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정책연구 2021-05] 포스트 코로나 인도 경제와 외교・통상 전략의 변화

등록일 2021-12-07 조회수 3,136 저자 최윤정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국제 질서의 변화가 가장 극명하게 나타나는 지역은 인도-태평양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미국은 동맹을 규합하여 경제와 안보 측면에서 중국을 배제한 인도-태평양 지역 구도 만들기에 속도를 내고 있고, 인도-태평양 국가들은 새롭게 형성되는 질서 속에서 각자 생존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해야 할 행위자 중 하나는 인도이다. 인도는 코로나19로 최악의 경제위기를 겪었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기 세계 최고의 성장 잠재력을 바탕으로 공세적인 외교를 펼치기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촉발된 공급망 와해의 피해를 극복한다는 명목 하에 국내적으로는 특정 국가를 중심으로 차별적 통상장벽을 높이고, 대외적으로는 유사입장국들과 함께 중국을 배제한 안전한 공급망(Secure Value Chain)”을 구축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그리고 인도는 이러한 이니셔티브를 추진함에 있어 전과는 달리 미국을 위시한 주요국과 협력을 강화하고 통상과 안보를 연계하는 협의체에도 적극 참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파트너인 동시에 SCRI를 비롯한 다양한 협의체 결성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같이 통상-안보 연계성을 높이는 인도의 대외정책 방향 속에서 인도는 비동맹이라는 인도 외교 전통의 큰 틀에서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다극체제를 지향하면서도 전과는 달리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쿼드, 나아가 유사한 소다자 협의체 참여를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특히 비동맹 원칙을 고수하는 인도의 참여는 쿼드가 실용적인 지역협력의 플랫폼으로 진화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20213월에 이어 9월에 개최된 쿼드 첫 대면 정상회의에서는 전통적인 안보 의제보다는 백신, 인프라, 디지털 기술과 사이버안보, 기후변화 대응과 같은 비전통적 안보 의제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협력 계획이 발표되었다.

  쿼드에서 논의되는 분야들은 인도 뿐만 아니라 한국이 강점을 지닌 분야이기도 하다. 쿼드의 반중 연대적 성격이 약화되고 실용적인 의제 중심의 협의체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다면 한국도 쿼드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한편 인도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임에 따라 CEPA 협상을 비롯한 인도와의 통상협력은 상품 관세 인하를 통한 수출량 확대 보다는 효율적이고 안전한 공급망 구축과 무역안보 차원의 파트너십 확대로 협력의 프레임 자체를 전환하여 변화하는 전략 환경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