문무대왕과학연구소에 지상시험원자로(LBTS: Land-Based Test Site)를 구축하여 한국형 핵잠수함 원자로의 실증 시험을 수행한다. 이 원자로는 SMART/i-SMR 기술을 기반으로 하되, 프랑스의 함정통합 설계 노하우가 적용된 것이다. 실증 완료 후 1번함 건조에 착수한다. 이 단계에서 한국 조선소의 Naval Group 해외 수출 프로그램 분담 건조가 본격화된다.

    제4단계 (2033-2036년): 건조 완료 및 전력화

      2034년 1번함 진수, 2036년 실전배치를 목표로 한다. La Hague 재처리 위탁이 시작되고, 프랑스 측의 장기 정비 자문 계약이 본격 가동된다.

    제5단계 (2037년 이후): 전력 확대 및 기술 자립

      2040년대까지 6-8척의 핵잠수함 전력을 구축한다. 이 단계에서 한국은 핵잠수함 설계·건조·운용의 전 주기에 걸쳐 기술 자립을 달성하며, 프랑스와의 관계는 상호 호혜적 기술 교류로 발전한다. 궁극적으로 양국은 제3국에 대한 재래식 잠수함 또는 함정 공동 수출 등 새로운 협력 영역을 개척할 수 있다.
    | 맺음말: 한국 핵추진잠수함 개발의 완결 방향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는 1994년 이래 30년간 축적된 기술 역량 위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러시아로부터 입수한 기술, SMART 원자로 개발 경험, 3,000톤급 디젤잠수함 자체 설계·건조 능력은 한국이 이미 상당한 수준의 기반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준다.

      프랑스와의 협력은 이러한 기존 역량을 ‘완성’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한국은 원자로 설계 역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프랑스는 이를 함정에 통합하는 40년 이상의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양국의 협력은 상호 보완적이며, 기술 종속이 아닌 기술 자립을 지향해야 한다.

      동시에 이 협력은 일방적 기술 도입이 아닌, 양국이 각자의 강점을 교환하는 상호 호혜적 파트너십이어야 한다. 한국의 세계적 조선 역량, SMR 기술, 방산 산업 경쟁력은 프랑스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 프랑스 역시 AUKUS 이후 인도태평양 전략 재편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으며, 한국은 이 지역에서 프랑스가 모색하는 새로운 전략적 파트너의 요건을 충족한다.

      2026년 4월 한-프랑스 정상회담은 이러한 전략적 협력을 본격화할 역사적 기회이다. 한국형 핵잠수함은 단순히 외국 기술의 도입이 아니라 30년 기술 축적의 결실이 되어야 한다. 프랑스와의 협력을 통해 남은 퍼즐을 완성하되, 궁극적 목표는 한국의 완전한 기술 자립이다. 이것이 1994년 이래 꾸준히 이어져 온 한국 핵잠수함 개발의 올바른 완결 방향이다.

    1) OKBM은 원자로 개발업체로, 1945년 소련에 설립되어 핵 산업 장비 개발을 담당했다. 최초의 원자력 쇄빙선인 <레닌>의 원자로 설계에 참여하여 레닌 훈장을 받았으며, 핵 기술 개발 기여로 10월 혁명 훈장을 수여받았다. OKBM은 해군 및 군사용 원자로, 상업용 원자로, 핵무기용 플루토늄 생산 원자로를 설계했으며, 다양한 원자로 개발에 참여했다. https://wiki.onul.works/w/OKBM (검색일: 2026.2.9.).
    2) 오동룡, “金泳三 대통령, 1994년 한국형 핵추진 잠수함 제작 지시,” 『월간조선』, 2009년 7월호, https://monthly.chosun.com/client/news/viw.asp?nNewsNumb=200907100015.; 박성진, “대한민국의 핵잠 대장정, 32년간 ‘물밑’에서 멈춘 적이 없다,” 『주간경향』, 2025년 11월 12일.
    3) 김인한, “22년 기술 축적 'SMART'···소형원전 시장 제패 꿈꾼다,” 『HelloDD』, 2019년 4월 8일.
    4) Deepa Shivaram, “Trump announces support for South Korea to build nuclear-powered submarines,” NPR, October 29, 2025.
    5) Lowell Schwartz, “Legal and Policy Options for a U.S-South Korea Nuclear Submarine Program,” Just Security, December 8, 2025.
    6)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혁신형 SMR 기술개발사업,” 2023; 혁신형 SMR 기술개발사업단, https://ismr.or.kr. i-SMR은 OECD 원자력기구(NEA)의 ‘SMR Dashboard 3rd Edition’에서 전 세계 74개 SMR 노형 중 10위의 기술성숙도를 인정받았다.
    7) 정두산, “한국의 핵잠수함 도입 필요성과 해결과제,” 『KIMS Periscope』, No. 275 (2022년 5월 11일).
    8) 정승임, “김정은이 불지핀 핵잠수함, 미국이 OK 안 하면 우린 못 만드나,”『한국일보』, 2021년 1월 26일.
    9) 박영우, “한·미 “원자력추진잠수함 한국 건조” 합의…K조선 위상 높아졌다,”『중앙일보』, 2025년 11월 14일.
    10) Naval Group, “Our Submarines,” https://www.naval-group.com; TechnicAtome, https://www.technicatome.com (검색일: 2026.02.01.).
    11) Naval News, “French Navy Suffren Class Nuclear Attack Submarine,” 2022; Arms Control Association, “The Feasibility of Ending HEU Fuel Use in the U.S. Navy,” October 2016.
    12) 이정익, “우리나라 핵잠수함 개발에 대한 오해와 사실,” 『KIMS Periscope』, No. 215 (2020년 11월 21일).
    13) tSWU(tonne Separative Work Unit, 톤 분리작업단위)는 우라늄 농축 작업의 규모를 측정하는 국제 표준 단위이다. 천연우라늄에는 핵분열 물질인 U-235가 0.7%만 포함되어 있는데, 이를 원자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원전용 3~5%, 잠수함용 20% 미만)으로 높이려면 원심분리기를 통해 U-235와 U-238을 분리해야 한다. SWU는 이 분리 과정에 투입되는 작업량을 정량화한 것으로, 목표 농축도가 높을수록 필요한 SWU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14) Orano, “Orano Announces 30% Increase in Uranium Enrichment Capacity by 2028,” October 2023; EIB, “EIB and Orano sign a loan agreement for €400 million,” March 2025.
    15) https://www.orano.group/en/nuclear-expertise/orano-s-sites-around-the-world/recycling-spent-fuel/la-hague/unique-expertise (검색일: 2026.02.01.).
    16) TechnicAtome, https://www.technicatome.com; Naval Group, “Barracuda Programme,” https://www.naval-group.com.
    17) 프랑스 국방부, “L'École des applications militaires de l'énergie atomique (EAMEA),” https://www.defense.gouv.fr (검색일: 2026.02.01.).
    18) UK Government, “AUKUS Naval Nuclear Propulsion Information Agreement enters into force,” January 2025, https://www.gov.uk/ (검색일: 2026.2.1.).
    19) IAEA, “IAEA Director General Statement on AUKUS,” March 2025, https://www.iaea.org/ (검색일: 2026.2.1.).
    20) “France's Third Suffren-Class SSN Tourville Enters Service,” Naval News, July 2025.
    21) Clarkson Research, “World Shipyard Monitor,” 2025. 한국은 2024년 기준 세계 조선 수주량 1위를 기록하였다.
    22) João Paulo Moralez, “Brazil’s nuclear submarine program advances with new contract for Naval Group,”Naval News, September 5, 2025.
    23) EDF, “Nuward SMR Project,” https://www.edf.fr (검색일: 2026.02.01.).
    24) SIPRI, “Arms Transfers Database,” 2025, https://www.sipri.org/databases/armstransfers. 한국은 2020-2024년 기간 세계 9위 무기 수출국으로 부상하였다.
    25) Thales(탈레스)는 프랑스 파리 라데팡스(La Défense)에 본사를 둔 유럽 최대 규모의 방위전자(defence electronics) 전문 다국적 기업이다. Thales는 Naval Group 지분 약 25~35%를 보유하고 있어, 프랑스 잠수함·수상함 프로그램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잠수함 소나 시스템, 수중 탐지 장비, 함정 전투체계 등이 핵심 제품이며, 쉬프랑급 공격원잠의 전자 장비에도 Thales 기술이 적용되어 있다.
    26) MBDA는 프랑스 파리 남서쪽 르플레시로뱅송(Le Plessis-Robinson)에 본사를 둔 유럽 최대의 미사일 전문 방산기업으로, 서방 세계에서 미국 기업들을 제외하면 유일하게 공대공·공대지·함대함·지대공 등 전 영역의 미사일 체계를 설계·생산할 수 있는 기업이다.



※ 「세종포커스』에 게재된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세종연구소의 공식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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